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의 에어컨' 북극이 녹으면 무슨일이 일어날까

[테크]by 서울경제

스티븐 호킹 "인류, 100년 내 지구 떠나라"

약해진 제트기류···한파·폭염·대기정체 영향

북극증폭 현상으로 지구 온난화 가속화

20년뒤 여름 북극, 얼음 아예 사라질수도

미국 탈퇴 등에 파리협정체결 효과 의문

'지구의 에어컨' 북극이 녹으면 무슨
'지구의 에어컨' 북극이 녹으면 무슨

■ 삼한사미··· 춥지 않으니 미세먼지가 더 극성이잖아? (콜록)


지난 여름의 역대급 폭염 다들 기억하시죠. 에어커튼 역할을 하는 제트기류가 약해진 것이 원인이었는데요, 당시 전문가들은 이번 겨울에도 엄청난 한파가 닥칠 거라 예상했습니다. 약해진 제트기류가 한반도로 올라오는 적도의 열기를 밀어내지 못했다면 한반도로 내려오는 북극의 찬 기온도 막아내지 못할 것이란 분석이었죠.


하지만 예상과는 달랐습니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해 말 열대 태평양 적도 부근 해수면의 온도가 평년보다 1.2℃ 높은 상태가 유지되며 약한 엘니뇨가 발달해 올 겨울 날씨는 평년보다 높을 것이란 분석입니다. 엘니뇨는 한반도에 부는 계절풍을 약화하고 대기 정체를 불러오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때문에 올겨울 날씨는 한파가 일시적으로 찾아오거나, 그렇지 않으면 미세먼지가 찾아오는 ‘삼한사미’ 특징을 보이고 있습니다. 기온 변동 폭이 더 커지며 날씨가 점점 예상에서 벗어나고 있는 거죠.


■ 날씨가 이상해진 원인이 뭐래?


이같은 이상 기후가 발생하는 것은 북극이 고장 난 데서 원인을 찾을 수 있습니다. 물과 얼음으로 이뤄진 북극은 해류와 대기를 순환시켜 지구의 온도를 조절하는 ‘지구의 에어컨’ 역할을 하고 있죠. 문제는 북극이 다른 지역에 비해 2~3배 더 빠르게 데워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를 ‘북극 증폭’ 이라 말합니다. 햇빛을 반사하던 눈과 빙하가 녹아 없어지면 바다가 열기를 그대로 흡수하고, 데워진 바닷물 때문에 더 많은 빙하가 녹는 악순환이 반복되죠. 빙하가 녹으면서 발생한 에너지와 수증기는 기온 상승을 더 가속화 합니다. 수분을 잔뜩 머금은 찬 공기가 남하하면서 폭설과 폭풍도 더 많이 만들어냅니다.




■ 북극이 더 빨리 더워진다고? 그럼 어떻게 되는 건데?


지금 북극은 심각한 변화를 겪고 있습니다. 작년 북극점의 기온은 한때 영상 2도로, 평균보다 무려 30도나 높았죠. 2018년은 북극 바다의 얼음 면적이 1979년 위성관측 이래 사상 최저를 기록한 해가 됐습니다. 영원히 남아있을 것 같던 수만 년 된 ‘최후의 빙하’도 부서져 충격을 줬죠. 이 추세라면 20년쯤 뒤 여름 북극에선 빙하를 아예 보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경고가 나옵니다.


지구의 얼음이 녹으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요. 우선 해수면 상승 문제에 직면합니다. 일부 땅 위의 빙하가 녹으면 바다로 물이 유입되는데다가 물이 따뜻해지면서 부피가 팽창하기 때문입니다. 전문가들은 오는 2100년쯤에는 해수면이 6.5cm에서 최대 3m가량 상승할 수 있다고 예측했습니다. 해수면이 1m만 상승해도 뉴욕, 런던, 베니스, 시드니, 상하이, 도쿄 등 주요 도시들이 침수 위기를 맞고, 한국 역시 여의도 300배에 달하는 면적이 침수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몰디브, 투발루, 키리바시 등과 같은 섬나라들은 이미 수몰 위기에 처해있습니다. 1만 명이 살고 있는 투발루는 국토 상당 부분이 물에 잠겨 50년 안에 지도에서 사라지게 됩니다. 10만 명이 사는 33개의 섬나라 키리바시 역시 지난 1999년 2개의 섬은 이미 물에 잠겼습니다. 유엔 환경안전연구소는 기후변화에 따른 자연재해로 최대 10억 명의 난민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대규모 난민 증가는 심각한 사회적 갈등과 정치적 혼란, 식량 문제 등을 불러올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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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먼 미래 얘긴 줄 알았는데···지금 무슨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거야?


