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e we Go #세상에 둘도 없는 ‘공주’

[여행]by SRT매거진

세상에 둘도 없는

‘공주’를 만나러 왔소

모았다 흩어지는 구름, 손을 흔들며 안녕하는 사람, 꽃 속을 날아다니는 벌이 어찌 사랑스럽지 않을까. 시인의 마음으로 공주의 하늘, 산성, 꽃과 나비, 그리고 곰을 마음에 새기고 기록한 공주.


글 정상미 사진 이효태

몇 년 만에 만나는 하늘인가?

젊은 날에 보았던 봄 하늘

그 야들야들한 옥빛

멀리 보이지 않던 산의 능선이

가깝게 보인다

이러다가는 백두산이 보이고

히말라야의 봉우리까지 보이겠다.

나태주 시인은 위 시의 제목을 ‘포스트 코로나2’라고 붙였다. ‘코로나’라는 단어만 들어도 머리를 절레절레 흔드는 사람이 많을 텐데 시인은 왜 이런 아름다운 시에 저런 제목을 붙였을까?


:: 공주의 하늘 아래


한 번도 경험해보지 않은 바이러스의 위세는 영화에서 보던 그 어떤 위기만큼이나 강력하고 공격적이다. 위기의 순간에 주인공들은 서로에게 의지하고, 전에 없던 용기를 내고, 지혜를 발휘해 난관을 헤쳐 나가곤 했다. 포스트 코로나2라는 시에서는 ‘몇 년 만에 만나는 하늘’이 등장한다. 우리의 하늘은 어제와 같은 하늘인데 시인은 그 하늘을 몇 년에 만나는 하늘이라고 했다. 스마트폰에 고개를 파묻고 있다 문득 고개를 들면 거기 언제나처럼 있던 하늘의 존재가 새삼스럽다. 항상 나를 바라보는 너에게 고개 한 번 들어주는 일조차 나는 인색했구나.

일상을 잠시 떠나 여행을 할 땐 일부러 하늘을 자주 올려다보곤 한다. 서울특별시의 하늘과 경기도의 하늘이, 충남 공주시의 하늘이 다르다. 특별히 ‘코로나19’ 이전의 하늘과 이후의 하늘이 다르다. 오늘을 사는 우리 주인공들은 분명 어제와 달라졌다. 서로가 더욱 소중해졌고, 자연이 더욱 그리워졌고, 오늘 내가 누리는 것이 또한 당연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러니 모았다 흩어지는 구름, 손을 흔들며 안녕하는 사람, 꽃 속을 날아다니는 벌이 어찌 사랑스럽지 않을까.

공주 시내의 숙소에서는 금강의 미르섬, 그 너머 백제의 산성이었던 ‘공주 공산성’이 한 눈에 보였다. 산책에 나선 시민들 옆으로 금강이 흐르고 그 위로 공산성이 유연하게 퍼지는 모습은 공주 여정의 하이라이트임에 분명했다. 헤아려보면 백제가 공주로 도읍을 옮겨 머문 시간은 채 백 년도 미치지 못한다. 그럼에도 그들이 남긴 문화유산은 어찌 저리 찬란한가. 지난 2015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공산성은 웅진백제시기(475∼538)를 대표하는 산성이다. 고구려에게 한성(서울)을 빼앗긴 백제는 웅진(공주)으로 도읍을 옮겨 혼란한 정국을 수습했다. 무령왕 대에 이르러 왕권도 강화되고 백성들의 생활도 풍요로워진 백제는 성왕 16년(538)에 다시 사비(부여)로 천도를 강행한다.

공주에서의 64년. 백제는 울었고 꿈을 꾸었다. 희망과 도전이 응축된 시간은 오늘날 ‘웅진백제시기’로 기억되는 것이다. 오는 9월 25일부터 10월 3일 간 공주에서는 제67회 백제문화제가 열릴 예정이다. 2021년은 무령왕릉 발굴 50주년이 되는 해로 유서 깊은 축제가 좀 더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공주의 문화예술과 백제의 얼을 담은 축제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그 규모와 내용이 달라질지 모르지만, 그 안에 깃든 마음만은 결코 작아지지 않을 것이다.


:: 너를 알아가는 시간


오전 10시, 공주금강신관공원에서 공공자전거를 대여했다. 여행객에도 후한 공주. 신청서만 꼼꼼히 적으면 공공자전거를 무료로 빌려 탈 수 있다. 시민들의 여가문화를 위해 조성된 공주금강신관공원과 정안천생태공원까지는 서로 이어져 제법 긴 구간을 운동하듯 이용하기 좋다. 특히 공원의 연꽃정원과 메타세쿼이아길은 멀리서도 찾아올 만큼 아름다움을 뽐낸다.

