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평론가
배철수의 음악캠프 작가, ‘청춘을 달리다’ 저자, SNS 냉면왕
이것은 그러니까, 의심의 여지 없는 걸작이다. 일단 오해하지 말기를. 나는 걸작, 명반, 마스터피스 등의 단어를 함부로 남발하지 않으려 애쓰는 남자다. 기실 위와 같은 최상급들은 글을 쓰는 입장에서 참 편리한 카드다. 굳이 애써 부기(附記)하지 않아도, 글을 읽는 이들에게 직관적으로 가닿는 에너지를 지니고 있는 단어들인 까닭이다. 좋은 비평가는 바로 이 최상급과 싸울 줄 알아야 한다고 믿는다. 그 유혹을 이겨낼 수 있어야 비로소 괜찮다 싶은 한 문장, 써질 수 있을 것이다. 정확히 4번째 플레이다. 이 음반에 완전히 매료된 나는
맥주를 좋아한다. 그 목넘김의 쾌감을 사랑한다. 물론 소주를 마시지 않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면, 어복쟁반을 처묵처묵하면서 소주를 안 마시는 건, 어복쟁반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날이 서늘해지고 있다. 어복쟁반 때리기 참 좋은 날씨다. 여하튼, 맥주에 대해 공부를 하려고 하는 편이다. 왜냐하면 뻥 안치고, 거의 매일 맥주를 마시기 때문이다. 학창 시절 돈 없을 때에는 당연히 한국 맥주에 소주를 타서 마셨다. 맛 따위는 상관없었다. 어떻게든 빨리 취하는 게 목적이었으니까. 이랬던 내가 맥주에도 ‘맛’이 있다는 걸 알게 된
완연한 가을, 음악 듣기 참 좋은 계절이다. 가을을 대표하는 목소리로 누구를 꼽을 수 있을지 고민해본다. 팝 음악 쪽에서는 아무래도 스팅(Sting)이 일착으로 떠오를 것이고 , 가요라면 글쎄, 수많은 선택지가 있겠지만 나의 경우에는 이분의 목소리가 제일 먼저 생각난다. 아무래도 이 곡의 존재 때문일 것이다. 바람이 분다 서러운 마음에 텅 빈 풍경이 불어온다 머리를 자르고 돌아오는 길에 내내 글썽이던 눈물을 쏟는다 - ‘바람이 분다’ 중(中) 그것이 예술적 성취를 이뤘다고 가정했을 때, 사람들이 매혹당하는 것은 아무래도 긍정보다는
화가 났다. 내 정보가 모두 털렸다는데 돌아오는 답변이라곤 “그래서 죄송하다”뿐이었다. 그래. 항상 이런 식이었지. 어차피 항의해봤자 이 더운 여름에 나만 지칠 게 분명하고 보면, 이번에도 그들의 ‘배째라’식 전략은 꽤나 유효한 것처럼 보였다. 이것은 나뿐만이 아닌 수많은 사람들의 독후감이기도 했다. 결심했다. 다시는 인터파크의 근처에도 가지 않으리라고. 내가 진짜 인터파크를 앞으로 이용하면 사람이 아니라 개다 개. 굳게 다짐하면서 즐겨찾기 목록에서 곧장 삭제해버렸다. 여기서 잠깐. 왈왈. 어라? 어디서 개가 짖네? 그래. 맞다.
