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 연장’ 시사한 김연경, 그의 FA 행선지에 따라 에어컨리그 판도가 달라진다

[이슈]by 세계일보

2008~2009시즌 이후 14시즌 만에 V리그 챔피언 결정전 우승을 노렸던 흥국생명 ‘배구 여제’ 김연경(35)의 도전은 사상 첫 ‘리버스 스윕’ 우승 허용이라는 ‘새드 엔딩’으로 끝이 나고 말았다. 이제 배구계와 배구팬들의 관심은 김연경의 거취에 쏠린다. ‘현역 연장’에 대한 힌트를 살짝 주긴 했지만, 아직 100% 결정한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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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인천 삼산체육관여세 열린 흥국생명과 도로공사의 2022~2023 V리그 여자부 챔피언결정전 5차전이 끝난 뒤 김연경은 인터뷰실을 찾아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보통 V리그의 인터뷰 절차는 패장, 승장, 그리고 기자들이 선정한 수훈선수로 진행된다. 이날 경기에서 흥국생명이 패배했음에도 김연경의 기자회견이 진행됐다는 것은 그만큼 김연경에게 쏠린 관심과 그의 위상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덤덤한 무표정으로 기자회견장에 들어선 김연경은 “너무너무 아쉽다. 5차전까지 오면서 많은 기회들이 왔는데...그 기회를 놓쳤던 게 결국 이런 결과로 끝났다”면서 “오늘도 분명 기회가 있었다. 3세트를 23-19로 앞서다 내준 게 너무 아쉽다. 5세트까지 모두 2점 차로 진행됐다. 이래저래 많이 아쉽다”고 소감을 밝혔다.


시즌 중 “은퇴를 고민하고 있다”고 속내를 밝힌 바 있어, 경기 소감 이후 곧바로 그의 거취에 대한 질문이 나왔다. 김연경은 “많은 분들과 현역 연장과 은퇴에 대해 얘기를 하고 있다”면서도 “오늘 경기에도 많은 팬분들이 오셔서 응원해주셨다. 팬들의 존재, 그리고 그 고마움을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다. 부모님을 비롯한 가족 등 많은 분들이 더 뛰길 원하신다. 그런 것을 생각해 종합해서 결정을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날 경기에서 패하며 통합우승을 놓치고 준우승에 머문 것도 김연경의 은퇴를 망설이게 하는 요인이었다. 은퇴와 현연 연장을 놓고 고민하는 지점에 대해 김연경은 “우승하지 못했기 때문이다”라면서도 “우승했다면 은퇴하겨 했느냐 하면 또 그런건 아니다. 오늘 우승하지 못한 게 현역 연장에 동기부여가 되긴 한다. 은퇴 여부를 나 혼자 결정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여러 생각을 하고 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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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역 연장에 대한 김연경의 결정은 곧 확인이 될 전망이다. 김연경은 한국 무대에서 첫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는다. 2005~2006시즌 데뷔 이후 2008~2009시즌까지 한국에서 뛴 김연경은 일본과 튀르키예, 중국 등 해외리그에서 뛰다 지난 2020~2021시즌과 올 시즌을 합쳐 이제야 FA 자격을 위한 6시즌을 채웠다. 현연 역장을 위해선 여자부 챔프전이 끝난 뒤 3일이 지난 9일부터 개막되는 FA시장에서 협상을 마쳐야 한다. 김연경은 “6시즌을 채우는 과정이 길었다. 만 35세에 6시즌을 채웠다. FA가 됐다라는 것 사실 자체가 신기하다. 무슨 감정인지 설명하기 어렵다. 지고 난 직후라 그런가 무덤덤하다”고 답했다.


김연경이 현역 연장을 택한다면 이번 챔프전에도 패하긴 했지만, 김연경 개인의 기량은 아직 현역 최고 수준임을 확인했기 때문에 원 소속팀인 흥국생명을 비롯해 나머지 6개 구단 모두 샐러리캡이 허락하는 한 탐낼 만한 선수다. 김연경도 “원소속 구단 흥국생명과 이야기도 할 것이고, 다른 구단과 협상할 가능성도 열려있다. 긍정적으로 생각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원 소속팀인 흥국생명과 과연 FA계약을 맺겠냐는 시선도 존재한다. 김연경에게 흥국생명은 프로무대를 처음 맛보게 해준 친정팀이지만, 과거와 현재 몇 차례 김연경과 부딪혔고 힘들게 해왔다.


