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꼭 가봐야할 여행지 BEST5

[여행]by SRT매거진

그 어느 때보다 여행지를 신중히 고르고 골라 여행한다. 이렇게 고심 끝에 찾아간 여행지는 마치 운명과 같은, 좀 더 거창하게 말하면 숙명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SRT매거진> 독자가 꼽은 올해 첫 Best 여행지 5곳. 한층 성숙해진 여행문화 위에서 결연한 마음으로 꼽은 숙명의 여행지를 발표한다.

완주

비비정 예술열차

2021년은 완주 방문의 해다. 전북 완주는 사계절 변화하는 자연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고장이어서 일년 내내 찾아도 좋지만, 한 해를 시작하는 1월의 여행지로 이보다 완벽할 순 없다. 이유는 두말할 것도 없이 만경강 때문이다.


겨울 – 만경강과 비비정


작가 김훈의 수필집 <라면을 끓이며>에 수록된 ‘갯벌’이라는 글에는 만경강에 대해 이렇게 쓰여 있다. “내륙을 흘러온 큰 강이 하구의 갯벌에 이르러 바다와 합쳐지는 풍경은 소멸이다. 강은 그 흐름을 시간과 공간 속으로 풀어헤쳐버리고 스스로 자진하는데, 저녁 무렵의 만경강 갯벌에서는 그 소멸을 완성이라고 말하고 싶다.” 작가가 완성이라고 표현할 만큼 아름다운 ‘소멸’. 그 소멸의 연원을 찾아 강을 거슬러 올라가면 바로 그곳에 완주가 있다.


박성일 완주군수의 말에 따르면 이 지역은 자연·생태와 도시·산업화에 각각 집중하면서 완주와 전주로 갈라졌다고 한다. 완주가 청정한 자연 환경과 정다운 옛 풍경을 고스란히 간직한 고장이라는 얘기다. 만경강 변에는 흔히 볼 수 없는 새들이 하나둘씩 모여든다.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종인 새들이다. 두 개의 말은 어느새 하나의 단어처럼 되어가지만 만경강에는 아직 희망의 빛이 흐른다.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 겨울 철새 느시가 올해도 무사히 만경강을 찾았기 때문이다.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는 먹이를 구해서 저마다 날아가니, 겨울에도 만경강은 풍요롭다.

봄 – 오성한옥마을


2019년 방탄소년단(BTS)이 이곳에서 영상을 촬영하면서 오성한옥마을은 더욱 유명해졌다. 완주 종남산 자락에 자리한 고풍스러운 한옥들이 종남산, 서방산, 우봉산을 병풍처럼 두르고 있는 아름 다운 마을이다. 이 마을의 명물인 아원고택은 경남 진주에서 250년 된 한옥을 해체한 뒤 이곳으로 옮겨 다시 이축하였고, 바로 옆 소양고택 또한 고창과 무안에서 130년 된 고택 세 채를 옮겨 세우면서 갤러리, 북카페, 한옥스테이 등으로 재탄생한 복합문화공간이다. 그 외 20여 채의 전통한옥과 돌로 쌓은 담장 사이로 난 골목길, 단아한 호수 오성제를 거닐면서 옛 정취에 흠뻑 빠져보자.


여름 – 공기마을 편백나무숲


산을 좋아하는 여행자에게 여름이란 산림욕의 계절일 터. 공기마을 편백나무숲은 이들을 위한 장소임에 틀림없다. 마을 주민들이 1976 년부터 편백나무 10만 그루를 심어 숲을 조성한 것이다. 이렇게 만든 편백나무숲은 어느 숲도 부럽지 않을 만큼 훌륭히 자라주었다. 인간과 자연이 만든 앙상블, 편백나무숲의 오솔길을 걸어보자. 나무를 어찌나 촘촘하게 잘 심었는지 한여름 태양의 기세도 이곳까진 미치지 못한다. 나무들 사이에 놓인 평상에서 느긋이 쉬어 가면 숲의 그늘 아래에 부는 여름 바람이 달다.


