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마다 날 짓밟는 여름철 입맛의 점령군, 돼지족발

[푸드]by 스포츠서울

족발. 발이 두개로 이뤄진 말이다. 모든 발 요리를 말하는 ‘풋풋(Foot Food)’한 음식같지만 사실은 돼지의 발 만을 뜻한다.(소는 따로 우족이라 부른다) 돼지의 네 다리 중 무릎 아래 발목까지 부위를 통째로 삶아내는 요리다. 의견은 분분하지만 지금 형태의 족발은 중국의 요리법으로 보는 견해가 맞다. 중국의 족발 요리인 툰제(豚蹄)는 약재와 간장을 넣고 조려낸 것으로 지금 현대 한국인들이 먹는 돼지족발과 비슷하다. 독일의 족발 요리 슈바인스학센은 삶았다 다시 구워내는 요리라 이와는 좀 다르다.


사계절 안주나 간식으로 인기가 좋지만 사실 족발은 여름에 각광받는다. 불판이 필요없는 고기요리이기 때문이다. 또한 쟁반막국수 등 여름철 계절식과 함께 하는 집이 많으니 무더운 여름밤에 더욱 어울린다. 족발이 짜장면과 함께 배달요리의 ‘시조새’격으로 인식 속에 자릴 잡았던 이유다.


열대야가 지속되고 있는 지금, 시원한 맥주와 함께 여름밤을 풍성하게 보낼 수 있는 ‘족맥’집을 소개한다.

서울 마포 공덕동 ‘마포 소문난 원조족발’

저녁마다 날 짓밟는  여름철 입맛의

마포소문난원조족발 ‘한돈족발(大)’ 황철훈기자 color@sportsseoul.com

서울 도심 한복판 거대한 빌딩 숲속에 오아시스처럼 자리한 재래시장, 바로 ‘공덕시장’이 있다. 여느 시골 시장 못지않은 넉넉한 인심과 풍요로움이 넘치는 곳이다. 특히 먹거리의 천국 마포에서도 저렴한 가격으로 푸짐하게 먹을 수 있는 곳이 바로 이곳이다. 그중에서도 족발 골목과 전집 골목은 공덕시장의 상징이자 자랑. 특히 퇴근길 호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은 직장인들의 속을 든든하게 책임지며 푸근함까지 안겨주는 곳으로 직장인들에게는 제2의 안식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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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포소문난원조족발 ‘한돈족발 상차림’ 황철훈기자 color@sportsseoul.com

그중 ‘마포소문난원조족발’ 집이 바로 대표 격이다. 족발을 시켰을 뿐인데 머리고기와 내장, 순대를 넣은 순댓국와 내장 접시를 서비스로 낸다. 탄산음료도 1병 준다. 이 집의 대표메뉴는 한돈족발.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자태가 침샘을 자극한다. 쫀득한 껍질과 야들야들 부드러운 속살이 어우러진 담백한 맛은 그야말로 기가 막히다. 양도 넉넉하다. 둘이 먹기엔 양이 넘친다. 소주 안주로 제격인 순댓국은 이모들이 알아서 척척 리필을 해준다. 그것도 푸짐하게 건더기를 채워 준다. 순대도 부족하면 준다. 족발 주문은 프리패스가 된다.

  1. 가격=한돈족발 대(大) 3만2000원, 중(中) 2만7000원, 매운족발 4만2000원, 반반족발 4만2000원

서울 마포구 서교동 ‘미담진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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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담진족 ‘오향족발’

홍대 족발 맛집으로 가장 유명한 이 집은 카페를 연상케 하는 깔끔한 외관과 독특한 족발 요리로 많은 사람을 불러모으는 마성의 족발집이다. ‘족발집’간다는 약속만 듣고, 미담진족에 들어서면 “아! 잘못들어왔네”하고 돌아서게 된다. 메뉴 또한 기존 족발집과 확연하게 차별화됐다.

