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과 예술의 이중주

[컬처]by 디아티스트매거진

데미안 허스트, 제프 쿤스, 뱅크시를 중심으로

돈과 예술의 이중주

뱅크시, 그래피티

작년 겨울 대한민국을 충격의 도가니로 빠뜨린 최순실 국정 논단의 발단은 최순신의 딸 '정유라 사건'으로 부터였다. 공교롭게도 '정유라'라는 이름 때문에 사람들 사이에서 종영 드라마 '밀회'가 회자되며 극 중의 스토리와 인물관계도가 다시 조명받았다. 극의 주인공인 오혜원(김희애)은 어느 재벌가가 운영하는 아트재단의 실장이다. 그녀는 피아니스트의 꿈을 꾸었던 음대생 시절 때부터 아트재단의 행정 총괄을 맡게 된 현시점까지, 아트재단의 대표와 재단의 상부조직인 그룹의 모든 인사들에게 복종하며 사는 엘리트 노예이다. 그녀가 거머쥔 빛나는 실장 타이틀은 재단과 그룹의 충실한 노예로 살아왔기에 가능한 것이다. 그녀의 음악적 탈랜트도 그룹 회장이 자기 딸(동감내기 음대 동창)의 몸종 역할(수행비서의 일과 논문 대필)을 맡긴 대가로 지불한 유학자금이 없었으면 사장되었을 것이다. 때문에 이 드라마에서 현시대의 '문화예술 권력'으로 표상되는 오혜원의 성공은 표면적으로는 타고난 예술적 재능과 노력의 일환으로 이루어진 듯 보여도 노골적으로 말하자면 '자본권력'에 기생하지 않았다면 그녀의 성공은 요원했을 것이다.

 

이러한 권력 구도는 단순히 드라마 속 얘기로만 치부하기 힘들다. 안타깝게도 오늘날의 문화 예술은 대자본가의 곳간을 채우고 허영심을 충족시켜줄 그럴싸한 자본으로서 이용되기도 한다. 더욱이 더 많은 사유재산을 소유할 것을 최고의 목적으로 두는 자본주의 문화 속에서 예술의 가치는 마치 주식처럼 작품 값이 오르느냐 오르지 않으냐의 문제로 치환된다. 이러한 맥락에서 예술가들의 다음과 같은 말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팝아트의 선구자로 불리는 앤디 워홀(Andy Warhol)이 말한다 “최근 몇몇 회사에서 나의 ‘아우라’를 사려고 관심을 보였다. 그들은 나의 작품은 원하지 않았다.” 뉴욕 1세대 그래피티 아티스트로 불리는 레이디 핑크(Lady Pink) 또한 갤러리 소속 작가라는 안전장치와 부유한 후원자를 마다하고 다시 거리로 뛰쳐나와 말한다. “안타깝게도 예술가의 이름만 추구하는 소수의 부자들의 의해 미술계가 움직인다. 단지 명성만 가진 예술가들은 그 이름만으로 쓰레기 같은 작품을 만들어 돈을 번다. 무엇을 하느냐가 아닌 누구를 아느냐가 미술계의 중심이 돼 버렸다.” 비단 예술가들 뿐만이 아니라 문화예술 권력자들 또한 밥을 굶지 않기 위해서 자본 권력자들의 눈치를 살피게 되었다. 넓게는 문화 예술 진흥 및 운영비를 비롯하여 좁게는 그들의 밥값을 벌기 위해서 자본 권력자들의 기호에 맞는 맞춤 기획을 짜내고 값 비싸게 소비될 만한 예술가들을 물색한다.