가을 – 대한민국술테마박물관


예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우리 술에 담긴 다양한 이야기를 모두 담은 박물관이 이곳 완주에 있다. 전시관 안에는 술광고 포스터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공간부터 옴팡집, 대폿집 등 우리네 독특한 술집들을 재현해놓은 곳이 마련돼 있다. 전통주 빚기부터 누룩피자 만들기 등 다양한 발효체 험도 진행한다고 하니 들르기 전에 홈페이지를 참고하자. 풍류와 여유가 가득했던 우리 술 문화는 알면 알수록 자랑스럽다. 고로 남녀노소 모두에게 흥미로운 시간이 될 것이다. 대한민국술테 마박물관에서 어떻게 술을 즐길 것인가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기를.


먹을거리 – 소양 화심 두부


완주 소양면 화심리의 지명 이름을 담고 있는 ‘화심 두부’는 완주에서 나는 건강한 콩과 천연 간수만 사용해 옛 방식으로 가마솥에 쪄서 만든다. 정성이 이러하니, 접시에 담겨 나오는 몽글몽글한 두부를 간장에 살짝 찍어만 먹어도 담백한 맛이 가히 일품이다. 화심 순두부를 넣고 끓인 찌개에는 바지락 등 15가지 해물을 넣어 깊은 향과 맛이 우러난다. 만경강이 향하는 황해에서 잡은 싱싱한 해물이다. 화심리 두부마을에 들어서면 ‘원조’ 간판을 내건 두부 음식 전문점들이 수두룩하다. 서로가 원조라고 자부할 만큼 그 맛이 모두 훌륭하니, 어디든 들어가서 먹어도 괜찮다.

영월

이 지역 사람들은 영월의 굽이치는 물줄기와 험준한 산이 파괴되지 않도록 부단히도 노력했다.


그래서 자연의 기개를 간직한 이 아름다운 고장은 예술을 하는 젊은이들이에게 강렬한 영감을 준 것이 분명하다. 젊은달와이파크에 가보면 알수 있다.


겨울 – 젊은달와이파크


젊은 ‘Young’, 달 ‘月’, 영월의 영문 이니셜 Y를 넣어 이름 지은 ‘젊은달와이파크’는 2019년 6 월에 개관했다. 현대미술관과 목공예, 금속공 예공방, 술샘박물관으로 이루어진 대지미술 공간이다. 이 미술관의 포토스폿이 된 ‘붉은 대나무’는 주변 자연 경관과 대비되는 붉은색 금속 파이프를 이용해 만든 설치작품으로 여행자들의 눈을 단번에 사로잡는다. 고개가 꺾이도록 거대한 현대미술 작품들에서 예술적 자극을 받을 수 있을 것. 뿐만 아니라 핸드드립 커피 체험, 카카오 초콜릿 만들기 체험 등다양한 즐길 거리가 마련되어 있으니, 일단 이곳에 들어서면 쏟아지는 영감이 끝이 없다.


판운리 섶다리


‘판운리 섶다리’는 봄이나 이른 여름에 들러보기를 권한다. 통나무, 소나무 가지, 진흙으로 만든이 다리는 매년 물이 줄어든 겨울 초입에 놓았다가 여름철 불어난 물에 의해 떠내려갈 때까지 사용한다. 평창강을 사이에 두고 밤나무가 많이 난다는 밤뒤마을과 건너편의 미다리 마을을 하나로 연결해준다. 두 마을의 주민들이 이 다리를 건너 왕래한다. 사람이 건너는 데는 문제없이 튼튼 하면서도 강물에 스스럼없이 해체되는 이 소박하고 정겨운 섶다리를 보기 위해 매해 다양한 지역에서 사람들이 모여든다.


붉은 메밀밭


영월읍 삼옥리 먹골마을 강변 일원에 4만㎡ 규모로 조성된 이 메밀밭은 메밀꽃이 피는 가을이 되면 다른 지역의 메밀밭과 확연히 다른 풍경을 선사한다. 바로 붉은색 메밀꽃이 피기 때문이다. 오로지 영월에서만 볼 수 있는 이색적인 가을 풍경이다. 매년 10월이면 이 모습을볼 수 있다.

