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깎아줘야 산다"... 1,600원 택배·300원대 라면도 등장

[비즈]by 서울경제

"초저가시장에 기회" 정용진표 국민가격이 불씨

대형마트·택배·이커머스시장까지 전방위 확산

치킨게임 속 "일단 살아남아야" 위기의식 반영

"깎아줘야 산다"... 1,600원

‘단돈 100원이라도 가격을 낮춰라. 그러면 고객이 지갑을 열리라.’

경기불황으로 소비자들의 주머니 사정이 얄팍해지면서 유통가의 치열한 ‘100원 전쟁’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가격경쟁력을 앞세운 유통 업계의 경쟁은 비단 어제오늘만의 얘기는 아니다. 지난 2010년대 초반 대형마트를 중심으로 990원짜리 제품을 대거 내놓으며 이미 한 차례 ‘10원 전쟁’을 치른 바 있다. 당시 대형마트들은 매일같이 경쟁사의 가격동향 보고를 토대로 단 10원이라도 낮은 가격의 제품을 선보이며 소비자들의 발길을 끌었다.

10원 전쟁 그 후 다시 찾아온 100원 전쟁, 그 이유

그로부터 10년가량이 흐른 지금, 경기불황의 그림자가 걷힐 기미가 없자 유통 업체들은 저마다 가격할인 카드를 다시 꺼내 들고 있다. 이른바 ‘100원 전쟁’으로 재현된 유통 업계의 가격경쟁 움직임은 10년 전의 ‘10원 전쟁’과는 다소 결이 다르다. 2010년대 초반 10원 전쟁이 대형마트 위주의 유통 업체에만 국한됐다면 오늘날 100원 전쟁은 건강음료·라면·택배 등 품목과 분야를 가리지 않고 전방위적으로 펼쳐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제 100원 전쟁이 어느 카테고리까지 확대될지가 관심사다. 물론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경기불황으로 소비자의 주머니가 얇아졌다는 점이 공통된 배경이다. 다만 현재는 온라인 쇼핑의 홍수 속에서 고객의 눈을 사로잡기 위해서는 가격을 파괴하는 수준까지 내려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처절함이 더해졌다.


실제로 백화점은 고가의 명품으로 매출은 유지하고 있지만 내방 고객이 떨어지는 것을 걱정하고 있다. 대형마트도 수익성에 빨간불이 들어온 지 오래다. e커머스 3사 역시 적자의 치킨게임을 이어가고 있다. 유통 업계의 한 관계자는 “모든 업종이 100원 할인을 내세우면서까지 버티고 있는 것은 결국 최후의 승자가 10조원 규모의 유통 시장을 독식할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라며 “경기불황에 온라인 쇼핑과 배송 경쟁 등 갈수록 영업환경도 악화하는 만큼 소비자들에게 가장 민감한 가격을 내세워서라도 일단 살아남아야 한다는 위기의식이 반영된 결과”라고 말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올해 초 “초저가 시장에서 기회를 찾아야 한다”며 유통 업계의 100원 전쟁에 가장 먼저 불씨를 댕겼다.

전 업종으로 번지는 파격 할인

GS25는 1만3,000개가 넘는 점포를 무기로 기존의 택배 서비스에 비해 최대 75%가량 저렴한 1,000원대 택배를 들고 나왔다. 배달 기간은 최대 4일로 기존(2일)보다 길지만 지갑 사정이 여의치 않은 소비자들을 중심으로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국민 먹거리인 라면도 가격파괴 행렬에 동참했다. 편의점 이마트24는 지난달 한 개에 390원짜리 ‘민생라면’을 선보였다. 농심도 1990년 단종된 ‘해피라면’을 700원에 다시 내놓았다. 이는 11년간 가격을 동결 중인 오뚜기 진라면(750원)보다도 저렴한 가격이다. 오리온은 ‘치킨팝’을 재출시하면서 편의점 기준 1,000원(65g)에 내놓았다. 보통 편의점에서 팔리는 과자 대부분이 1,500원대인 것과 비교하면 훨씬 저렴한 셈이다.


대형마트의 가격경쟁은 더욱 눈물겹다. 롯데마트는 지난달 9,900원짜리 노니주스를 내놓았다. 시중에서 1ℓ 기준 2만~3만원에 판매되는 것과 비교하면 그야말로 파격적인 가격이다. 지난달 14일 이후 지금까지 총 4만1,000개가 팔려나갈 정도로 고객 반응도 뜨겁다. 비교적 매출변동이 크지 않은 건강음료 시장에서 ‘반값 노니주스’의 판매량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롯데마트의 한 관계자는 “노니주스 단품 매출이 롯데마트의 150여개 과채음료 매출의 34%를 차지한다”고 설명했다.


e커머스 업계도 배송과 더불어 가격을 최대 무기로 삼고 있다. 쿠팡이 배송을 들고 나왔다면 위메프는 가격이다. 위메프는 지난해 11월 블랙프라이데이 이벤트를 시작으로 하루도 빠지지 않고 할인행사를 펼치고 있다. 반값특가·랭킹특가·00데이 등 특가 마케팅이 입소문을 타면서 위메프의 지난해 4·4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3%나 급증했다.

 

김보리기자 boris@sedaily.com

2019.03.16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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