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고 능가한다던 한돌, 이세돌 '신의 한 수'에 자멸…패인은 학습량 부족? [ST스페셜]

[이슈]by 스포츠투데이
스포츠투데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도곡동=스포츠투데이 김호진 기자] "버그 아니다. 이세돌이 신의 한 수를 뒀다"


이세돌의 78수 이후 치명적인 실수로 자멸한 한돌의 개발진 NHN이 분석한 패인은 학습량 부족이었다.


이세돌은 18일 서울 강남구 도곡동 바디프랜드 사옥에서 열린 NHN의 바둑 AI 한돌과 바디프랜드 브레인마사지배 이세돌 vs 한돌 치수고치기 3번기 제1국에서 92수 만에 흑 불계승을 거뒀다.


이날 경기는 이세돌 측이 고별전 대상으로 인간이 아닌 AI를 지목하면서 한돌 맞대결을 펼치게 됐다.


한돌은 NHN이 1999년부터 한게임 바둑을 통해 쌓아온 방대한 바둑 데이터를 기반으로 자체 개발, 서비스하는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으로 국내 게임업계 중 자체 개발해 일반인이 상시 대국 가능한 바둑 AI로는 최초일 뿐 아니라 유일하다.


한돌은 지난해 12월 출시 1주년을 기념해 다섯 명의 최상위 랭킹 바둑 프로기사들과 릴레이 대국을 펼치는 프로기사 TOP5 vs 한돌 빅매치 이벤트에서 신민준 9단, 이동훈 9단, 김지석 9단, 박정환 9단, 신진서 9단까지 차례로 격파했고, 지난 8월에는 세계 AI 바둑대회인 2019 중신증권배 세계 인공지능 바둑대회에 첫 출전, 3위 수상의 쾌거를 이뤘다.


이후 한돌은 성능 개선을 거듭한 끝에 지난해 인간 프로기사 9단의 기력과 비슷한 수준에서, 현재는 2016년 이세돌 9단과 대국한 알파고 리, 2017년 커제(중국)와 대국한 알파고 마스터의 수준을 넘어서는 기력을 선보였다. 경기를 시작하기 전 한돌의 우세가 점쳐졌던 이유였다.


하지만 다만 같은 조건에서는 인간이 AI를 극복하기 힘들다는 것을 양쪽이 모두 공감한 상황으로 이번 이세돌 은퇴 기념 대국은 이른바 접바둑 형태의 치수고치기로 진행됐다. 실력이 약한 쪽이 미리 바둑돌을 일부 깔아놓고 대국하는 접바둑을 두며 결과에 따라 다음 대국의 조건을 조정하는 방식을 말한다.


경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가운데 중반부에 접어들자 한돌이 이세돌을 압박해 들어가기 시작했다. 예상대로 한돌의 우위가 점쳐지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2점 접바둑에 대한 학습할 시간이 부족했던 탓일까. 한돌은 축을 제대로 읽지 못하는 기초적인 실수를 범했다. 이세돌은 이를 놓치지 않고 78수로 흑을 공격하던 백 3점을 잡아냈다. 전세가 역전된 한돌은 결국 상황을 극복하지 못한 채 2시간 10분께 백기를 던졌다.


이날 백미는 이세돌이 둔 78수였다. 이는 3년 전 알파고를 제압했던 '신의 한 수'를 연상케했다. 앞서 이세돌은 지난 2016년 구글 딥마인드가 개발한 AI 알파고와 4번째 대국에서 78수로 알파고의 오류를 이끌어내며 승리한 바 있다.


경기 후 NHN 관계자는 이세돌의 78수 이후 한돌의 어이없는 실수에 대해 "버그는 아니다. 이세돌이 대처를 잘했다는 것이 개발진의 평가"라면서 "이세돌이 신의 한 수를 뒀다"고 말했다.


이어 "머신러닝은 학습량이 많으면 많을수록 성능이 올라가는데, 2점 접바둑뿐만 아니라 3점 접바둑도 준비해야 해 학습량이 많지 않았다. 전체적으로 학습량이 부족했던 게 영향이 있었던 것 같다"면서 "열심히 준비해 내일은 좋은 결과 보여드리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세돌 역시 프로기사 20년이 넘는 생활을 하면서 접바둑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이 대국을 통해 인간과 인공지능의 차이를 확실히 알고 싶었다"면서 "10일 정도 연습했다. 두 점을 깔고 시작하는 바둑을 연습하면서도 이런 날이 오는구나 싶었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낯선 상황에서의 판단력은 인간이 인공지능보다 뛰어나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2국에서는 서로 동등하게 대결을 하게 된다. 이세돌과 한돌 모두 평등한 상황에서 치르게 되는 가운데 한돌의 우세가 지배적이다.


[스포츠투데이 김호진 기자 sports@stoo.com]

2022.04.11원문링크 바로가기

본 콘텐츠의 저작권은 저자 또는 제공처에 있으며, 이를 무단 이용하는 경우 저작권법 등에 따라 법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Copyright © ZUM internet Corp.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