자못 오랜만에 자전거 안장 위에 앉아보니 얼마 전 업무 차 파주에 들렀을 때가 생각났다. 당시는 폭염이었다. 산과 들, 강이 어우러진 도로에는 제대로 의복을 갖춰 입고 하이킹에 나선 이들이 많이도 눈에 띄었다. ‘이 더운 날 그늘도 없는 도로를 달리다니…! 저것은 고행이 아닌가요?’ 차 안에 앉아 편히 가는 나는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 취미였다. 그런데 웬걸. 자전거 페달을 밟은 지 5분도 지나지 않아 그들의 마음이 이해가 가는 것이다. 목적지인 메타세쿼이아 길까지는 한 17분 정도가 걸렸는데 숲길, 나무 덱(Deck), 밤나무 길, 연꽃정원 등 풍경이 수시로 달라진다. 아름드리나무가 우거진 길을 달릴 땐 속도를 낮춰 주변 풍경을 바라보았다. 빨리 달리고 싶으면 힘차게 발을 구르고, 내리막길에서는 그저 부는 바람에 몸을 맡기면 된다. 자전거는 유희구나. 여행은 경험이고, 경험은 이해하는 마음을 들게 하니 한수 배우고 갑니다.

공주의 연미산자연미술공원에는 10m 달하는 거대한 곰 작품(고요한_‘솔곰’)이 자리한다. 박제된 예술작품이 아닌 사람들이 직접 만지고 느끼고 이해하는 자연 속 예술 작품으로 내부 계단을 따라 솔곰 안을 탐험해볼 수도 있다. 두 그루의 소나무를 엮어 만든 작품 안은 자못 시원하고, 아이들은 이 안에서 마치 타잔이 된 것 같은 경험을 할 것이라 짐작된다. 그런데 왜 곰일까? 나태주풀꽃문학관이 자리한 공주 시내의 제민천에도, 공주산성시장이며 맛집이 즐비한 중동147거리에도 곰과 관련한 오브제를 쉬이 만날 수 있다. 공주시를 대표하는 마스코트 중 하나가 또한 곰(고마곰)으로, 곰과 공주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공주 무령왕릉과 왕릉원’ 서쪽, 금강변과 나루터 일대를 ‘고마나루’라고 한다. 고마나루는 백제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국가의 주관으로 금강의 수신에게 제사를 올리던 웅진단터가 있을 만큼 역사적으로 큰 역할을 했던 곳이다. 고마나루는 한자로 웅진, 고마는 곰을 가리킨다. 늠름한 자태의 소나무가 숲을 이루는 고마나루에는 곰을 모신 곰사당도 자리해 곰과 얽힌 공주의 각별한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다. 1972년 현재 곰사당 자리에서 백제 때의 유물로 추정되는 돌곰상이 발견되었다. 화강암으로 만든 유물은 높이 34cm, 폭 29cm로 국립공주박물관에 보관 중이며, 사당 안에는 그를 본떠 만든 돌곰상이 놓여있다. 단군 신화에서도 알 수 있듯 곰은 우리 민족에게 신령스러운 존재였다. 공주에 전해지는 설화 속 곰도 크게 다르지 않지만, 해피엔딩은 아니어서 돌곰상의 형태가 금강에 빠져죽은 어미곰과 새끼곰이 서로를 부둥켜안고 있는 듯 애처로워보인다.

:: 시인이 사랑한 공주


지방2급 하천인 제민천은 총 연장 4.21㎞로 공주 시가지를 관통해 종착역인 금강으로 이어진다. 시가지 한복판을 흐르는 하천 연변에는 자연스럽게 주택과 상가가 들어서며 마을을 이뤘는데 여행객에게는 공주 원도심 투어로 빼놓지 않고 들르는 명소가 되었다. 그대의 여행 취향이 무엇이든 공주 원도심에서 마음껏 채울 수 있으리.


‘풀꽃시인’으로 불리는 나태주 시인은 오늘날 공주하면 떠오르는 인물 중 하나다. 시인의 고향은 서천이지만 공주에서 교편을 잡고 이곳에 정착해 오늘날 공주를 알리는 일등공신이 되었다.

하얀 담벼락에 새겨진 시에는 공주를 ‘마음의 땅’이라고 명명한 시인의 마음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공주는 공주에서 사는 사람조차 그리운 고장’이라고. 제민천을 따라 걷노라면 나태주 시인의 영롱한 시가 이슬처럼 반짝인다. 선생의 시세계를 엿볼 수 있는 풀꽃문학관도 원도심에 자리하니 기회가 되면 둘러보자. 감성이면 감성, 맛이면 맛을 두루 채울 수 있는 원도심에는 한옥카페부터 멋드러진 정원을 자랑하는 식당, 수십 년 내공을 자랑하는 향토맛집이 ‘중동147’ 거리에 밀집해 여행객들의 마음을 훔친다.

 

제민천을 따라 골목을 여행하며 감탄한 것에 뜻밖에도 주차공간이 있다. 시민에게는 생활공간으로 여행객에게는 매력적인 풍광을 그대로 누리는 데 도로 갓길에 주차된 차는 방해꾼임에 틀림없다. 주차공간을 찾지 못한 운전자를 마냥 나무랄 수도 없는 노릇인데 공주에서는 그럴 일이 세삼 없어서 다시 보게 된 것이다. 머물고 싶은 곳으로서 원도심을 찾는 이들을 위한 배려가 느껴진다. 골목 어디든 쉽게 찾을 수 있는 주차공간에 차를 세워두고 기다란 제민천을 따라 걷는다. 친절한 주인장만큼 예쁜 카페에 앉아 창밖 너머 공주의 낮을 들여다본다. 공주에서 사는 사람조차 그리운 공주에 대해 조금은 알 것 같다.

2021.09.07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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