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서 어떻게 될지 몰라”···‘34조’ 중국 女 최고부자도 은밀히 유럽국적 취득

[이슈]by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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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 부자 500여명이 은밀히 동지중해 섬나라 키프로스로 국적을 바꾼 사실이 드러났다. 여기에는 중국 여성 가운데 최고 부자도 포함됐다. 중국 부자들이 중국 내에서 자신의 재산을 유지하는 것이 어렵다고 판단해 ‘해외도피’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중국은 이중 국적을 허용하지 않는다.


26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 부동산기업 비구이위안(碧桂園·영어명 컨트리 가든)의 대주주로 재벌2세인 양후이옌(39)이 지난 2018년 10월 23일 키프로스의 시민권을 얻은 사실이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양후이옌은 경제전문지 포브스의 실시간 부호 집계에서 26일 현재 재산 283억달러(약 34조원)로 전세계 41위(여성 순위에서는 6위)이고 중국에서는 최대 여성 갑부(남녀 전체로서는 8위)다. 아시아 최대 여성갑부이기도 하다. 그는 비구이위안 창업자 양궈창의 딸로, 부친의 재산을 상속받아 중국 최고 여성 부자가 됐다. 중국 최대 갑부인 마화텅 텐센트 회장의 재산이 609억달러이니 양의 재산은 그 절반 정도 되는 셈이다.


부친 양궈창은 중국의 통일전선조직인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의 위원직도 겸하고 있다. 정협은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와 함께 ‘양회’를 구성하는 핵심 기구다. 중국 정치의 중추세력인 정협 위원의 딸이 한편으로는 국외도피 의혹을 받게 된 셈이다.


SCMP에 따르면 이 같은 사실은 아랍권 방송 알자지라의 탐사보도로 알려졌다. 알자지라는 중국인 500여명을 포함해 2017~2019년 키프로스 시민권을 얻은 2,500명의 명단을 확보했다고 보도했다. 명단에 따르면 중국인이 러시아인(약 1,000명)에 이어 두번째로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키프로스는 투자이민을 통해 시민권을 발급하고 있다. 최소 215만 유로(약 30억원)를 투자해야 한다. 유럽연합(EU) 회원국인 키프로스의 시민권을 얻으면 EU 27개국을 여권 없이 자유롭게 오갈 수 있고 미국 등 다른 나라 여행에도 유리한 데 정작 키프로스에 거주할 필요는 없다는 ‘장점’이 있어 해외 갑부들을 끌어당기고 있다고 SCMP는 전했다.


알자지라는 키프로스 시민권을 얻은 중국인 500여명 중 8명의 이름을 공개했으며, SCMP는 그중 양후이옌을 포함한 5명의 신상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5명은 루원빈 쓰촨트로이정보기술 회장(청두 전인대 대표) 등 모두 정치·경제적 활동으로 중국에서 이름이 알려진 이들이다. 알자지라는 또한 이름은 공개하지 않은 채 ‘전기차 제조사 회장’ 같은 직책을 가진 중국인 11명도 키프로스로 ‘투자 이민’을 했다고 공개했다.


SCMP는 “외국 여권이 있다는 것은 해외로 돈을 반출할 수 있다는 것이며 유사시 도피할 수 있다는 것”이라면서도 중국에서는 외국 여권이 있다고 항상 보호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베이징=최수문특파원 chsm@sedaily.com

2020.08.27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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