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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슈 ]

靑 컴퓨터에서 나온 블랙리스트 문건…박근혜 1심 선고를 향한 초침이 움직인다

bySBS

靑 컴퓨터에서 나온 블랙리스트 문건…

박근혜 정부의 청와대 문서가 또 무더기로 발견됐습니다. 이번에는 캐비닛이 아니라 컴퓨터 공유 폴더에서 나왔습니다. 지난달 청와대 캐비닛에서 발견된 문서 2천여 건의 4배가 넘는 9,308건입니다. 청와대에서 만든 문서가 청와대 비서관실의 컴퓨터에서 발견된 것이 무엇이 잘못된 걸까요?

 

답은 이번에 발견된 문서의 내용에 있습니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이번에 발견된 문서에 문화계 블랙리스트 내용이 포함됐다고 밝혔습니다. 지난 정부에서 좌편향 문제가 있다고 본 문화예술인들에 대해 조치를 해야 한다는 내용이 대통령과 비서실장 주재 회의 문서에 여러 차례 등장했다는 겁니다.

 

오는 10월 박근혜 전 대통령의 1심 선고가 1달여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이번 문서가 박 전 대통령의 블랙리스트 작성 지시 혐의를 입증할 핵심 증거 이른바 '스모킹건'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습니다.

캐비닛에 이어 이번에는 공유 폴더…그것도 블랙리스트 내용이? 

이번에 발견된 문서는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2013년부터 2015년 1월까지 작성된 회의 자료와 문서들입니다. 박 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이른바 '문고리 3인방'으로 불리던 안봉근 전 청와대 비서관이 담당하던 제2부속실에서 쓰던 파일이었습니다. 파일은 직원 컴퓨터의 하드디스크가 아닌 내부망에 연결된 여러 컴퓨터로 누구나 접속해 쓸 수 있는 '공유 폴더'에 저장돼 있었습니다. 대부분 한글 문서 파일 형태였고 암호가 걸려 있었습니다.

靑 컴퓨터에서 나온 블랙리스트 문건…

이 문서 파일들은 얼마 전 캐비닛에서 발견된 문건 뭉치와 작성 시기가 묘하게 엇갈립니다. 2013년부터 2015년 1월까지 작성됐기 때문에 이후 2015년 3월부터 2016년 11월까지 작성된 캐비닛 문건들을 합치면 박근혜 정부 임기와 거의 맞아 떨어집니다. 결론적으로 이번 문서 파일 발견으로 문재인 정부는 박근혜 정부의 회의록 문건들을 대부분 입수하게 됐습니다. 그렇다면 이 문서는 왜 대통령기록물이관 절차를 통해 새 정부에게 인계되지 않았을까요?

 

박 대변인은 "공유 폴더는 전임 정부부터 근무하던 일부 직원들이 새 정부 출범 후에도 근무하며 참고·활용하기 위해 지속해 보관했고 해당 비서관실에서만 접근할 수 있게 설정됐다. 이런 이유로 문제의 문서 파일이 발견되기 전까지 대통령기록물과 무관한 것으로 알고 주목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큰 용량 때문에 살펴보는데 시간이 많이 걸렸다고도 밝혔습니다. 그런데 문서를 살펴보던 중 블랙리스트와 관련해 주목할 만한 내용을 발견해 알리게 됐다는 겁니다.

새 블랙리스트 문서로 과녁에 놓인 두 사람…안봉근과 조윤선 

안봉근 전 비서관은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서 사법 처리를 피해 간 몇 안 되는 박 전 대통령의 최측근입니다. 지난해 국정농단 사태가 불거지는 과정에서 최순실 씨의 청와대 출입을 관리한 것으로 지목된 인물입니다. 안 전 비서관은 최씨의 청와대 출입을 방조하고 기밀문서를 취득하는 것을 묵인한 인물로 지목받았습니다.

