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사이에 다진 새우 듬뿍… ‘겉바속촉’ 中 요리

[푸드]by 세계일보

빵·새우 익는 속도 달라

수준급 기술 필요

동탄 ‘상해루’ 정통의 맛

특제소스는 화룡점정

와인바 ‘킥’의 치즈멘보샤

동서화합의 맛

마카롱 같이 통통한 모양

‘무탄’ 멘보샤

새우가 주인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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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해루 멘보샤

한 입 베어 물면 ‘파사삭’ 소리를 내며 바삭함과 푹신함, 촉촉함 그 어디쯤의 황홀함을 선사하는 ‘멘보샤’(麵包蝦·몐바오샤). 멘보샤는 중국어로 빵을 뜻하는 면포(麵包)와 새우(蝦·하)의 합성어다. 즉, 빵 사이에 새우가 들어있는 중국식 새우샌드위치 튀김을 지칭한다. 언뜻 보면 간단해 보이지만 사실 불 조절에 굉장히 예민한 고난도 요리로, 유명 중식당 아니고서야 웬만한 곳에서 구경하기 힘든 메뉴였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꾸준히 일어난 중식 상승세에 힘입어 중국집의 필수 메뉴가 되었고, 이제는 특별한 레시피와 개성으로 무국적 식당이나 와인바 등에서도 종종 찾을 수 있는 경지에 이르렀다. 김새봄의 여덟 번째 먹킷리스트는 정통 멘보샤부터 개성파 멘보샤까지 다양한 멘보샤다.

# 이보다 더한 맛이 있을까… 멘보샤의 끝

한국 중화요리계의 큰형님 곡금초 사부가 지난달 31일 갑작스레 별세해 많은 이들의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그의 식당 상해루는 푸디(foodie·식도락가)들 사이에서 서울에서 기꺼이 예약해두고 동탄에 찾아가서 먹어야 할 식당 중의 하나. 곡 사부는 생전 탕수육의 달인 등으로 TV에 출연해 유명세를 얻긴 했지만, 그의 팬들은 멘보샤를 기아해삼(오룡해삼)과 함께 손꼽는 사부의 요리로 꼽는다.


곡 사부 멘보샤의 첫인상은 백화점 명품관에 온 듯 고급스러우면서 똑 떨어지는 끝마무리가 빛나는 진짜 명품 멘보샤다. 깨끗하게 잘라 적당히 도톰한 크기로 사뿐히 바삭하게 튀겨내 씹는 맛의 극치에 도달한 빵 맛. 그리고 그 어려운 빵·새우 일체(빵과 다진 새우의 익는 속도가 달라 동시에 이 둘을 비슷하게 익히는 것은 수준급의 기술을 필요로 한다)에 도달한 것도 모자라 하이라이트에서 곡 사부 특제 소스가 화룡점정이 되어 천상계의 맛을 만들어냈다. 멘보샤 자체로도 맛있는데 소스와의 조합은 또 다른 이야기다. 그야말로 끝사랑 멘보샤, 생애 최고의 멘보샤다. 동탄까지 한달음에 찾아갈 의미가 충분하다. ‘좋은 재료, 원재료를 살리는 것이 관건’ 이라는 곡 사부의 신념에 따라 지금까지도 동탄 상해루에서는 후배들이 그의 정신을 이어 주방을 메꿔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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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탄 멘보샤

# 넘버원을 흠모한 후배의 청출어람 멘보샤

청담동 중화요리 터줏대감 이닝(Yining)의 엄윤성 셰프는 곡 사부의 멘보샤를 먹고 충격 받은 또 다른 1인이다. 사부의 멘보샤를 흠모해 그대로 구현하겠다는 의지로 고군분투한 엄 셰프는 오랜 연구 끝에 그만의 방식을 찾아냈다. 그가 가장 매달린 것은 빵. 동탄 상해루의 멘보샤를 재현하고자 전국의 빵 맛집 수십곳을 이 잡듯 뒤졌고, 기성품을 포함해 수백 가지의 식빵들을 직접 다 먹어봤다고 한다. 터키산 밀부터 프랑스산 밀까지 안 써본 밀도 없다.


