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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 ]

"단풍아 나좀 기다려"
대둔산과 마이산 호남 단풍여행

by스포츠서울

"단풍아 나좀 기다려" 대둔산과 마이

마천대에서 내려다 본 가을 대둔산은 한폭의 수묵채색화를 보는 듯 하다. 황철훈기자 color@sportsseoul.com

‘단풍 대방출’. 백화점이나 할인매장 얘기가 아니다. 가을을 맞아 전국을 붉게 물들인 단풍 얘기다. 가을은 봄부터 꼭꼭 숨겨두었던 오색물감을 한꺼번에 쏟아 냈다. 일명 가을맞이 ‘단풍 대방출’이다. 그 덕에 전국은 그야말로 울긋불긋 단풍 천국이다. 절정기가 지난 중부지방과 달리 남부지방은 이제 단풍이 한창이다. 수많은 단풍 명산 중 부담 없는 짧은 산행으로 가을 단풍을 만끽할 수 있는 두 곳을 골랐다. 깎아지른 기암 단애와 아슬한 출렁다리가 그림처럼 걸려있는 완주 대둔산과 말의 귀를 닮은 기이한 형상의 진안 마이산을 찾았다.

"단풍아 나좀 기다려" 대둔산과 마이

케이블카 상부역사

호남의 금강산 ‘대둔산’

고속도로 추부IC를 빠져나와 20여 분을 내달리니 단풍으로 곱게 물든 산 위로 죽순처럼 솟은 기암괴석을 마주한다. 화강암질 하얀 산봉우리가 마치 신선이 줄지어 서있는 듯 신비롭고 기품이 넘친다. 바로 대둔산이다. 대둔산은 그 절경이 금강산과 비견될 만큼 아름답다 하여 예로부터 ‘호남의 금강산’이라 불린다.

 

북쪽으로 충남 논산시 벌곡면과 남쪽으로 전북 완주군 운주면 동쪽으로는 충남 금산군 진산면에 걸쳐 있는 산으로 1000여 개의 기기묘묘한 암봉이 길게 늘어서 장관을 이룬다. 높이는 878m로 그리 높진 않지만 웅장한 산세와 선계의 절정을 보여주는 수려함은 가히 금강산이라 불릴만하다.

"단풍아 나좀 기다려" 대둔산과 마이

케이블카를 타면 금강구름다리 아래까지 편하게 오를 수 있다.

다만 웅장한 산세를 자랑한다는 것은 산행길도 험준하다는 의미다. 다행히 케이블카에 오르면 6분 만에 600m를 오른다. 대둔산 3분의 2를 거저 오르는 셈이다. 1990년도 운행을 시작한 케이블카는 50명 정원에 총 2대가 20분 간격으로 교행하며 총 길이 927m를 운행한다. 상부 역사에 도착하면 우뚝 솟은 거대한 기암괴석이 코앞에 나타난다. 바위 사이로 가파른 철제계단이 끝없이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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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둔산의 백미 ‘금강구름다리’는 우리나라 최초의 현수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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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구름다리

힘겹게 10여분을 오르면 암봉 사이에 아스라하게 걸려있는 구름다리가 나타난다. 달력에서 자주 봤던 익숙한 풍경. 대둔산의 백미라 일컬어지는 금강구름다리다. 길이 50m, 폭 1.2m의 철제 다리로 임금바위와 입석대를 가로지르는 우리나라 최초의 현수교다. 구름다리를 건너 200여m를 가면 약수정휴게소다. 왼쪽 길이 삼선계단 방향이고 오른쪽길은 일반 등산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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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천대와 삼선계단이 손에 잡힐 듯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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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수직에 가까운 아찔한 삼선계단을 등산객이 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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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선계단에서 내려다 본 대둔산. 보기에도 아찔하다.

