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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푸드 ]

마그마처럼 뜨겁고 물미역처럼 매끄런 우동 한 그릇은 한겨울의 처방전

by스포츠서울

마그마처럼 뜨겁고 물미역처럼 매끄런

우동은 일본음식이지만 한국인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면 요리 중 하나다. 통통한 면발에 뜨거운 국물이 100여년 간 입맛을 사로잡아왔다. 사진은 송파 미타우동의 가마타마우동.

한국에서 우동은 한중일 세 나라 풍이 모두 있는 유일한 음식이다. 그만큼 한국인이 사랑하는 면 요리다. 국물을 좋아하는 한국인에겐 특히나 겨울철에 인기가 좋다.

 

‘우동 한 그릇’이라는 이야기가 하나 있다. 일본에서의 원제는 ‘메밀국수 한 그릇(一杯のかけそば)’이다. 구리 료헤이(栗良平)가 지은 이야기 속 세 모자는 매년 섣달 그믐날 같은 식당을 찾아 우동(메밀국수) 한 그릇을 주문하고 나눠먹었다. 줄거리가 어찌됐든 이야기 속 뜨거운 국물에는 사람들의 희망과 꿈 한 타래가 잠겨있는 듯 하다.

 

우동이란 그런 음식이다. 추운 겨울, 냉온을 가르는 문을 열고 들어서 새하얗게 김 서린 안경 너머 눈짓으로 우동 한 그릇을 주문한다. 식탁에 올라 모락모락 김을 피우는 우동, 한 젓가락 집어 쭈루룩 빨면 그 통통한 면발은 물미역보다 매끄럽고 국물은 마그마보다 뜨겁게 느껴질 테다. 추울수록 사랑받는 깔끔한 국물의 우동 한 그릇, 그 오목한 그릇 안에는 행복이 가득 들었다.

서울 잠실 삼전동 ‘미타우동’ 덴푸라 우동

마그마처럼 뜨겁고 물미역처럼 매끄런

서울 송파 삼전동 미타우동의 덴푸라우동.

일본 정통 우동집을 표방하는 곳이다. 반죽을 발로 꾹꾹 밟아 치밀하게 치댄 족타(足打)반죽을 이용한 제면법으로 쫄깃하고 매끈한 우동 가락을 잘라낸다. 국물은 특제 가다랑이 포에다 구운 날치를 써 살짝 달달하고 구수한 맛을 낸다.

 

우동이라고 모두 국물이 있는 것은 아니란 사실을 확실히 보여주는 집. 삶아낸 다음 바로 찬물에 씻어서 쯔유(장국)에 찍어먹거나, 쯔유를 끼얹어(붓카케) 먹기도 한다. 여러가지 고명을 곁들여 먹으면 더욱 맛이 좋다.

마그마처럼 뜨겁고 물미역처럼 매끄런

미타우동 도리텐 붓카케우동.

확실히 면이 맛있다. 빨면 스르륵 목구멍으로 넘어가는 매끄러운 감촉이 일품이다. 일일이 주문 즉시 튀겨낸 각종 덴푸라와의 궁합도 일품이다. 닭, 호박, 새우 등 여러가지 재료의 바삭한 튀김을 뜨거운 우동국물에 적셔 먹으면 서로 기름기와 은은한 국물을 교환한다. 결국 더욱 맛이 좋아지는 상호보완적 관계가 성립된다.

 

아! 미타란 삼전(三田)동이란 뜻이니 당분간 이사할 계획은 없어보인다.

  1. 가격 = 덴푸라우동 9000원, 가마타마우동 1만원, 도리텐붓카케우동 8000원.

서울 연남동 ‘백리향’ 우동

마그마처럼 뜨겁고 물미역처럼 매끄런

중국집 우동의 매력은 푸짐한 건데기에 있다. 든든하고 고소한 고명과 시원한 국물까지 곁들여진 연남동 백리향 우동.

