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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 ]

Here we Go #전남 완도

bySRT매거진

바람도 나도 쉬어가며 아름다움에 물들다

듣기 좋고, 보기 좋아 ‘아름답다’라고 한다. 아름다운 대상은 보는 이의 마음까지 밝히니 한바탕 봄꿈을 꾼 듯 완도의 면면이 고왔다.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이 아름다움에 물들까. 이곳저곳 발길을 붙들었다.


글 정상미 사진 이효태

:: 완도수목원 Wando Arboretum

경계가 만든 아름다운 허파


“완도는 연평균 기온이 14℃ 이상으로 우리나라 유일의 난대림(열대와 온대의 경계에 있는 삼림) 수목원을 보유하고 있지요. 덕분에 짙푸르고 거대한 상록활엽수를 사시사철 볼 수 있답니다. 봄이면 상록활엽수는 가을빛이 돌면서 묵은 잎을 떨어내요. 그래서 우리 숲해설사들은 완도수목원에 ‘봄이면 가을 왔다’라고 해요. 자, 보세요. 푸른 잎들 사이로 울긋불긋한 색이 보이지요. 새순이 돋아나 묵은 잎을 떨어내고 이제 새 옷을 갈아입는 중이에요.”

간지럽겠다. 기자 눈에는 그 모양이 어린아이 이갈이하는 것처럼 보인다. 토끼 같은 앞니 두 개 빠지고 새 이가 간지럽게 나기 시작하는 일곱 살. 2년에 한 번꼴로 이런 잎갈이를 하다니 난대림 수목원만의 봄색은 은은하고 영롱하다. 완도수목원은 3456㏊의 난대림을 품고 있는데 이는 전국 면적의 35%를 차지한다. 그 안에는 770여 종의 난대식물과 872종에 달하는 동물이 서식하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산림청의 국립 난대수목원 대상지로 최종 선정되어 완도수목원의 내실은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나도 모르게 자꾸만 내뱉는 것이 감탄사, 폐부 가득히 들이마시고 내쉬는 숨, 완도수목원은 가히 대한민국이 앞장서 지켜야 할 푸른 허파 아닌가. 참 아름답고 자랑스러운 숲이다.”

혼자서는 완도수목원을 제대로 돌아볼 엄두가 나지 않아 도움을 요청했다. 방문자센터에서 만난 주태호 숲해설사는 현재 완도수목원이 자리한 곳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가 나고 자란 푸른 대지에서 숲해설사로 인생 이모작을 시작했으니 그의 안내를 받아 걷는 길이 덩달아 뿌듯하고 가볍다. 완도수목원에서는 방문자센터부터 들러 완도수목원의 전체적인 개요를 익힌 다음, 상황에 따라 1~3코스 중 한 곳을 선택해 돌아보면 좋다. 물론 숲해설사와 함께 탐방하는 것을 가장 추천한다. 약은 약사에게 숲은 숲해설사에게!

완도수목원에서 음이온 발생량이 가장 많은 ‘푸른까끔길’은 예전에 나무를 하기 위해 이용했던 길로 계곡을 따라 붉가시, 동백, 구실잣밤, 콩짜개덩굴 등의 식물이 자생하며 그 길목에 숯가마터가 복원되어 있다.


“완도수목원의 수종 중 60%가 붉가시나무로 목재가 붉어 붉가시나무로 불립니다. 탄소 저장량과 이산화탄소 흡수량이 뛰어나서 공기 정화는 물론 목재 조직이 치밀하고, 그 열매는 도토리로 오랜 세월 인간 생활사에도 큰 기여를 했지요. 이 숯가마터는 <조선왕조실록> 등 역사적 고증을 통해 남도 곳곳에 흔적이 남아 있는 가시나무 숯가마터를 복원한 것입니다.”

익숙한 감나무 잎과 비교해보니 진녹색 잎이 2~3배는 더 커 보인다. 붉가시나무는 1ha당 연간 이산화탄소 흡수량이 7.89이산화탄소톤(tCO2)으로 중형자동차 3대가 1년 동안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량을 상쇄하는 효과가 있다고. 이러한 나무가 수목원의 60%를 차지한다니 나쁜 바이러스가 놀러왔다 도망갈 뉴스 아닌가.


