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9미 연재#1

[푸드]by SRT매거진

이 아름다운 맛이 어디에서 왔을까 - 목포 맛길1

짭조름한 소금을 한 움큼 쥐어 흩뿌린다. 밭 위의 배추도 바닷속 생선도 비로소 맛이 들 준비가 된다. 모름지기 상 위의 음식은 갈래갈래 우연과 필연이 만나 이뤄진 조화 아니겠는가. 전라남도 서남단의 목포는 호남 제1의 항구도시로서 1897년 10월 1일 개항되어 수많은 만남을 잇는 관문 역할을 해왔다. 목포와 제 몸처럼 가까운 무안, 신안, 완도, 흑산도 등에서 어획된 바다생물은 목포로 들어와 거래된다. 오히려 집산지에서는 생물이었던 것이 목포에 와서 사람을 웃고 울리는 맛이 된 것은 당연한 일인지 모른다. 민어회, 홍어삼합, 세발낙지, 꽃게무침, 갈치조림, 병어회(찜), 준치무침, 아구탕(찜), 우럭간국은 목포를 대표하는 맛으로 ‘목포9미’라 칭한다. 이들은 하나같이 목포에 와서 사람을 웃고 울리는 아름다운 맛이 되었다. 은 목포9미를 3가지씩 묶어 연재한다. 그 첫 번째는 민어회, 홍어삼합, 세발낙지다. 세월이 만든 맛, 굵은 땀방울과 눈물방울이 얽힌 생생한 바다의 맛을 전한다.

민어회

미항횟집에서는 회 코스요리를 주력으로 한다. 민어를 회로 주문하면 뱃살, 꼬리, 부레, 껍데기 각각의 미묘한 맛을 즐길 수 있다.

초복, 중복, 말복! 뜨거운 여름 장애물을 뛰어넘는 데 민어만 한 물고기가 있을까. 산란을 앞두고 살이 차올라 기름기가 풍부해지는 민어는 여름을 제철로 친다. 이름에 백성 민(民) 자를 쓰는 민어는 조선시대에도 귀한 생선으로 백성들은 잔치나 제사에 민어를 올렸고, 양반들은 복날 보양식으로 민어를 으뜸으로 쳤다.

 

다 자란 민어는 길이가 1m에 달할 정도로 큰데, 버릴 게 하나도 없어 가히 백성의 고기라 할 만하다. 일단 그물에 잡힌 민어는 수족관에 들어갈 때까지 기다려주는 법이 없으니 활어가 아닌 선어로 숙성하여 즐긴다. 껍질은 불에 살짝 그을려 깨소금에 찍어 먹고, 뱃살은 참기름과 마늘에 버무린 된장에 곁들여 먹는다. 옛말에 ‘민어가 천 냥이면 부레가 구백냥’이라고 했다.

 

민어회는 초장보다 된장이나 기름장과 곁들여야 민어 고유의 맛을 방해하지 않으면서 풍미가 살아난다. 참고로 부레는 양이 극히 적으니 먼저 선점할 것!

 

산란을 앞둔 민어는 전남 해남으로 이동하며 부레를 이용해 ‘꽉꽉, 뿌욱, 뿌욱’ 우는 소리를 낸다. 짝을 부르는 소리지만, 어부에게는 나 잡아가라는 신호이니 어찌할꼬. 이 부레는 회로 먹을 때 진가를 알 수 있는데, 팥과 버터를 가득 넣은 빵인 ‘앙버터’에서 버터 역할을 담당한다. 굉장히 부드럽고 고소하며, 씹다 보면 끝에 쫄깃함을 준다.

 

재밌는 점은 부레가 풀도 된다는 것. 나전칠기 등 전통 공예품에는 부레로 만든 풀을 쓰는데 아교보다 단단하다. 민어회를 다 먹은 후에는 뼈를 우려낸 맑은 탕을 받는다. 국물까지 들이켜면 보약 한 그릇 마신 것과 진배없으리. 미항횟집에서는 매일 수협경매장을 통해 신안과 완도에서 잡히는 민어를 들여온다. 싱싱한 해산물을 다루는 곳인 만큼 위생과 청결 부문에서 각종 증명서와 모범상을 휩쓸었다. 굴비회정식, 회 코스요리로 목포으뜸맛집 베스트에 선정됐으니 맛도 보장이다.

홍어삼합

금메달식당에서는 두 사람이 왔어도 삭힌 단계별로 홍어를 주문할 수 있다. 막걸리와 함께 또는 삼합으로 즐기면 홍어 특유의 향과 맛이 중화되니 참고하자.

“그냥 홍어라고 하면 안 돼요. 흑산도 홍어예요.” 금메달식당 사장님의 강한 자부심이 느껴진다. 왜 흑산도 홍어가 목포에서 목포9미가 됐을까?

 

동도 트지 않은 새벽, 목포수협어판장에서 홍어 경매가 이뤄진다. 나무 상자에 담겨 나란히 줄을 선 홍어는 딱 봐도 크기가 엄청나다. 그중 전남 신안군 흑산도에서 잡힌 홍어에는 바코드를 붙여 ‘누가 봐도 흑산도 홍어’임을 알 수 있다. 무게가 8kg 이상이 나가야만 제대로 된 홍어로 치고 값도 그중 비싸다.

