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경제] 늙어가는 사회, '저축하는 노인들' 손해

[비즈]by SBS
SBS

<앵커>


권애리 기자의 친절한 경제 시작합니다. 권 기자, 오늘(2일)은 특히 우리나라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고령화가 금융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본다고요?


<기자>


최근에 나온 출생 통계로 우리 사회 고령화의 속도가 다시 한 번 확인됐는데요, 고령화는 이런 데까지 영향을 미치나 싶은 곳들, 사실상 모든 경제 분야에 커다란 영향을 미칩니다.


그중에 하나가 금리입니다.


사회가 늙어갈수록 이자도 줄어듭니다.


저축을 열심히 해도 이자가 충분히 붙지 않아서 돈을 모으기가 만성적으로 힘든 사회가 되는 겁니다.


최근 우리 저금리가 기록적인 수준이긴 하지만요. 사실 금리는 장기간에 걸쳐서 꾸준하게 낮아져 왔습니다.


올해 60세가 된 분이라면, 한참 젊은이로서 일하고 돈을 빌리고 모으던 30년 전 정도의 서른 살 때는 은행 이자가 10%가 넘었다, 두 자릿수였다 이런 얘기들 자녀들에게 하실 때 있을 겁니다.


한국은행 경제연구원이 올 들어서 보고서를 하나 냈습니다.


지난 23년 동안 우리나라의 실질금리가 9% 가까이 하락했는데요.


그 하락의 무려 3분의 1, 그러니까 3%P의 금리 하락은 우리 사회의 고령화가 직접적인 원인이었다는 겁니다.


직접적인 원인만 분석했을 때 그렇고, 간접적으로 끼친 영향들까지 보면 고령화가 그동안의 금리 하락에 미친 영향은 더 클 수도 있다고 봤습니다.


[권오익/한국은행 경제연구원 금융통화연구실 : 인구 고령화가 실질금리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 게 3분의 1 정도 되고,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경로들이 또 있기 때문에, 그 경로들을 고려하면 3분의 1보다 더 크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가능성도 있습니다.]


<앵커>


권 기자, 고령화가 어떻게 금리를 낮추는 요인이 되는 건가요?


<기자>


한 마디로 얘기하자면 이자는 저축에 매겨지는 값, 저축의 가격이기 때문입니다.


어떤 물건이 시장에 흔해지면 값이 내려가게 돼있죠. 귀한 물건이어야 값이 올라가고요. 저축을 물건이라고 생각하면 쉽습니다.


고령사회에선 저축이 늘어납니다. 흔해집니다.


은퇴 뒤에도 몇십 년을 살게 될 걸로 누구나 전망하기 때문에, 사람들이 미래를 위해서 소비를 어느 정도 줄이고 저축을 꾸준히 하게 됩니다.


그러니까 우리가 열심히 하는 저축에 대해서 시장이 가격을, 이자를 높게 붙여줄 필요가 줄어듭니다. 워낙 저축이 흔해지니까요.


소비는 부진해지고 저축은 일종의 과잉 상태가 되고, 결국 구조적으로 경기가 부진해지면서 금리는 낮아지는 효과가 고령화와 함께 명백하게, 장기간에 걸쳐서 일어나게 된다는 겁니다.


<앵커>


그렇게 되면 결국 저축만 하는 분들은 노후 준비가 더 힘들어질 수밖에 없겠네요?


<기자>


그렇죠. 모아도 모아도 돈을 모으기 힘든 구조니까요. 그렇다고 저축을 안 할 수도 없고요.


고령사회는 평생 모은 돈을 열심히 지키면서 그 이자로 생계를 잇는 사람들이 많은 사회라는 얘긴데, 그럴수록 받을 수 있는 이자는 줄어드는 겁니다.


[저축은행 고객 : (이자가) 물가 상승하는 만큼도 안 되니까 불안하죠.]


연금, 예금 대표적이요. 은퇴 노인의 생계를 떠받치는 금융상품들이 수익을 내기가 구조적으로 점점 더 힘들어집니다.


보험도 마찬가지입니다. 전보다 보험료를 더 많이 내도, 유사시에 받을 수 있는 보장은 적어집니다.


보험사들이 돈을 굴릴 수 있는 여지가 줄어들고 있기 때문에 전 같은 보장을 내놓을 수 없거든요.


이미 노인이 된 사람들도 걱정이고요. 앞으로 나이가 들어갈 노후 준비를 시작하는 젊은 세대의 미래는 더더욱 불투명해지는 겁니다.


이런 상황에 우리가 어떻게 대응할 수 있느냐, 개인적으로 젊어서는 안정성이 떨어지더라도 주식이나 펀드 같은 고수익성 상품에 투자해서 조금이라도 내 저축의 수익을 미리 올려놓는 게 좋다는 게 투자 전문가들이 개인적으로 해주는 원론적인 권유입니다.


하지만 고령화가 저금리를 재촉하는 이 구조 자체는 개인적인 노력으로 바꿀 수가 없습니다.


이 구조가 심화하는 걸 늦추거나 대응하려는 정책적인 노력이 한시라도 더 빨리 조속하게 시작돼야 할 시점입니다.


사실 고령화가 금융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선 그렇게 관심을 기울여 오지 않은 편인데요.


고령화 대책들, 또 공적보험 제도 같은 정책들을 손질하고 수립할 때, 앞으로는 고령화가 금융에 끼치는 이런 영향도 감안하고 더 계산하는 노력이 필요하겠습니다.

권애리 기자(ailee17@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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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3.16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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