삼선계단은 121계단으로 이루어진 길이 36m 철제 다리다. 경사가 51도에 달해 보는 것 만으로 아찔함이 느껴진다. 양손으로 철제 난간을 부여잡고 조심스레 발걸음을 내디딘다. 긴장한 탓에 손에 힘이 잔뜩 들어가 온몸이 뻣뻣해진다. 잠시 고개를 돌리니 바로 천길 낭떠러지다. 두려움이 엄습한다. 그렇다고 다시 내려갈 수도 없다. 좁다란 다리는 교행을 허락하지 않는다. 아래서는 계속해서 사람들이 올라온다. 무조건 올라야 한다. 36m의 길이가 36㎞는 되는 듯 멀고 힘겹게 느껴진다. 금강구름다리를 포함해 삼선계단도 올라갈 때만 이용할 수 있는 일방통행 다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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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선계단을 오른 등산객이 잠시 숨을 고르고 마천대를 응시하고 있다.

가파른 계단을 오르고서야 겨우 마음이 놓인다. 이제야 주변 풍광이 서서히 눈에 들어온다. 알록달록 오색물감으로 물들인 수목이 산 아래를 감싸고 기기묘묘한 산봉우리가 하늘을 향해 고개를 내밀 듯 솟아있다. 틈바구니에는 선비의 기품을 닮은 소나무가 의연한 자태를 뽐낸다. 마치 분재를 심어놓은 듯 멋스럽기 그지없다. 산 전체가 마치 천상의 돌과 나무로 만들어진 거대한 수석박물관 같다. 병풍처럼 둘러친 암봉들 사이로 트로피처럼 우뚝 솟은 개척탑이 손에 잡힐 듯 보인다. 대둔산 최고봉인 마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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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이 이어진 가파른 돌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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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둔산 정상 마천대에 자리한 개척탑

마천대로 향하는 길도 급경사를 이룬 돌계단의 연속이다. 마침내 돌계단을 오르자 산 능선을 따라 조릿대 군락이 양옆으로 펼쳐져 있다. 능선을 따라 조금 걷다 나무계단을 오르니 바로 마천대다. 이곳에는 대둔산의 상징 개척탑이 자리하고 있다. 1970년 완주 군민이 직접 자재를 운반해 만든 10m 높이 콘크리트 탑으로 1989년에 스테인리스 재질로 재정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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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천대에서 내려다 본 대둔산

마천대에 오르면 대둔산의 수려한 산세가 한눈에 펼쳐진다. 저 멀리 크고 작은 산의 능선이 가을의 풍요를 노래하듯 물결치는 오선지를 그려 놓았다. 오선지 위로 구름이 쉼표처럼 머문다. 뽀얀 아침 안개는 넉넉한 여백을 만들고 구름 사이로 잠 깬 태양이 살포시 고개를 내밀어 담백한 수묵화를 완성한다. 산은 가까워질수록 점점 화려해진다. 아래부터 시작된 단풍은 산 정상으로 갈수록 색이 진해지며 햇살을 받아 더욱 빛난다. 산을 감쌌던 운해가 걷히면 마침내 아름다운 기암을 단풍으로 물들인 대둔산의 가을이 화려한 수묵채색화를 완성한다. 사방 어느 한 곳 놓칠 수 없는 선계의 풍경을 병풍처럼 펼쳐놓는다.

태곳적 신비 가득한 ‘마이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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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영제에서 바라본 마이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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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콘크리트 반죽을 쏟아부은듯한 마이산

나의(My) 산이 아니라 마의 귀를 닮았다 하여 마이산(馬耳山)이다. 특이하게 산봉우리가 마치 말의 귀처럼 양쪽으로 솟아있다. 서쪽 암마이봉(686m)과 동쪽 수마이봉(680m)이다. 고려때는 하늘로 용솟음치는 힘찬 기상을 상징한다 하여 용출산(聳出山)으로 불렸다. 그후 고려 말 이성계(조선 태조)가 마이산이 기가 너무 강해 이(李)씨가 왕이 될 수 없다 하여 쇠(金)의 기운이 강한 마이산의 정기를 묶어둔다는 의미의 속금산(束金山)으로 개명하였다. 이후 태종 13년에 다시 마이산으로 고쳐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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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자동차를 타면 1.9㎞ 길이 ‘연인의 길’을 올라 목적지인 천왕문에 도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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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왕문 앞에 도착한 전기자동차.

