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여행]by 디아티스트매거진

체코에 가면 프라하 못지않게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도시가 있다.


바로 1992년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체스키 크룸로프’다.


강이 마을을 휘감아 흐르는 한국의 물돌이 마을과 흡사하다. 체스키 크룸로프 지명은 블타바 강이 마을을 굽어 흐르는 형상이 마치 말발굽 같다하여 붙여졌으며, 체코의 말발굽처럼 휘어진 강이란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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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타바 강이 마을을 관통하는데, 강이 마을을 휘감아 흐르는 한국의 물돌이 마을과 흡사하다.

프라하보다 작은 면적에 블타바 강이 흐르고, 울창한 녹음이 펼쳐져 있으며, 13세기에 이 도시 영주에 의해 지어진, 체코에서 프라하 성 다음으로 규모가 큰 체스키 크룸로프 성이 우뚝 솟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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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세기에 이 도시 영주에 의해 지어진, 체코에서 프라하 성 다음으로 규모가 큰 체스키 크룸로프 성이 우뚝 솟아있다.

프라하에 웅장한 멋이 있다면, 체스키 크룸로프는 소박하지만 깊은 울림의 멋이 있다.

동화속 그림 같은 풍경 ‘체스키 크룸로프’

프라하에서 체스키 크룸로프로 이동하기 위해 한국에서 미리 예매해두었던 스튜던트 에이전시 버스를 이용하였다. 프라하 플로렌츠 버스터미널에서 출발하여 약 세 시간 후에 체스키 크룸로프 버스터미널에 도착하였다. 한국의 시골에 있는 간이터미널 보다는 조금 규모가 컸지만,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도시의 터미널에 비하면 시설이 허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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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스키 크룸로프 버스터미널

도착했을 때 체스키 크룸로프에는 많은 양의 비가 내리고 있었다. 여행기간에 비를 만나면 당시에는 귀찮을지라도 지나고 보니 그 또한 잊지못할 추억으로 남는다.


한손에는 가방을, 한손에는 우산과 지도를 들고는 작은 돌들이 박힌 울퉁불퉁한 돌길을 걸으며 숙소를 찾아 나섰다. 터미널을 끼고 마을쪽으로 내려가는 길에 만난 체스키 크룸로프의 첫인상은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난다.


체스키에 다녀온 사람들은 이 마을을 보고는 ‘동화속 마을’같다는 표현을 한다. 국내의 유명 놀이동산에 와있는 것처럼 금방이라도 동화속 주인공들이 등장할 것 같다.


체코 제2의 관광도시를 실감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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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스텔톤의 벽, 붉은색 지붕의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다

숙소에 짐을 풀고는 시청사와 경찰서 건물이 둘러싸고 있는 스보르노스티 광장을 거닐었다. 광장 주변으로는 고딕양식·르네상스 양식으로 지어진 건물들이 촘촘히 들어서 있다.


광장을 중심으로 여러 개의 골목이 길을 트고 있는데, 어느 골목이든 따라 걷다보면 어딘가에 도달하게 된다.


광장에서 벗어나 체스키 크룸로프 성을 향해 걸었다. 서서히 비는 그쳐갔고, 나무와 잔디 등은 비에 젖어 더욱 짙은 색과 내음을 품고 있었다.


체스키 크룸로프 성은 1250년에 귀족이었던 크룸로프 경에 의해 지어졌다. 돌산을 따라 시선을 옮기다보면 건장한 남자의 어깨처럼 든든한, 돌로 지어진 성벽이 성을 둘러싸고 있다. 성탑까지 오르기 위해서는 수많은 계단과 언덕을 올라야 한다. 성탑에 이르러 마을 전경을 내려다보는 순간 쉽게 길을 내주지 않았던 이유를 알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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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산을 따라 시선을 옮기다보면 건장한 남자의 어깨처럼 든든한, 돌로 지어진 성벽이 성을 둘러싸고 있다.

블타바 강이 마을을 감싸 흐르고, 고딕 양식과 르네상스 양식의 건축물들이 중세의 붉은색 지붕들이 멋을 더한다.


체스키 크롬로 성을 관람하고 나오는 길에 해자가 있는데, 이 해자에는 실제로 곰이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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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스키 크롬로 성 해자에는 실제로 곰이 살고 있다.

화가 에곤 실레,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

체스키 크룸로프에서의 이틀째 되던 날. 마을을 천천히 둘러보았음에도 불구하고 이미 점심때쯤 구경이 끝나버렸다. 하루를 더 있어야하는 곳이기에 마을을 돌고 또 돌았다. 그래도 해는 중천에 떠있었다. 목적지 없이 떠돌아다니던 중 눈에 띄는 건물이 있었다.


