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 빙벽에 도전하는 짜릿함

[여행]by SRT매거진

빙벽 등반은 도전과 극복이다. 살을 에는 추위와 중력은 물론 내면의 두려움과도 싸워 이겨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끝에는 어디서도 맛볼 수 없는 짜릿함이 기다린다.

거대 빙벽에 도전하는 짜릿함

강원도 원주시 외곽에 위치한 판대 아이스파크. 폭 200m, 높이 100m에 이르는 빙벽은 겨울왕국의 거대한 성을 떠올리게 한다. 깎아지른 절벽을 뒤덮은 빙벽에 점점이 매달려 등반하는 사람들이 있다. 전국 암벽등반 동호회의 회원들이 다. 꼭대기부터 아래로 길게 늘어진 색색깔의 자일(등산용 밧줄)과 곳곳에서 끊임없이 들려오는 ‘콕콕’ 얼음 찍는 소리, 빙벽 앞에 빼곡히 들어선 천막이 축제 분위기를 자아낸다.

한계를 극복하게 만드는 즐거움

거대 빙벽에 도전하는 짜릿함

가까이 다가가 올려다보는 빙벽은 더욱 아찔하고 위태롭다. 수시로 크고 작은 얼음조각이 위에서 떨어지기 때문에 등반자에게도, 근처에 다가가는 사람에게도 헬멧은 필수다. 그럼에도 빙벽 앞에서 등반을 기다 리는 이들의 표정은 두려움이 아닌 기대감으로 가득하다. 판대 아이스파크에서 만난 빙벽 등반 35년 경력의 서강호씨는 “빙벽 등반의 성취감은 다른 운동과 비교할 수 없다”라고 말한다. “빙벽에 아이스바일(낫 모양의 빙벽 등반 장비)을 콱 박을 때, 빙벽에 단단히 고정된 느낌이 손끝을 짜릿하게 합니다. 그리고 크램폰(신발에 부착하는 도구. 빙벽을 찍어 밟을 수 있도록 한다)으로 빙벽에 계단을 만들어 올라갈 때는 새로운 길을 내는 기분이죠. 빙벽의 재미를 한번 맛본 사람은 결국 겨울마다 빙벽을 찾아옵니다.”

거대 빙벽에 도전하는 짜릿함

한 동호인은 “겨울에 접어들면서부터 장비를 손질하며 빙벽 장이 개장하기만 기다렸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빙벽의 매력에 빠져 이곳을 찾는 동호인은 주말이면 하루 300여 명에 이른다. 이들은 빙벽 앞에 텐트를 설치하고 몸을 녹여가며 하루 종일 빙벽에 도전한다. 짧은 겨울이 지나면 또다시 1년을 기다려야 하기 때문이다.

빙벽 등반, 혼자가 아닌 함께

거대 빙벽에 도전하는 짜릿함

빙벽 등반은 혼자서는 즐길 수 없다. 안전을 위해 최소 2인 1조가 되어야 한다. 한 명이 올라가면 다른 한 명(확보자)이 추락을 방지하기 위해 자일을 잡아주는 방식이다. 대부분은 동호회 단위로 이곳을 찾는데, 동호회 내에서도 실력이 뛰어난 사람(등반대장)이 먼저 빙벽을 오르며 등반 경로를 개척한다. ‘선등’이라고 하는 이 과정은 뒤에 올라올 이들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자일을 설치하는 작업이기도 하다. 앞장서서 빙벽을 오르며 길을 만드는 과정은 보는 이들을 긴장시킨다. 선등자가 만든 경로를 따라 ‘후등자’가 빙벽을 오른다. 선등자가 설치한 자일을 이용해 안전하게 등반할 수 있다. 지면에서 자일을 잡아주는 확보자는 얼음 조각이 떨어지지 않는지, 위쪽에 위험요소는 없는지 살피며 등반자를 유도한다. 등반자는 한 명이지만, 빙벽 등반 자체는 철저히 팀으로 이뤄지는 셈이다.

누구나 빙벽에 오를 수 있다

거대 빙벽에 도전하는 짜릿함

동호인들 사이에 낮은 빙벽에서 교육을 받는 초보 등반자들도 눈에 띈다. 코오롱등산학교, 정승권등산학교 등 산악 교육기관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이들이다. 빙벽 등반은 다른 스포츠에 비해 다소 위험해 보이지만 체계적 교육을 받으면 누구나 즐길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실제 판대 아이스파크에는 초보자를 위해 70~80도 경사의 빙벽도 마련되어 있다. 이처럼 낮은 곳에서 안전장비를 갖추고, 안전수칙과 장비 사용 요령을 배우면 4~5일 만에 빙벽에 도전할 수 있다.

거대 빙벽에 도전하는 짜릿함

최근에는 빙벽을 즐기는 여성 동호인도 크게 늘었다. 빙벽을 오르려면 팔힘이 강해야 할 것 같지만, 실제로는 팔과 다리를 모두 사용하는 운동이다. 체중을 적절히 분산하는 요령만 익히면 팔힘이 약한 여성도 어렵지 않게 빙벽을 오를 수 있다. 여전히 빙벽 등반이 어렵고 위험하게 느껴진다면? 서강호씨는 “등산학교에서 일단 체험해보라”라고 조언한다. “보는 것만으로는 재미를 알 수 없어요. 아이스바일을 빙벽에 콱 박아보면 매력을 충분히 느낄 수 있을 겁니다.”

원주 클라이머스

1992년에 창립한 클라이밍 단체. 현재 원주시에 실내암장을 운영 중이며, 2003년부터는 판대 아이스 파크를 조성해 운영하고 있다. 1993년에 원주 간현암 암벽등반 코스를 개척하기도 했다. 올해 2월 10일에는 판대 아이 스파크에서 빙벽 등반 대회인 ‘전국 아이스 클라이밍 페스티벌’을 개최할 예정이다.

 

원주 판대 아이스파크

원주 클라이머스에서 운영 중인 인공 빙벽장. 매년 1월 개장해 2월 말까지 운영한다. 30m, 40m, 60m, 100m 높이의 빙벽이 있으며, 초보자를 위한 빙벽도 마련돼 있다. 산악장비 업체와 산악교육 단체의 후원으로 운영되며 별도의 이용요금은 없다. 100m 높이 빙벽은 다음카페(cafe.daum.net/wjalpine1)를 통해 사전 예약해야 이용할수 있다.(위치 : 강원도 원주시 지정로 1073)

글 이준관, 사진 손준석, 취재협조 원주 클라이머스

2019.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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