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남들 축구 볼 때 나는 농구 봤다

[이슈]by 시스붐바
농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야오밍을 알 것이다. 229cm의 센터인 야오밍은 NBA 드래프트 역사상 최초의 아시아 출신 1라운드 1순위 지명자이자, 아시아 선수 중 유일하게 NBA에서 대성한 선수다. 그런 야오밍을 보유한 중국 농구 국가대표팀은 사실상 아시아권에서는 무적이었다. 그러나, 모든 일에는 예외가 있듯 야오밍 역시 모든 경기를 이길 수는 없었다. 그가 중국 성인대표팀으로 뛰었던 경기 중에 아시아팀에게 당한 유일한 패배가 있었다. 바로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결승전이다. 

서장훈(사회체육학과 93), 문경은(체육교육학과 90, 이하 체교), 방성윤(체교 01), 이상민(경영학과 91), 전희철, 현주엽, 김주성. 이름만 들어도 감탄이 절로 나오는 프로농구 스타들이다. 현재는 방송인, 농구팀 감독 등으로 제2의 인생을 살아가는 그들이지만 이들의 선수 시절 위상은 실로 대단했었다. 한국은 이런 걸출한 선수 구성을 바탕으로 2002 부산 아시안게임 준결승에 순조롭게 진출했다. 준결승전에서는 필리핀을 만나 접전을 펼친 끝에 이상민의 극적인 역전 3점 버저비터로 승리를 거뒀다. 그리고 그들을 기다리는 상대는 야오밍이 속한 중국이었다. 모두가 질 것이라 예상했던 경기에서 어떻게 승리할 수 있었는지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자. 

기적적인 역전승을 이뤄내다

당시 대한민국 대표팀은 서장훈, 현주엽, 방성윤, 이상민, 문경은 등등 초호화 라인업을 자랑하며 막강한 전력을 과시했다. 그러나, 상대는 야오밍이라는 당대 아시아 최고의 농구 선수가 속한 중국이었다. 야오밍뿐만 아니라 아시아 최고의 슈터 후웨이동 그리고 중국의 간판 포인트 가드 류웨이 등이 출전했다. 중국 대표팀의 선발 라인업은 평균 신장 204cm의 장신 군단이었다. 반면 대한민국 대표팀의 선발 라인업 평균 신장은 195cm로, 우리나라 선수들은 자신들보다 10cm가 큰 선수들을 상대해야 했다. 아시아의 모든 농구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장신군단 중국의 금메달을 예상했고, 국내 농구 전문가들 중에서도 한국이 이길 것이라 전망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모두의 예상대로 중국은 너무나 강했다. 1쿼터부터 서장훈은 야오밍을 적극적으로 수비하다가 3개의 파울을 범했고, 설상가상으로 서장훈과 함께 야오밍을 막던 김주성마저 3쿼터에 파울 트러블에 걸리며 고전을 면치 못했다. 3쿼터까지 5점 차의 접전을 유지하면서 잘 버텼으나 한국이 한 발 따라가려 하면 중국은 곧바로 대응했고 리드를 내주지 않았다. 4쿼터가 시작되고 초반에는 비등비등한 분위기로 흘러갔지만 갈수록 한국 선수들의 슛감이 식어버렸고 중국은 한국의 슛 미스를 안정적인 속공 득점으로 이으며 점수를 점점 벌려 나갔다. 경기 종료 3분 17초를 남기고 13점 차로 패색이 짙은 상황. 이때만 해도 모두가 한국이 질 것이라고 예상했을 것이다.

분위기 전환을 위해 한국은 작전 타임을 신청했고 김진 감독은 김승현과 현주엽을 투입시켰다. 한국은 김승현의 안정적인 경기 운영과 현주엽의 득점으로 차분히 따라가기 시작했고 경기 종료 1분을 남기고 점수 차를 7점 차로 좁히는 데 성공한다. 중국은 당황했는지 이후로 안일한 턴오버들을 남발하기 시작했고 김승현은 그 턴오버들을 차분히 어시스트로 연결시켰다. 현주엽의 과감한 골밑 돌파를 놓치지 않고 어시스트 해주며 5점 차로 좁혔다. 바로 다음 인바운드 패스 상황에서 야오밍의 안일한 패스를 김승현이 차단해 3점 라인에서 대기하던 문경은에게 패스를 연결시켜줬다. 문경은은 그 슛을 놓치지 않았고 2점 차로 경기를 좁혔다. 분위기를 완전히 한국 쪽으로 가져오는 3점슛이었다. 2점 차가 된 상황에서 중국은 종료 17초 전 자유투 2개를 얻었으나 슛이 정확하기로 소문난 슈터 후웨이동이 자유투 2개를 모두 놓치면서 한국에게 마지막 기회가 왔다. 리바운드를 잡은 전희철이 볼을 현주엽에게 넘겨주었고 현주엽은 개인기로 득점을 올리며 90-90 극적인 동점을 만들어 냈다. 이때 중국이 빠르게 역습을 시도해 4쿼터 종료 약 3초를 남기고 3점 라인 밖에서 후웨이동이 공을 잡았고 그 순간 야오밍이 노마크 상태로 골밑으로 뛰어 들어갔다. 그런데 후웨이동이 야오밍에게 패스를 안 하고 성급한 3점슛을 날렸고, 야오밍이 공격 리바운드에 이어 덩크를 성공시켰으나 이미 4쿼터 종료 버저가 울린 뒤였다.