마이산을 찾아가는 길은 북쪽과 남쪽 두 가지다. 진안홍삼스파가 있는 북부는 가벼운 산행을 해야 하는 코스다. 남부쪽은 탑사까지 이어진 2.5㎞의 평탄한 길로 봄이 되면 벛꽃 터널이 장관을 이룬다.

 

짧은 시간에 마이산의 남부와 북부를 동시에 둘러보기 위해 북부에서 남부로 넘어가는 코스를 택했다. 북부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5분여를 걸어 올라가면 전기자동차 정류장이 나온다. 전기자동차를 타고 1.9㎞의 구불구불한 길을 오른다. 오색 단풍이 터널을 이룬 ‘연인의 길’이다. 예전 구도로로 지역 주민들이 산책로로 자주 이용되는 곳으로 외지인에겐 좀 낯선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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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왕문에 오르면 오른쪽으로 암마이봉 등반로가 조성되어 있다.

10여 분 만에 도착한 곳은 천왕문이다. 천왕문은 마이산 두 봉우리 사이의 고개를 말한다. 천왕문 왼쪽으로 화엄굴로 들어가는 입구와 함께 수마이봉이 우뚝 솟아있고 오른쪽으로는 암마이봉과 함께 나무데크로 등산로가 조성되어 있다. 또한 이곳은 금강과 섬진강을 나누는 분수령이기도 하다. 북쪽에서 시작된 금강은 전북과 충남을 살찌우고 401㎞를 내달려 군산 앞바다에 다다르고 남쪽에서 시작된 섬진강은 전라도와 경상도를 거쳐 광양 앞바다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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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왕문에서 은수사로 가는 내리막 계단. 왼쪽엔 단풍이 오른쪽엔 마이산이 거대한 성벽처럼 이어진다.

아래로 길게 이어진 넓은 나무계단을 따라 발걸음을 옮긴다. 울긋불긋 단풍이 터널을 이뤘다. 햇살을 받은 오색 단풍은 보석처럼 빛난다. 왼쪽과 달리 오른쪽은 거대한 성벽같은 산이 끝없이 이어진다. 마치 어마어마한 양의 콘크리트 반죽을 한꺼번에 쏟아 부은듯하다. 약 1억년전 호수였던 땅이 6~7000만년 전 지각 변동에 의해 융기하면서 생겨났다. 우뚝 솟은 두 봉우리가 모두 호수 바닥 이였던 셈이다. 호수 바닥에 퇴적되어 있던 자갈과 모래 진흙이 융기하면서 생겨난 퇴적암 일종인 역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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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산 수마이봉 턱밑에 자리한 은수사

나무 계단을 다 내려가면 거대한 미륵불처럼 자리한 수마이봉 아래 은수사가 자리한다. 은수사는 이성계가 새로운 왕조창업을 꿈꾸며 기도를 드린 곳이다. 기도하다 마신 샘물이 은처럼 맑다 하여 은수사라 이름 붙여졌다. 은수사에는 줄사철군락(천연기념물380호)과 맛좋은 돌배가 열리는 청실배나무(천연기념물386호)를 비롯해 이성계가 꿈속에서 왕권이 상징인 금척을 받는 모습을 그린 ‘몽금척수수도(夢金尺授受圖)’와 옥좌 뒤 배경 그림인 일월오봉도(日月五峰圖)가 태극전에 보관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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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계가 왕조를 꿈꾸며 기도를 드린 곳으로 유명한 은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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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산은 곳곳에서 암벽이 깊게 패여있는 타포니 현상을 관찰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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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산 탑사의 돌탑은 고종때 이갑룡 처사가 하나하나 쌓아올린 것으로 현재 80여 기가 남아있다.

