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는 회사가 아니다

[컬처]by 신승건의 서재
국가는 회사가 아니다

흔히들 회사를 성공적으로 경영한 사람이 국가도 잘 이끌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조그마한 회사를 거대한 대기업으로 키워낸 경영자라면, 분명 국가도 더 크고 풍요롭게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대중의 이런 심리를 아는 정치인 중에는 자신의 ‘성공적인’ 혹은 ‘성공적으로 보이는’ 경영 이력을 내세우는 이들도 있다. 그들은 “내가 해봐서 아는데”라는 식으로 말한다. 기업 경영을 해보았기 때문에 국가 운영도 탁월할 것이라고 대중에게 어필한다.

 

얼핏 생각하기엔 타당한 것 같은 이 생각에는 사실 큰 오류가 숨겨져 있다. 왜냐하면 기업의 경영과 국가의 운영은 근본적으로 다른 영역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Paul Krugman)은 '국가는 회사가 아니다 원제 : A Country is Not a Company | 폴 크루그먼 지음 | 유중 옮김 | 스마트비즈니스 | 2016년 03월 21일 출간'를 통해서 경영자의 능력과 국가 지도자의 능력을 동일시하는 오류를 파헤친다.

 

크루그먼은 회사를 성공적으로 경영한 경험을 국가를 운영하는데 그대로 적용하기 어렵다고 주장한다. 회사와 국가가 가진 근본적인 차이 때문이다. 크루그먼은 그 차이를 구성하는 요소로 몇 가지를 들고 있다. 그 가운데 가장 핵심은 ‘회사는 개방형 시스템임에 반해 국가는 폐쇄형 시스템’이라는 사실이다. 이 둘의 차이점에 대해서 살펴보자.

 

한 국가 안에는 수많은 회사가 있다. 그리고 그들이 경쟁하다 보면 어떤 회사가 큰 이익을 내는 동안 다른 회사는 그렇지 못할 수 있다. 한 회사가 이익을 활용해 사업을 키우고 직원을 더 뽑는 동안 경쟁에서 밀린 회사는 해당 사업을 접고 직원을 해고하게 될 수도 있다. 회사의 경영자는 시장에서 승자가 되기 위해서 법이 허용하는 한도 내에서 필요한 판단을 내리고 행동으로 옮길 수 있다.

 

수많은 회사들이 구성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이런 생태계를 ‘열려있다’ 즉 개방형 시스템이라고 한다. 각 회사의 경영자는 그들이 놓인 상황에서 회사의 이익을 높이기 위한 최선의 선택을 한다.

 

반면에, 국가는 다르다. 한 국가의 경제가 침체되어 일자리가 감소하는 상황을 생각해보자. 누군가 운 좋게 일자리를 유지하더라도, 일자리의 총합이 줄어들었기 때문에 어디선가 누군가는 반드시 일자리를 잃는다. 따라서 국가가 일자리를 유지하고 있는 이들만 챙기고 나머지 국민을 방치하는 일은 있을 수 없다.

 

이것을 ‘닫혀있다’ 즉 폐쇄형 시스템이라고 한다. 일자리를 지키고 있는 국민과 일자리를 잃은 국민 가운데 어느 한 쪽만 생각할 수 없다. 그들 모두가 다 같은 국민이기 때문이다. 국가 지도자가 회사 경영자처럼 이익 추구를 우선할 수 없고 그래서도 안되는 이유이다.

 

여담으로, 일자리 부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청년들에게 해외에 나가서 일하라고 하는 것은 폐쇄적 시스템인 국가를 개방적 시스템인 회사처럼 운영하려고 하는 것이다. 국가 지도자가 그런 결정을 내린다면 그것은 매우 무책임한 태도라고 할 수 있다.

 

마치, 수익성이 감소했으니 직원을 줄이겠다는 일개 회사 경영자의 판단과 다르지 않다. 차라리 공공사업을 일으켜서 나라 안에서 일자리를 마련하는 것이 그나마 국가 지도자가 내릴 수 있는 차선의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국가는 회사가 아니다

이처럼 국가와 회사는 그 생태계의 특성이 근본적으로 다르다. 때문에 회사를 성공적으로 경영했다고 해서 국가 운영에서도 성공적일 것이라고 기대할 수는 없다. 뿐만 아니라, 국가는 기업에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고 복잡하다는 것도 생각해야 한다. 훨씬 많은 사람들의 운명이 걸려있기도 하다.

 

일례로 크루그먼은 미국 경제는 1억 2천만 명을 고용하고 있고, 이는 미국에서 가장 많은 직원을 고용하고 있는 제너럴모터스(General Motors)의 200배가 넘는다는 사실을 지적한다. 수학적으로 참여자가 200배이면 그 상호작용은 제곱에 비례하므로, 미국 경제와 제너럴모터스 사이의 복잡성의 차이는 수만 배도 될 수 있다. 일개 회사의 경영자가 특수한 환경으로부터 터득한 경험적 지식을 그와 비교할 수 없이 크고 복잡한 국가를 대상으로 적용하는 것이 무리인 이유이다.

