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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푸드 ] 이우석의 식음털털

"대통령도 위원장도, 아니먹지는 못하리라" 햄버거. 제2의 평양냉면될까

by스포츠서울

"대통령도 위원장도, 아니먹지는 못하

이른바 ‘햄버거 외교’라 불리는 북미정상회담이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린다. 평양냉면에 이어 햄버거 역시 역사적인 현장에 함께 자리를 지킬 전망이다. 이미지 | BBC 홈페이지 캡처

"대통령도, 위원장도 아니 먹지는 못하리라" 햄버거는 제2의 평양냉면이 될 수 있을까.

 

정상들의 저녁 식사는 언제나 화제를 모은다. 덕분에 햄버거가 ‘핫’한 메뉴로 펄쩍 뛰어올랐다. 역사적인 북미정상회담 하루 전, 그 서곡만 보면 또 하나의 ‘평냉’이라 말할 수 있다. 정크푸드의 오명을 정통으로 뒤집어썼지만 미국인의 소울푸드로서 여전히 당당한 위상을 차지하고 있는 햄버거.

 

이번 정상회담 만찬장 리스트에 오르면서 다시 한 번 그 위용을 과시했다.

 

청소년도 서민도 대통령도 먹는 음식이 그리 흔할까.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햄버거(맥도날드 쿼터파운드 치즈버거) 마니아로 널리 알려졌다. 오죽하면 이름도 ‘○도널드’일까. 더구나 베일에 꽁꽁 싸인 세계 최고 미스터리 국가의 지도자 역시 햄버거를 즐긴다니. 이처럼 적당한 만찬 메뉴도 없을 법하다.

 

또한 햄버거는 콜라와 함께 미국의 상징이다. 과거 냉전시대 미국과 수교를 맺은 나라는 늘 맥도널드와 코카콜라가 먼저 진출, 민간 외교관 역할을 해온 전력이 있다.

 

스포츠서울 ‘식음털털’은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음식, 햄버거를 전격 해부했다. 평양냉면에 이어 역사를 바꾼 현장에 함께한 제2의 음식이 될 듯하다.

햄버거는 무엇?

이번 세기의 정상회담 내용만큼 주목받았던 음식 햄버거는 사실 빵 사이에 고기를 끼운 단순한 음식이다. 여기다 뭔가 첨가한대 봤자 양파나 피클, 양상치 등 채소, 치즈나 베이컨 등을 더하고 소스를 뿌려낸 것이 전부다. 영양학적으로는 탄수화물과 동물성 단백질(채소로 섬유질 추가)의 조합이며, 가장 빨리 조리해서 가장 빨리 섭취할 수 있는 전형적 패스트푸드다.

햄버거의 기원은?

한국전쟁 후 우리나라에 미국 대표음식으로 소개된 햄버거는 사실 우리가 즐기는 육회와 뿌리가 같다. 햄버거의 원형인 함부르크 스테이크는 아시아에서 탄생했다는 것이 정설이다. 북방 유목민이 먹던 육회 문화가 유럽에서 타르타르 스테이크로 이어지고, 그것을 다시 익혀 먹은 함부르크 스테이크가 되었다는 것. 함부르크 스테이크(Hamburg steak)는 미국으로 건너가 빵 속에 들어가 그 이름 그대로 햄버거(Hamburger)가 됐다.

 

결국 지구를 한 바퀴 돌아 햄버거의 모습으로 금의환향했으니 우리나 세계적으로도 입에 안 맞을 리 없다.

지금 형태의 햄버거는 언제 생겨났을까?

"대통령도 위원장도, 아니먹지는 못하

햄버거의 대중적 인기 확산에는 1920년대 인기 만화 뽀빠이에 등장한 캐릭터 윔피의 공이 크다. 그는 햄버거만 먹는다.

부위를 드러내지 않아도 되는 값싼 고기를 갈아서 패티 형태로 다중 공간에서 팔던 함부르크 스테이크가 변형된 것이다. 19세기 말 세인트루이스 박람회 등 몇몇 지역에서 서로 원조라 주장하고 있다.

 

인기를 끌게 된 원인은 대공황을 거치며 햄버거가 저렴하고 맛이 좋은 식사란 평이 확산됐기 때문이다. 특히 1920년대 잡지 만화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뽀빠이(Popeyes)’에 등장한 윔피(Wimpy)의 역할이 컸다. 아직 대형 햄버거 체인도 없을 시대인데 윔피는 줄곧 햄버거만 먹는 캐릭터였다. “돈은 화요일에 줄 테니 햄버거 하나만 주세요”란 대사로 인기를 끌었다. 이후 1940년대에 맥도널드와 인앤아웃버거 등 대형 햄버거 체인이 등장했다.

