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나홀로 여행, 파주 [2/2]

[여행]by 디아티스트매거진

12월 4일 파주 출판단지 - 영어마을 - 헤이리 예술마을 -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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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나홀로 여행, 파주 [2/2]

오전 11시쯤 일어나 갈 준비를 다 마친 뒤, 조금만 걸으면 나오는 ‘은석교 사거리’ 정류장에서 2200번을 탔다. 30분정도면 영어마을과 예술마을이 있는 ‘탄현면’이 나온다. 영어 마을로 가는 도중에 임진강과 한강이 만나는 절경을 볼 수 있다. 실제로 철망을 쳐놓고 그 너머에 작게라도 보이는 북한이 신비로운 느낌이었다. 더 가까이 보기 위해 ‘오두산 통일전망대’에 들리고 싶었지만 날씨도 날씨이고, 생각보다 너무 늦게 일어나서 그 넓은 헤이리 예술마을 전체를 둘러볼 수 있을까 싶어서 서둘러서 가게 되었다. 파주는 정말 다시 오고 싶은 곳이라 다음엔 꼭 ‘오두산 통일전망대’부터 갈 것 같다.


파주 영어마을 정류장에서 조금만 이동하면 바로 영어마을 입구에 도착할 수 있다. 헤이리 예술마을과 영어마을은 바로 곁에 붙어있어서 한쪽에 들리면서 다른 장소도 둘러볼 겸 하면 좋을 것 같다. 게다가 영어마을은 오후 6시부터 입장료가 무료이고 그 전에 들리고 싶은 경우엔 영어마을 입장권과 마을 안의 카페 이용권 두 가지를 묶어서 소셜커머스에 많이 할인해서 올라오니 들리기 전에 예매하는 것이 좋다.


그다지 기대를 하지 않았던 영어마을은 생각보다 엄청 많은 디테일과 흥미요소들이 있었다. 그저 입구로 보였던 큰 건물은 알고 보니 명칭이 ‘입국관리소’ 였다. 친절한 직원의 안내와 함께 입장권을 끊었다. 정말 외국에 가버리는 느낌이 들 정도로 여권형식의 팜플렛과 지도, 안내서 등을 챙겨주셨다. 게이트로 들어서면 외국인 직원이 영어로 이름과 방문 의도, 출신지 등등을 물어주신다. 즐겁게 입국하고, 지도를 보면서 둘러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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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마을에 대부분 외국인분들이 가게를 운영하셨고, 영어클래스를 하는 외국인 선생님 분들이 많았다. 지나갈 때 마다 기분 좋게 웃으시면서 손을 흔들어주셨다. 평일이라 역시 사람이 적었고 그들 중 외국인 관광객이 대부분이었다. 다행히 사람들이 없어서 마음껏 삼각대와 카메라로 혼자 노는 모습을 찍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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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을 관람할 수 있는 콘서트홀과 그 앞의 감각적인 철물 기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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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와 갈대밭, 그리고 이국적인 건물 그 자체로 너무 아름다웠다.

교육시설이라고만 생각했던 영어마을이 이렇게 감각적이고 낭만적인 장소일지 몰랐다. 인공적인 느낌보다 오히려 자연스럽고 주위의 자연경관이랑 잘 어울려지는 느낌이었다. 길의 중간마다 양호실, 식당, 지도, 전화부스 등 편의시설을 배치해놔서 불편한 느낌이 들지 않았고 오히려 외국인분들의 적극적인 인사 덕분에 편한 느낌으로 구경한 것 같다.


마을의 다시 전체적인 루트를 돌아보며 발걸음을 헤이리 예술마을로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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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마을에서 내가 다닌 루트를 선으로 그어보았고, 그 중 들려서 감명 깊었던 곳도 표시해뒀다. 모든 곳을 둘러본 것은 아니지만 정말 ‘대만족’ 루트였다.

헤이리 ‘예술’마을이라는 명칭답게 사람들이 주거하고 있는 예술적인 건물 디자인과 자연, 애완동물이 같이 있었다. ‘이곳에서 그냥 살고 싶다’는 생각만 가득했다. 갤러리와 카페를 같이 하는 곳이 많았고 귀여운 소품샵, 작업실 등등이 보였다. 헤이리 예술마을을 혼자 계획 없이 돌아다니면서 우연히 만난 곳 이라기엔 정말 좋은 곳이 많아서 총 5곳을 소개하려 한다.


1. 한립토이뮤지엄

한립토이뮤지엄 입구에 달린 귀여운 깃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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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난감’은 어린아이들에게만 흥미를 끌 수 있을까? 지나가다가 보인 한립토이뮤지엄은 성인인 나를 끌리게 하는 무언가가 있었다. 장난감 박물관이라는 것은 들어본 듯 만 듯 생소하게 들렸고, ‘장난감’을 전시하는 것이 어떤 느낌일지 그것의 스케일에 대해 궁금해서 들어가보았다. 입장료는 성인 기준 7000원 정도이다.