 

여느 지역에서 잡히는 홍어보다 입에 착 달라붙는 맛은 흑산도 홍어를 최고 반열에 올려놓았다. 흑산도에서는 홍어가 바로 잡히니 주로 싱싱한 채로 먹고, 목포에서는 단계별로 홍어를 삭혀 별미로 즐긴다. 예전에야 홍어를 배로 싣고 오는 동안 절로 삭혀졌다지만 지금은 각별한 수고로움으로 맛을 들인다.

 

금메달식당에서는 여전히 전통 방식을 고수한다. 적당한 크기로 자른 홍어를 숯과 짚으로 덮어 항아리에서 삭히는 것이다. 짚에서 나는 열이 발효를 돕고 이로운 균도 생성한다. 날이 더워지는 계절에는 홍어를 하얀 천에 싸서 냉장 보관하고, 수시로 천을 갈아 핏물을 빼준다.

 

온 가족이 모이는 특별한 날, 저녁 어스름 술 생각 나는 때에도 목포 사람들에게 삭힌 홍어는 가까운 존재다. 이 맛이 낯선 사람에게는 특유의 냄새로 거부 반응부터 생기지만 알면 알수록 진국인 음식이 삭힌 홍어다. 홍어는 삭는 동안 피부로 암모니아를 배출한다. 덕분에 삭힌 홍어를 섭취하면 대장의 유해균을 없애고, 위산을 중화해 위염을 억제한다. 장염 걸렸을 때 삭힌 홍어를 먹고 나았다는 말은 헛소리가 아니다.

 

“홍어 먹을 줄 알아요?”라는 질문에 “그렇다”라고 대답하기 위해서는 먹는 방법까지 터득하고 있어야 옳은 답변이다. 지난해 9월부터 삭힌, 이른바 중급 코스의 홍어를 맛봤다. 홍어를 씹으 면서 입을 살짝 벌리고 공기를 깊이 들이마신 다음 코로 숨을 내쉰다. 암모니아 주머니를 콱 깨문 듯 콧구멍을 뚫고 목울대를 때리는 강렬함이란! 이 세상에 없을 것만 같은 별미다. 이 귀하고 비싼 맛을 알아버렸으니 큰일이다.

 

삭힌 홍어를 막걸리와 먹으면 홍탁! 돼지고기, 신김치와 먹으면 홍어삼합이다. 처음 먹는 사람에게는 이 세상 음식이 아닌 듯, 이 맛을 아는 자에게는 세상에 둘도 없을 별미다. 암모니아 주머니를 콱 깨문 듯 콧구멍을 뚫고 목울대를 때리는 삭힌 흑산도 홍어의 강렬함이란!

세발낙지

신안뻘낙지 식당의 수족관에 세발낙지가 없더라도 당황하지 말자. 바로 싱싱한 세발낙지를 주문해 가져온다! 타우린 성분 가득한 낙지 먹고 올여름도 으라차차!

태어나서 한 번도 산낙지를 먹어본 적이 없다. 취재를 가기 전 주문인 듯 다짐인 듯 속삭였다. ‘산낙지는 안 먹을 거야. 살아서 꿈틀대는 낙지는 안 먹을 거야’라고. 아, 그런데 먹어버렸다! 세발낙지는 요리하기도 아까운 존재. 그냥 먹어야 제대로 먹은 것이다.

 

매일 아침이면 목포수협활어어판장으로 무안, 신안, 해남, 영암에서 어획한 낙지가 모인다. 사실 우리나라에서 어획되는 낙지는 모두 한 종이다. 성장 시기별 크기, 어획 방법에 따라 달리 부르는 것이다. 그중 목포 세발낙지는 목포9미 중 당당히 한 자리를 차지할 뿐만 아니라 이름도 가늘 세(細) 자를 부여받아 좀 더 특별대우를 받는다.

 

제일 작은 낙지를 꽃낙지, 그다음이 세발낙지, 중낙지로 통용된다. 신안뻘낙지 식당의 수족관을 들여다보니 다른 낙지보다 확연히 크기가 작다. 가히 가늘어서 세발낙지는 다 자란 낙지보다 부드럽고 야들야들하다. 크기도 적당하니 꼬치에 돌돌 말아 바로 먹기에도 딱이다.

 

다른 낙지와 세발낙지를 놓고 보니 왜 이것을 그대로 먹는지 알겠다. 그만큼 아까운 것. 소중한 것. 꽃낙지, 세발낙지, 소낙지, 중낙지, 대낙지, 뻘낙지 이름은 다르지만 모두가 하나지요. 먹는 방법은 다르지만 모두가 맛있답니다!

 

많이 알려졌듯 낙지는 타우린 성분이 풍부해 대표적인 자양강장 음식이다. 타우린 성분은 동맥경화와 협심증 억제에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한다. 더불어 세발낙지는 조리하지 않고 바로 먹으니 칼슘과 비타민 파괴가 덜하기도 하다.

