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대통령 답장이 ‘친필 아니라 타이핑’이라고 분통 터뜨린 유족

[이슈]by 세계일보

국민의힘 “타이핑 된 편지는 친필 사인도 없는 무미건조한 형식과 의례 그 이상도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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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사진) 대통령이 서해에서 북한군에 피격당해 사망한 해양수산부 소속 공무원 이모(47)씨의 고등학생 아들에게 보낸 ‘답신’에 유족이 실망했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에 야당인 국민의힘도 문 대통령을 맹비난했다.


앞서 이씨의 아들 이모군은 지난 6일 문 대통령 앞으로 “아빠가 잔인하게 죽임을 당할 때 이 나라는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왜 아빠를 지키지 못했는지 묻고 싶다”는 내용의 자필 편지를 보냈다. 이에 청와대는 다음날 “나도 마음이 아프다”라는 대통령의 메시지(국무회의 발언)를 전한 데 이어 최근 공식 답장을 발송했다.


이씨의 형 래진(55)씨는 지난 13일 문 대통령의 A4용지 1장짜리 편지가 이날 등기우편으로 조카인 이군에게 전달됐다고 언론에 알렸다.


답장에서 문 대통령은 “마음이 아프다”, “위로를 보낸다”, “해경의 조사·수색 결과를 기다려보자” 등 앞서 했던 발언을 되풀이했다는 게 유족 측 전언이다. 앞서 청와대는 대통령의 답신 내용을 공개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전한 바 있다.


이씨는 앞서 국무회의 발언과 다를 게 없는 원론적인 편지 내용에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대통령의) 친필이 아니라 컴퓨터로 쓴 편지고, 기계로 한 서명이 찍혀 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씨 측은 14일 기자회견을 갖고 문 대통령의 답장을 언론에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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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군에게 피살된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모(47)씨의 고교생 아들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낸 자필 편지. 연합뉴스

국민의힘은 문 대통령이 이군에게 보낸 답신의 내용·형식 모두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김예령 국민의힘 대변인은 이날 구두 논평에서 “(대통령의 답신은) 수사 결과를 기다려보자는 말에서 한 걸음도 내딛지 못했다”면서 “타이핑 된 편지는 친필 사인도 없는 무미건조한 형식과 의례 그 이상도 아니었다”고 꼬집었다.


같은 당 조경태 의원도 페이스북 글을 통해 “국민을 진심으로 위로하고 지켜줄 대통령이 없다는 것은 매우 슬픈 일”이라며 “답장이 컴퓨터로 타이핑한 글이라니 내 눈을 의심했다. 유가족을 이렇게 대놓고 무시해도 되는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최소한 친필로 유가족에게 진심을 담았어야 했다”면서 “아직까지 유가족을 찾아가지 않는 이유를 모르겠다. 내일이라도 당장 찾아가 진심으로 애도하고 북한의 만행에 대해 진상을 밝히겠다고 말하는 것이 옳지 않은가”라고 했다.

국민의힘 송파병 당협위원장인 김근식 경남대 교수도 페이스북에 “편지만 있고 진정성은 없다”며 “피격 공무원 아들의 손편지와 대통령의 타이핑 편지. 진정성과 애절함이 뚜렷이 대조된다”고 적었다.


김 교수는 “펜으로 직접 꾹꾹 눌러쓴 아들의 애절한 손편지와 타이핑으로 쳐서 프린터로 출력한 대통령의 의례적 인쇄물 편지. 대통령 친필 서명조차 없는 활자편지. 대통령의 진정성이 의심스러울 뿐”라고도 지적했다.


또 “‘진실이 밝혀져서 책임을 물을 건 묻겠다’는 말은 아버지 죽음의 진상규명과 북한의 책임 추궁 외에도 월북의 진실과 아버지 책임으로도 해석될 수 있는 애매한 표현”이라며 “아버지가 죽어갈 때 나라는 무엇을 하고 있었느냐는 아들의 절규와 아버지는 월북자가 아니라는 호소에는 대통령은 일언반구 답이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미 대변인이 전달한 내용을 그대로 반복해서 타이핑치고 출력한 편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며 “내용과 형식 모두 아버지 잃은 아들의 슬픔을 위로하기보다는 편지보냈다는 형식적 면피에 불과하다”고 맹비난했다.


현화영 기자 hhy@segye.com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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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0.14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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