먼저 FA 자격을 두고 첨예하게 대립한 바 있다. 2005∼2006시즌 흥국생명에서 프로 데뷔해 4시즌을 뛰고 일본으로 임대 이적한 김연경은 일본에서 두 시즌을 치른 뒤 튀르키예 무대로 자리를 옮겼다. 이 과정에서 흥국생명과 FA 자격을 채웠지는지를 두고 갈등을 빚었다. 임대 기간을 과연 FA자격에 충족하는 시즌으로 인정할 수 있는지가 쟁점이었다. 당시 김연경은 “FA 자격이 인정받지 못하면 국가대표도 은퇴하겠다”고 태극마크까지 걸 정도였다. 결국 국제배구연맹(FIVB)의 판단 아래 김연경은 국내 리그에 한해 4시즌만 뛴 것으로 인정받으며 원소속팀은 그대로 흥국생명으로 남게 됐다. 그 과정에서 김연경이 감정이 상하지 않았을 리 없다.


그럼에도 국내 복귀 때 김연경은 흥국생명으로 돌아와야만 했다. 도쿄 올림픽을 준비하고자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0~2021시즌에 김연경은 흥국생명으로, V리그 무대에 12시즌 만에 컴백했다. 김연경의 복귀와 더불어 이다영이 FA로 합류하면서 김연경-이재영-이다영 ‘빅3’의 힘을 앞세워 흥국생명은 승승장구했으나 쌍둥이 자매가 학폭 논란에 휩싸이며 코트를 떠나자 전력의 공백이 컸고, 결국 GS칼텍스에게 패해 챔프전 준우승에 머물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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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중국리그에 갔다가 올 시즌을 앞두고 김연경은 다시 흥국생명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흥국생명은 사령탑 부임 한 시즌도 채 지나지 않은 권순찬 감독을 경질한 뒤 ‘팬들의 로테이션 문제 지적’ 등의 황당무계한 해명을 내놓기도 했다. 김연경은 팀 내 최고참인 김해란과 함께 구단의 해명을 반박하기도 했다. 마르첼로 아본단자 감독 부임으로 정상화되는 듯 했으나 도로공사의 사상 최초 ‘리버스 스윕’ 우승의 희생양이 되며 14시즌 만의 챔프전 우승은 또 다시 물거품이 됐다.


김연경이 현역 연장에 대한 확고부동한 의지를 밝히진 않았지만, 어느 정도는 선수 생활을 이어갈 것임을 시사하면서 7개 구단의 셈법도 복잡해졌다. 먼저 흥국생명으로선 김연경과의 과거를 떨쳐내고 잔류시키기는 게 이번 ‘에어컨리그’의 최대 목표가 됐다.


김연경이 흥국생명과의 협상이 결렬되고 시장에 나올 경우 FA 시장은 요동칠 전망이다. 어느덧 30대 후반에 접어들고 있지만, 김연경은 최고 수준의 공격력과 리베로 뺨치는 리시브 능력까지, 공수에서 모두 에이스 역할을 해줄 수 있는 선수다. 여기에 팬 동원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수준이다. 올 시즌 V리그 정규리그에서는 여자부에서 19차례 매진이 나왔는데, 그중 17번이 흥국생명 경기일 정도였다. 챔프전도 1차전을 제외한 나머지 4경기가 매진됐다. 홈이고 원정이고 가리지 않고 김연경이 뜨는 경기는 거의 다 매진 사례를 이룰 정도다.


이번 에어컨리그에는 김연경을 비롯해 박정아, 배유나, 김수지 등 대어급 선수들이 쏟아져 나온다. 김연경이 FA 계약을 맺을 경우 다음 시즌 최대 상한선인 7억7500만원을 찍을 것으로 보이는 만큼, 김연경이 어느 팀에 둥지를 트느냐에 따라 나머지 FA선수들의 행선지도 달라지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인천=남정훈 기자 ch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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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8.30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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