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탁 소송'은 빙산의 일각, 깊어지는 공연계 '한숨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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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일홍의 클로즈업] 기획사 간 '줄소송'...코로나 후폭풍 전조


[더팩트|강일홍 기자] "이러다 공연계는 엄청난 소송전에 휘말려 쑥대밭이 될지도 모릅니다. 곧 터질 폭탄을 들고 전전긍긍하고 있는 형국이에요. 공연 판권료가 묶이면서 다들 아우성입니다. 코로나가 잠잠해지길 이제나저제나 기다리고 있는데 얽히고설킨 '돈맥경화'(돈 흐름 중단)가 갈수록 심화돼 최악의 상황으로 몰고가는 것 같아요."(공연기획자 H씨)


#장면1 : 2019년 10월=나문희 김수미 공동 주연의 뮤지컬 '친정엄마'가 전국투어 공연을 앞두고 제작사 대표의 갑작스런 잠적으로 좌초했다. 공연제작사 ㈜쇼21 박모 대표가 서울 마지막 공연을 이틀 앞두고 돌연 잠적하면서 벌어진 일이다. 당시 확인된 피해액만 전국적으로 30억 여원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고, 피해자들의 잇단 소송으로 제작사 대표는 구속됐다.


사달이 난 것은 제작사가 지역 공연기획자들로부터 판권료를 선납받아 뒷감당을 못했기 때문이다. 불과 개막 닷새를 앞두고 부산 공연이 중단된 데 이어 예정됐던 창원 전주 강릉 대구 광주 성남 수원 인천 등 10여곳의 전국투어가 줄줄이 취소되며 피해액을 키웠다. '친정엄마' 전국투어에 참여한 공연기획사들은 적게는 1억에서 많게는 5억 원을 허공에 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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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관련 계약 불이행, 2억3천 소송...'반박vs재반박' 진실공방


#장면2 : 2020년 6월=종편채널 MBN을 통해 방영돼 주목을 받았던 오디션프로그램 '보이스퀸'이 콘서트 불발에 따른 공연기획사 간 피해를 둘러싸고 12억대 소송에 휘말렸다. 공연기획사 U기획은 MBN으로부터 공연제작 판권을 위임받은 R사를 상대로 투자금 반환 및 손배소를 제기했다. U기획사와 R사 간 소송전은 코로나로 공연을 하지 못해 생긴 피해가 원인이 됐다.


실제 피해자는 콘서트 판권을 받기로 하고 공연 제작비를 선납한 지역 공연기획사들이었다. 애초 '보이스퀸' 콘서트 흥행을 기대하고 돈을 투자했음에도 에이전시가 끼어 있어 방송사에 책임을 물을 수도 없었다. 소송도 R사와 계약 당사자인 U기획을 구심점으로 A사(인천) B사(대구) C사(광주) D사(서울) 등이 위임장을 쓰고 공동 대응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막상 소송을 해도 피해액을 보전받기란 쉽지 않다. '친정엄마'의 경우 2년이 지난 지금도 피해액은 되돌려받지 못했다. '보이스퀸' 투자 기획사들은 더 막막하다. 판권료는 이미 방송 프로그램 제작과 공연 홍보비로 소진된 상태인 데다, 해가 바뀌고 새로운 오디션프로그램 스타들이 등장한 마당에 공연 흥행을 통한 수익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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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무 전액을 반환했다'vs'한 푼도 돌려받지 못했다'


코로나 이후 지역 중심의 소규모 공연기획자들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억눌렸던 생계 압박이 폭발하면서다. 공연기획자 H씨는 "코로나가 곧 풀릴 것을 예상하고 입도선매 형식으로 돈을 넣었다가 막대한 손실을 입고 뒤늦게 소송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국 콘서트 망을 지탱하고 있는 이들이 무너지면 공연계는 한동안 회복 불능상태에 빠져들 수 있다.


최근엔 가수 영탁의 이름이 공연관련 계약 불이행 등의 소송전에 오르내리면서 또 한번 공연계의 '우울한 현실'을 환기시켰다. 공연기획사 디온컴은 지난 4일 영탁 소속사 밀라그로 대표 A씨를 사기 혐의로 고소했다. 영탁 콘서트와 관련한 우선협상권을 담보하고 지난해 2억3000만 원을 투자했으나, 이후 일방적으로 계약 무효 의사를 밝혀 법정대응에 나섰다.


이에 밀라그로 측이 '채무 전액을 반환했다'며 반박을 하고, 디온컴 측이 다시 '우선협상계약금을 한 푼도 돌려받지 못했다'고 맞서면서 '반박vs재반박'의 진실공방으로 번졌다. 최종 진위여부는 계약서와 변제금 기록 등을 근거로 법정에서 가려지겠지만 문제는 이런 소송이 앞으로도 끝없이 반복될 것이란 우려다. 공연계의 한숨소리가 유독 깊어지는 이유다.


eel@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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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3.31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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