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세라티 르반떼 트로페오, 살짝 밟으니···야수가 깨어났다

[테크]by 서울경제

육중한 덩치에도 몸놀림 가벼워

주행모드따라 서스펜션 조절가능

코너링선 순발력·날렵함 뽐내고

젖은 도로에서도 노면 꽉 잡아

인포테이먼트 시스템은 옥의티

수그러든 엔진 소리도 아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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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로페오, 그거 조심해서 운전해야 합니다. 액셀레이터를 밟는 순간 순식간에 달려나갑니다. 정신 꼭 붙들어 매고 타세요.”


마세라티의 슈퍼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르반떼 트로페오를 시승한다는 얘기에 한 지인이 잔뜩 겁을 줬다. 초보 운전 시절 급정지한 차의 후미를 들이받는 사고를 내본 적은 있지만 그래도 이후 10년 이상 사고 없이 차를 몰아오면서 ‘안전운전’과 ‘방어운전’을 실천해 온 기자의 자부심을 긁는 소리에 “걱정 말라”며 애써 무시했다. 하지만 실제 운전해 본 트로페오는 소문 이상이었다.


차 길이는 5m를 넘고 휠베이스는 3m가 넘어가는데다 무게만 2.3톤에 달하는 육중함을 자랑하는 이 SUV는 가속패들을 밟자 놀라울 정도로 가벼운 몸놀림을 보였다. 마세라티가 공개한 제로백(시속 100㎞까지 도달 시간)은 3.9초. 이 수치를 증명이라도 하듯 순식간에 속도가 붙었다. 앞서 가던 차들이 순식간에 뒤에 쳐지는 모습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액셀레이터에서 발을 떼고 말았다. 가격만 2억원이 넘는 차. ‘오늘은 긴장 좀 하고 타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었다.


아침부터 내리쬐는 뜨거운 햇볕이 여름이 시작됨을 알리는 6월 중순의 첫 시승은 마세라티의 ‘슈퍼’ SUV 르반떼 트로페오다. 드라이브 코스는 서울 마포 상암 월드컵공원을 출발해 강변북로와 자유로를 거쳐 임진각 인근의 당동IC로 가는 쭉 뻗은 도시고속화도로와 경기도 파주 북부 지역의 아기자기한 국도를 거쳐서 다시 월드컵공원으로 복귀하는 약 130㎞의 코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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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로페오의 주행 성능을 제대로 확인하기는 부족하지만 어느 정도 속도를 즐길 수 있는데다 구불구불한 도로에서의 코너링과 승차감도 제대로 느낄 수 있도록 코스를 짰다. 운전을 하면서 초여름 자연의 싱그러움을 한껏 누릴 수 있는 사치는 덤이다.


강변북로에서 자유로로 접어들면서 운행 차량이 확 줄어들자 본격적으로 속도를 내보기로 했다. 트로페오를 운전하면서 시속 60~70㎞로 운전하는 것은 사실 차에게 미안한 일이라고 주억거리며 주행 모드를 코르사(Corsa) 모드로 바꿨다. 트로페오에만 허락된 코르사 주행 모드를 켜자마자 서스펜션이 낮게 깔리면서 엔진 소리부터 달라지기 시작했다. 만화영화에 나오는 장면처럼 운전자의 혼이 잠시 뒤처졌다 다시 몸과 하나가 되는 듯한 느낌마저 들었다. 액셀레이터를 밟으면 엔진회전수는 ‘그럴 필요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맹렬하게 돌아간다. 계기판에 빨간색으로 표시된 영역인 7,000rpm까지 순식간에 끌어올리면서 변속도 순식간에 진행된다. 변속 과정도 걸림이 없이 부드럽고 자연스럽다. 고속으로 차가 달리자 트로페오의 모든 동력은 자동으로 뒷바퀴에 집중됐다. 마세라티의 설명으로는 트로페오에는 브랜드 역사상 최초로 지능형 Q4 사륜구동 시스템을 접목했다. 지능형 사륜구동 시스템은 정상주행 시에는 구동 토크를 모두 뒷바퀴에 전달하지만 급코너링, 급가속, 날씨와 도로 상황에 따라 단 15분의 1초 만에 전륜과 후륜의 동력 배분을 50대50까지로 전환할 수 있다.


50㎞ 정도의 고속화도로 구간이 끝나고 당동IC를 통해 국도로 접어들었다. 평일 파주 북부의 국도는 한산하다. 그렇다고 이곳에서 속도를 내면 안 된다. 주행 모드를 노멀 모드로 바꿨다. 서스펜션이 쑥 올라왔다. 트로페오는 운전자의 의도에 따라 서스펜션의 높낮이 조절이 가능하도록 했다. 운전자는 센터 콘솔에서 주행 모드를 선택해 차량 높이를 변경할 수 있으며 최저부터 최고 높이까지 차이는 75㎜로 운전석에서도 높이 변화를 육안으로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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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불구불한 지방도로에서도 트로페오의 장점은 어김없이 나타났다. 엄청난 중량과 크기를 가진 SUV지만 코너링에서는 엄청난 순발력과 날렵함을 보여줬다. 코르사 모드에서는 스티어링 휠이 약간 무거워지지만 노멀 모드에서 코너링은 ‘어떻게 이렇게 부드럽게 움직일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생길 정도로 조작이 쉽다. 광탄면을 지날 때쯤 한낮의 무더위를 식혀주는 소나기가 쏟아졌다. 젖은 도로에서도 트로페오는 운전자의 의도대로 움직였으며 그 흔한 언더스티어나 오버스티어도 느낄 수 없을 정도로 노면을 꽉 잡은 채 움직였다. 르반떼 GTS부터 채택한 통합 자체 컨트롤을 채택한 때문이라는데 적어도 그 효과는 증명한 듯 싶었다.


르반떼 트로페오는 기존 마세라티 라인업의 장점을 극대화하고 단점은 최소화했다. 대개 슈퍼카로 불리는 차량이 엄청난 주행 성능을 가졌으면서도 실생활에서 사용하기가 다소 부담스러웠다면 트로페오는 출·퇴근용으로도 적합할 정도로 균형을 갖춘 차다. 굳이 단점을 찾자면 먼저 르반떼와 르반떼 GTS의 거의 차이가 없는 외관이다. 또 고급스러운 인테리어를 살짝 갉아먹는 인포테인먼트 시스템도 단점으로 꼽을 수 있겠다. 아울러 내부에서 들리는 마세라티 특유의 ‘으르렁’하는 엔진 소리가 많이 수그러들었다는 느낌도 들었다. ‘마세라티 하면 엔진 소리인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는 불만요소가 될 수 있다. 2,500자 정도의 짧은 글로 트로페오를 모두 설명하기는 어렵다. 기회가 된다면 많은 사람이 직접 타보면 가장 좋을 듯싶다. 하지만 그런 의미에서 이 차의 최대 단점은 사람들이 쉽게 경험할 수 없도록 하는 2억2,700만원의 높은 가격이 아닐까 한다.


박성호기자 junpark@sedaily.com

2019.07.09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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