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한 시간만큼 그리운, 영화 “사랑 후에 남겨진 것들”

[컬처]by 디아티스트매거진
함께한 시간만큼 그리운, 영화 “사랑

ⓒ www.kino.de

내 주변에 늘 있을 것만 같던 사람, 평생 함께 할 것만 같았던 사랑하는 이가 떠나간 후, 모든 흔적들은 그리움이 되어 돌아온다. 함께 했던 이야기가 담긴 물건을 보았을 때, 함께 맛있게 먹었던 음식을 먹을 때, 함께 추억을 만들었던 장소를 찾았을 때, 모든 것들은 사람이 떠나간 후 몇 제곱의 그리움과 슬픔과 하지 못 한 것에 대한 미안함과 후회라는 감정까지 더해져 나타난다.

 

2008년 개봉한 이 영화는 ‘파니 핑크’, ‘헤어 드레서’의 유쾌 발랄 스토리를 담아왔던 도니스 되리 감독이 중년 부부의 예기치 못한 이별과 그 후의 이야기를 선보이며 개봉 당시 최대 관객을 동원하며 큰 흥행을 가져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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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없이 하는 여행은 난 상상도 할 수 없으니까, 그건 여행이 아니니까’

남편 ‘루디’가 말기 환자라는 사실을 먼저 알게 된 아내 ‘트루디’. 그녀는 남편이 가진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을 그에게 숨긴 채 함께 자녀들이 살고 있는 베를린으로 여행을 떠나기로 결심한다. 반가운 마음도 잠시, 오래 떨어져 지냈던 자식들은 어딘지 모르게 낯설게만 느껴지고, 허무한 감정들은 부부에게 그래도 우리 둘이 함께라서 다행이라는 안도감의 행복을 느낀다. 그 행복의 감정을 만끽하기도 전에, 어느 누구도 예상 치 못했던 아내 트루디가 세상을 떠난다. 미루어 짐작하여 시한부 선고를 받았던 남편이 떠난 것이 아니라 너무나 갑작스럽게도 그 사실을 유일하게 알고 있는 아내가 떠나버린 것이다. 이렇게 그 둘은 대비 없이 이별을 맞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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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아무것도 안 했어, 이젠 할 수도 없고’

좋은 추억이 되리라 믿었던 베를린 여행에서 혼자 되돌아 오게 되리라고 꿈에도 상상 못했던 루디는 혼자가 된다는 것에 익숙해 지려 노력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당하기 힘든 아내를 향한 그리움들이 몰려오고, 그저 대담하게 그리움 그 자체를 마주하기로 한다. 텅 빈 침대의 반쪽을 쓰다듬고, 힘 없이 걸려있는 그녀의 옷에서 조금이라도 남아있길 바라는 아내의 채취를 느끼려 노력한다. 후회만 남는 아내와의 추억을 떠올리며, 이제서야 그토록 아내가 바라왔던 일본을 혼자라도 찾아가 보기로 결심한다. 아내가 가 보고 싶어했던 후지산, 그리고 부토 춤(얼굴을 온통 하얗게 칠하고 죽음에 대한 주제를 가지고 추는 일본의 무용)에 대한 이루지 못한 애정을 찾기 위해 그는 홀로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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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미처 몰랐던 내 아내의 모든 것’

일본을 방문하여 아들 ‘칼’의 집에 들르지만, 바쁜 직장생활로 아침에나 겨우 얼굴 한번 보는 게 전부이다. 이곳도 역시 낯설다. 하지만 아내를 위해 또 다시 익숙해 져야만 한다. 아내가 즐겨 입던 치마와 가디건을 입고 산책에 나선 그는 마치 함께 순간을 만끽하듯 아내가 보면 좋아할 만한 경치가 있으면 코트를 열어 마치 아내에게 보여주는 듯 마음을 다해 눈으로 담는다. 아들은 이런 아버지를 걱정하지만, 그는 조용히 아들에게 엄마에게 꼭 보여주고 싶은 것이 있으니 조금만 참고 기다려 달라고 부탁한다. 일본에 와 있는 동안 만 이라도 후회로 남은 아내를 향한 모든 그리움을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오롯이 채워내고 싶었을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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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그림자가 있죠, 어리든, 늙었든, 여자든, 남자든’

벚꽃이 완연한 거리를 거닐 다 우연히 만난 부토 춤을 추는 어린 소녀, 그녀의 강렬한 표정과 독특한 춤 사위에 이끌려 마치 눈 앞에 나타난 아내를 느끼는 것만 같다. 아침 일찍 일어나 홀린 듯 활짝 열어 젖힌 창문 밖으로 온화한 자태를 뽐내는, 아내가 그토록 함께 보고 싶어 했던 후지산이 떠오르고, 루디는 마치 아내와 내가 하나와 된 듯, 아내의 그림자가 온전히 내 안에 있는 듯 사라진 부재에 대한 그리움의 춤을 아득하게 그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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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니스 되리 감독의 영화는 언제나 정교하게 돌아가는 스크린 사이로 은유적인 주제 안에 담긴 명백하고도 미묘한 감정의 리듬을 보여준다. 슬픔을 담고 있는 이야기의 흐름 안에서 가끔은 웃음지을 수도 있을 만한 포인트 또한 절대 놓치고 지나가는 법이 없다. 독일과 일본을 배경으로 하는 이 영화에서 누구나 느낄 수 있는 감정인 떠난 누군가의 남겨진 것들을 감독이 심어낸 ‘무상의 상징’을 찾아가는 과정은 관객으로 하여금 수 많은 호기심과 공감대를 일으킨다. 영화의 원 제목은 “Cherry Blossoms – Hanami” 일본의 전통 봄 축제를 가리킨다. 오랜 시간 기다린 끝에 짧은 시간 활짝 꽃을 피우고 이내 지는 벚꽃의 의미는 붙잡을 수 없이 흩날리는 꽃 잎처럼 어떤 존재가 사라진 후에 남겨진 우리들의 허무한 감정들이 담겨 있다. 남편의 아픔을 걱정만 하다가 예고 없이 먼저 떠나게 된 아내와 자신의 아픔을 느끼기도 전에 아내를 잃은 슬픔과 그리움을 감당해야 할 남편의 이야기. 사랑하는 사람과의 시간은 정해져 있지 않다는 것을 구구절절 보여주는 영화.

 

디아티스트매거진=남달라

2017.10.15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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