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보통의 존재의 모험 영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컬처]by 디아티스트매거진

**이 글은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가장 보통의 존재의 모험 영화 '월터

영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포스터

새로운 세상으로 가면

나도 달라질 수 있을까

맘처럼 쉽진 않겠지만 꼭 한번 떠나보고 싶어


나는 이런 평범한 사람

많은 세월 살아왔지만

아직은 부족하지 그래서 난 가네

나는 나의 길을 가

소나기 두렵지 않아

구름 위를 날아 어디든지 가

외로워도 웃음지을 수 있는 곳이면

어디든 가고 싶네

그게 나의 길


 -언니네 이발관, ‘산들산들’-

이미 좋은 OST로 유명한 영화지만, 만약 내가 이 영화의 OST를 정할 수 있다면, 이 노래로 정하고 싶다. ‘산들산들’은 인디 음악계의 명반으로 꼽히는 ‘언니네 이발관’의 5집, <가장 보통의 존재>의 마지막 트랙이다. 5집 앨범은 주인공 ‘가장 보통의 존재’의 이야기를 담은 한 편의 소설과도 같다. '산들산들'은 이야기의 결말 부분에 해당하지만, 끝이라는 느낌이 들진 않는다. 제목처럼 산뜻한 멜로디의 이 곡은 주인공 가장 보통의 존재가 자신만의 길을 가기로 결심하는 이야기다. 그의 앞길에 어떤 일이 벌어질진 모른다. 새드엔딩이 될지, 해피엔딩이 될지. 하지만 지금 이순간 그는 설레지만 두렵기도 한 여정을 떠나는 것 만으로도, 그의 삶을 용기있게 살아내고 있는 것이다.


 ‘가장 보통의 존재’라는 제목을 처음 들었을 때 받았던 충격이 아직도 생생하다. 대부분이 사람은 자신이 특별한 존재 이길 원하지, 스스로를 ‘보통의 존재’라고 인정하는 건 그리 쉽지 않다. 실제론 자신이 그저 보통의 존재, 혹은 보통 이하의 존재라 해도 말이다.

가장 보통의 존재의 모험 영화 '월터

평범한 삶을 살아가는 월터 - 영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된다> 中

아마 자신의 삶이 쳇바퀴 돌 듯 돌아가는 일상의 연속이길 원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아마오늘도 많은 사람들이 반복되는 삶에 대한 무료함을 느끼고 있을 것이다. 어제와 오늘과 내일이 똑같은 하루하루들. 벗어나고 싶지만 그럴 의지마저 없어지는 무기력한 삶의 연속. 영화 같은 일은 내가 진짜 영화 속에 있지 않은 이상에야 일어나지 않으리란 걸 이제는 잘 안다.

영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된다>의 주인공 월터를 정의한다면 아마 ‘가장 보통의 존재’라는 말이 딱일 것 같다. 월터는 외모로 보나 성격적으로 보나, 그닥 특별할 게 없는 평범한 직장인이다. <Life>지의 포토에디터이지만, 그의 삶은 잡지 속 사진의 세상과는 대비되는 모습이다. 그는 살아오면서 해 본 것도, 특별히 가본 곳도 없다. 사람들 앞에서 늘어 놓을 특별한 무용담도 없고, 반복되는 일상을 살아갈 뿐이다. 관심있는 직장동료 셰릴과도 연결고리를 찾기 힘들다. 


그런 상황일 때 가장 두려운 건, 앞으로도 별로 달라질 게 없어 보이는 것이다. 오늘도, 내일도 똑 같은 하루를 살게 될 것 같을 때, 가장 두려울 것이다. 심지어 극중 월터의 상황은 더 나빠진다. 어디에 있는지 모를 필름을 찾지 못하면 회사에서 해고당할 위기에 처한 것이다. 그는 어쩔 수 없이 사진을 찍은 션을 찾아 떠난다.


뉴욕에서만 살아왔던 월터는 어느 날엔 지구 반대편 그린란드에서 바다 한 가운데에 뛰어들어 상어밥이 될 뻔 하기도 하고, 폭발 직전의 화산으로 돌진하기도 한다. 평범한 삶을 살아왔던 월터가 하루 아침에 멋진 모험가가 된 것이다. 저 밖으로 나가 본 세상의 풍경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그는 아마 사진으론 그런 광경들을 수없이 봤을 것이다. 하지만 사진은 다른 사람의 순간일 뿐이다. 이제는 다른 사람이 찍은 사진이 아니라 아니라, 그의 육안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직접 그곳의 공기를 경험 한 것이다.

가장 보통의 존재의 모험 영화 '월터

바다속으로 뛰어드는 월터 - 영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中

월터가 아예 모험에 관심이 없었던 건 아니었다. 그는 풍부한 상상력을 지녔고, 그의 상상속에서 월터는 이미 영화의 주인공으로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하지만 그건 오직 그의 상상 속에서만 빛을 발했고, 상상에 빠진 월터의 모습을 보는 실제세계 사람들은 오히려 그를 이상한 사람으로 취급한다.


상상은 월터만의 은밀하고 고유한 영역이다. 그 세계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지는지 남들은 알지 못한다. 그 세계에서 월터는 자유이고, 그곳은 그만의 안전지대다. “삶은 자신만의 안전지대를 벗어날 때 비로소 시작된다”는 말이 있다. 결국 월터가 그곳을 벗어나 밖으로 나오지 않으면,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말이다. 상상이 현실로 만들기 위해선, 결국 뭐든 하기 시작해야한다.


삶이 변하길 원한다면, 기존의 삶의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뭔가 다른걸 행동하기 시작해야 한다. 나의 삶에 뭔가 일어나게 만드는 건 나의 생각이 아니라 나의 행동이다. 내가 무엇을 생각하느냐는, 나의 세계에서만 중요한 것이다.


때론 너무 많은 생각을 하지 않고 그저 부딪혀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방법이다. 너무 많은 생각은 주저함을 키울 뿐이다. 물론 그게 내 인생을 통째로 바꿔놓진 않을지도 모른다. 분명 월터에게 일어난 일은 영화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그런 큰 모험들이 아니더라도,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우리는 새로운 세상을 만날 수도 있다.

가장 보통의 존재의 모험 영화 '월터

월터의 상상 속 - 영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中

그렇다고 해서 보통의 삶이 나쁘다는 것도 아니다. 우리가 흔히 평범하다고 얘기하는 것들이 있다. 그건 별다른 특징이 없거나, 많이 보여 흔한 것들을 말하는 것일 거다. 하지만 그 평범함의 기준은 대체 뭘까. 누가 누구를 평범하다 말할 수 있는 걸까. 어쩌면 보통의 존재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은 없거나, 실은 우리 모두가 보통의 존재일 것이다.


스스로가 만족하고 자신의 하루하루를 충실하게 살아가는 것 만큼이나 멋진 모험도 없다. 월터가 그가 모험하는 모습이 아닌, 16년동안 지겹게 반복되던 일상의 모습으로 라이프지의 마지막 표지를 장식하는 결말은, 뻔하긴 해도 그의 모험도 멋지지만 그의 일상도 꽤나 멋지단 걸 말해준다. 꾸준히 한 분야의 일을 오래 할 수 있다는 건 참 대단한 일이다. 어쩌면 그는 그는 사실 세상에 유일한, 가장 특별한 존재인 것이다.


나의 순간 순간의 선택과 행동들이 모여 결국은 나의 삶이 된다. 각자의 삶의 여정을 위해 모험을 떠나는 모든 보통의 존재들의 앞길에 산들바람만이 산뜻하게 불어오길.


디아티스트매거진=김성희

2015.09.04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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