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까마득한 일이지만, 처음 재택근무를 시작했을 때의 기억이 난다. 출근하지 않고 집에서 일을 한다는 게 철이 없게도 신이 났더랬다. 그러나 이는 커다란 착각이었다는 걸 일주일도 안 되어서 깨닫게 되었다. 일의 효율이 예전 같지 않은 건 둘째 치고, 하루 종일 집에서 꼼짝하지 않는 일상이 힘들었다. 마땅히 나갈 곳도 없건만, 강제로 갇힌 사람처럼 답답했다. 마침 일(Work)과 휴가(Vacation)를 동시에 하는 ‘워케이션(Workation)’이라는 단어가 눈에 띄었다. 재택근무 문화가 자리 잡으면 워케이션과 중장기 여행이 여행
내 계절을 물으러 붉디붉은 겨울 신안 잠시 숨을 고르고 너를 가만히 바라본다. 신안의 하얀 겨울을 밝히는 이 꽃의 이름은 애기동백. 때도 모르고 기다린 마음 화답하듯 한겨울 피어난 애기동백이 붉디붉다. 글 정상미 사진 이효태 옷깃을 잔뜩 세운다. 주머니 깊숙이 손을 찔러넣는다. 내어줄 것 하나 없다는 듯 잔뜩 웅크린 채 사람들은 제각각 걸음을 재촉한다. 꽃을 찾아 날갯짓 쉼 없던 벌과 나비도 한겨울 추위에 자취를 감췄다. 그런데 애기동백은 이런 겨울에 피어난다. 웅크린 마음 다독여주려고. 추위 속에서도 꽃이 필 수 있다고 온몸으로
고흥(高興), 풀이하면 ‘높이 흥한다’는 뜻이다. 여행의 매력으로 가득하지만 그동안 수도권에서 멀다는 이유로 외면받던 고흥은 지금 제철을 만났다. 코로나19 사태를 피하고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관광 명소로서 주목받는 것. 마침 쑥섬, 연홍도, 천만송이 들국화농장이 2021년 전남 언택트관광지 50선으로 선정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고흥으로 떠났다! 글·사진 박준규 취재협조 전남도청 관광과, 고흥군청 관광정책실 고흥읍에서 한 시간가량 달리면 나로도연안여객선터미널. 바로 앞이 쑥섬이다. 뱃머리를 돌리자마자 선착장이 닿을 정도로 가깝다. 오늘
자연이 빚은 여행의 참멋, 양산 경남 양산의 여행은 늘 자연과 함께한다. 봄에는 구불구불한 길을 따라 아슬아슬 드라이브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고, 여름에는 산속의 시원한 바람과 아름다운 산장 계곡에 두 발을 담그고 흥얼거리며 여유를 즐길 수 있다. 가을에는 또 어떤가. 사람 키만큼이나 자란 긴 억새가 온 산을 뒤덮는 환상의 등산코스 천성산 화엄늪을 가히 그냥 지나칠 수 없다. 겨울에는 산채비빔밥과 산채 정식으로 다가오는 봄 향기를 느끼고, 향긋한 전통차 한 잔으로 몸을 녹인 후 눈 덮인 하얀 세상의 운치를 오롯이 즐길 수 있다. 글
때때로 전국을 여행하며 그 지역 대표 음식을 찾아 먹는다. 올겨울에는 입 짧고 허약한 친구를 위해 충북의 향토음식을 찾아다녔다. 맹렬한 동장군도 물리칠 괴산 괴강매운탕과 옥천 생선국수, 면역력이 쑥 올려줄 보은 산책정식, 질리지 않는 청주 삼겹살, 고당도 영동 포도로 만든 와인까지. 지역의 자연과 문화, 손맛이 담긴 음식들이 심신을 따뜻하게 덥혀줬다. “네 덕에 올겨울은 감기 안 걸릴 것 같다.”는 친구 말에 뿌듯했다. 청동기부터의 오랜 역사와 천혜의 자연을 고스란히 품고 있는 보물 같은 여행지, 충북. SRT매거진과 한국관광공사
그 어느 때보다 여행지를 신중히 고르고 골라 여행한다. 이렇게 고심 끝에 찾아간 여행지는 마치 운명과 같은, 좀 더 거창하게 말하면 숙명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역사는 현재와 과거의 끊임없는 대화다”(에드워드 카)라고 했던가? 학창 시절을 지나자 시간은 하염없이 흘렀다. 어느 순간 역사와의 ‘대화’는 중단됐다. 시나브로 중년이 되어 다시 ‘대화’를 건네 본다. 나이 들어 좋은 점도 있다. 열정과 추진력은 줄었지만, 지혜로운 눈이 생겼다. 역사가 나와 동떨어진 먼 이야기 같았지만, 지금은 가깝게 느껴진다. 겨울의 초입, 수북이 쌓인 낙엽을 밟으며 충북 지역으로 역사 여행을 떠나보기로 했다. 청동기부터의 오랜 역사와 천혜의 자연을 고스란히 품고 있는 보물 같은 여행지, 충북. SRT매거진과
희망은 어둠 속에서 찾아야 하네 울산광역시 울주군은 남구, 북구, 서구, 중구의 면적을 합친 것보다 크다. 나무가 클수록 나이테도 촘촘하듯 울주군 곳곳에 놀랍고, 신비롭고, 때론 서러운 생의 기록이 켜켜이 쌓여 있다. 2020년 달력 한 장을 남겨두고 찾은 울주에서 우리가 끝내 찾을 것은 희망임을 알았다. 울주는 마치 대한민국의 전 역사를 압축해놓은 것 같다. 순진무구한 어린이들을 앞에 두고 울주의 이야기를 들려준다면, 먼저 고래 이야기로 그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것이다. “여러분, 혹시 집에서 동물 키우는 어린이 손 들어보세요. 옛
“내일을 여는 지혜로다” <논어>의 위정편에 ‘온고지신’이 등장하니 이미 지나간 옛것을 낡은 것으로 치부하지 않고, 그를 자세히 들여다보고 연구하여 새로움을 발견하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자랑스러운 우리 문화, 유교·신라·가야의 찬란한 얼이 깃든 경북 3대 문화는 낙동강, 백두대간의 생태 축을 핵심 요소로 엮어 생생한 오늘과 손을 잡는다. 2021년은 ‘경북 3대 문화권 방문의 해’다. 경북의 고유한 문화유산이자 찬란한 대한민국의 역사인 유교·가야·신라 3대 문화가 강한 생명력으로 거듭나 관광객을 부른다. 현재 경상북도와 경상북도콘
제아무리 값비싼 롱 패딩도 이 햇살처럼 날 포근히 감싸주진 못할 거야. 하늘은 하늘색, 바다는 푸른색, 모래는 황토색, 일직선으로 그어진 이 색들이 얼마나 잘 어울리는지. 단지 걸었을 뿐인데 지금 이 기분, 무엇을 준들 바꿀까. 아주 오래전 지금보다 길을 자주, 잘 못 찾던 시절이 있었다. 낯선 나라에서 열흘이 넘도록 매일 가던 길을 헤맸는데 아침에 해를 보고 나와, 달을 보며 집에 들어가곤 했다. 노리지는 않았으나 덕분에 허리에 남아돌던 살이 정리되는 효과가 있었다. 또 하나 괜찮은 점은 다른 친구들은 모르는 나만 아는 새로운 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