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클로 매출 17%↓..."역효과 날라" 日제품 TV PPL도 취소

[이슈]by 서울경제

日기업도 경제전쟁 피해 가시화


불매운동으로 매출 급감 현실화...日맥주 판매까지 줄어

양국 상호보복 조짐도...업종·품목 안가리고 갈등 우려

"日정부 이렇게 강경할지는 예상 못해" 日기업들도 허탈

서울경제

5일 오전11시30분 서울 시내 일본 의류 업체 매장. 친구와 함께 매장을 찾은 윤모씨는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에 대해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야비한 행동을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윤씨는 “그동안 일본 여행을 많이 다녔는데 이제 가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오늘은 급하게 속바지를 사야 해서 유니클로에 들렀지만 앞으로는 되도록 일본산 제품을 사지 않을 생각”이라고 잘라 말했다.


일본이 반도체 등 전자산업 공정에 쓰이는 3개 품목에 대해 수출규제를 강화하겠다고 밝힌 후 양국 산업계에서는 업종과 품목을 가리지 않고 전방위적인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기업 간 예정된 계약이나 행사가 취소되는 것은 물론 소비재 분야에서는 불매운동으로 인한 매출 급감이 현실화했다. 양국 당국도 통관 지연 등 ‘보이지 않는’ 상호 보복에 돌입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일본과 거래하는 중소기업의 김대환(가명) 대표는 “산업재를 대상으로 한 보복이 소비재 분야로 옮겨붙는 것은 이미 예상했던 일”이라며 “업체 혹은 업계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전혀 없는 만큼 어떻게든 빠른 시간 안에 양국 갈등이 진화되기만을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부작용 생길까 프로모션 취소”

한일 기업들이 상대국 기업과 약속했던 프로모션이나 계약, 프로덕트플레이스먼트(PPL) 등 마케팅을 취소하는 일이 벌써부터 현실화했다. 한국에 진출한 한 일본 기업 관계자는 “TV에 PPL을 하려고 했는데 오히려 부작용이 생길 것 같아 취소하려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일본 기업 대표는 “아직은 한국 네티즌의 불매 리스트에 오르지는 않았지만 일본 본사가 리스크를 직접 관리하기 시작했다”면서 “일본에서 매일의 상황 변화를 공유하라는 오더가 왔다”고 조심스럽게 분위기를 전했다. 국내에서 소비재를 판매하는 일본 기업 S사 관계자도 “최대한 일본 브랜드라는 사실을 드러내지 않으려 노력한다”며 “불매운동이 어떤 방향으로 진행될지는 예측하기 힘들기 때문에 관련 문의가 오면 글로벌 브랜드라는 점을 강조하며 대응해가고 있다”고 말했다.


재일교포 출신으로 한국에서 식품 사업을 펼치고 있는 권미선(가명) 대표는 “일본 정부가 민간 차원의 교류까지 막아설 정도로 강경하게 나올지는 예상도 하지 못했다”면서도 “몇 달 전부터 수출규제 언급을 해왔던 터라 한국 정부는 물론 기업들이 준비가 부족한 것은 아니었나 싶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韓 유니클로 매출 17% 감소

실제 매출도 감소하고 있다. 이날 패션 업계에 따르면 지난 1일부터 4일까지 A백화점에 입점한 유니클로 전 매장의 매출은 지난해 7월2~5일의 매출에 비해 17% 감소했다. 여름을 맞아 실시하는 대규모 세일은 지난달 28일부터 시작해 지난해 세일 시작일인 7월6일보다 일렀지만 매출은 오히려 줄어든 것이다. 패션 업계 관계자는 “매출 감소가 일본 브랜드에 대한 보이콧 때문인지는 알 수 없지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시민들이 일본 브랜드 리스트를 공유하면서 불매운동을 촉구하고 있어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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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산 맥주 가운데 부동의 1위를 고수했던 일본 맥주 역시 소폭이지만 매출이 감소세로 돌아섰다. CU가 최근 이틀 사이 맥주 매출을 분석한 결과 성수기를 맞아 전체 맥주 매출이 1% 늘어난 반면 일본 맥주는 1% 감소했다. 세븐일레븐은 3~4일 사이에 맥주 전체 매출이 2.5% 늘어난 반면 일본 맥주는 0.9% 증가에 그쳤다고 밝혔다.

“경제는 실리 위주로 봐야”

이번 한일 경제갈등으로 가장 노심초사하는 분야는 중소제조업계다. 우리 중소제조업체들은 일본과의 거래가 많은 편이다. 특히 소재나 기술 등을 일본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아 중소기업중앙회도 이날 긴급 피해 파악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기업들이 자국 여론에 밀려 한국 기업과의 거래를 꺼리고 일본 당국이 한국에 대한 수출이나 기술교류 등을 보이지 않게 가로막을 경우 ‘절대적 약자’인 한국 중소기업이 손해를 보게 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4일부터 3대 핵심소재 품목에 대해 일본 당국이 수출허가를 내주지 않고 일본에서 수입하던 해당 품목들이 국내에 들어오지 못하기 시작했다. 또한 앞으로 일본 당국이 3대 품목이 아닌 다른 분야에서 교묘하게 수출을 제한하는 동시에 한국 제품 수입을 방해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검역 강화 등 비(非)관세적 방법을 통해 얼마든지 거래를 제한할 수 있는 게 무역과 통관의 세계이기 때문이다.


일본과 40년간 거래했다는 대구의 중소기업 회장은 “이번 사안은 일본 측의 책임이 크지만 경제는 실리를 위주로 따지는 게 옳지 않느냐”면서 “우리 국민의 감정이 몹시 불편하겠지만 조금 크게 봐달라”고 호소했다. 이 기업인은 “지금까지 한일 관계에 위기가 항상 있었지만 정치적 갈등 때문에 개별 기업이 피해를 본 경우는 거의 없었다”면서 “그러나 이번에는 산업계 전반에 어려움이 확산될 것으로 우려되는 만큼 양국 정부가 대승적 차원의 결단을 내렸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또 다른 일본 거래 기업인은 “중소기업계는 막다른 골목에 다다랐다고 할 정도로 위기인데 왜 이런 일까지 생겼는지 모르겠다”면서 “양보할 것은 해야 하는데 한국이 위기를 자초한 게 아닌가 싶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제현정 무역협회 통상지원단장은 “이번 일이 일본 정부의 조치이고 기본적으로 양국 관계에서 비롯된 것이어서 기업이 나서 해결할 수 있는 범위는 상당히 제한적”이라면서 “앞으로 어떻게 될지 예측하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고 그때그때 변하는 상황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에 집중해야 조기에 사태를 진화할 수 있다”고 짚었다.


맹준호·이수민·박성규·허세민기자 next@sedaily.com

2019.07.08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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