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는 행복전도사’ 열차승무원 봉원석 차장

[라이프]by 서울신문
서울신문

서울교통공사 상계승무사업소 소속 봉원석 차장이 지난 25일 오전 4호선 당고개행 열차가 동작철교를 달리는 중에 감성방송을 하고 있다. 봉 차장은 지하철 맨 뒤 운전실에 근무하며 승객 출입 안전과 안내방송을 책임진다.

“‘행복전도사가 되고 싶어요. 제 방송을 통해 승객 분들이 행복을 느끼고, 위로를 받는 느낌이 드시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지하철 안내방송을 통해 승객들의 행복전도사가 되고 싶다는 이가 있다. 서울교통공사 상계승무사업소 소속 봉원석(27) 차장이 그 주인공이다. 봉씨는 감성적인 안내방송으로 지하철 승객들에게 화제가 된 인물이다. 4호선에서 근무하는 그는 열차 맨 끝 운전실에서 승객들의 출입 안전과 안내방송을 책임지고 있다. 지난 24일 4호선 당고개역 내 상계승무사업소에서 그를 만났다.


봉 차장이 따뜻한 안내방송을 시작한 이유는 승객들이 조금이라도 기분 좋게 하루를 시작하고 마무리하기를 바라는 마음 때문이었다. 이런 생각을 그가 실행으로 옮기기 시작하자 승객들에게서 긍정적인 반응이 오기 시작했다. 그는 “오늘 하루 눈물이 날 정도로 힘들었는데, 뜻하지 않은 장소에서 좋은 위로를 받아서 행복하다고 말씀해주시는 승객의 말을 들었다”며 “그런 승객의 말씀에 되레 내가 행복감을 느꼈다”고 밝혔다.

물론 감성적인 그의 방송을 불편해하는 승객도 있다. “‘시끄럽다’, ‘그만해라’, ‘졸려 죽겠는데 왜 계속 말하냐’라고 말씀하시는 분도 있는데, 그럴 때면 주눅이 든다. 그럼에도 감성방송을 이어가는 이유는 좋다고 말씀해 주시는 분들이 더 많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봉원석 차장은 감성방송을 위해 작은 노력도 게을리 하지 않는다. 평소 독서나 인터넷에서 좋을 글을 보면 즉각적으로 메모한다. 열차 운행 중 떠오르는 글이 있으면, 업무에 방해가 안가는 선에서 메모를 한다. 그 내용은 상황에 맞게 수정, 보완 후 방송한다.


방송시간에 대해 묻자 그는 “방송은 역과 역 사이가 긴 구간에서 한다. 4호선의 경우, 혜화역과 동대문역 사이, 또는 총신대역과 동작역 사이에서 한다. 불편해하는 분이 있으면, 상황에 맞게 줄인다”고 설명했다.

서울신문

봉원석 차장은 평소 독서나 인터넷에서 좋은 글을 보면 메모해 놓았다가 상황에 맞게 수정, 보완 후 방송한다. 사진은 봉 차장과 그의 방송 내용이 적힌 메모지.

이렇게 지하철에서 감성방송을 하는 봉 차장의 목소리는 승객들의 입을 통해 조금씩 알려졌다. 최근에는 언론 취재요청이 잇따랐다. 이에 대해 그는 “(언론에 노출된 후) 저와 관련된 기사에 안 좋은 댓글이 달리는 경우가 있는데, 저는 괜찮지만 가족과 주변 분들이 상처를 받을까 봐 마음이 아플 때가 있다”며 안타까움을 털어놨다.


그럼에도 앞으로도 오래 감성방송을 하고 싶다는 봉원석 차장. 그는 “저뿐만 아니라 매일 반복되는 업무와 일상으로 고된 하루를 보내시는 시민들이 많을 것 같다. 제 방송을 통해 승객들께서 행복을 느낀다면, 지금처럼 꾸준히 방송을 이어가고 싶다”며 작은 바람을 전했다.


[서울신문 TV] 글 문성호 기자 sungho@seoul.co.kr

영상 손진호, 박홍규, 문성호 기자 nasturu@seoul.co.kr

2019.10.23원문링크 바로가기

본 콘텐츠의 저작권은 저자 또는 제공처에 있으며, 이를 무단 이용하는 경우 저작권법 등에 따라 법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Copyright © ZUM internet Corp.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