은수사를 뒤로하고 300여m를 내려가면 켜켜이 쌓인 수많은 돌탑이 장관을 이룬 탑사를 마주한다. 조선 말 고종 때 이갑룡 처사가 축조한 것으로 인간의 백팔번뇌를 해탈하고자 108기를 세웠지만 현재는 80여 기가 남아있다. 사찰 한가운데는 대웅전이 자리하고 있다. 대웅전 앞으로 월광탑과 일광탑, 중앙탑이 자리하고 대웅전 뒤편으로 오방탑과 돌탑의 우두머리 격인 천지탑이 자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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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탑의 우두머리격인 천지탑

천지탑은 2기가 나란히 자리하고 있으며 높이는 13.5m에 이른다. 시멘트로 굳힌것도 아니고 홈을 파서 꿰 맞춘것도 아니다. 자연석 그대로 하나하나 쌓아올린 탑이다. 100년이 넘는 세월을 태풍과 폭우에도 끄떡 않고 오롯이 버텨왔다. 참 신기할 따름이다. 탑사를 둘러 싼 마이산 암벽은 곳곳이 커다란 포탄 자국처럼 움푹 패어있다. 일종의 풍화작용으로 온도변화로 인해 암벽 내부가 팽창하면서 암벽 표면을 밀어내서 생기는 타포니 현상이다. 이곳 마이산은 세계에서 타포니 지형이 제일 발달한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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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영제는 마이산 계곡에서 흐르는 물이 고여서 모인 인공 호수다.

탑사를 내려가면 마이계곡에서 흘러내린 물이 고여 만들어진 인공호수 ‘탑영제’가 자리한다. 탑사의 탑이 비쳤으면 하는 바람을 담아 ‘탑영제’라 이름 지었지만 정작 호수는 탑사대신 마이산을 담았다. 마이산은 진안의 독특한 기후로 전국에서 벚꽃이 가장 늦게 피는 걸로 유명하다. 특히 4월이 되면 탑사에서 마이산 남부 입구까지 이어지는 2.5㎞ 길은 일제히 꽃망울을 터트린 벚꽃이 터널을 이뤄 장관을 연출한다.

 

마이산은 독특한 형상만큼이나 부르는 이름도 다양하다. 봄에는 두 봉우리가 배의 돛대와 같다 하여 돛대봉, 여름에는 용의 뿔처럼 보인다 하여 용각봉(龍角峰), 가을에는 말의 귀를 닮았다 하여 마이봉이라 부르며 겨울에는 흰 눈 위에 솟은 봉우리가 먹을 찍은 붓과 같다 하여 문필봉(文筆峰)이라고 부른다.

먹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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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둔산 입구에는 인삼튀김을 파는 식당이 즐비하다. 대둔산은 전북 완주와 충남 논산 그리고 인삼의 고장 금산에 걸쳐있는 까닭이다.

대둔산 입구에는 다양한 음식들과 막걸리, 파전 등을 파는 식당들이 즐비하다. 특히 이 곳의 시그니처 메뉴 인삼튀김은 쌉싸름한 수삼에 고소한 튀김옷을 입혀 바삭하게 튀겨낸다. 속이 출출해지는 하산길에 먹는 인삼튀김은 그야말로 꿀맛이다. 하나만 먹어도 금세 속이 든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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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안 월랑회관 김치찌개

진안군청에서 월랑교 방향으로 200여m를 가다 보면 월랑교 입구에 김치찌개와 돼지 두루치기 맛집이 있다. 토박이들이 추천하는 23년 전통의 월랑회관이다. 돼지고기를 큼지막하게 썰어놓고 여기에 두부와 묵은김치, 대파, 콩나물을 넣고 푸짐하게 끓여낸다. 1인분을 주문했는데 양이 2인분처럼 푸짐하다. 맛 또한 달짝지근하면서 칼칼한 맛이 일품이다. 돼지고기와 두부 등 푸짐한 건더기를 먹다 보면 밥을 먹기도 전에 배가 부르다. 정갈한 밑반찬 또한 훌륭하다. 가격을 보면 더욱 놀란다. 푸짐하게 차려낸 김치찌개 한 상이 단돈 7000원. 추가 공깃밥은 무료다.

완주·진안=글·사진 스포츠서울 황철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