“붉가시나무야, 산벚나무야. 나도 너희처럼 사는 동안 좋은 기운을 전하는 사람이 되고 싶구나. 인사를 건넨다.”

:: 보길도 The Bogildo

보물섬에서 해양치유를


오늘은 배 타는 날! 분주히 채비하고 나와 화흥포항에 도착했다. 완도 시내에서 약 15분 거리. 차량 선적까지 하려면 승선 시간보다 30분 이상 서두르는 것이 여러모로 안심이 된다. 배 타는 시간이 퍽 지루할 것이라 생각했는데 유람선도 둘러보고, 크고 작은 섬 구경에 40분이 훌쩍 지나 있다. 오늘의 목적지는 보길도. 노화도 동천항에서 하선 후 보길대교를 이용하면 금방이다. 노화도가 크게 번화한 섬이라면 보길도는 좀 더 휴양지 느낌이 강하다고 할까. 청정한 자연환경에 역사 유적지, 항구 주변 어촌의 모습까지 조화로워 가족단위 여행객에게 금상첨화일 것 같다. 보길도 여행1번지로 ‘윤선도원림’을 가장 손꼽았기에 보길도가 큰 섬이라고 인지하지 못했다. 그런데 웬걸. 차를 싣지 않았으면 이 아까운 풍경들을 제 시간에 다 못 보고 갈 뻔했다.

윤선도원림부터 예송리 일대의 상록수림, 공룡알해변, 보죽산의 부황마을, 추자도와 제주도가 바라보이는 망끝전망대, 우암 송시열 글씐바위까지! 명승 제34호로 지정된 ‘보길도 윤선도 원림’은 고산 윤선도(1587~1671)가 조성한 조선시대 민간정원이다. 조선 중기의 뛰어난 문신이자 시조작가로 명성을 떨쳤으나 그는 일평생 유배, 귀향, 은둔 생활을 반복했다.

그의 생애 마지막을 보듬어준 곳이 보길도로 이곳의 자연에 감동한 그는 51세이던 인조 15년(1631)부터 13년간 원림을 만들었다. 서울에서는 볼 수 없었던 따뜻한 기온 속에서 자란 상록활엽수가 그의 마음을 사로잡았을까, 모난 데 없이 크고 둥근 해변의 돌멩이가 그의 걸음을 붙들었을까. 세연지와 회수담 사이에 자리한 세연정에 올라본다. 이 고요하고 한적한 자연의 품에서 그는 고전 시가 중 최고의 걸작으로 알려진 연시조 ‘어부사시사’ 등의 글을 남겼다.

“남들이 부러워하는 유복함과 뛰어난 재능을 갖췄어도 사람의 마음은 풍랑 만난 배처럼 위태로울 수 있다. 그럴 때 대가 없이 위로가 되는 존재가 있다면 자연뿐이리. 이후에는 좀 더 적극적으로 자연을 삶 속에 끌어들일 차례다.”

청포항에 다다르자 어른들의 천진난만한 웃음소리가 가득하다. 완도에서는 정기적으로 해양치유 프로그램을 운영하는데 오늘은 ‘찾아가는 해양치유 프로그램’이 보길도에서 진행되는 날. 그 첫 순서로 노화도와 보길도 주민들이 노르딕 워킹(Nordic Walking)을 배워보는 것이다. 노르딕 워킹을 제대로 배우면 자세교정은 물론 상하체를 골고루 움직여 열량 소모도 더 원활하다. 특히 해변에서 걸을 때는 더욱 효과만점. 해양치유란 해양기후와 해수, 해양생물, 해양광물 등 각 자원의 특징에 맞춰 진행하는 치유요법. *오는 5월 14, 15일에는 일반인도 참여할 수 있는 해양치유 프로그램이 신지명사십리해수욕장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참여 방법 등 좀 더 자세한 정보는 완도군청 해양치유담당관 해양치유지원팀(061-550-5681·5578)에서 확인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