이미 승리를 확정 지은듯한 분위기로 연장전을 맞이한 한국은 분위기를 몰아 중국을 몰아세웠다. 연장이 시작하자마자 서장훈의 3점 슛이 터지고 4쿼터 동점골의 주인인 현주엽의 연속 득점이 터지면서 중국을 99-94로 눌렀다. 막판에 김승현의 골밑 킬패스를 문경은이 받아서 쐐기 득점을 올리며 최종적으로 102-100으로 승리를 확정 지으며 기적적으로 목에 금메달을 걸었다. 

 (사진 JUMPBALL 제공, 무단 배포 및 사용 금지)

주요 선수 기록

대한민국

서장훈 15득점 6리바운드 3스틸
현주엽 20득점 1리바운드 1스틸
전희철 20득점 1리바운드  
김주성 21득점 4리바운드
김승현 2득점 9어시스트 3스틸

중국

야오밍 23득점 22리바운드
후웨이동 15득점 4리바운드
리우위동 22득점 6리바운드 2스틸

경기와 관련된 Fun Fact 1: 병역 특례 

당시 이 금메달로 병역 특례를 받은 선수는 김승현과 방성윤 이 두 명이다. 사람들은 당시 신인이었던 김주성도 병역 특례를 받은 게 아니냐고 오해를 많이 하는데 실제로는 생계 곤란으로 이미 병역 면제를 받은 그였다. 

당시 상무 소속으로 대표팀에 차출된 현주엽과 조상현(체교 95)은 금메달을 땄지만, 당시에는 ‘금메달 취득 시 전역’이라는 규정이 없어서 군생활을 끝까지 마쳐야 했다. 2014 아시안게임 때 상무 소속이었던 오세근이 금메달을 획득하고 바로 제대한 것과 대조된다. 

경기와 관련된 Fun Fact 2: 연금 수령자

 (사진 KBL 제공, 무단 배포 및 사용 금지)

2002 대표팀 멤버들 중에서 연금 수령자는 김주성이 유일하다. 동메달만 따도 연금이 나오는 올림픽과는 다르게 아시안게임에서는 금메달을 획득해도 연금 점수가 낮아서 포상금만 받는다.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두 개 보유해야 연금이 나오는데 김주성은 2014 인천 아시안게임에도 출전해서 금메달을 획득해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멤버들 중 유일한 연금 수령자가 됐다. 

경기와 관련된 Fun Fact 3: 야오밍

 (사진 위키백과 Keith Allison 제공)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이 경기는 야오밍의 중국 국가대표 커리어 동안 유일하게 야오밍이 아시아팀에게 당한 패배이다. 이 경기에서도 23득점 22리바운드의 괴물 같은 스탯을 찍어내며 활약했지만 경기 후반부 승부처에서 크게 활약하지 못했다. 당시에 야오밍은 사람들이 보통 기억하는 NBA에서의 거구같은 모습이 아니라 다소 마른 편이었기에 서장훈과 김주성의 집중마크에 체력이 고갈되는 모습이 노출됐다. 경기 막판에는 어이없는 턴오버로 추격의 빌미를 제공하기도 했다. 여러모로 야오밍에게는 아쉬운 경기였다. 

대한민국이 세계적인 수준의 대회에서 농구로 입상하기란 현실적으로 어렵다. 신체 조건, 운동능력 등의 열등이 경쟁 자체를 어렵게 만든다. 그러나 아시아권에서만큼은 얘기가 달라진다. 대한민국은 아시안게임에서 두 번의 금메달을 차지할 정도로 실력을 입증한 이력이 있고 앞으로도 입상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아쉽게도 가장 최근에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는 최종 3등으로 동메달을 목에 걸며 금메달의 영광을 누리지는 못했다. 그러나 최근에 이현중, 여준석 등과 같은 유망주들이 국제무대에서 뛰어난 경기를 펼치며 대한민국의 농구 미래는 어느 때보다 밝다는 것을 보여줬다. 앞으로도 우리나라 선수들이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에서의 기적을 또다시 재현해낼 수 있기를 기원한다.


[시스붐바=글 강지원 수습기자, 사진 JUMPBALL, KBL, 위키백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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