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현장] 최순실 "결코 비선실세 아냐"...모르쇠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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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선실세 최순실 씨의 파기환송심 첫 공판이 30일 서울고등법원에서 진행됐다./더팩트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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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블릿 PC도 모른다"... 박근혜, 정유라, 손석희 등 증인 신청


[더팩트ㅣ서울고등법원=송은화 기자] "저는 결코 비선실세가 아니다."


국정농단 사건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최순실 씨가 30일 서울고등법원 형사6부 심리로 열린 자신의 파기환송심 첫 공판에 출석해 이같이 혐의 자체를 부정했다.


최 씨는 지난해 6월 15일 항소심 결심 공판 최후진술 이후 1년 4개월여 만에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첫 공판기일에서 발언권을 얻은 최 씨는 "파기환송심은 제게 남은 마지막 기회이자 유일한 시간"이라며 비장한 모습으로 발언을 시작했다.


우선 자신이 평범한 사람에 불과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최 씨는 "20년 이상 유치원을 운영하며 평범하게 살았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개인사를 도왔을 뿐 대통령을 이용해 개인적 사익을 취하지 않았고 어떤 기업도 모른다고 하늘에 맹세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삼성으로부터 받은 딸 정유라의 말들에 대해선 "말의 소유권과 처분권이 삼성에 있다"며 "뇌물로 받았다는 것은 억울하다"고 강조했다. 이런 최 씨의 주장은 결국 박 전 대통령 등과 공모해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원사들을 상대로 미르와 K스포츠재단에 774억원을 출연하도록 강요한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와 삼성그룹으로부터 정 씨의 승마훈련 지원 등을 위해 298억여원을 수수한 혐의(뇌물수수) 등 자신에게 적용된 모든 혐의를 부인한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최 씨는 국정농단 사건의 핵심 증거물로 인정된 태블릿PC도 부정했다. 최 씨는 "JTBC가 보도한 태블릿PC도 제 것이 아니고 쓸 줄도 모른다"며 "검찰은 조사 때 한 번도 실물을 보여주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또 "더불어민주당 안민석 의원과 언론에서 보도한 수 백조원의 해외 은닉재산과 페이퍼컴퍼니 역시 허위"라고 주장했다.


최근 자신의 탈세 혐의에 대한 검찰 수사에도 불만을 드러냈다. 최 씨는 "특검 수사 당시 협조하지 않으면 삼족을 멸하겠다던 검사의 말이 진짜가 됐다"며 "딸에 대한 국세청 압수수색과 마구잡이식 압수수색은 사회주의를 넘어 독재주의로 가는 단면"이라고 지적했다. 수원지검 형사6부는 최 씨가 수감 중 서울 강남 신사동의 한 빌딩 매각과정에서 19억원에 달하는 양도소득세를 포탈한 혐의로 고발된 사건을 수사 중이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지난 25일 경기도 산부인과 병원에 있는 정 씨의 휴대전화를 압수수색한 바 있다.


최 씨는 국정농단 사태가 벌어진 뒤부터 재판을 받고 있는 지금까지의 고충도 털어놓았다. 최 씨는 "2016년 독일에서 들어와 구속된 지 만 3년이 됐다. 그동안 밤새 검찰조사를 받고 주 4회 재판을 받으며 견디기 힘든 나날을 보냈다. 몸과 마음은 피폐해지고 목욕탕에서 넘어져 4차례 이상 수술하는 등 어려운 상황에서 힘겹게 오늘 출석했다"며 그간의 어려움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파기환송심에서는 제발 진실이 한 번이라도 밝혀지길 바란다. 어린 딸과 손주들이 평생 상처받아야 할 상황인데, 재판에서 부분적이라도 억울함을 풀어달라"며 재판부가 그간의 재판과정을 면밀히 봐 줄 것을 요청했다.


최 씨는 발언 끝에 "국민적 혼란과 물의를 일으킨 점에 대해선 사과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최 씨의 변호인은 박 전 대통령과 딸 정유라 씨, 손석희 JTBC 사장 등을 증인으로 불러달라고 요청했다. 변호인은 "법원은 지금까지 합리적인 근거를 제시하지 못한 채 최 씨와 박 전 대통령의 공모관계를 인정했다"며 "이는 박 전 대통령이 진술 기회를 갖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변호인은 또 "대법 판결처럼 방만하게 묵시적 공모를 인정한다면 정치적으로 애매한 사건일 때 대한민국에서 살아날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라며 "국정농단 사건의 뇌물죄 핵심 부분은 공범인지 여부인데, 증거 대부분이 옆에서 쳐다본 사람의 관찰이나 이런 사람들 추측 증언에 따라 (사건이) 심리되고 있다. 뇌물 공여 안했다는 증거가 훨씬 많다"고 주장했다.


1,2심 재판부는 최 씨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 8월 원심 판단을 대부분 유지하되 일부 강요 혐의는 무죄로 판단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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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30일 오전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국정농단 사건의 파기환송심 1회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이날 함께 재판에 출석한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은 최 씨와 달리 별도의 발언을 하지 않았다. 안 전 수석 측은 양형 관련 사건 경위를 담은 변호인 의견서를 제출하고, 증인 3명을 신청했다. 안 전 수석은 1심에서 징역 6년을 선고 받았으나 항소심에서 징역 5년으로 1년이 감형됐다.


재판부는 다음 기일 전까지 증인 채택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최 씨의 2차 공판기일은 12월 18일 오후 2시 10분에 열릴 예정이다.


happy@tf.co.kr



2019.10.30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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