하동

청학동 삼성궁


환인, 환웅, 단군을 모신 궁이라는 뜻의 ‘삼성 궁’은 고조선 시대의 석조 건축문화를 보여주는 공간이다. 이곳의 수행자들은 새벽에 일어나 해맞이 경배를 드리고, 낮에는 밭을 일구 고, 저녁에는 법문을 공부한다. 수행자의 청초한 생활상이 곳곳에 묻어난다. 티 없이 맑은 연못은 빙 두른 산세를 담아 비추고, 바람이 깎아낸 돌을 쌓아 지은 돌탑은 지리산 정상중 하나인 삼신봉을 닮아 있다. 산의 색이 풍요로워지기 시작하는 봄에 찾으면 더없이 아름답다.


정금차밭


험준한 산악지역인 하동은 일교차가 크고 다습한데, 이는 사람 살기는 녹록지 않아도 차밭을 일구기에는 천혜의 환경이다. 예부터 왕에게 바칠 진상품이 마땅히 없어 바위 틈에서 나고 자란 찻잎을 모아 바쳤고, 그 맛과 향이 일품이라 차 시배지로 성장했다. 자생 차밭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차 시배지로서, 국내차 역사의 축을 담당하는 곳이다. 하동은 타차 재배 지역과는 달리 지역 토착 품종이 유지 되고 있어 그 가치가 더욱 높게 평가된다. 천년 고찰 쌍계사가 근처에 있으니 같이 들러볼 것.


한여름 열기를 가라앉히고 차분한 시간을 보내기에 좋다.


평사리 최참판댁


작가 박경리가 1969년부터 1994년에 걸쳐 전 5부 16권으로 집필, 완간한 대하소설 <토지> 는 세계 역사에서도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유일무이한 작품이다. 하동은 이 소설 속 배경이 었고, 그래서 하동을 찾는 여행자는 소설을 읽었든, 읽지 않았든지 간에 으레 그 위대한 작품을 떠올린다. 평사리 최참판댁은 한옥 14동과 초가집으로 <토지>의 배경을 재현한 공간 으로, 소설 속에 들어온 듯한 기분을 만끽하며 문학 여행을 즐길 수 있다.

정읍

쌍화차 거리


찻집에서 마시는 차 한잔이 가장 그리울 시기인 1월, 정읍의 ‘쌍화차 거리’를 소개한다. 거리에 들어선 순간 달달하면서도 진한 쌍화차의 향이 풍겨오는 곳이다. 쌍화차는 임금의 피로 해소를 위해 만든 쌍화탕이라는 탕약에서 유래된 것으로 전해진다. 한약을 간단히 끓여서 차로 즐기는 문화가 우리나라 말고 또 어디에 있겠는가. 쌍화차에는 건강한 음식을 정성을 다해 만들어온 우리의 오랜 문화가 담겨 있다.


쌍화차 거리에는 전통 찻집이 양옆으로 자리 하고, 이곳에서는 20여 가지가 넘는 한약재를 달여 쌍화차를 만든다. 가래떡구이와 조청, 누룽지 등 정겨운 주전부리도 함께 즐길 수 있다. 정읍에서 우리 옛 문화의 정수가 담긴 쌍화차 한 잔을 음미해보자.

울릉

행남해안산책로


우리나라 사람들 중 울릉도에 가본 이는 얼마나 될까? 적어도 가장 가보고 싶은 곳으로 울릉도를 꼽는 이들은 수없이 많이 봤다. ‘우리나라를 수호하고 있는 그 아름답고 믿음직한 섬에 언젠가 꼭 가보리라’ 하고. 그날을 위한 추천 코스로 행남해안산책로를 소개한다. 국가지질공원의 지질명소중 하나인 행남해안산책로는 기암 절벽과 천연동굴, 바위와 바위 사이를 잇는 무지개 다리 등 다양한 명소를 투명한 바다 풍경과 함께 눈에 담을 수 있는 산책 코스다. 방파제에 그림같이 솟아 있는 촛대바위 옆을 걸을 때의 기분이란, 정말이지 말로는 표현하기 어렵다. 오징어잡이배들이 정박해 있는 저동항 풍경은 야경으로 보아도 아름답다. 울릉도, 꿈으로만 품지 말고 여행 계획을 세워보는 것은 어떨까. 할 수 있는 것을 하지 않으면, 정작 하고 싶어도 못하는 시기가 오는 법이다.

2020.12.29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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