빙하가 녹으면 해류 순환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적도 부근의 따뜻한 물은 해류를 통해 북반부로 이동하고 또다시 적도로 내려오는데, 이를 통해 북반구는 더 차가워지지 않게, 적도는 더 뜨거워지지 않게 작용해왔습니다. 해류 순환은 바닷물 속 염분의 밀도 차이를 통해 가능했는데요, 빙하는 염분이 없는 담수로 이뤄져 있습니다. 녹은 얼음물이 바닷물과 섞일수록 결국 해류의 순환을 느리게 해 문제가 커지는 거죠. 실제로 지구온난화 영향 때문에 20세기 중반 이후 대서양 해류순환 속도가 15% 정도 느려졌다고 합니다. 느려진 해류는 바닷물의 온도에 영향을 줘 해수 온도가 높아지는 엘니뇨나 해수 온도가 낮아지는 라니냐 발생에 영향을 줘 슈퍼 태풍이나 폭염, 한파를 더 많이 발생시킬 수 있습니다.


게다가 얼음이 녹으면 빙하 속에 잠들어있던 각종 바이러스들도 나타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지난 2016년에는 러시아 서시베리아 지역의 영구동토층이 녹으면서 3만 년 전 잠들어있던 탄저균이 깨어나 인근 순록 2,300여 마리가 떼죽음을 당한 적이 있습니다. 또한 녹아내린 빙하는 지각 구조의 변화를 일으켜 지진이나 화산폭발 가능성도 높인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이처럼 지구 온난화는 다양한 방식으로 인간과 생태계를 위협합니다. 우리는 이 위기에 얼마나 잘 대처해왔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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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극이 녹는 동안 우린 뭘 하고 있었지?


지난 1992년 브라질에서 채택된 기후변화에 관한 유엔기본협약이 시작이었습니다. 우리나라도 1993년 12월 가입해 적용받고 있죠. 현재까지 총 197개국이 가입돼 있습니다. 이에 따른 구체적 실천 방안으로 1997년 교토의정서와 이를 대체하는 2015년 파리기후협약이 채택되어 있죠. 파리기후협약은 오는 2100년까지 지구의 평균기온 상승 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2℃ 이하로 제한하고 더 나아가 1.5℃ 이내로 억제하기 위해 실질적인 규제 및 의무이행 방안을 마련해놓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유럽은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95%까지 감축하겠다는 장기 목표를 설정했고, 독일, 덴마크 등은 전세계 국가 중에서도 빠른 속도로 재생에너지를 확대 보급하고 있습니다. 세계 12위의 온실가스 배출국인 한국도 2030년까지 전망치 대비 37%의 온실가스 감축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파리협정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아직 갈 길이 멉니다. 세계 최대 탄소배출국인 중국의 노력이 미미하고, 배출량 2위 국가인 미국은 파리협약을 아예 탈퇴해버렸기 때문입니다. 다른 나라들의 추가 탈퇴도 우려됩니다. 또한 폴란드같이 석탄 의존도가 높은 나라들도 엄격한 규제 도입에 애먹고 있습니다. 게다가 각국이 제시한 자발적 기여 방법을 모두 적용해 봐도 세계 기온 상승을 막기는커녕 오는 2100년 최대 2.7℃까지 상승하는 것으로 분석된 바 있습니다. 이는 아주 심각한 전망입니다. 많은 변화가 있었던 지난 133년간 지구 기온은 고작 0.85℃밖에 상승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 더 노력하지 않으면 지구를 떠나야 한다고?


2018년 타계한 영국의 천재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박사는 인류에게 한 가지 예언을 남기고 눈을 감았습니다. “인류가 멸망하지 않으려면, 100년 안에 지구를 떠날 준비를 해야 한다”고요. 호킹 박사는 BBC와의 생전 인터뷰에서 “지구 온난화가 돌이킬 수 없는 ‘티핑 포인트(99℃에서는 잔잔하다가 1℃를 더하면 물이 끓어오르는 것처럼 극적인 변화의 때)’에 도달하고 있다”고 경고한 바 있습니다.


희망적인 것은 사람들의 인식이 그 어느 때보다도 친환경 소비에 맞닿아 있다는 점입니다. 비닐봉지나 일회용 컵보다 가방과 텀블러를 쓰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고 기업들도 종이 빨대, 재활용 컵 등 친환경 캠페인을 속속 도입하고 있습니다. 산업에서도 전기차와 수소차 등 친환경 기술을 적극 도입해 새로운 도약을 꿈꾸고 있죠.


티핑 포인트가 언제인지는 아무도 알 수 없지만, 지금 그 어느 때보다도 가까이 와 있음은 변함없는 사실입니다.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작은 일부터 하나씩 차근차근 실천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강신우기자 see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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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1.21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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