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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크 ]

블리자드가 25년째 최고인 이유

by테크홀릭

블리자드가 25년째 최고인 이유

블리자드(Blizzard Entertainment)는 워크래프트와 디아블로, 스타크래프트 등이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끌면서 높은 매출을 올리고 있는 기업이다. 창업 25년이 지난 이 기업은 지금도 온라인 게임 업계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블리자드는 원래 실리콘앤시냅스(Silicon & Synapse)라는 이름으로 지난 1991년 8월 탄생했다. 창업 멤버 중 한 명인 전 CEO 앨런 애드함(Allen Adham)은 고교 시절 여름방학이면 직접 코딩을 해가며 프리랜서로 일을 하면서 용돈을 벌었다고 한다. 당시에는 아케이드 게임이 주류여서 스페이스 인베이더와 아스테로이드 같은 게임이 인기였다. 앨런 애드함은 공부에 필요하다고 거짓말을 보태 아버지에게 컴퓨터를 사달라고 한다. 물론 코딩에 컴퓨터를 사용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게임을 하는 용도로 썼다고 한다.

 

앨런 애드함은 1990년 UCLA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한 뒤 아버지로부터 유럽에서 공부하기 위한 자금 1만 달러를 받았다. 하지만 게임 관련 일을 하고 싶었던 그는 실리콘앤시냅스를 설립한다.

 

당시 그의 동급생이던 현 블리자드 CEO인 마이크 모하임(Mike Morhaime)은 이미 하드웨어 제조사인 웨스턴디지털에 취직한 상태였다. 하지만 앨런 애드함이 1년에 걸쳐 설득한 끝에 마이크 모하임 역시 실리콘앤시냅스에 합류하게 된다. 블리자드에서 개발 부문 부사장을 맡고 있는 프랭크 피어스(Frank Pearce)도 비슷한 시기 앨런 애드함의 설득으로 창업을 돕게 된다.

 

블리자드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된 모하임과 피어스가 합류하면서 앨런 애드함은 잃는 건 어차피 시간 뿐이라면서 1년 만이라도 좋으니 한 번 해보자고 말한다. 성공하면 좋고 실패해도 경험이 될 것이라고 설득한 것. 마이크 모하임은 이런 앨런 애드함을 두고 최고의 세일즈맨이라고 평한다.

 

물론 창업 당시 회사는 출시된 게임을 다른 플랫폼에 적용해주는 역할을 주로 해야 했다. 하지만 현지 판매 기업인 인터플레이(Interplay)의 브라이언 파고(Brian Fargo)의 눈에 들면서 슈퍼패미콤용 게임 개발을 맡게 된다. 슈퍼패미콤은 당시까지만 해도 개발 관련 설명이 영어로 번역되어 있지 않아 이들 3명은 온갖 고생을 하면서 게임을 만들어야 했다. 마침내 1991년 RPM레이싱이라는 게임을 인터플레이를 통해 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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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게임으로 4만 달러를 벌게 된 실리콘앤시냅스는 다음 작품인 록큰롤레이싱을 메가드라이브 슈퍼패미콤용으로 내놓는다. 이어 개발에 들어간 게임은 로스트 바이킹스. 실리콘앤시냅스는 이 게임을 거의 완성해갈 무렵 브라이언 파고에게 이 게임을 보여준다. 파고는 난이도가 너무 높고 등장하는 바이킹 캐릭터 디자인이 모두 똑같다는 지적을 한다.

 

실리콘앤시냅스는 파고의 지적을 수정할 만한 자금이 거의 없었지만 파고에게 추가 자금을 끌어냈고 수정을 반영, 결국 바이킹 캐릭터 수를 50개에서 3개로 줄이는 등 대폭 수정을 가했다. 힘든 일이었지만 여러 번 반복한 수정 덕에 품질은 크게 높아졌다.

 

마이크 모하임은 이 과정이 유익한 교훈이 됐다고 회고한다. 피드백을 반복하고 완벽한 작품을 만들 때까지 발표하지 않는다는 블리자드의 개발 프로세스는 지금까지 출시한 모든 게임에 적용되고 있다. 로스트 바이킹스는 이 회사의 미래에 큰 역할을 한 터닝포인트를 제공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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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중 실리콘앤시냅스와 경쟁하던 웨스트우드스튜디오가 1992년 듄2(Dune2)라는 PC용 게임을 발표한다. 듄2는 실시간 전략 게임이었다. 마이크 모하임은 처음 듄2를 해보고 단번에 실시간 전략 게임 장르에 매료됐다고 말한다. 하지만 듄2는 싱글 플레이 전용이었고 그는 멀티 플레이를 지원하는 실시간 전략 게임을 만들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을 떠올린다. 또 이들은 판타지 세계관을 좋아했기 때문에 이런 요소로 실시간 전략 게임에 도입하기를 원했다. 이렇게 듄2에서 멀티 플레이를 위한 실시간 전략 게임에 대한 힌트를 얻은 실리콘앤시냅스 개발팀은 후일 대히트를 기록하는 워크래프트(Warcraft : Orcs & Humans) 개발에 나선다.

