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워치로 갑상선기능항진증 조기 판별 해보세요

[테크]by 서울경제

분당서울대병원 문재훈 교수팀

스마트폰·PC 등 연동 앱 개발

대사 빨라 열·땀·심박수↑ 체중↓

안정시 맥박 분당 11회이상 늘면

초발·재발 고위험군 "병원 가세요"

年24만명 진료···1년이상 약 먹어야

스마트워치로 갑상선기능항진증 조기 판

건강했던 K(47)씨는 예년과 달리 올 여름을 너무 힘겹게 나고 있다. 역대급 찜통 더위가 맹위를 떨친 탓도 있지만 유별나게 더위를 참지 못하고 많은 땀을 흘렸다. 갈증도 자주 느낀다. 가벼운 운동에도 숨이 차고 다리 힘이 빠지는가 하면 최근 4개월 동안 체중이 5㎏이나 빠졌다. 안 되겠다 싶어 병원을 찾았더니 갑상선기능항진증(갑상선중독증)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 2016년 갑상선기능항진증 진료인원은 약 24만명. 항진증은 목의 앞쪽 중간 부분에 자리잡은 나비 모양의 갑상선(갑상샘)에서 분비되는 갑상선 호르몬이 과다분비돼 생긴다. 이 호르몬은 뇌하수체에서 만들어지는 갑상선자극호르몬(TSH)에 의해 일정량이 유지되며 우리 몸의 대사 속도를 일정하게 유지시켜 준다. 호르몬이 혈관을 타고 온몸으로 퍼지면 섭취한 영양소를 에너지로 바꾸고 체온을 일정하게 유지시킨다.


하지만 갑상선에 병이 생기거나 뇌하수체·시상하부에 문제가 생기면 호르몬이 적게 또는 많이 만들어진다. 항진증의 가장 흔한 원인은 갑상선에서 호르몬 합성을 일방적으로 자극하는 물질이 만들어지는 ‘그레이브스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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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상선 호르몬이 과다분비되면 우리가 먹은 음식이 빨리 타서 없어지면서 열이 발생해 몸이 더워지고 땀이 많이 난다. 자율신경이 흥분해서 편안한 상태로 있어도 심장이 빨리 뛰어 가슴이 두근거리고 위장의 운동속도가 빨라져 대변을 자주 보거나 변이 물러진다. 신경이 예민해져 짜증이 늘고 조금만 긴장해도 손발이 떨리는 증세가 나타난다. 여성의 경우 생리가 불규칙해지고 양이 줄어든다. 일반인들은 극심한 더위에 입맛이 떨어지기 쉽지만 갑상선기능항진증 환자는 식욕이 왕성한데도 체중은 준다. 특별히 한 일이 없어도 피로를 느끼고 우울·불안 등 신경심리적 증상이 동반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혈중 칼륨의 농도가 낮으면(저칼륨혈증) 근육마비 증상이 오기도 한다.


이런 증상이 나타나면 내분비내과 전문의를 찾아가 진찰을 받는 게 좋다. 정윤재 중앙대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항갑상선제를 2~3개월 복용하면 갑상선기능한진증 증상이 거의 없어지고 1~2년 복용하면 50~60%가 완치된다”며 “하지만 40~50%는 1~2년 안에, 증상이 호전됐다고 2~3개월만에 임의로 약을 끊으면 대부분 재발한다”고 경고했다. 고경수 인제대 상계백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드물지만 안구가 심하게 돌출되는 갑상선기능항진증 환자들은 흡연이 안구돌출을 더욱 조장하므로 반드시 금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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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상선호르몬의 혈중 농도 검사를 받지 않고도 심박수 측정 기능이 있는 스마트워치와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해 갑상선기능항진증 초발·재발 여부를 선별검사할 수 있는 방법도 개발됐다.


분당서울대병원 내분비내과 문재훈 교수가 개발해 공개한 애플리케이션(https://thyroscope.org)과 스마트워치, 스마트폰·태블릿·PC를 연동해 하는 방식이다. 잠을 자거나 10~15분 이상 거의 움직이지 않고 쉴 때의 심박(맥박) 수를 비교해 평소보다 11회 이상 늘어나면 갑상선기능항진증에 걸리거나 재발했을 수 있으므로 ‘혈액검사와 진료를 받으라’고 권고한다.


스마트워치로 잰 안정시 심박수가 평소 분당 70회에서 81회 이상으로 늘어난 경우가 그 예다. 문 교수와 이지은 전문의 연구팀이 갑상선기능항진증 진단을 처음 받았거나 재발한 환자 30명과 정상인 10명의 과거·현재 안정시 심박수를 비교했더니 이런 경우 갑상선기능항진증 재발 위험이 2.8배 이상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문 교수는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혈액검사로 혈중 갑상선 호르몬 농도를 측정해야 하지만 많은 환자들이 증상이 심해지기 전까지 원인을 알지 못해 진단과 치료가 늦어지고 있다”며 “갑상선기능항진증의 가장 특징적 증상인 심박수 증가를 스마트워치와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해 조기에 파악하면 진단·치료 시기를 앞당길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지은 전문의는 “연구대상 정상인의 수가 적어 추가 연구가 필요하지만 안정시 분당 심박수가 11회 이상 늘어나면 정상인도 갑상선중독증에 걸렸을 위험이 높으므로 진료를 받아보는 게 좋다”고 말했다.


임웅재기자 jaelim@sedaily.com

2018.08.17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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