 

하지만 오늘날 기업의 경영자들 가운데 적지 않은 수가 국가 운영에도 전문가 행세를 한다. 그리고 국가 지도자들은 그 경영자들의 조언을 받아들여서 국가 정책을 수립한다. 심지어는 국가 지도자가 되기 위해서 경영자로서의 이력을 내세우는 일도 드물지 않다.

 

회사의 경영과 국가의 운영이 완전히 다른 영역임을 이해해야 한다. 회사의 경영자는 이익을 위해서 일하지만, 국가 지도자는 국민의 삶을 보살펴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처럼 서로 상이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택해야 하는 전략도 다르다.

 

회사의 경영자는 효율성과 수익성을 중심으로 한 판단을 내린다. 반면에, 국가 지도자는 이익 너머의 전체를 아우를 수 있어야 한다. 국민이 안전하고 인간적인 삶을 누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국가 지도자의 역할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당연하다.

 

나는 크루그먼의 생각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정확히 반대 방향에서 일어나는 일도 조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평생 대학에서 경제학을 가르치던 학자들이나 대중의 인기에 힘입어 공직에서 몸담던 정치인들이 기업의 경영에 참여하는 경우이다. 실제로 공기업이나 공공기관의 경우에 그런 경우가 드물지 않다.

 

특히, 이들이 공기업이나 공공기관에 낙하산 인사로 들어가는 경우는 거의 대부분 실망스러운 결과를 초래한다. 경영자가 국가 운영을 해보지 않았던 것처럼, 공직에 있던 이들도 기업의 경영에 서툴기는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공직자가 회사로 낙하산을 타고 내려왔을 때 발생되는 문제는, 회사의 경영자가 공직자가 되었을 때와 정확히 반대의 이유로 발생한다. 공직자들은 대체로 시스템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에 익숙해져 있다. 그런 이들이 기회를 잡아서 회사의 경영을 맡게 되면, 회사 경영진이 추구해야 할 혁신보다는 시스템의 안정, 즉 무사안일주의에 빠지게 된다. 그 결과 시스템의 안정마저도 무너지게 되고 끝내 회사 자체에 악영항을 미친다.

 

요컨대, 회사 경영진이 국가 정책에 전문가인냥 행세하게 될 때 혼란이 발생하며, 반대로 공직자가 아무런 준비 없이 회사 경영자로 일하게 되어도 문제가 발생한다. 이것은 회사와 국가라는 두 집단의 근본적인 차이점에서 오는 필연적인 결과이다.

 

마무리하며, 나는 크루그먼의 저서를 통해 국가를 운영하는 최고 책임자인 국가 지도자의 역할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기업인의 능력은 이익 추구이지만, 국가를 이끄는 지도자는 이익 너머를 바라볼 수 있는 역량을 갖추어야 한다.

 

예를 들어서, 우리나라 정부에서는 종종 대통령이 해외에 나가서 단발성의 대규모 사업 수주를 하는 것을 큰 성과로 홍보한다. ‘며칠 간의 해외 순방 동안에 몇 조원 규모의 사업을 수주했다’는 식이다. 비단 이번 대통령만 그런 것이 아니라 오래 전부터 우리나라 대통령들이 반복해온 레퍼토리다.

 

하지만 그것은 기업의 경영자에게 요구되는 덕목이다. 국가의 지도자가 그런 일을 하게 되면 일시적으로는 능력이 있어 보일 수 있고 지지도를 끌어올릴 수 있을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로 국민 전체에 어떤 근본적인 도움이 될지는 의문이다.

 

국가의 지도자라면, 홀로 해외에 나가서 대규모 사업을 수주하기 위해서 노력할 일이 아니다. 그보다는 그 국가에 속한 경영자들이 기업을 경영하는데 어려움이 없도록 제도를 정비하여, 국가 지도자 대신 경영자들이 대규모 사업을 수주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 그리고 그 기업 안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이 해고될 걱정 없이 인간적인 삶을 살 수 있도록 기업을 감독하고 독려해야 한다.

 

대통령이 해외에 가서 사업 수주를 했다고 하고 이를 대대적으로 홍보하는 동안, 정작 국내에서 전세계를 호령하던 조선업은 하루아침에 무너지는 요즘 뉴스를 보면서, 나는 무언가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울러 요즘 들어 국가의 역할로서 더 중요하게 여겨지는 것도 있다. 국민들이 ‘안전한’ 삶을 살 수 있도록 관련 제도를 마련하고 감독하는 것이다. 나는 그 구성원의 안전을 지키는 것이 국가 지도자의 가장 중요한 자질이라고 생각한다. 아니, 그것은 국가 지도자 뿐만 아니라 어떤 조직의 지도자라도 반드시 갖추어야 하는 것이다. ‘안전’이란 그런 것이다.

 

요컨대, 국가 지도자에게 필요한 덕목은 비즈니스 능력이 아니라, 국가의 시스템을 바로 세우고 저절로 잘 굴러갈 수 있도록 관리하는 능력이다.

2017.03.15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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