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가 촉촉이 익산을 적신다. 땅속 깊이 잠든 백제의 찬란한 문화, 겨우내 잠시 몸을 웅크리고 있는 나무들을 깨우는 반가운 빗방울이다. 그래서 3월은 푸르른 빛으로 새롭게 피어나는 익산을 여행하기에 더없이 좋은 계절이다. 백제의 찬란한 문화가 꽃을 피운 익산. 자고로 고대 국가의 수도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필수적으로 갖춰야 하는 네 가지 유적이 있다. 바로 왕궁, 왕릉, 사찰, 관방유적이 그것. 익산 왕궁리 유적은 왕이 머물며 행정을 살폈던 흔적으로 익산이 백제 말기의 경영과 정치, 경제, 문화의 중심이었음을 보여준다. 유적은 용화산
추억 한 술, 세월 한 술, 그리움 한 술…. 시간이 켜켜이 쌓인 서산의 밥상 앞에서 곱씹게 되는 것들. 전국 팔도를 돌아다니다 보면 음식 하나에도 도시 고유의 성격이 녹아들어 있다는 사실을 쉽게 알 수 있다. 흔히들 ‘지역색이 옅다’고 오해하는 충청도도 예외는 아니다. 간이 세지 않아 매운맛도 짠맛도 없지만, 담백하고 구수한 맛을 자랑한다. 여유롭고 온화한 충청도인의 성향이 고스란히 배어 있다. 여기에 독특한 지리적 특성이 더해졌다. 농업이 발달한 내륙의 북도와 해안 지방을 품은 남도가 조화를 이루며 재료 본연의 맛을 중요시하는
세월 머금은 뜨끈한 국밥, 코흘리개 시절 추억을 소환하는 분식, 자연을 품은 특산물까지. 오직 울산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맛을 찾아. 울산은 역동의 도시다. 우리나라 근 대화의 초석이 마련된 곳이자 제1의 공업도시다. 활력 넘치는 이미지만큼이나 울산의 맛은 남다르다. 서울 다음갈 정도로 높은 외지인 비율이 이곳만의 독특한 식문화를 형성하 는 데 한몫했다. 오랜 시간 도시를 지켜온 토박이와 일자리를 찾아 정 착한 외지인이 느긋이 조화를 이루 며 살아온 덕이다. 오랜 전통을 간 직한 노포는 물론, 타지인의 입맛을 아우르는 요즘 식당까지
철새 날아오르는 순천만에서 드라마를 찍어볼까? 여수 밤바다 곁에 앉아 낭만을 노래할까? 전남 순천과 여수 명장면을 찾아서. S#1 와온해변 "하도나 좋은 포구 이름 / 누울 와 따스 온 / 갯물은 덮어주고 / 개펄은 품어주고”, “달은 이곳에 와 / 첫 치마폭을 푼다 / 은목서 향기 가득한 치마폭 안에 마을의 주황색 빛이 있다” 와온해변의 무엇에 시인들은 마음 끌림이 있었을까? 앞선 시는 서정춘 시인의 ‘와온의 시’, 뒷 시는 곽재구 시인의 ‘와온 바다’ 일부다. 해거름 녘 순천만 동쪽 끄트머리 와온해변을 찾았다. 광활한 검은
파주의 맛은 꾸밈없다. 심심하단 뜻은 아니다. 애써 힘주지 않아도 본연의 맛이 살아 있어 자꾸만 손이 간다. 그 힘은 재료에서 온다. 파주는 우리나라 음식에서 빼놓을 수 없는 콩으로 유명하다. 한반도 최초의 콩 장려품종인 ‘장단백목’에서 유래한 장단콩의 주요 생산지다. 파주 전체 콩 생산량 중 약 40%가 민통선 내 경작지에서 나온다. 임진강 유역의 비옥한 땅과 뚜렷한 일교차가 양질의 콩을 키워낸다. 쌀·인삼이 파주의 특산물이 된 이유도 비슷하다. 이 셋은 ‘장단삼백’이라 불리며 조선시대 임금님 수라상에 오를 정도였다고 하니, 맛에