이게 뭔가 싶었다. 음악 영화도 아닌데, 영화 속 흘러나오는 음악이 30곡이 넘는다니, 감독이 제 정신인가 싶었던 것이다. 그런데 감독의 이름을 듣자마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리처드 링클레이터. < 비포 선라이즈 >(1995)를 포함한 3부작으로 보는 이들의 마음을 심쿵하게 하고, 잭 블랙(Jack Black)과 함께 < 스쿨 오브 락 >(2003)을 개교하더니, < 보이후드 >(2014)로 세계적인 찬사를 받았던 바로 그 분. 그래. 30곡 이상이라고? 리처드 링클레이터라면 충분히 그럴 수 있지. 1993년에 만들었던
만화책을 좋아한다. 어린 시절부터 보기 시작해서 40이 된 지금까지도 만화책을 수집하고 있으니, 이 정도면 병이라고 해도 좋지 않을까 싶다. 글쎄. 여전히 만화책을 폄훼하는 시선이 있다는 걸 알고 있지만, 적어도 나에게 만화책은 영감의 수원지로서 소중하다. 이번 글을 통해서는 ‘음악 관련 만화책’을 좀 소개해볼까 한다. 무엇보다 재미는 물론이요, 충실한 컨텐츠 역시 돋보이는 작품임을 밝힌다. 제목부터가 심상치 않다. 때는 1930년대. 인종차별이 극심하던 미국을 배경으로 이야기를 펼쳐내는 이 작품을 읽기 전에 먼저 알아두어야 할 기
여름이 다가온다. 열혈불꽃남자로 태어난 나는 어쩔 수 없이 여름에 체력이 급격히 저하되는 약점을 지니고 있다. 워낙 열이 많아서 인삼도 못 먹는 내가 한 여름을 그래도 버틸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는 방송국 장비 덕분이다. 방송 장비들의 경우 워낙 고가라 온도에 신경을 써줘야 되는데, 이를 위해 빵빵한 냉방은 필수인 까닭이다. 하아. 이런 방송 장비만도 못한 인생 같으니라구. 갑자기 설움이 밀려온다. 그러나 문제는 방송국 냉방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 따라서 식단에도 신경을 써야 하는데, 나의 경우에는 몸에 열이 많아 찬음식을 아무
그러니까, 어제도 나는 마셨다. 챔피언스 리그 결승전이 방송될 새벽 3시 45분까지 버터야한다는 결기는 온데간데 없고, 음악에 취해 흥에 취해 마시고 또 마셨다. 뭐랄까. 이것은 참으로 기이한 일이다. 조금 전까지 이자카야에서 사시미 모리아와세와 닭꼬치를 먹었는데도 불구하고, 술이 들어갈 구멍이 남아있다니 말이다. 게다가, 놀랍게도, 나는 소주나 양주를 즐기지 않는다. 타겟은 오로지 맥주 뿐. 그러나 조건이 하나 있다. 맥아 비율이 10% 정도밖에 되지 않는, 그래서 ‘보리맛 탄산 음료’라거나, 심하게는 ‘말오줌맛’이라는 얘기까지
수많은 음악을 들어왔다. 장르를 가리지 않고 닥치는대로 들어보려 했으나 언제나 문제는 시간이었다. 그래서 장르를 한정해버렸다. 팝, 록, 가요. 딱 이 세 가지만 파자. 재즈의 영토는 탐험하기에 너무 광대했고, 클래식까지 뻗어나가기에는 나의 역량 부족이 발목을 잡았다. 하긴, 대중음악하면 먼저 떠오르는 게 일단 팝, 록, 그리고 케이-팝이라 불리는 가요 아닌가. 이렇게 위안 삼으면서 근 25년을 음악의 바다 위에서 보냈다. 그렇다고 내게 다른 취미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일단 나는 이른바 코믹스라 불리는 일본 만화의 팬이다. 집
지난 글에서도 강조했듯이, 음악이 매일같이 쏟아지는 세상이다. 예전에는 음악을 많이 아는 사람이 부러웠는데, 지금은 맘만 먹으면 얼마든지 싼 가격에, 심지어 공짜나 마찬가지인 여건 속에서 음악을 마음껏 들을 수 있다. 지금 당장 유튜브를 접속해보라. 보면서 즐길 수 있는 음악들이 말 그대로 널려있으니까. 뭐, 우린 다들 잘 지내고 있다. 삶이라는 대지에서 붕 떠 있는 듯한 느낌만 뺀다면 말이다. 그래서 우리는 아무 것도 결정할 수 없는 느낌, 도돌이표를 왕복하고 있는 느낌에 휩싸여있다. 이건 사실 역설적이다. 역사상 지금처럼 수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