중국집에도 우동이 있다는 것을 잠시 잊었다. 예전에는 중국집에서 우동이 짜장면 만큼 대표메뉴였다. 생선과 어패류를 기본으로한 따끈한 우동 국물을 새빨간 짬뽕에 밀리기 전까지 폭넓은 인기를 끌었다. 연남동에 위치한 백리향, 화교가 운영하는 화상(華商) 가게다. 이집은 짬뽕도 유명하지만 육수에 아삭한 양파, 조개, 오징어(혹은 주꾸미), 버섯, 계란 등을 넣은 푸짐한 국물이 일품이다.

 

시원하고도 고소하고 또 푸짐하기도 하다. 채를 썰어 빠른 불로 단숨에 볶아낸 채소, 특히 양파는 아삭해서 전체적인 식감과 풍미를 돋운다. 면과 어울리도록 채소나 고명은 잘게 썰어냈다. 면발과 함께 집어 들이켜 삼키면 된다. 마지막 국물까지 후루룩 마시고 나면 배가 다 든든해질 지경이다.

  1. 가격 = 우동 6000원, 삼선우동 8000원.

서울 신당동 ‘국수가 좋아’ 가락국수

마그마처럼 뜨겁고 물미역처럼 매끄런

신당동 ‘국수가 좋아’의 가락국수

한국의 우동은 가락국수다. 광복 후 한글어문학계에서 일제의 잔재를 없앤다고 ‘우동(うとん)’을 가락국수로 ‘순화’시켜 쓰라고 했다. 파스타가 왜 ‘양국수’가 안된지는 모르겠다. 우동은 국물있는 국수만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어쨌든 가락국수는 밀가루의 보급과 함께 서민들의 허기와 한기를 달래는 음식으로 꾸준히 사랑받아왔다. 포장마차에서 분식집에서 기차역에서 가락국수의 인기는 불티났다.

 

신당동 ‘국수가 좋아’는 인근 시장상인들과 손님들로부터 하늘높은 인기를 뽐내는 곳이다. 직접 제면기를 두고 면을 바로 뽑아 뜨끈한 멸치육수에 말아낸다.

 

쑥갓과 고춧가루, 유부는 자칫 단조로울 수 있는 가락국수의 맛을 한껏 끌어올린다. 여기다 흩뿌린 고춧가루는 금상첨화. 면은 부드럽고도 쫄깃하다. 국물은 시원하게 목구멍을 타고 내리며 시린 속을 데우고 훑어낸다. 시원한 김치와 단무지를 올려 아삭한 식감을 더한다면 정말 더할 나위없다.

가격도 참 좋다. 3500원이면 한 그릇 든든하게 속을 달랠 수 있다.

  1. 가격 = 가락국수 3500원, 가락국수(大) 4500원.

경기도 고양시 화정동 ‘뭉치우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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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고양시 화정동 ‘뭉치우동’의 뭉치우동(왼쪽)과 어묵우동. 이주상기자 rainbow@sportsseoul.com

화정역 인근에 위치한 뭉치우동에 들어서면 매장만큼 널은 주방이 먼저눈에 띈다. 누구나 볼수록 훤히 트인 커다란 주방을 들여다보면 숙갓, 김, 다대기, 어묵, 유부 등이 놓여진 큰 그릇과 더불어 한 켠에는 밀가루 반죽을 만드는 넓은 식탁이 있다. 뭉치우동이 많은 손님들의 인기를 끌고 있는 비결은 반죽에 있다.

 

주방에서 매일 직접 면을 반죽하여 4시간 이상 숙성시킨 후 주문시 직접 면을 뽑아 조리한다. 신선도와 깊은 맛을 동시에 만들어 내는 비결이다. 게다가 국물은 사골 등 8가지의 천연재료를 이용해서 18시간 이상 끓여 내놓는다. 정성을 들인 국수와 육수는 쫄깃한 식감과 시원하고 담백한 맛을 내며 입에 쏙 들어온다. 가격 또한 착하다. 대표메뉴인 뭉치우동이 3500원이고 어묵과 유부 우동은 4000원이다. 우동은 속성 음식이라고 여겼던 그동안의 인식을 깨뜨린 ‘깊은 맛’의 우동이다.

