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어디에도 없는 배우 송중기의 대표작 골라보기

[컬처]by 테일러콘텐츠

글. 봄동

이미지: tvN

tvN [빈센조]가 5월 2일 자체 최고 시청률 14.6%(닐슨코리아 전국 유료가구 기준)를 기록하며 종영했다. ‘한국계 입양아 출신의 이탈리아 마피아 변호사가 모국에 돌아와 악으로 악을 처단한다’는 줄거리는 설정 과다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송중기는 물오른 카리스마로 이마저 납득시켜 버렸다. [빈센조]를 성공시킨 송중기의 저력은 과거 그의 드라마 주연작들을 통해 다시 확인할 수 있다.

성균관 스캔들 (2010)

이미지: KBS

2008년 영화 데뷔작 [쌍화점]에서 짧은 분량에도 진한 눈도장을 찍은 송중기는 2010년 KBS 퓨전 사극 [성균관 스캔들]로 배우 인생의 첫 터닝포인트를 맞았다. ‘잘금 4인방’ 중 한 명인 구용하는 ‘여림’이라는 별호에 걸맞게 항상 능글맞고 장난기가 넘치면서도 중인이라는 신분적 한계에 모든 상황을 냉소적으로 관망하는 복합적인 인물이다. 송중기는 역할에 완벽하게 부합하는 미모와 연기력을 선보이며 첫 드라마 주연작의 부담을 명쾌하게 떨쳐냈다. 4인방의 일원인 ‘걸오’ 문재신 역의 유아인과는 지금까지 깊은 우정을 유지하고 있는데, 이들의 캐릭터인 용하와 재신은 당시 팬들 사이에서 ‘걸림(걸오-여림)’으로 불리며, 주인공 윤희-선준 커플에 버금가는 사랑을 받았다.

뿌리깊은 나무 (2011)

SBS [뿌리깊은 나무]는 [성균관 스캔들]로 시작된 송중기의 스타덤이 한낱 ‘운빨’이 아니었음을 증명한 작품이다. 같은 퓨전 사극이라고 해도 송중기의 배역은 왕, 그것도 조선뿐만 아니라 한국사를 통틀어 최고의 군주로 꼽히는 세종대왕 이도의 젊은 시절이었다. 심지어 현재 시점의 세종을 연기한 배우는 이름 석 자가 연기력의 지표인 한석규이니, 이래저래 그가 받은 압박감은 상당했을 터. 그럼에도 송중기는 극에 누가 되기는커녕 초반의 인기를 견인하며 주연배우 이상의 포스를 뽐냈다. 특히 청년 이도가 아버지 태종 이방원(백윤식)에게 “상왕은 왕이 아니다! 내가 조선의 임금이다!”라고 일갈하며 숨겨진 발톱을 드러내는 장면, 그리고 신하들의 문자 창제 반대 및 밀본의 방해 공작으로 괴로워하던 중년의 이도에게 나타나 온갖 도발과 조롱을 던지는 일명 ‘세종더비’는 송중기의 연기력을 거론할 때 빠뜨려서는 안 될 명장면이다. 느낌은 조금 다르지만, 이때의 카리스마가 [빈센조]에서의 열연에 보탬이 되었는지도 모른다.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남자 (2012)

KBS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남자]는 이전과 180도 다른 송중기의 흑화가 빛나기도 했지만, 범상치 않은 제목 때문에 방영 전부터 말 많고 탈 많은 작품이었다. 원래 제목이었던 ‘차칸남자’가 맞춤법에 맞지 않는다며 국립국어원이 KBS에 개선 권고를 한 데다, 제목의 ‘차칸’과 주인공 이름 ‘마루’가 모 치킨 브랜드의 PPL을 위해 의도적으로 지어진 게 아니냐는 의혹까지 불거질 정도였다. 어쨌든 작품 외적인 논란과는 별개로, 자신을 배신한 옛 연인에게 복수하고자 원수의 딸을 이용하는 ‘나쁜 남자’ 강마루의 냉정함과 애절함은 사극에 이어 현대극에서도 송중기의 저력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재미있게도 드라마에는 송중기의 또 다른 연예계 절친인 이광수가 마루의 친구 역할로 등장한다. 이광수는 찌질하지만 굳건한 의리를 가진 재길 역을 십분 소화하며 촬영장 안팎을 넘나드는 둘의 케미스트리를 보여 주었다.

태양의 후예 (2016)

[태양의 후예]는 유독 KBS 드라마에 자주 출연한 송중기의 최고 흥행작이자 국내 방송 역사에서도 대대로 상위권에 남을 만한 작품이다. 사전제작 드라마의 시초로서 중국에서 동시 방송되었고, 일본·동남아·중동·아프리카·북미·남미·유럽 등지에도 수출되며 한류의 새로운 페이지를 썼다. 심지어 북한에서도 삼엄한 검열과 단속을 피해 몰래 시청하는 주민들이 대거 생겨났을 정도. 송중기는 이타적인 군인 정신과 사랑에 직진하는 솔직함을 모두 갖춘 특전사 대위 유시진으로 완벽하게 변신하여 ‘태후’ 열풍을 이끌었다. 기록으로 남은 국내외의 높은 인기와 더불어 이 드라마 최고의 성과는 단연 현실에서도 핑크빛이었던 송중기-송혜교 커플이다. 비록 결혼 1년 8개월 만에 갑작스레 이혼하며 많은 팬들을 안타깝게 했지만, 위험한 전장에서 꽃핀 유시진-강모연의 로맨스만은 누구의 팬이든 상관없이 오래도록 기억될 것이다.

아스달 연대기 (2019)

tvN [아스달 연대기]는 엄청난 물량과 초호화 캐스팅으로 제작 단계부터 주목을 받았다. 송중기는 아스달의 운명을 짊어진 쌍둥이 형제 은섬과 사야를 동시에 연기하며 또 한 번 자신을 새로운 차원으로 끌어올렸다. 보기 드문 판타지 장르인 데다, 단군 신화를 재해석한 최초의 상고시대 드라마란 점에서 후한 평가를 받았으나 [왕좌의 게임] 같은 인기 해외 시리즈 베끼기 의혹과 부실한 CG·분장·소품 논란이 불거져 한국 드라마에 대한 팬들의 부정적인 편견을 더욱 강화시키기도 했다. 게다가 장시간 촬영과 스태프 부상 사고 등 근로기준법 및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게 고발을 당하고, 종영까지도 시청률 10%에 도달하지 못하면서 작품의 좋은 의의는 퇴색되어 버렸다. 이처럼 여러 가지 문제에도 불구하고 [아스달 연대기] 시즌 2 제작은 의외로 순탄하게 확정됐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모든 일정이 불발되며 아쉬움을 더했다.


에디터 봄동: 책, 영화, TV, 음악 속 환상에 푹 빠져 사는 몽상가. 생각을 표현할 때 말보다는 글이 편한 내향인.

2021.06.08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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