왜 햄버거를 즐기나?

햄버거는 간편하면서도 든든한 음식이다. 나이프를 쓰지 않고 입으로 베어 물어도 흡족할 만한 고기패티와 치즈, 부드러운 번을 채소와 함께 즐길 수 있어 한입에 복합미(複合味)를 즐길 수 있는 몇 안 되는 서양식이다. 김밥, 비빔밥 등 복합미를 즐겨온 한국인의 입맛에는 더할 나위 없다. 전반적으로 짭조름하고 다양한 식감이 존재해 어른들의 입맛에도 맞다.

햄버거와 인연이 깊은 인물은?

지난 남북정상회담 때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평양냉면 홍보대사 역할을 했듯, 현재로썬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햄버거의 전도사가 되었다.

 

지난 2016년 미국 대선 중 애틀란타 유세 때 트럼프는 “내가 대통령이 되면 북한 김정은과 햄버거를 먹으면서 협상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그래서 최근 북미정상회담을 ‘햄버거 외교’라 부르기도 한다. NBA농구 등 미국문화에 관심이 많은 북한 김정은 위원장도 스위스 유학 당시 햄버거를 즐겼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왜 햄버거를 세계적 대중음식이라 말할까?

조리과정이 간단한 햄버거는 사실 원래부터 유사한 맛의 음식이 세계에 퍼져있었다. 고기를 갈아 다시 뭉친 음식에서 시작하기 때문이다. 중국에는 모양까지 비슷한 ‘로자모’와 패티를 소스에 볶은 난자완스가 있고, 일본, 터키에도 있다. 우리나라엔 떡갈비가 패티의 원리와 똑같다.

 

게다가 저렴하고 간편하다. 공장에서 패티와 빵을 만들어 제공하면 누구나 가게를 차릴 수 있어 노점이나 패스트푸드 식당을 차릴 때 좋다. 그래서 많아졌다.

 

1990년 대 이후 냉전 시대가 막을 내리며 전 세계에 미국 대중문화가 퍼졌는데 그중 음식의 대표성을 햄버거가 가졌다.

햄버거에도 독일의 맥주순수령 같은 강력한 규정이 있나?

이미 규제하기 전에 햄버거는 대중적이며 세계적이 됐다. 다만 종주국인 미국에서는 패티를 사용하지 않으면 햄버거라 부르지 않는다. 물론 고기를 갈지 않고 통째로 사용하는 스테이크 버거도 있지만 순수한 의미에선 햄버거가 아니고 변형된 음식이다. 특히 국내에서 치킨버거, 새우버거, 피시버거라 부르는 등 다른 식재료를 사용한 햄버거에 대해선 샌드위치 개념으로 간주된다.

"대통령도 위원장도, 아니먹지는 못하

값싼 고기로 간편함을 강조하던 햄버거는 이제 고급화 됐다. 수제버거가 인기를 끌고 있다. 사진은 수제버거전문점 뉴욕아파트먼트의 맥앤치즈버거.

햄버거에 관한 잘못된 상식

햄버거는 햄(Ham)과는 상관없다. 그래서 햄이 들어가지 않는다. 훈연한 고기를 뜻하는 햄은 스페인 하몽(Jamon), 프랑스 장봉(Jambon) 등 라틴어에서 나온 말이다. 햄버거의 햄은 독일 항구도시 함부르크에서 나온 말이므로 따로 떼어 쓸 수 없다.

 

북한에는 햄버거가 없다는 말도 사실과 다르다. 북한에는 이미 2000년 10월에 당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세계적인 추세에 따라 ‘고기겹빵’(햄버거를 뜻함)을 우리 식으로 생산하라는 지시를 통해 햄버거 공장이 생겨났다. 2009년에는 평양 번화가인 금성네거리에 싱가포르 자본의 햄버거 레스토랑 ‘삼태성’이 오픈해 지금까지 인기를 끌고 있다.

 

햄버거는 번(Bun)을 써야 한다는 것은 그 익숙한 형태 때문이지만, 치아바타 번을 쓰거나 모닝롤을 쓰기도 한다. 한때 패스트푸드 체인 하디스는 프리스코 버거라 해서 납작한 빵을 자체 제작해 쓴 적도 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는 번을 쓰지 않고 길쭉한 바케트나 식빵을 사용하면 ‘샌드위치’로 부른다.

 

스포츠서울 이우석기자 demory@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