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한바퀴’ 따라 알짜배기 고흥 여행!

[여행]by SRT매거진

전라남도 관광지 순환버스

캡광주송정역 앞 버스정류장에 대기 중인 남도한바퀴 버스

거금대교를 지나 김일체육기념관, 녹동항을 거쳐 남포미술관, 우주발사전망대와 남열 해돋이 해수욕장까지. 남도한바퀴 버스를 타고 고흥의 알짜배기 코스를 돌아본다. 현지 관광해설자의 생생한 설명도 곁들여지니 바라던 안성맞춤 여행이다.

마스크 착용, 체온 측정이 필수가 된 요즘 여행

예기치 못한 사건에 인간의 일상은 잠시 멈춰도 자연의 일상은 변함이 없다. 언제나 그랬듯 시간은 흐르고 계절은 돌아 뜨거운 태양이 대지를 덥히니 어느 때보다 여행에 대한 욕구는 더 절실하다. 주춤하던 일상에 단비가 되어줄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서울을 벗어나 고즈넉한 지방 도시에서의 한가로운 여행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때가 때인 만큼. 화창한 유월의 일요일 아침, 광주송정역 앞 버스정류장에는 한나절 고흥 여행을 책임질 ‘남도한바퀴’ 버스가 기다리고 있었다. 광주송정역을 출발해 고흥에 들어서면 거금대교를 지나 김일기념체육관, 녹동항을 거쳐 남포미술관, 고흥우주발사전망대와 남열해돋이해수욕장에 도착하는 것이 오늘의 코스다. 전용 버스를 타고 고흥의 알짜배기 코스만 돌아보면서 현지 관광해설자의 생생한 설명까지 곁들여진다. 편리하고 효율적이기까지 하다. 이 정도면 바라던 여행 조건에 안성맞춤이었다.

소록도와 거문도 사이 금빛 대교

고흥 바다 위 크고 작은 섬을 잇는 거금대교

광주송정역에서 고흥 읍내까지는 1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고백하건대, 그간 고흥에 대해 잘 몰랐다. 전라남도 고흥군은 한반도 남쪽 끝에 붙은 반도로 그 모양이 마치 불가사리 같다. 연간 일조량이 제주도보다 720시간이나 많다는 고흥은 사시사철 온화한 볕이 가득하다. 그 덕에 질 좋기로 소문난 ‘고흥 유자’가 탄생했다. 최근에는 맛과 영양이 풍부한 석류를 재배한다. 국내 최초로 커피가 난 지역도 고흥이다. 고흥의 섬들은 제각기 반전이 있다. 말갛고 여린 이름 뒤편에 일제강점기 한센병 환자들의 상처와 슬픔을 짊어진 소록도. ‘큰 금맥이 있는 섬’이란 뜻을 가졌지만 정작 금이 생산되지 않는 거금도. 다도해해상국립공원에 속하는 나로도에는 대한민국 최초이자 유일의 인공위성 발사장 나로우주센터가 자리한다.

1층을 걸으며 바다 횡단 기분을 만끽할 수 있는 거금대교

이 섬들을 연결하는 다리가 바로 거금대교다. 먼저 개통된 소록대교와 연결되면서 차를 타고 이 섬에서 저 섬으로 가기가 편리해졌다. 거금대교는 그 자체로도 관광명소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복층 교량으로 건설되어 2층에는 차량이, 1층에는 사람과 자전거가 다니는 독특한 형태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교량으로 1km가 넘는 구간을 걸으면 양옆으로 펼쳐진 남해 바다를 횡단하는 셈이다. 약 2km 길이의 금빛 다리가 유선형으로 굽이 흐르는 덕에 교량 안에서 저 너머의 교량을 마주하는 묘미가 있다.

그저 기억하려는 주민들의 마음

김일 선수는 고흥 주민들의 자랑이자 희망이었다

스포츠 팬이라면 고흥을 프로레슬링 선수 김일의 고향으로 기억할지 모른다. ‘박치기 왕’으로 이름을 날린 김일기념체육관이 거금대교에서 차로 5분 거리에 있다. 불가능에 도전해 승리를 쟁취해낸 그는 먹고살기도 빠듯한 현실에 시름하던 사람들에게 희망이 됐다. 그런 그를 기억하기 위해 운암김일선생기념관이 세워졌다. 운암은 그의 호다. 부족한 건립 자금은 주민들의 자발적인 모금으로 채웠다. 기념관 규모가 크진 않지만 레슬링 선수 김일의 역사가 오롯이 담긴 우승 트로피와 챔피언 벨트, 기념패, 사진 등을 단정하게 모아 두었다. 그를 추억하려는 주민들의 마음이 차곡차곡 쌓여 있는 것처럼 보였다. 이제 시간은 오후 12시. 다소 식상하지만 외치지 않을 수 없다.