 

실리콘앤시냅스는 카오스 스튜디오로 사명을 바꾸고 자본 부족으로 교육용 소프트웨어를 다루는 데이비슨앤어소시에이츠(Davidson & Associates)라는 기업에 회사를 매각한다. 하지만 이 회사는 경영에 일절 관여하지 않고 이 젊은이들이 자유롭게 개발해도 좋다는 좋은 조건을 제시한다. 다시 사명을 카오스 스튜디오에서 블리자드로 바꾼 뒤 워크래프트 개발을 계속했고 1994년 드디어 MS도스용으로 이 게임을 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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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크래프트 출시 1년 뒤인 1995년 블리자드는 개발자 8명 만으로 다시 워크래프트2(WarcraftⅡ : Tides of Darkness)를 발표한다. 워크래프트2는 로컬 네트워크만을 통해 다른 게이머와 대전했던 전작과 달리 인터넷을 통해 전 세계 게이머와 대전할 수 있었다. 블리자드는 이 게임으로 처음으로 게임 판매 순위 1위를 거머쥔다. 이듬해인 1996년에는 확장팩을 출시하면서 블리자드는 실시간 전략 시장에서 웨스트우드, 마이크로소프트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기업으로 성장하게 된다.

 

블리자드는 1996년 콘도르(Condor)라는 게임 개발사는 인수했다. 인수 후 콘도르는 블리자드 노스로 사명을 바꾼다. 이 회사에 있던 맥스 셰퍼(Max Schaefer), 에리히 셰퍼(Erich Schaefer), 데이비드 브레빅(David Brevik)은 1996년 디아블로(Diablo)를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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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아블로는 전용 서버를 통해 여러 명이 같은 공간에서 동시에 플레이할 수 있는 액션RPG 온라인 게임이다. 콘도르 시절부터 개발을 진행 중이었지만 블리자드가 인수한 뒤부터 개발 속도가 빨라진 것.

 

디아블로는 출시 직후부터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다. 에리히 셰퍼는 블리자드에 인수된 뒤 게임 개발 전문가가 어떤 것인지 배웠다고 말한다. 블리자드에는 경쟁이 있고 충실한 지원이 있고 게임의 품질을 떨어뜨리지 않는 끊임없는 노력이 있다는 것이다.

 

블리자드의 명작 게임 가운데 또 다른 작품은 바로 스타크래프트다. 실시간 전략 게임인 스타크래프트는 당초 예정하던 1996년보다 출시가 늦어져 2년 뒤인 1998년 출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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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크래프트 출시가 늦어진 이유는 디아블로 히트로 블리자드가 스타크래프트 품질을 더 높여야 한다고 결정했기 때문이다. 스타크래프트와 경쟁할 80개가 넘는 게임이 다른 개발사를 통해 개발 중이었고 여기에서 살아남으려면 품질을 더 높여야 한다는 것이었다.

 

개발 중인 스타크래프트는 워크래프트와 견주면 완성도가 낮았고 버그도 많았기 때문에 테스트 플레이조차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고 한다. 스타크래프트 개발에는 당시 CEO였던 앨런 애드함이 깊이 관여되어 있었다. 결국 2년 늦었지만 스타캐르프트는 1998년 출시 당시에는 발매 연기에 대한 어떤 비판도 받지 않았다. 버그 문제는 출시 후 패치 배포로 수정했다. 결과적으로 스타크래프트는 대박을 거두며 성공한다. 국내에선 전용 리그가 탄생할 만큼 엄청난 인기를 누렸다.

 

인터플레이에서 블리자드의 성장을 목격했던 브라이언 파고는 디아블로와 스타크래프트 히트로 블리자드가 예상을 웃도는 발전을 했다면서 스타크래프트는 세계에서 처음으로 거대한 커뮤니티를 만들며 e스포츠를 탄생시킨 게임이라고 평했다.

 

이후 워크래프트와 디아블로, 스타크래프트 시리즈를 히트시킨 창업자 가운데 하나인 앨런 애드함은 CEO 자리를 사퇴하고 헤지펀드를 설립한다. 1997년 블리자드에 합류해 스타크래프트 개발에 참여한 롭 팔도에 따르면 앨런 애드함은 항상 일에 몰두해 때론 과로를 걱정해야 할 정도였다고 한다. 또 게임이 아닌 다른 것에 도전해보고 싶다는 포부도 비쳤다고 한다. 이어 마이크 모하임이 새로운 CEO에 취임한다.

 

블리자드는 창업 이래 적어도 10개 이상 게임 출시를 취소했다. 게임 출시를 취소한 이유는 게임 품질을 유지하고 승산 없는 승부를 하지 않기 위한 것이었다. 예를 들어 워크래프트 어드벤처 같은 게임은 같은 시기 루카스아츠의 그림 판다고 같은 게임과 견줘 품질에서 승산이 없다는 판단 하에 망설임 없이 출시를 취소했다고 한다.

 

마이크 모하임은 개발을 진행하던 게임도 끝내는 데에는 용기가 필요하다면서 마치 이번 경기를 취소해도 다음 게임에선 홈런을 치면 된다는 생각이라고 말한다. 블리자드가 장기적 관점에서 게임을 바라보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이다. 그는 블리자드가 여전히 선두를 달리는 이유로 품질에 대한 이런 집념을 꼽고 있다. 이를 위해 블리즈콘이라고 불리는 이벤트를 열어 팬과 교류하고 이런 팬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기 위해 최고의 게이밍 경험을 창업 이후 최우선으로 삼았다는 것이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석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