  1. 가격 = 뭉치우동 3500원, 어묵우동 4000원, 유부우동 4000원.

서울 합정동 ‘교다이야’

마그마처럼 뜨겁고 물미역처럼 매끄런

서울 합정동 교다이야 ‘오뎅우동’ 황철훈기자 color@sportsseoul.com

서울 합정역 인근 주택가 골목에 자리한 사누키 우동집 교다이야가 자리했다. 교다이야는 ‘형제의 집’이란 뜻으로 이름답게 실제 두 형제가 운영을 했던 우동집이다. 2018 미쉐린 가이드 서울 빕구르망에 당당히 이름을 올린 일명 가성비 맛집이다. 가게에 들어서기 전 조그마한 대기 공간엔 벌써 순서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가득하다.

 

가게 내부는 넓고 깔끔하다. 가게 한쪽에는 쉴새 없이 홍두깨를 눌러 면을 뽑아낸다. 이 집은 주문과 동시에 면을 썰어내고 삶아낸다. 땡글땡글한 면발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국물에 담겨나온 면은 식사를 마칠 때까지 탱탱함이 살아있다. 보기에도 먹음직스러운 두꺼운 면발은 미끄러지듯 부드럽게 넘어간다. 부드러우면서도 쫄깃함이 살아있는 면발은 마치 탱탱한 가래떡을 씹는 느낌이다. 간장과 정어리 훈제포로 맛을 낸 진한 국물은 감칠맛이 예술이다. 탱글탱글 면발과 감칠맛이 넘치는 국물의 만남 그야말로 감동 그 자체다. 4000원을 추가하면 유부초밥과 샐러드, 모둠튀김, 오미자차가 더해지는 세트메뉴 ‘정식’을 맛볼 수 있다.

  1. 가격 = 가케우동 7000원, 가마붓카케 우동 8000원, 덴뿌라우동 니꾸우동 9000원.

서울 ‘망원동 즉석우동’

마그마처럼 뜨겁고 물미역처럼 매끄런

서울 망원동 즉석우동집 ‘어묵우동’ 황철훈기자 color@sportsseoul.com

서울 망원동 성산초등학교 맞은편에 위치한 이 집은 늦은 새벽까지 문을 여는 심야 우동집이다. 일본식 우동이 아닌 철저히 한국식으로 맛을 낸 우동으로 칼칼한 맛이 특징이다. 하얀색 플라스틱 그릇에 담겨 나온 우동은 유부와 고추양념 그리고 쑥갓이 가득하다. 향긋한 쑥갓향이 느껴지는 국물은 매콤하며 감칠맛이 느껴진다. 특별할 것 없어 보이는 면발은 쫄깃한 식감을 뽐낸다.

 

입안 가득 얼얼함이 느껴지는 우동은 묘한 중독성이 느껴진다. 일각에선 이 묘한 중독성 때문에 마약우동이라 부른다. 개인적으로 느끼는 맛은 한마디로 압축하면 ‘차가운 소주를 부르는 맛’이다. 아니나 다를까 옆 테이블은 우동국물을 안주삼아 소주를 들이켜고 있다. 즉석우동은 주문 시 순한맛, 보통, 매운맛 3단계로 조절할 수 있다. 매운맛에 익숙지 않은 사람에겐 보통도 꽤 맵다. 순한맛을 추천한다. 망원동 즉석우동집은 맛도 맛이지만 늦은 심야까지 문을 여는 덕에 야식의 성지로 통한다.

 

늦은 저녁 출출함을 달래려 찾은 이들부터 얼큰한 우동 국물을 안주 삼아 차가운 소주 한 잔 기울이는 혼술족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늦은 시간까지 끊임없이 이어진다. 다만 가격만 보자면 착하진 않다.

  1. 가격 = 즉석우동 5000원, 어묵우동 6000원.

스포츠서울=글.사진 이주상.황철훈.이우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