남해에서 난 신선한 회를 가득 넣은 물회

금강산도 식후경! 버스는 ‘미항(美港)이자 미항(味港)’이라는 녹동항으로 달린다. 신선하고 맛좋은 해산물을 맛볼 수 있는 가게들이 줄지어 있으니 취향 따라 골라 들어가면 된다. 식탁이 녹동항인데 그 어떤 음식이 실망을 시키랴. 초여름의 더위를 반찬 삼아 시원한 물회를 호로록 삼키듯 먹고 다음 목적지로 향한다. 차 한 대 지나기도 버거울 정도로 좁고 고불고불한 길을 따라 도착한 곳은 녹동항의 정반대 편에 위치한 영남면. 고흥 안에서도 가장 작은 지역인 이곳에도 주민의 힘으로 일군 소중한 공간이 있다. 1960년대 주민 곽귀동 씨는 후학 양성을 위해 자신의 재산을 쾌척해 중학교를 설립했다. 그러나 아이들이 하나둘 떠나고 2000년대에는 폐교가 되자 곽 씨의 아들은 학교를 개조해 남포미술관으로 재탄생시켰다. 푸른 산자락 아래 하얀 외벽의 미술관, 소담한 꽃나무가 정겹다. 고즈넉한 분위기만으로 가볼 만한 곳이지만 연중 기획전이 열리니 미술관 안을 둘러봐도 좋다.

점심 식사 후 남포미술관에 도착한 남도한바퀴

신비롭고 아름답고 아쉬운

우주발사전망대에서 조망한 남열해돋이해수욕장

또 한 번 무지를 고백하자면, 고흥에서 우주를 생각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고흥 읍내로 가는 길목에 ‘우주’를 내건 간판이 많이 보인다. ‘우주 휴게소’ ‘우주 장례식장’ 길 이름은 ‘우주항공로’. 어쩐지 아이러니한 그 명칭들을 보며 생각했다. 고흥이 이토록 신비로운 고장이었다니. 영남면의 고흥우주발사전망대는 나로우주센터와 직선거리로 17km 떨어져 우주센터에서 쏘아 올리는 위성을 가장 잘 볼 수 있는 곳이다. 일반 여행자가 하늘로 올라가는 위성을 어찌 볼 수 있겠는가. 대신 우주발사전망대에서는 고흥의 풍광을 실컷 감상할 수 있다. 전망대 4층부터 7층까지 찬찬히 걸어 올라가면서 바깥 풍경을 눈에 담았다. 전망대 꼭대기에 오르자 갖가지 의문이 스치듯 떠올랐다. 고흥에서 쏘아 올린 인공위성은 어디쯤에 있을까? ‘우주항공로’ 같은 곳을 유영하는 것일까? 인공위성에서 본 고흥은 또 어떤 모습일까? 정답을 고민할 틈도 없이 해안 절경이 사방으로 벅차게 밀려들어온다.

서핑족과 가족 단위의 여행객이 많이 찾는 남열해돋이해수욕장

기암괴석과 해안절벽, 봉긋 솟은 섬들과 팔영대교, 초록빛 다랑논, 작은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은 남열마을. 다채로운 풍경이 좀처럼 딴생각할 틈을 주지 않는다. 상관없다. 어차피 문과 감성 소유자에게는 가늠할 수도 없이 어려운 문제였으니까.전망대에서 보이는 해변으로 가본다. 모래는 곱고 물은 맑고 파도는 경쾌하니 서핑을 즐기는 이들이 한가득이다. 오후의 바다는 온몸으로 바다에 뛰어드는 서핑족들의 차지이지만 이른 아침 바다는 해돋이를 보려는 사람들을 품는다. 그래서 이곳 이름도 남열해돋이해수욕장이다. 오늘은 서핑도 못하고 해돋이도 못 봤으니 ‘언젠가’를 다짐해본다. 절벽 위에 발사를 앞둔 로켓처럼 서 있는 우주발사전망대 건물이 태양의 빛으로 차오르는 것을 보겠노라 스스로 약속했다. 보고 싶은 것을 제때 볼 수 있는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이제는 알았으니 다시 한 번 힘차게 살아보자고. 고흥을 향한 그리움이 소록소록 쌓일 때 다시 이곳에 와 비로소 아침 해를 맞이하자고. 늘 그렇지만, 이번 여행의 마지막과 다음 여행의 시작은 아쉬운 마음으로 하는 기약 아니겠는가.

‘고흥은 우주다’를 모티브로 한 조각상

Info. 남도한바퀴

전라남도의 대표적인 버스 여행 상품으로 편리하고 효율적으로 전남 여행을 할 수 있다. 전용 버스를 타고 고흥, 보성, 나주, 담양 등 남도 곳곳을 둘러보는 ‘남도한바퀴’는 광주송정역 또는 광주버스터미널(유스퀘어)에서 매일 출발한다. 단 여행 지역과 테마에 따라 출발일이 다르니 반드시 홈페이지를 참고하자.


  1. 이용요금 : 9900원(단 섬 코스 1만9900원, 신안 요트코스 2만5000원)
    1. 식비, 입장료, 숙박비 등 기타 개인비용 불포함, 여행자보험 미포함
  2. 예약문의 : 062-360-8502 / http://citytour.jeonnam.go.kr
    1. 오프라인 예매는 광주버스터미널(유스퀘어) 매표소에서 가능
    2. 잔여 좌석에 한해 현장 탑승 가능

글 안송연, 사진 임익순

2020.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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