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나 사이 바다가 있다면 징검다리를 놓아야지. 고운 발 바닷물에 젖지 않도록, 겨울에도 시리지 않도록. 전남 신안, 병풍리. 크고 작은 6개 섬을 잇는 노두길을 따라 걸으면 자비와 평화를 바라는 12개의 작은 예배당도 만날 수 있다. 글 정상미 사진 이효태 꼬박 2년이라는 시간이 흘러 바깥에서 얼굴 반 을 가리던 마스크를 벗게 되었다. 아직도 서로가 조심하는 분위기는 여전하지만 켜켜이 닫힌 마음의 빗장 하나가 사라진 느낌이다. 한 발 내딛기가 불안했던 수많은 어제에는 경고장과도 다름없는 메시지가 숨어 있다. ‘그저 일어나는 일은
SRT서대구역에서 차로 20여 분이면 닿는 경북 칠곡. 한낮의 햇살에 부서지던 동명지의 윤슬과 눈물진 역사를 끌어안고 흐르는 낙동강의 물줄기를 기억한다. 글 정상미 사진 이효태 향기롭고도 형형한 기운을 받아볼까. 매원마을은 경주 양동마을, 안동 하회마을과 더불어 조선시대 영남 3대 반 촌으로 일컬어졌다. 마을의 형상이 매화낙지형, 즉 매화꽃이 땅에 떨어진 모양으로 풍수지리에 따르면 명당 중의 명당에 든다. 1623년 석담 이윤우가 입촌하면서 집성촌을 이루었는데 선생은 감호당을 짓고 후학 양성에 힘썼다. 마을에서 가장 오래된 건물인
유난히도 무더웠던 지난해 여름 담양을 찾았다던 정지은 씨. 그는 뜨거웠던 날씨 탓에 제대로 담양을 즐기지 못했다며 봄날의 담양 여행을 추천했다. 글 손유미 사진 신중혁 담양으로 여행하게 된 동기는? “명소와 먹거리가 많을 거라는 기대감에 담양 여행을 떠났다.” 담양 여행을 추천하는 이유는? “지난여름 더운 날씨 때문에 제대로 담양을 즐기기 못해, 나 대신 누군가 제대로 담양을 만끽해주길 바랐다.” 담양 여행에 팁을 준다면? “관방천 근교를 오전·오후로 나누어 여유롭게 거닐 것을 추천한다.” 죽녹원 바람이 부는 방향에 따라 휘청거리
청옥산 육백마지기에서 진정한 자유를 만끽하고, 산너미목장에서 멋진 삶을 배운다. 평창강 물줄기 따라 이웃들의 삶을 좇으면 평창 남부권, 울림 있는 여행이 완성된다. 글 정상미 사진 이효태 “그대 마음은 지금 어느 계절에 머물렀소? 습지의 개구리들은 서로를 얼싸안고 봄노래를 부르고 있소. 꽃망울이 터지듯 대지는 새로운 생명력으로 물들고 있소. 그대 마음 찬바람 가득한 그곳에서 이제는 불러오오. 여기 평화롭고 창창한 데로.” 산너미목장 가장 높은 꼭대기, 육십마지기를 향하는 언덕길에 까만 그림자가 우리 일행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물
광주의 맛이 제대로 느껴지는 보리밥 한 상. 그다지 특별할 것 없지만 정겹고 푸짐하고, 심지어 맛있기까지 하다. 예로부터 맛의 고장으로 불려온 도시. 광주를 대표하는 5미(味)는 한 상 푸짐한 한정식과 남도의 깊은 맛을 자랑 하는 김치, 먹기 좋게 다진 갈빗살을 양념하여 구운 송정 떡갈비, 담백한 오리탕, 그리고 무등산 보리밥을 꼽는 다. 등산로 초입에는 산에서 나는 나물을 주재료로 한 산채비빔밥 식당이 많은데, 무등산 지산유원지와 증심사 주변으로는 제철 나물을 곁들인 보리밥거리가 형성되었다. 지산유원지 근처에는 30년 가까이 자리