태양은 얼마나 많은 시간을 떠오르고 지기를 반복했을까. 고작 100년도 못 사는 인간은 반복되는 일상이 지루하다고 하는데…. 유라시아에서 가장 먼저 해 뜨는 간절곶에서 톱니바퀴처럼 알차게 굴러가는 일상의 소중함을 되새긴다. 머릿속을 맴도는 잡념에서 빠져나올 때 쓰는 나만의 방법이 있다. 몇 가지 단어를 소리 내 읊조리는 것이다. 구름, 바람, 파도, 나무, 햇살, 무지개… 구름은 솜털 구름, 바다를 깨우는 바람, 윤슬 머금은 은빛 파도, 초록 잎의 나무, 바다와 하늘에 무지개. 음절에 불과한 단어지만, 음미하면 머릿속에 구체적인 이
천국, 낙원 또는 유토피아. 이 모든 단어를 대체하는 곳. 망망대해에 초록 물감을 ‘톡’ 하고 한 방울 떨어뜨린 듯, 보석 같은 파말리칸섬이 창밖으로 모습을 드러낸다. 바다 위 은신처처럼 자리한 외딴섬을 더욱 특별하게 만드는 건 섬 전체가 하나의 리조트라는 사실이다. 산스크리트어로 ‘평화’를 뜻하는 아만(Aman)과 필리핀어로 ‘섬’을 의미하는 풀로(Pulo)의 합성어인 ‘아만풀로(Amanpulo)’가 이곳의 유일한 시설이다. 72시간을 꽉 채워 아만풀로에 머물렀다. 결론은? 단언컨대 당신이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좋은 곳을 압축하면
어깨에 작은 가방 하나만 달랑 메고 창원 주남저수지로 향합니다. 새를 사랑하고, 자연을 아끼는 조류학자가 된 듯 걸음은 사뭇 진지한데 저 문만 열면 사랑하는 사람이 짠하고 나타날 듯 설레는 마음 번집니다. 사계절 넘치는 생명력으로 주남저수지 SRT창원중앙역에서 3000번 급행버스를 타고 20분이면 주남저수지에 도착합니다. 그런 날이 있다면, 모처럼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빈 하루가 생긴다면 주남저수지를 마음에 새겨보세요. 꽉 찬 추억을 선물해 줄 것입니다. 경남 창원은 우리나라 기계산업의 최대 집적지로 울산·부산·사천을 연결하
지속가능한 경영을 위한 3가지 핵심 요소 ESG.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8%를 차지하는 관광업계에서도 예외는 아닙니다. 이대로 가다간 머지않아 사전에서 ‘여행’이라는 단어가 영영 사라질지도 모르죠. 다음 세대를 위한 녹색 여행을 만들어갑니다. 이번 달은 유유자적 흐르는 도시 충주로 떠납니다. ESG여행의 세 가지 요소는 아래와 같이 표기했습니다 ⓔ 환경(Environment)을 생각하는 여행 ⓢ 지역사회(Social)를 생각하는 여행 ⓖ 정책·제도(Governance)로 만들어가는 여행 충주의 별명이 ‘물의 도시’라는 말에 고
서늘한 바람이 새로운 계절의 시작을 알린다. 나무들은 잎을 단장하며 거리를 화려하게 수놓지만, 마음 한편에는 한 해가 저물어간다는 쓸쓸함이 찾아온다. 그러나 경북 김천에는 마음을 어루만져줄 따뜻한 가을이 기다린다. 경북 김천에는 조국을 지키기 위해 평생을 바친 한 인물의 지극한 충혼이 깃들어 있다. 바로 조선의 승려이자 승병장이었던 사명대사다. 진리를 찾아 수행하던 승려는 1592년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망설이지 않고 전장으로 향했다. 전쟁을 일으키고 무자비한 만행을 저지르는 왜군과 맞서 백성을 지키고 평화를 수호하기 위한 호국불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