 

그런데 이러한 자본의 힘의 논리를 영악하게 이용한 예술가가 있다. 영국 출신 미술가 데미안 허스트(Damian Hirst)이다. 현대미술계의 독보적인 스타로 자리매김한 허스트는 예술이 시장 자본주의에 의해 움직인다는 것을 간파했다. 그는 영리하게도 이 자본의 생리를 반영하여 작품 <신의 사랑을 위하여 For the love of God>을 선보였다. 이 작품은 중세시대의 신원 미상의 유골에 8,601개의 다이아몬드를 박아 만든 것으로, 소수의 자본가들에게 희소한 가치를 소유할 수 있는 희열을 선사하며 기꺼이 많은 돈을 지불하게 만들었다. 이는 시장이 예술가에게 얼마를 지불할 준비가 되어있는지를 간파하고 예술가는 이에 맞는 상품을 제작하면 된다는 것을 알려준 신호탄이 되었다. 허스트가 다이아몬드를 박은 해골을 제작하는데 들인 비용은 약 70억 원이며 런던의 화이트 큐브에서 처음 발표한 직후에 올린 판매고는 약 940억 원이다. 소더비 옥션 경매가가 매년 경신하는 것을 보면 이 작품 가격에 그리 놀랄만한 일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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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미안 허스트, '신의 사랑을 위하여'

그런데 작품의 제목이 의미심장하다 <신의 사랑을 위하여>라니. 추한 해골이 다이아몬드를 덧입고 그야말로 환골탈태(換骨奪胎) 한 것이, 아니면 죽음에 대한 공포를 찬란함으로 뒤엎고 명상하는 것이 신을 기쁘게 하는 것일까? 그렇다면 이 작품의 제작 의도는 신으로부터 사랑을 받기 하기 위함일까 아니면 신에게 내 사랑을 드리기 위함일까? 이도 저도 아니고 도리어 허스트가 신의 사랑을 빙자해 미술시장에 던져놓은 억만금짜리 폭탄인 걸까? 허스트와 더불어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매우 친숙한 예술가로 제프 쿤스(Jeff koons)가 있다. 서울 명동 신세계백화점 6층의 트리트니 가든에 가면 마치 초콜릿 포장을 연상시키는 하트 모양의 거대한 보라색 금속 조형물 <성심 Sacred Heart>을 볼 수 있다. 작품의 제목이 지시하는 바에 따르면 주제는 “그리스도의 심장”이다. 쿤스의 손끝을 타면 신성도 돈이 되어 반짝반짝 빛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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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프 쿤스, '성심'

반면에 자본주의의 모순을 꼬집고, 물질만능주의와 소비 중심주의에 빠진 사람들을 조롱하고, 소수의 부자들의 기호에 맞춰 예술이 좌지 우지대고 대중은 그저 이방인으로 치부되는 오늘날의 미술계의 현실을 비판하며 예술의 본질이 뭔지 다시 성찰할 것을 촉구하는 예술가가 있다. 영국 출신의 그래피티Graffiti 아티스트이자 일명 거리의 테러리스트라고 불리는 뱅크시(Banksy)이다. 그는 현재 영국에서 가장 뜨거운 대중성과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예술가이나, 철저한 익명성으로 자신을 숨기고(뱅크시는 본명이 아님) 비영리 목적으로 거리의 담벼락에다가 공공미술을 펼친다. 이름이 잘 알려진 예술가, 그 이름값으로 잘 팔리는 작품이 중요한 현대 미술시장에서 이를 역행하는 뱅크시의 활동은 너무나 생경해 오히려 영웅처럼 느껴질 정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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뱅크시, 그래피티

오늘날의 자본주의 사회는 온갖 불합리와 모순으로 병들었다. “자유 자본주의자들의 민주주의 최선보단 스탈린주의 최악이 낫다”라는 세계적인 석학 슬라보에 지젝(Slavoj Žižek)의 이 같은 말은 언뜻 공산주의를 찬양하는 것 마냥 사람들에게 혼동을 주지만, 그가 자본주의를 폄하하고 싶어 한다기보다는 오히려 자본주의의 숨통이 언제고 끊길지 몰라 오히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그것의 명맥을 희망하는 외침으로 들린다. 갑자기 생각이 깊어진다. 뱅크시와 지젝이 이처럼 겁 없이 세상에 수류탄을 던지는 이유는 뭘까? 이들이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자본주의의 방향과, 자본주의 문화 속에서 논의 될 수 있는 현대 미술의 화두는 뭘까? 문득 앤디 워홀의 유명한 말이 생각난다. “사업을 잘 하는 것이 가장 환상적인 예술을 하는 것이다”

 

양효주 칼럼니스트 motung-e@hanmail.net

2017.09.27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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