소백산 정기 머금고 자란 인삼과 사과의 향취. 수백 년, 아니 그보다 오래 영주 시민들의 뿌리가 되고 살갗에 자리했으니 인심은 넉넉하고, 머무는 곳마다 여운이 깊다. 글 정상미 사진 이효태 오늘날 시인묵객이 다녀가며 예찬한 곳. 최순우 전 국립중앙박물관장의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 미술사학자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제25회 이상문학상 수상작품집 대상에 선정된 신경숙의 <부석사>까지, 책갈피를 넘기며 참을 수 없는 흥미로움으로 부석사를 찾은 이들이 한둘이 아닐 터. 부석사는 한국 화엄종의 근본도량으로 신라
유행의 속도가 너무나도 빠른 서울이라 해도 백년가게의 풍경은 여전히 정겹기만 하다. 아주 오래되었는데도, 현대 미식의 기준을 온전히 보여주고 있는 서울의 백년가게들을 소개한다. 글 한소영 사진 성종윤 취재협조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서울 종로에 자리한 ‘이문설농탕’. 1902년에 문을 열어 ‘서울시 요식업 허가 1호’라는 기록을 지닌 곳 이다. 말 그대로 100년이 넘는 동안 손님들에게 담백한 설렁탕을 만들어 내왔다. 이곳에 와서 듣기 전 까진 이러한 기록이 있을 수 있다는 사실 자체를 쉽 게 떠올릴 수 없을 만큼 우리 역사에서 이
2016년 11월 제2영동고속도로가 개통되며 수도권에서 강원도 원주로 가는 거리는 좀 더 가깝고, 빨라졌다. 우리나라 유일의 혁신도시이자 기업도시로 선정된 원주. 시내에는 한국관광공사를 비롯해 국민건강보험공단, 대한적십자사 등 공공기관이 이전해 지역 성장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좀 더 빨라지고, 앞장서 성장하느라 원주의 진가 를 우리는 놓치고 있던 게 아닐까. 원주 씬8경은 그래서 낯설고 아름다웠다. 글 정상미 사진 이효태 원주 거돈사지 원주 시내에서 서남쪽을 향해 차로 40여 분 달리면 부론면 정산리, 아늑한 마을이 모습을 드
쉬어가라고 겨울이 있나봐. 함께하면 더 따뜻하니까 이 시린 날 우리는 세상을 걷고 있나봐. 나 사는 동네를 똑 닮은 너희 동네를 여행했어. 성의 남쪽에서 닭죽을 먹고, 오리들이 평화 롭게 헤엄치는 공원을 산책했어. 글 정상미 사진 이효태 “SRT수서역에서 성남까지 얼마나 가까운데, 걸어와도 될걸?” 몇 해 전 판교로 직장을 옮겨 한동안 생활한 친구가 너스레를 떨며 말했다. 친구의 말대로 수서역에서 성남은 아주 가까웠다. 서울 서초구에서 시작되어 탄천으로 유입되는 세곡천 저편은 서울, 이편은 성남으로 경계가 나뉘고, 탄천습지생태원
#100YEARS 오늘도 많은 여행자가 이들 가게에 오기 위해 인천을 찾을 것이다. 매일의 성실한 장사가 역사로 기록되는 인천의 백년가게들. 글 한소영 사진 성종윤 취재협조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백년가게 3대가 잇는 맛의 이야기 삼대인천게장 1962년에 문을 연 ‘삼대인천게장’은 3대가 잇고 있 는 노포다. 하지만 본점의 모습은 노포의 이미지와 는 거리가 멀다. 오랜 역사의 흔적이 깃든 가게를 전면 리모델링하기로 결정한 건 3대째 가게를 잇는 유장현 대표다. 코로나19 세계적 대유행이 시작하 던 시기, 오래된 가게의 모습이 비위생적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