 

최 씨의 휴대전화 액정을 옷으로 닦아 건네주는 영상이 담긴 화면이 공개돼 이목을 끌었던 이영선 전 경호관은 안 전 비서관의 고등학교 후배이자 측근으로 국정농단 재판 과정에서 법정 구속됐습니다. 최순실 씨에게 본인 명의의 대포폰을 제공한 윤전추 전 행정관도 안 전 비서관의 부하 직원이었습니다. 

靑 컴퓨터에서 나온 블랙리스트 문건…

안 전 비서관은 박근혜 정부 시절 경찰 인사에 개입했다는 의혹도 받아왔습니다. 안 전 비서관과 관련해 여러 의혹이 제기됐지만 지난 4월 검찰이 최종 발표한 국정농단 기소자 명단에 안 전 비서관의 이름은 빠졌습니다. 다만 지난해 국정농단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의 출석요구에 나오지 않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상태입니다.

 

문서 파일의 발견으로 다시 도마 위에 오른 또 한 명의 인물은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입니다. 문건 작성 시점이 조 전 장관이 대통령 정무수석 비서관으로 재임하던 기간과 상당 부분 겹치기 때문입니다. 조 전 장관은 블랙리스트 관련 혐의로 구속 기소됐지만 지난달 1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형을 선고받고 풀려났습니다. 그러나 만약 이 문서의 존재를 조 전 장관이 재임 시기에 알고 있었다면 2심 재판에서 형이 무거워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블랙리스트와 박근혜의 연결 고리…'스모킹 건' 될까 

가장 큰 관심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1심 판결에 이 문서들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것입니다. 블랙리스트 작성을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시했는지 판단하기 위한 재판은 지난 18일 시작됐습니다. 앞서 김기춘 전 비서실장의 1심 재판부는 '대통령이 어느 정도까지 보고받았는지 알 수 없다'고 밝혀 박 전 대통령이 블랙리스트 사건의 공범이 아니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조 전 장관이 제2부속실 등을 통해 정무수석 시절부터 관련 내용을 박 전 대통령에게 보고했다는 게 사실로 드러날 경우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조 전 장관을 기소했던 특검을 비롯해 문화예술계에선 '조 전 장관이 청와대 정무수석 재임할 때부터 블랙리스트의 전신인 '정무리스트'가 있었고 2016년 9월 문체부 장관에 취임하고 더 적극적으로 관여했다'고 주장해왔습니다. 이번에 공개된 문서가 이를 뒷받침할 증거로 인정된다면 박 전 대통령에게도 블랙리스트 작성에 따른 직권남용 혐의가 충분히 적용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습니다. 

靑 컴퓨터에서 나온 블랙리스트 문건…

새로 발견된 문서에 관심이 쏠린 가운데 자유한국당에서는 파일의 출처와 공개 시점에 대해 의혹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박근혜 정부 당시 청와대 관계자의 말을 빌어 "대선 직전 공유폴더 내용도 전부 지우고 나왔다"며 "현 청와대가 문서 파일을 복원시킨 것 아니냐"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청와대가 발견한 지 18일만에 파일 존재를 밝힌 것이 북한의 방사포를 잘못 분석했다는 논란을 덮기 위한 목적이라는 공세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관심은 이번 문서가 실제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재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느냐는 점입니다. 박 전 대통령의 1심 선고를 앞두고 청와대의 움직임도 주목받고 있습니다. 청와대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선고에 앞서 삼성 경영권 승계 문건을 검찰에 전달했습니다. 선거 개입 혐의로 기소된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의 재판 막바지에는 삭제된 것으로 알려졌던 국정원 전 부서장 회의 녹취록이 복원돼 증거로 제출되기도 했습니다.

 

박영수 특검팀은 문서 파일 공개에 대한 소식이 알려진 뒤 "내용을 받아 본 후 검토해 보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검찰에서도 문서를 접수하는 대로 검토해 공소 유지에 적용할지 판단할 예정입니다. 박 전 대통령의 1심 재판 선고를 두고 초침이 빨라지는 모양새입니다.

 

(디자인: 임수연)

 

[정윤식 기자 jys@s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