결국 그의 결론은 프랑스산 밀을 가지고 직접 빵을 만들어 쓰는 것. 연구 끝에 찾아낸 최적의 빵 배합을 따로 외주해 쓴다. 덕분에 엄 셰프의 멘보샤는 그 어느 멘보샤보다도 빵 맛이 고소하고 고급스럽다. 빵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엄 셰프 멘보샤의 특별함을 단번에 알아본다. 지금은 전보다 발전시켜 새우를 더 많이 넣어 풍미를 터질 듯 가득 채운다. 새우의 반은 다지고 반은 적당히 썰어 새우 속 안에서도 다채로운 식감을 표현했다. 소스는 시라차(태국식 칠리소스)를 베이스로 싱가포르 느낌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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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닝 멘보샤

# 서양의 터치로 풀어낸 치즈멘보샤

마포구 성산동의 빌라촌 어딘가, 슈퍼조차도 찾기 힘들어 보이는 인적 드문 골목에 의외의 번듯한 건물이 하나 있다. 오렌지빛 벽돌이 촘촘히 쌓인 건물 1층에 자리 잡은 캐주얼 와인바 킥(KICK). 연남동에서 보기 쉽지 않은 느낌이다. 알고 보니 한남동에서 한동안 패션피플에게 인기를 끌었던 사운즈 한남 셰프가 합류한 캐주얼 와인바다. 하지만 메뉴들은 상상한 수준 이상의 퍼포먼스를 보여준다. 안주 메뉴 첫 페이지에 위치한 치즈멘보샤는 많은 메뉴들 중에서도 단번에 푸디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등장부터 예사롭지 않은 이 메뉴. 빈티지한 소쿠리에 제주도의 운치가 느껴지는 현무암 바닥을 깔고 조심스레 멘보샤를 쌓았다. 고수의 초록 잎을 감각적이게 흩뿌려 플레이팅과 맛, 엣지를 모두 잡았다.


초록빛 고수를 예쁘게 멘보샤에 얹어 반을 깨문다. ‘바삭’하는 소리와 함께 이는 빵과 새우살을 통과해 또 다른 텍스처의 무언가와 만난다. 바로 모차렐라 치즈다. 동그란 모차렐라 치즈를 멘보샤 새우살 가운데에 넣어 조화롭게 재미난 식감과 맛을 풀어낸 것이다. 뜨거운 새우 살의 온도에 치즈는 한가운데에서 살살 녹아 쭉 늘어나며 녹진한 풍미를 더해준다. 유러피안과 아시안 스타일이 만난 동서 화합이 바로 이런게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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킥 멘보샤

# 비주얼의 개성을 살린 마카롱 멘보샤

압구정역 무탄은 오픈과 동시에 소셜네트워크에 힙한 중식당으로 인기몰이를 했다. 무엇보다 ‘마카롱 멘보샤’의 공이 컸다. 안 그래도 마카롱의 유행이 거센 와중에 마카롱 중에서도 필링(filling)을 거대하게 채워 넣은 이른바 ‘뚱카롱(뚱뚱한 마카롱)’ 모양의 마카롱 멘보샤를 선보였으니 2030 여심을 뒤흔들기에 충분했다.


동그랗게 자른 식빵으로 마카롱의 과자 모양인 코크를 만들고, 안에 다진 새우를 구름처럼 넣었다. 아니, 구름처럼 몽글한 새우 다짐에 동그란 식빵 조각을 붙여 튀겼다고 말하는 게 더 맞는 표현일 것이다. 익는 속도가 크게 차이나 동시에 비슷한 익힘을 구현하기 어려운 새우와 빵을, 아예 빵의 비중을 대폭 낮춰 똑똑하게 실패도를 낮춘 것이다. 압도적인 크기, 크고 실한 무탄의 멘보샤는 빵은 그저 거들 뿐, 새우가 주인공이다. 숭덩숭덩 썰어 식감을 최대한 살린 거대한 새우구름을 한입 맛보면 진한 비스크 향에 매료된다. 그리고 이 새우구름은 머스타드와 칠리, 마요 소스 등 세 가지 소스에서 각기 다른 개성을 표출하며 각자의 장기를 뽐낸다.


김새봄 푸드칼럼니스트 spring5867@naver.com

2021.06.12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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