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국가 대표팀의 해병대 극기 훈련…과연 최선일까요?

[이슈]by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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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병대 1사단 훈련장에서 공수훈련을 받고 있는 펜싱 국가대표 선수단 소속 선수들


내년 도쿄올림픽에서 역대 최고 성적을 노리는 펜싱 국가대표팀이 4박 5일 동안 해병대 극기 훈련에 참가한 가운데, 이틀째인 17일 저녁 여자 플뢰레의 '베테랑' 전희숙(35) 선수가 발목을 다쳐 병원으로 후송되면서 훈련 실효성 논란이 불거졌습니다.

( ▶ "발목 다쳐 병원에"…펜싱대표팀 '해병대 훈련' 실효성 논란)


● 펜싱 국가대표, 해병대 극기 훈련 배경은?


주요 대회를 앞두고 국가대표 선수들이 해병대 극기 훈련으로 마음가짐을 다지는 건 이제 익숙한 모습이 됐습니다. 양궁과 태권도, 핸드볼 등 종목을 가리지 않고 "안 되면! 될 때까지!"를 외칩니다. 펜싱대표팀도 마찬가지입니다. 특히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역대 최고 성적(금2·은1·동3)을 거두자 효과에 대한 믿음이 단단해졌습니다. 런던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이자 리우올림픽 동메달리스트인 '맏형' 김정환(36) 선수는 "이번이 세 번째 극기 훈련 참가"라면서 "1년 만에 다시 태극마크를 단 만큼 정신 무장을 새롭게 하려 한다"며 의지를 다졌습니다.


해병대 제 1사단도 '도쿄 땅에 태극기를' 구호를 앞세운 펜싱 대표팀에 적극 협조했습니다. 일반인에게 개방되는 '해병대 캠프' 기간(여름·겨울 방학 때)이 아닌데도 30명이 넘는 교관과 조교를 배치해 국가대표 선수들의 안전사고 예방에 애썼습니다. 공수기초, 상륙기습, 화생방에 밤샘 행군 등 강도 높은 훈련을 진행하면서도 낙오자가 나오지 않도록 심혈을 기울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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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들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입니다. 남자 사브르 간판 구본길(30) 선수는 "플뢰레, 에페, 사브르가 아닌 펜싱, 한 종목으로 단합심이 생겨서 좋다"고 말했습니다. 펜싱은 세부 종목에 따라 지도자와 경기 일정 등이 달라 선수촌에서도 다 같이 호흡을 맞추는 일이 드뭅니다. 4박 5일 동안 '태극 검객' 48명이 모두 하나가 돼 극한의 상황을 함께 극복하다 보면 국가대표로서 책임감과 유대감이 커진다는 설명입니다. 유격기초훈련 헬기 레펠에 도전한 김지연(31) 선수는 "선수들이 한 목소리로 '할 수 있다'고 응원한 덕분에 용기를 내 뛰어내릴 수 있었다"며 웃었습니다.

● 실효성 의문…커지는 비판


하지만 비판의 목소리도 있습니다. 일부 지도자들은 전국체전이 임박한 데다 선수들의 피로가 누적됐다는 이유로 이번 훈련에 부정적인 뜻을 협회에 전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무엇보다 부상 우려가 큽니다. 한 실업팀 지도자는 "모든 훈련엔 부상 위험이 따른다"면서도 "평소 하지 않는 무리한 동작을 반복하면 부상 가능성은 더 높아진다"고 걱정했습니다. 또 다른 지도자는 "수면 부족도 심각한 문제다"고 지적했습니다. 충분한 수면을 취해야 근육 피로를 풀고 부상 위험을 낮출 수 있는데 극기 훈련 기간엔 그럴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는 "현대 스포츠 과학 연구의 초점은 효과적인 피로 회복을 통한 부상 방지와 경기력 향상에 맞춰져 있다"며 "시대에 맞지 않다"고 안타까워했습니다.


실제로 훈련 이틀째 저녁, 야간 훈련 중 전희숙 선수가 발목을 다쳐 병원으로 후송됐습니다. 발밑이 어두운 상황에서 통나무를 그림자로 잘 못 본 바람에 삐끗한 겁니다. 기존 부상 부위가 더 나빠졌고, 선수는 눈물을 참지 못했습니다. 당장 다음 달 초 전국체전을 앞둔 소속팀 서울시청은 물론 도쿄 올림픽 출전권 확보를 위해 새 시즌 준비에 박차를 가해야 하는 여자 플뢰레 대표팀 모두 비상이 걸렸습니다.


훈련 효과가 크지 않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한 선수는 "펜싱 운동에 필요한 근육과 군사 훈련에서 쓰는 근육이 달라 체력 증진에도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털어놓았습니다. 정신적인 부분에서도 그렇습니다. 해병대 극기 훈련으로 키워지는 '깡'과 올림픽 결승전에 필요한 '깡'이 똑같지 않다는 의견입니다. 게다가 내년 도쿄 올림픽 유력한 금메달 후보로 꼽히는 A선수는 지난 토요일(14일) 교통사고를 당해 허리 등에 물리치료가 시급했지만 이번 훈련에 빠지지 못했습니다. 상황이 악화되지만 않기만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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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도쿄올림픽에선 펜싱에 걸린 금메달 수가 기존 10개에서 2개 더 늘어납니다. 최신원 대한펜싱협회 회장의 전폭적인 지원 속에 11회 연속 아시아 선수권 종합 우승, 2018 세계선수권 종합 2위의 쾌거를 이룬 대표팀은 도쿄에서 '역대 최고 성적'을 목표로 세웠습니다. 세계 최강을 자랑하는 남자 사브르 단체와 개인전, 또 여자 에페 단체 등에서 금메달 3개에 도전합니다. 한일관계가 최악인 데다 전통 효자 종목인 유도와 레슬링 등의 동반 부진으로 펜싱대표팀의 부담이 늘었습니다. 갈 길이 더 멀어진 느낌입니다.


(사진=연합뉴스)

이정찬 기자(jaycee@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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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9.20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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