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단백 '바다의 쇠고기' 입안서 살살 뱃살 최고!

[푸드]by 세계일보

알고 먹으면 더 맛있는 참치


다랑어는 붉은 기·새치는 우윳빛깔 살색 띄어

부위별로 맛·식감 다양… 등살, 고소하고 담백


김 싸먹는 것보다 해초·초생강과 먹으면 좋아

냉동참치는 사케 등 차가운 곡주와 어울려


“암, 참치만큼 재밌는 생선이 또 없죠.” 참치는 여러모로 흥미롭다. 일단 대중적이면서도 고급스럽다는 점에서 그렇다. 1000원짜리 한 장이면 살 수 있는 통조림 참치가 있는가 하면 몸값만 30억원이 훌쩍 넘는 참치도 존재한다. 그래서 “세상에서 가장 비싼 생선도, 가장 싼 생선도 참치”라는 말이 나온다. 흔히 부르는 ‘참치’란 이름도 재미난 구석이 있다. 여태껏 그 출처가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해방 직후 해무청(지금의 해양수산부) 공무원의 실수에서 비롯된 것이란 설이 유력하나 확인된 사실은 아니다. 아무튼 다랑어와 새치가 뭉뚱그려져 ‘참치’라 불린다.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에 나오는 거대 새치가 우리한테는 참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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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참치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20년 넘게 참치를 다룬 이천(사진) 마구로젠 오너셰프를 지난 13일 만나 가까우면서도 멀게 느껴지는 참치와 관련한 이모저모, 맛있게 먹는 법 등을 들어봤다. 잘 알려지지 않았던 사실이 의외로 적지 않았다.

아는 만큼 보이는 참치의 ‘맛’

‘음식은 맛만 있으면 그만’이라지만 참치만큼은 예외라 할 수 있다. 종이나 부위별로 맛과 식감, 풍미의 스펙트럼이 다양해 ‘알고 먹는 재미’가 남다르기 때문이다. 적어도 다랑어와 새치 정도는 구분할 수 있으면 좋다. 우선 횟집이나 참치 전문점에서 접할 수 있는 붉은기 도는 참치가 바로 ‘다랑어’다. 그중 참다랑어(혼마구로)가 모든 참치 중 으뜸이다. 서식지에 따라 북방·남방참다랑어로 나뉘며 북방참다랑어가 값이 더 나간다. 그외엔 눈다랑어 정도가 횟감으로 쓰이고 날개다랑어나 가다랑어 등은 선도가 떨어지는 탓에 통조림용으로 많이 쓰인다.


이 셰프는 “일본 혼슈 최북단 오마(大間)지역에서 잡히는 혼마구로가 세계 최고이며, 모든 미식가들이 맛보고 싶어한다”며 “큰 것은 한 마리에 수천만원은 족히 나간다”고 귀띔했다. 이 ‘오마산 혼마구로’는 허영만의 ‘식객’에 소개된 적도 있다.


또 다른 참치인 ‘새치’ 역시 종류가 다양하지만 횟감으로는 주로 황새치와 청새치만 쓰인다. 뾰족한 주둥이가 특징인 새치는 사실 농어목 ‘돛새치과’여서 ‘고등어과’인 다랑어와는 종 자체가 다르다. 맛이 다를 수밖에 없는 셈이다. 우유빛깔 살색과 고소한 맛이 특징이다. 황새치뱃살(메카도로)은 눈다랑어뱃살보다 값이 더 나갈 정도로 맛이 뛰어나다. 청새치의 경우 ‘무한리필용’이나 저가의 횟감으로 많이 쓰이며 그외 새치류는 튀김용 정도로 쓰일 뿐 횟감으론 잘 쓰이지 않는다.


쉬우면서도 어려운, 이런 구분을 하는 데서부터 참치의 ‘묘미’가 시작된다는 게 이 셰프의 말이다. “다랑어와 새치는 식감이나 맛 차이가 크지만 우리나라에선 ‘참치’로 싸잡아 불리기 때문에 이런 차이를 잘 모르는 사람이 굉장히 많아요. 하나둘 알아가는 것도 재미죠.”

“생참치·오도로가 최고는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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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치를 즐기려면 우선 ‘생참치’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을 털어내는 편이 좋다. 물론 무게가 수백㎏이 나가는 생참치라면 더할 나위 없이 맛이 있겠지만, 국내에서 유통되는 생참치는 그러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또 생참치라고 해서 활어인 것은 아니며 내장을 제거했으나 꽝꽝 얼리진 않은 일종의 선어를 가리킨다.


