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 속에서 보이는 진실

[컬처]by 디아티스트매거진

실제보다 더 실제같은. 진짜가 아닌 것에서 현실을 볼 수 있는 전시가 열렸다. 마크 시잔, 프랑수아 샤티에, 아담 빈 등 ‘하이퍼리얼리즘’ 분야에서 세계적 거장으로 알려진 작가 15명의 회화와 조각작품 103점이 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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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시립미술관 가을특별전 '21C 하이퍼리얼리즘:숨쉬다'展 포스터 | 대전시립미술관

대전시립미술관에서는 9월 4일부터 12월 20일까지 가을특별전시로 ‘21C 하이퍼리얼리즘:숨 쉬다’展을 진행한다. 아울러 이번 전시는 하이퍼리얼리즘에서도 인간을 중심으로 현대미술의 한 부분을 살펴보고자 한다. 부제 ‘숨 쉬다’라는 것은 팝아트의 대중, 사회와 함께 최근 더욱 중요시되고 있는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고찰을 현대 미술가들은 자신만의 독특한 시각(극사실주의)으로 사회를 관통하고 시대를 그려온 작가들의 작품으로 구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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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시립미술관 입구


하이퍼리얼리즘은 집단적인 활동이나 화단 정치와는 거리를 둔다. 그리고 ‘인간’을 화두 삼아 자신만의 독자적인 그림을 완성한다. 극사실주의 또는 슈퍼리얼리즘으로도 불리는데, 1960년대 후반부터 뉴욕과 독일 등 유럽 각지에서 일어난 새로운 사조를 말한다.

 

이번 전시에는 하이퍼리얼리즘 분야에서 2세대로 통하는 작가들의 작품이 선보이며 전 세대에 비해 보다 정교해진 특수재질 등을 통해 한 단계 진화된 모습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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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전시장 마크 시잔의 작품 <포옹>과 관람객들

1섹션(대중과 숨 쉬다)은 1960년대 시대적인 배경을 바탕으로 팝아트의 현장성과 일상성을 뛰어 넘는 극사실의 새로운 시도로 현실을 보다 더 극대화하기 위해 다양한 매체활용을 확대하고 신기술을 확장하는 작가 마크 시잔(Marc Sijan)·프랭크 샤트리(Francois Chartier)·아담 빈(Adam Beane)·마크 데니(Marc Dennis)로 구성됐다.

마크 시잔(Marc Sijan)은 하이퍼리얼리즘 조각을 이끄는 세계적인 리더로서 현대조각에서 최고로 알려져 있다. 특별히 마크 시잔은 고대 그리스와 로마의 밀로의 비너스나 미켈란젤로의 다비드와 같은 사실적인 신체 조각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업을 한다.

 

그의 작품 ‘포옹’은 사람들 사이에 있어도 전혀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2섹션(현실과 숨 쉬다)은 초기의 하이퍼리얼리즘 작가들이 사진기의 기술에 의존한 방식에서 벗어나 극사실의 한계를 뛰어 넘는 회화만의 고유한 매체성에 주목하며 발전한 세대들의 작품들이 선보인다. 샘 징크스(Sam Jinks)·로빈 일레이(Robin Eley)·캐롤 퓨어맨(Carole A. Feuerman)·디에고 코이(Diego Koi)·마르타 펜테르(Marta Penter)·제프 바텔(Jeff Bartels) 등이 그 주인공이다.

 

캐롤 퓨어맨(Carole A. Feuerman)은 사람보다 더 사람 같은 조각을 선보이는 극사실주의 조각가이다. 그녀의 작품은 “사람이 아닙니다”라는 팻말을 써 붙일 정도이다. 특히 캐롤 퓨어맨은 물속에 작품을 설치하는 유일한 조각가로서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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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전시실 내부와 캐롤 퓨어맨의 조각 작품 2015

청동에 페인트를 칠한 공공미술을 선보이는 등 거대한 실물크기로 작업을 하는 그녀의 작품 중 하나가 미술관 입구에서 관람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3섹션(이상과 숨 쉬다)은 20세기 후반 사진으로 파악할 수 없는 실제성을 시대적 사고로 재해석한 작품들로 회화의 표현력이 더욱 정교해지고 오랜 시간 노동력을 수반한 작품으로, 시대적인 메시지가 다양해지는 엘로이 라미로(Eloy M. Ramiro)·크리스토퍼 데이빗(Christopher David White)·샘 리치(Sam Leach)·주안 포드(Juan Ford)·파블로 루이즈(Pablo J. Ruiz) 작품을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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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블로 루이즈 作

개인적으로 가장 눈길을 끄는 화가는 파블로 루이즈(Pablo Jurado Ruiz)이다.

지중해를 건너다 배가 뒤집혀 익사한 세 살배기 시리아 소년 아일란 쿠르디의 시신이 터키 해안에 떠밀려 오면서 시리아 난민 사태가 재조명 되고 있는 현재, 파블로 루이즈는 그보다 먼저 난민에 대한 관심을 갖고 작품으로 담아내고 있었다.

파괴된 도시를 헐벗은 채 바라보는 뒷모습이 쓸쓸하다.

 

스페인의 정서가 가득 담긴 이 작품들은 파블로 피카소, 빈센트 반 고흐, 에곤 실레 등이 시대를 뛰어 넘었던 창의적인 발상에 매료되어 종이에 잉크를 찍는 점묘법으로 특유의 몽환적인 인물을 그리고 있다. 신기한 듯, 겁에 질린 듯 보이는 유목민 소녀의 눈에서 생각이 읽히는 것만 같다.

 

미디어에는 지금 영화나 드라마에서 일어날 법한 일들이 연일 보도되고 있다. 인간의 존엄성보다는 먹고 살기 바쁜 일상, 점점 드러나는 잔혹한 본성으로 인한 사건사고.

하이퍼리얼리즘은 시각의 한계를 뛰어넘는 극사실적 묘사를 통해 ‘원본’ 또는 '진짜' 이상의 의미를 만들어내며 인간실존에 대한 호기심과 경이감을 유발하고자 한다. 사진기로는 표현할 수 없는 회화만의 고유한 매체성과 더욱 정교해진 표현으로 인간의 존엄성을 상기시킨다.

 

결국 이러한 예술 사조는 비참하고 척박한 현실에 대한 반성은 아닐까.

연말까지 이어지는 전시에서 실제보다 더 실제 같은 예술작품을 보며, 오늘도 진짜 내 인생을 살고 있는지 한 번 돌아보자.


[디아티스트매거진=정은정]

2015.10.11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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