어떠한 건물인지 다가가 보니, '에곤 실레 아트 센트룸'이었다. 건물 외관 벽에는 ‘에곤 실레’ 사진이 여러 장 붙어있었다. 들어가니 건물 내에는 한적함이 묻어났다.


미술엔 문외한이지만 작품을 보는 것을 좋아한다. 평소 에곤 실레의 작품을 종종 접했었기에 반가운 마음이었다. 이렇듯 여행지에 대한 상세한 정보도 없이 무작정 떠돌다 무언가를 우연히 발견했을 때의 기쁨은 더욱 크다.


에곤 실레는 오스트리아 툴른 출생이다. 실레의 어머니 마리에 실레의 고향이었기 때문에 에곤 실레는 유년기부터 이곳에 자주 체류했고 작품 활동을 펼치기도 했다. 당시 모델이었던 여자친구 발리 노이질과 체스키에서 동거를 하며 많은 작품을 그렸다고 전해진다.


하지만 어린 소녀들의 누드를 그리는 에곤 실레를 눈의 가시처럼 여긴 마을사람들은 그를 추방시켰다. 또한, 에곤 실레는 미성년자 유인 혐의로 구속되기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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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 출신 화가 '에곤 실레' 그의 어머니의 고향이었던 체스키 크룸로프에는 '에곤 실레 아트 센트룸'이 있다.

‘오스트리아 화가 연맹’에서 친분을 쌓은 구스타프 클림트와 절친한 사이었던 에곤 실레는 클림트의 사망 이후 더욱 유명해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에게 찾아온 행복은 오래가지 않았다.


1915년 에디트 하름스와 결혼하여 안정적인 가정을 꾸려가던 중, 임신 중이던 아내가 1918년에 스페인 독감으로 사망하였고, 슬퍼할 겨를도 없이 에곤 실레는 아내와 같은 병으로 사흘 후, 스무 여덟 살의 나이로 요절했다.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라는 말이 에곤 실레와 어울린다.


그의 작품은 외설과 예술의 논란에 중심이 되었다.


외설은 혐오감을 유발하고, 예술은 미학적 접근으로 아름다움을 인정하려 한다는 점에 차이가 있다. 이 사이의 간극은 크다.


대부분의 예술작품은 주관성 접근으로 이루어진다. 예술은 숫자로 매길 수 없는, 답이 없는 분야이므로 시대, 환경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그런 점에서 에곤 실레는 시대적 영향을 많이 받은 작가들 중 한 사람이다.


현대시대에는 무대, 영상, 텍스트 등 모든 예술분야에서 나체를 접하는 일이 종종 있다. 얼굴 붉히는 고지식한 시선도 점차 줄어들고 있다. 성에 관대해졌다는 증거이다.


개인적으로 드러내는 것이 숨기는 것보다 음흉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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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곤 실레 아트 센트룸' 입장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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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곤 실레 아트 센트룸 1층에는 각종 기념품을 판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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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스키 크룸로프는 1992년에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체스키 크롬로프는 앞서 언급했듯이 작은 도시다. 도시의 풍경을 여유롭게 즐기고도 하루해는 길기만 하다. 첫날에는 비가 내려서 스보르노스티 광장과 체스키 크룸로프 성을 둘러보고 마무리했다. 이튿날에는 체스키 크룸로프의 속살을 낱낱이 파헤쳐 볼 요량으로 작정하고 구경에 나섰다. 비에 젖은 풍경은 수묵화처럼, 햇볕에 보송하게 말라버린 도시의 낯빛은 수채화처럼 두 가지 경광을 선사해 주었다.


체스키에선 목적지도 일정도 무의미하다. 다소 심심할 수 있는 도시다.


프라하와는 달리 어두컴컴한 밤이 되면 관광객들의 웅성거림 외에는 적막이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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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하와는 달리 어두컴컴한 밤이 되면 관광객들의 웅성거림 외에는 적막이 흐른다.

여행기간 동안 찍은 사진들을 보는데 체스키에서 찍은 사진의 8할은 하늘사진이었다. 같은 하늘일 뿐인데, 찍는 장소와 시간에 따라 너무나도 다른 모습이었다. 렌즈에 담기만해도 작품이 되는 도시. 이 도시, 꿈엔들 잊힐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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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건물들조차 가치있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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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스키 크룸로프 안내지도

*칼럼 메인 제목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는 정지용 시인의 시 ‘향수’ 인용*


[디아티스트매거진=이수인]

2015.10.19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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