이 셰프는 “100㎏도 안 되는 작은 생참치보다 잘 해동된 수백㎏짜리 냉동참치가 훨씬 맛있다”며 “저 역시 생참치를 다룬 적이 있지만 무조건 생참치가 맛있다는 것은 편견”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참치는 어떤 부위가 가장 맛있을까. 대개 오도로, 즉 대뱃살이나 주도로(중뱃살)를 첫손에 꼽는다. ‘도로’는 흔히 ‘뱃살’로 번역되지만 ‘돈도로(돼지 항정살)’처럼 일본에서는 ‘지방이 많은 부위’를 통칭한다. 오도로는 내장이 몰린 아랫배쪽에 자리하고 있으며, 등에서 배쪽, 꼬리에서 아가미쪽으로 갈수록 소고기처럼 마블링이 선명해지고 기름진 맛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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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꼽 모양을 닮은 스나즈리(배꼽살)나 ‘가마도로’를 최고로 치는 사람도 많다. 가마도로는 참치 아가미 뒤쪽 낫(일본어로 ‘가마’)모양 살을 일컫는 것으로, 전체 부위 중 가장 기름지다. 우리나라에서는 특히 머리 쪽 특수부위, 눈살, 볼살, 입천장살, 두육살 등도 인기다. 다만 오도로나 가마도로처럼 ‘기름진 게 최고’라는 데에는 이견이 있을 수 있다. 참치 애호가일수록 적당히 분포된 지방에서 오는 균형감을 높게 치기 때문이다.


이 셰프는 “우리나라에서야 오도로가 가장 인기이지만 일본에서는 주도로쪽을 선호하는 사람이 많다”며 “가마도로 같은 경우도 우리처럼 이렇게 많이 먹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붉은 살이란 뜻의 ‘아카미’는 주로 참치의 몸 안과 등쪽에 분포돼 있으며, 도로와 달리 지방이 거의 없어 담백한 맛이 특징이다. ‘선수’들은 참치 전문점에 갈 때면 이 아카미를 가장 눈여겨본다고 한다. “아카미에서 나는 잡내 여부와 쫄깃한 식감만 봐도 그 가게의 해동 실력을 대번에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아카미와 새도로(등지살), 주도로로 세밀하게 나누기도 하지만 구분이 말처럼 쉬운 것은 아니다. 참치 어종과 어체의 크기, 써는 법 등에 따라 구분선이 달라질 수 있다. 큰 틀에서 오도로와 아카미가 있고 그 사이 어디쯤 주도로와 새도로가 있으며, 보는 이에 따라 조금씩 다르게 구분한다고 생각하면 얼추 맞는다.

“김·참기름 없이 먹어보세요”

참치를 먹을 때면 아무래도 김과 기름장에 손이 가기 마련이다. 이 셰프는 그러지 말라고 조언했다.


“참치가 귀했던 시절 저가의 냉동 새치를 먹을 때 만들어진 습관 같은 것이에요. 이가 시리니까 김을, 기름진 맛이 부족하니 기름장을 찾게 된 거죠. 그보다는 염분이 적은 해초류나 명이나물, 초생강이랑 함께 먹는 것이 훨씬 맛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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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서상배 선임기자

유튜브를 보면 최근 냉동참치를 온라인으로 주문해 즐기는 ‘혼술족’ 영상이 적잖이 올라오고 있다. 잘만 해동하면 웬만한 전문점 못지않게 맛있다고 한다. 이 경우엔 평소 손을 씻는 정도의 미지근한 물에 바닷물이 떠오를 정도로 소금을 붓고, 잘 씻은 뒤 헝겊으로 싸서 냉장고에 4∼5시간 정도 놔뒀다가 먹으면 맛이 가장 좋다고 한다. 여기에 잘 어울리는 술까지 곁들여진다면 그야말로 금상첨화다.


“‘참치는 따뜻한 술이랑 안 맞는다’만 기억하세요. 비린내가 올라올 수 있거든요. 도수 높은 화주도 마찬가지입니다. 사케와 같은 곡주를 차갑게 해서 곁들이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요즘 나온 ‘튜나와인’도 한번 시도해 보시길 바랍니다. 참치를 더 맛있게 즐기실 수 있을 겁니다.”


이창수 기자 winterock@segye.com

2020.03.23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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