저녁마다 날 짓밟는  여름철 입맛의

미담진족 ‘오향파족’

얇게 썬 족발에 상큼한 유자 드레싱을 두른 ‘유자족발샐러드’를 비롯해 국내산 암퇘지 전족을 이용해 삶아낸 ‘오향족발’, 매콤한 양념으로 볶아낸 ‘매콤양념족발볶음’, 쫄깃한 족발위에 파채를 듬뿍 올리고 견과류와 함께 달콤한 특제소스를 뿌려내는 ‘오향파족’ 그 밖에 족발 화덕피자, 족발 비빔밥 등 족발을 이용한 다양한 퓨전요리를 맛볼 수 있다. 또한 족발 메뉴에는 다양한 풍미를 느낄 수 있도록 육젓과 달콤한 레몬소스, 와사비, 깻잎절임, 씻은지 등이 함께 곁들여 나온다. 육젓의 새우는 그냥 그대로 옷만 입혀 튀기면 새우튀김이 될 정도로 투실하다.(아! 과장이다)

저녁마다 날 짓밟는  여름철 입맛의

미담진족에는 족발을 이용한 다양한 요리가 많다. 해삼내장(고노와다)을 곁들여 풍미를 강화한 ‘작품’도 맛볼 수 있다.

다양한 소스와 반찬과 함께 맛보는 족발은 입안가득 색다른 풍미를 펼쳐낸다. 특히 서비스로 나오는 ‘술밥’은 소주 안주로 제격. 혀에 착 감기는 감칠맛이 그야말로 예술이다. 맛도 맛이지만 음식을 담아내는 플레이팅도 훌륭하다. 커다란 옹기그릇에 정갈하고 세련되게 담아낸다. 잔뜩 멋을 부린 족발이 귀족 족발로 탄생한다. 역시나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 여기에 맥주 한잔을 곁들이면 세상 부러울게 없는 황후의 만찬이다. 2층은 함께 운영하는 ‘더캐스크’. 맥주 장인이 추천하는 세계의 다양한 맥주를 한번에 맛볼 수 있다. 진정한 ‘족맥’집이다.

  1. 가격=오향족발(1~2인) 2만8000원, (3~4인) 4만3000원, 오향파족 3만원, 유자족발샐러드 2만8000원.

서울 구로동 뽕나무쟁이 족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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뽕나무족발

일명 ‘뽕족’으로 불리는 집이다. 본점은 강남(선릉)이고 분점이 ‘구디(구로디지털단지)’에 있다. 야근자가 많은 구로 디지털 단지에서 족발의 명가로 자릴 잡았다. 당일 새벽부터 삶아내는 족발집의 특성 상 늦게 가면 없다. 족발의 정석이랄까?. 제대로 삶아낸다. 존득한 껍데기와 부드러운 지방층, 고소하고 담백한 속살이 층층 쌓여 씹는 맛의 화음을 낸다. 약재를 넣었는데도 ‘어른 냄새’가 나지 않는다. 오히려 친근한 간장 조림 향기가 배어 질리지 않고 먹을 수 있다. 매운 족발은 끊임없이 밥과 술을 부른다. 화끈하지만 맥주를 마시면 금세 씻겨내려가는 그런 매운 맛이다. 겉절이 국물이 필요한 이들을 위해 부대찌개도 판다.

  1. 가격=통족발, 양념족발(3만2000~4만9000원), 모둠족발(3만4000~5만1000원).

서울 서교동 마산족발

저녁마다 날 짓밟는  여름철 입맛의

서교동 마산족발.

마포에서 몇 안되는 족발 노포다. 마산에 왜 족발이 유명한지는 잘 모르겠지만 ‘마산족발’이란 같은 상호로 40년 간 돼지 발을 삶아왔다. 테이블은 고작 5개. 메뉴는 족발과 국밥. 단촐하다. 한 가지 메뉴만 취급하는 집 답게 족발에만 엄청난 정성을 들였다.

저녁마다 날 짓밟는  여름철 입맛의

서교동 마산족발.

살이 튼실한 앞다리 만 삶는다. 어느 나라든 돼지족발은 기름지고 살집좋은 앞다리가 뒷다리보다 고급으로 친다. 특히 중국에선 기력이 허할 때 앞다리를 먹는다. 무거운 돼지 상체를 받히고 있기 때문이다.


기본에 충실한 마산족발은 족발 깨나 먹는다는 이들이 엄지를 추켜세우는 집이다. 껍데기 깊숙히 밴 양념은 여느 족발집처럼 달지않고 고소한 맛을 내고 그 부드러운 식감이 탁월해 양손에 (발가락을)들고 뜯는 ‘프로족발러’들이 유난히 눈에 많이 띈다. 속살은 거의 씹지않아도 넘어간다. 새우젓과 장, 무생채 역시 이집 족발을 빛내는 영광의 조연들이다.

  1. 가격=족발 3만원, 따로국밥 6000원.

글·사진=스포츠서울 이우석·황철훈기자 color@sportsseoul.com

2018.07.31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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