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도에서 예술의 향기 속에 머물다

[여행]by 김선인
모도에서 예술의 향기 속에 머물다

인천공항이 위치한 영종도 옆에 신도, 시도, 모도가 나란히 모여 있다. 이름이나 올망졸망 모여 있는 모습이 형제 같다. 맏형격인 신도에 내려 다리를 건너면 시도와 모도를 한 섬처럼 오갈 수 있다. 신도에서는 구봉산 등산을, 시도에서는 수기해수욕장에서 물놀이를 즐길 수 있다. 천천히 세 섬을 걸으면 볼거리 즐길 거리가 다채롭다. 산길, 숲길, 바닷길, 해변, 염전, 드라마촬영지, 전망대... 진수성찬을 차린 잔칫집에 온 듯하다. 수도권에서 가까우면서도 배를 타고 섬에 오니 멀리 온 느낌이 든다. 당일 여행지로 손꼽을 만한 곳이다.

 

끝 쪽에 위치한 모도에는 다른 섬에서 볼 수 없는 풍경이 펼쳐져 있다. 배미꾸미해변 에 조각가 이일호의 작품을 전시해 놓고 있다. 에로티시즘과 나르시시즘을 표현한 작품이다. “산 좋고 물 좋고 정자 좋은 데 없다”지만 바다를 마주하며 설치한 조각 작품은 자연과 예술이 어우러지는 감동의 한마당이다.

 

인천공항에서 뜬 비행기는 배미꾸미해변 위로 날아간다. 막 이륙한 비행기의 배꼽 이 보인다. 모도는 그런 곳이다. 조각공원 안에는 숙박시설이 마련돼 있어 이곳에 머물면 예술의 현장에서 일몰의 시간을 맞이할 수 있다. 예술과 자연이 가까이 다가와 마음속에 파문을 일으킨다.

 

일본 시코쿠 세토내해의 나오시마는 구리제련소가 있던 섬으로 제련소에서 흘러나온 유독가스와 유해물질로 사람이 살지 못하는 죽은 땅으로 추락했던 곳이었다. 살던 사람들이 거의 떠나고 200명 정도만이 남는 버려진 땅이었다. 출판교육 기업인 베네세그룹이 그 섬을 매입해 ‘나오시마 프로젝트’를 가동함으로써 버려진 섬을 예술의 섬으로 바꾸고, 연간 35만 명이 찾는 세계적인 명소로 탈바꿈시켰다. 미술관을 지어 한국의 이 우환화백을 비롯한 세계적인 화가들의 작품을 전시하고 있고, 해변이나 야외에 조각 작품을 설치해 자연과 예술의 만남의 모범적인 사례를 만들었다.

모도에서 예술의 향기 속에 머물다
모도에서 예술의 향기 속에 머물다
모도에서 예술의 향기 속에 머물다
모도에서 예술의 향기 속에 머물다

쿠사마 야요이의 독특하고 거대한 ‘빨강호박’과 ‘노랑호박’은 이 섬의 상징처럼 유명해졌다. 주민들의 버려진 가옥과 창고를 이용해 예술적 영감을 불어 넣어 작품으로 재탄생시키는 ‘이에(家) 프로젝트’를 주민들과 협업으로 확대하고 있다. ‘자연과 예술’을 넘어 사람에 초점을 맞춘 프로젝트로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다. 자연 속에서 예술을 가깝고도 쉽게 만날 수 있는 감동과 힐링의 섬이 되고 있다.

 

우리나라 대기업이나 여유 있는 회사도 섬을 사서 친환경적인 문화, 예술의 섬으로 바꾼다면 미래를 바라보는 투자가 될 것이다. 사회에 공헌하고 실리도 챙기는 길이 될 것으로 본다. 일본의 나오시마의 성공이 좋은 예이다.

 

모도의 예술 공간 규모는 나오시마처럼 크고 넓지 않으나 섬과 예술의 만남의 효시로서 큰 의미를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 섬도 문화 예술의 공간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다. 앞으로 조각 작품뿐만 아니라 그림이나 사진 작품도 전시하는 예술의 섬으로 거듭나서 세계인이 찾고 싶은 명소가 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모도에서 예술의 향기 속에 머물다

예술은 바다 위로 부는 잔잔한 바람이다. 바람이 불어 물결이 춤추듯 예술은 감동의 물결을 일으켜준다. 예술은 한밤에 울리는 기적소리다. 기적소리가 잠을 깨우듯 예술은 영혼의 잠을 깨우는 우렁찬 외침이다. 예술은 봄날 촉촉이 내리는 이슬비다. 봄비가 지상의 모든 생명에 눈을 틔우듯 예술은 굳어진 마음에 생명의 기운을 불어 넣어준다. 예술은 여름 산 위에서 부는 바람이다. 영혼의 갈증과 더위를 씻어주고 기쁨을 주는 청량제다. 예술은 겨울 보름밤 소복이 쌓이는 함박눈이다. 어머니 손길처럼 위로를 받고 치유의 기운을 얻는다.

 

자연은 아름다움 그 자체다. 아름다움은 힘이 있다. 그 힘이 상처를 치유하고 생기를 불어넣어준다. 아름다운 자연에 예술까지 입히면 그 힘은 더욱 강해진다. 치유의 중성자탄이 된다. 모도 배미꾸미해변 조각전시장은 섬에 만든 예술의 꽃밭이다. 신도의 산길, 시도의 해변, 모도의 조각공원을 걸으며 몸에 근육을 늘렸다면 꽃밭의 향기는 마음의 근육을 늘려주고 감성의 살을 찌우게 한다.

 

(여행작가 2016년 9-10월호 게재)

2016.09.21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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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지 <여행작가>에 힐링 섬기행, <현대수필>에 수사에세이 연재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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