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해안서 90마리 고래 떼죽음… ’집단 자살’의 슬픈 미스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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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해안에서 고래 수백 마리가 좌초돼 이 중 약 90마리가 목숨을 잃었다. 21일(현지시간) 호주 AAP통신은 둥근머리돌고래, 일명 ‘파일럿고래’ 270여 마리가 태즈메이니아 서쪽 해안에 고립돼 관련 당국이 구조에 나섰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일종의 집단자살인 ‘스트랜딩’(Stranding)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날 아침 해안가로 밀려든 고래떼는 모래톱에 갇혀 옴짝달싹 못하고 있다. 환경단체 활동가와 인근 양식장 관계자 등 60여 명이 필사적으로 구조에 매달리고 있지만 벌써 90마리 이상이 떼로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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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즈메이니아 공원 및 야생동물 관리국 닉 데카는 22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고래 상태가 매우 좋지 않다. 해변에 반쯤 잠긴 탓에 애를 먹고 있다. 배로 접근하기 어려워 진척이 더딘 상황”이고 밝혔다. 데카는 “위치상 구조가 어렵거나 몸집이 너무 커 보호소로 옮길 수 없는 경우도 있다. 지금까지 우리가 다룬 것 중 가장 까다로운 임무”라고 설명했다. 구조대는 일단 고래 반응에 따라 여러 가지 방법을 동원해 구조를 이어갈 계획이다.


관건은 고래가 얼마나 버틸 수 있느냐다. 데카는 “파일럿고래는 원체 튼튼한 종”이라면서 “서늘한 날씨만 계속 된다면 모래톱에서 며칠은 버틸 수 있을 것”이라고 희망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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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즈메이니아 해변에서 이렇게 많은 고래가 떼죽음을 당한 건 거의 10년 만이다. 전문가들은 일종의 집단자살인 ‘스트랜딩’(Stranding) 현상으로 해석하고 있다. 고래나 물개, 바다표범과 같은 해양 동물이 스스로 해안가로 올라와 식음을 전폐하다 죽음에 이르는 좌초 현상을 뜻한다. 2005년에도 한 차례 호주 해안에 범고래 떼 수백 마리가 밀려와 죽은 일이 있었다.


고래 집단자살의 원인은 명확히 밝혀진 게 없다. 학자들은 지구온난화와 먹이 고갈, 해양오염, 어군탐지기나 군함에서 쏘는 초음파 영향을 거론한다. 일부 병리학자들은 위장병이나 전염병을 의심하는 등 의견이 분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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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현지 야생동물 전문가인 바네사 피로타 박사는 “고래의 방향 탐지 능력에 문제가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아직은 정확한 원인을 규명할 수 없어 앞으로 많은 시간이 지나야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

2020.09.23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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