 

20년 경력의 요리고수 장순덕 사장님이 세발낙지 먹는 시범을 보인다. 나무 꼬치에 둘둘 말아 한 입에 넣고 오물조물 씹는다. 이때 입은 벌리지 않도록 주의할 것. 기자처럼 산낙지를 먹기 힘들어 한다면 낙지회무침을 추천한다. 오이, 양파 큼직하게 썰어 고추양념 팍팍, 뜨거운 물에 훙덩훙덩 익힌 낙지를 넣고 버무리면 완성.

 

양푼에 참기름, 깨를 넣고 뜨거운 밥에 비벼 먹으니 ‘목포에 오길 잘했어! 나는 운이 좋아!’ 내 차례의 감격이 쏟아진다. 맛 고수가 어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랴. 부지런히 다니고, 용기 내어 도전하는 기행은 계속되리.

목포9미 으뜸 맛집

목포는 항구도시이자 맛의 도시다. 목포9미에 대한 애정과 철학은 진지하기만 하다. 목포시에서는 목포의 맛을 지키고 더욱 널리 알리고자 2019 ‘목포으뜸맛집’을 선정했다. 맛, 서비스, 분위 기, 향토성, 청결(위생), 운영자 철학 등 6개 항목으로 구분하고 점수를 매겼다. 이번 편에서는 민어회, 홍어삼합, 세발낙지 전문식당을 간추려 넣었다. 목포 현지인들은 우스갯소리로 “목포에 와서 맛없는 음식을 먹었다면 정말 재수가 없었던 것”이라고 한다. 그만큼 어디를 가든 우수한 식재료로 좋은 맛을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돌다리는 두드려야 맛이니 ‘목포맛길’ 여행 시 참고하자. (061-272-2171 www.mokpo.go.kr/tour/food_100)

민어회

  1. A 미항횟집 : “자부심으로 미항횟집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위생과 청결은 기본 덕목, 미식가인 제 입맛에 맛없는 건 내놓지 않지요. 민어회는 물론 굴비회정식도 자신 있게 추천합니다!” (가격 : 미항코스요리 4인 20만 원, 민어회 8만 원, 굴비회정식 2만5000원 / 주소 : 전남 목포시 미항로 197-1 / 연락처 : 061-287-1221)
  2. B 만호유달횟집 (주소 : 전남 목포시 번화로 46 / 연락처 : 061-242-8025)
  3. C 영란횟집 (주소 : 전남 목포시 번화로 42-1 / 연락처 : 061-243-7311)
  4. D 중앙횟집 (주소 : 전남 목포시 번화로 44-1 / 연락처 : 061-242-5040)
  5. E 청자횟집 (주소 : 전남 목포시 수강로 13-2 / 연락처 : 061-242-0633)
  6. F 풍어관 (주소 : 전남 목포시 삼향천로 106-5 / 연락처 : 061-285-2988)

 

세발낙지

  1. A 신안뻘낙지 : “바쁘다. 바빠. 그래도 웃음을 잃지 않아요. 정말 엄마 손맛을 맛보고 싶다면 신안뻘낙지 식당을 찾아주세요. 우리 어린 손주들도 저의 낙지 요리를 최고로 좋아해요.” (가격 : 세발낙지 오늘 가격(5월 기준 마리당 2000~3000원), 낙지회무침(소) 4만 원, 연포탕 1만8000원 / 주소 : 전남 목포시 청호로 16 / 연락처 : 061-243-8181)
  2. B 갯내음 (주소 : 전남 목포시 신흥로59번길 11 / 연락처 : 061-281-3531)
  3. C 뜰채낙지전문점 (주소 : 전남 목포시 해양대학로 229 / 연락처 : 061-244-9995)
  4. D 독천식당 (주소 : 전남 목포시 호남로64번길 3-1 / 연락처 : 061-242-6528)
  5. E 모정명가 (주소 : 전남 목포시 자유로 127 / 연락처 : 061-274-3456)
  6. F 무안먹거리 (주소 : 전남 목포시 송림로 8 / 연락처 : 061-279-9101)
  7. G 송학낙지회관 (주소 : 전남 목포시 하당로30번길 9 / 연락처 : 061-283-6707)
  8. H 신미정 (주소 : 전남 목포시 산정안로 24 / 연락처 : 061-277-5289)

 

홍어삼합

  1. A 금메달식당 : “1대 박정숙, 아들 장명서가 2대째 식당을 운영하고 있어요. 질 좋기로 두 번 말하면 서운한 흑산도 홍어를 정성스럽게 삭히니 손님들이 반할 수밖에요. 명품, 명인의 홍어 맛을 경험하세요.” (가격 : 흑산도홍어삼합 2인 12만5000원, 4인 20만 원, 대청도홍어삼합 2인 6만 원, 4인 10만원 / 주소 : 전남 목포시 후광대로143번길 8 / 연락처 : 061-272-2697)
  2. B 남도밥상 (전남 목포시 하당로68번길 15 / 061-285-3677)
  3. C 덕인집 (주소 : 전남 목포시 영산로73번길 1-1 / 연락처 : 061-242-3767)

글 정상미 사진 문덕관

2019.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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