전시의 입구에 이번 장난감 전시는 6하고 1/2번째 전시라고 적혀있었다. 그것의 이유는 갑작스러웠던 Pixar animator Andrew의 방문과 그의 전시품 기부가 이유였다. 픽사를 사랑하고 그것을 어릴 적부터 봐왔던 나는 시작부터 큰 기대를 품게 되었고 어느새 동심으로 돌아간 자신을 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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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애니메이션 포스터가 담긴 액자가 있는 통로를 지나 도착한 2층.

첫 번째 인형마을이었다. 전시된 인형마을 가득히 마이클잭슨의 Childhood 음악이 울려퍼졌다.


동화 같은 선율과 마이클잭슨의 어릴 적 결핍되어있었던 사랑과 그것에 대한 슬픔을 잘 느낄 수 있는 곡이었다. ‘어린 시절을 운명으로 받아 들여야 하는 걸까요?’, ‘어른이 되어서도 가슴 속에 치유되지 않은 어린 시절의 상처를 감싸 안아주고 싶습니다.’라며 인터뷰를 한 마이클잭슨의 말과 노래 가사의 해석도 한 켠에 전시되어 있었다. 괜스레 그의 어릴 적 이야기를 보면서 마음이 뭉클했고 인형마을에서 전하고 싶은 말이 내게 너무 와닿았다. 장난감 전시를 우습게 봤던 것이 부끄러울 정도로 엄청난 디테일로 전시가 되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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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형 마을의 구성은 태아기 - 영유아기 - 아동기 - 성년기 - 노년기로, 시기대로 나누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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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더 나의 마음을 울렸던 것은 따로 있었다. 시기마다 ‘육아일기’처럼 어머니가 딸에게 하는 이야기를 과거에서 온 편지처럼 써놓았다. 그것을 읽다 보니 신기하게 눈시울이 붉어졌다.

인형마을을 둘러볼수록 오히려 아이들보다 성인이 와야 하는 박물관처럼 느껴졌다.


다시 한번 내 자신이 ‘성년기’에 위치해있다는 것과 부모님의 사랑을 다시 느낄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다.


두 번째 장난감 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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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사, 디즈니, 짱구, 도라에몽, 태권V, 뽀로로 등 엄청난 양의 장난감들이 전시되어있다. 


연도별로 유행했던 만화영화와 장난감들을 전시해놓았다. 현재 성인이 된 나보다 더 나이가 많은 장난감들도 많아서 신기했고 장난감의 흐름을 볼 수 있는 전시였다. 중간중간 체험할 수 있는 장소와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곳, 구입할 수 있는 곳 등등 어린이들과 오면 더욱 좋을 것 같다. 특히 장난감을 고쳐주는 병원도 만들어놓아서 정말 귀여웠다.


2. African Galle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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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가면들을 전시하고 있었던 아프리칸 갤러리. 안의 내부는 엄청 넓었다. 전시장 내부는 독특한 향을 품었다. 벽도 직접 페인트 칠한 것 같았는데 석양을 나타낸 것 같았다. 신비롭고 기이하게 생긴 가면들을 다 본 후 입구 옆에 아프리카에서 건너온 물품들도 살 수 있었다. 가격대도 저렴해서 더욱 좋았다. 전시는 무료관람이었다.


3. 마음에 닿’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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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와 LG가 기획한 마음에 닿’길’, African gallery 앞에 바로 위치해 있었다. 길이 꽤나 길었지만, 중간중간마다 적어놓은 문장으로 걸음을 즐겁게 했다. 조형물과 자연, 기술이 만나 색다른 느낌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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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화이트 블록 아트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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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서부터 보이는 하얗고 감각적인 건물이 시선을 끌었다.

핀란드 디자인 공예전을 하고있었다. 공예에 평소에 관심이 많아 고민 없이 바로 들어가게 되었다.


1층 카페를 이용하면 전시료를 할인해주어 커피를 시켰다. 전시관엔 음식물 반입이 되지 않아서 전시를 다 보고나서 커피를 마시기로 했다. 직원의 간단한 안내로 관람을 시작했다. 총 3층으로 다양한 공예품을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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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시원한 큰 창틀과 넓은 전시 공간이 맘에 들었다.

5. 갤러리 소소

 

우연히 올라가다가 조용하게 위치한 갤러리를 보게 되었다. 서동욱 작가의 개인전 ‘夜行’이 이루어지는 갤러리 소소를 들리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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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동욱은 자신이 밤을 그려왔다고 말한다. 야생동물처럼 위태로워 보이는 청춘의 초상들. 작가의 팜플렛 중 가장 좋았던 말은 ‘밤이 아름다운 것은 그것이 빛의 결핍에서 오는 낭만성과 두려움이라는 이중적인 모습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좌절된 욕망과 결핍된 현실을 마치 밤의 풍경과 같다. 그림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통해 우리에게 밤을 표현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대학생활을 하다 보면 낭만과 현실 사이에 괴리감을 느끼게 된다. 적어도 나는 위태로움을 이기려고 해보았다. 하지만 두려움은 어느 때든 곁에 있었다. 행복할 때, 슬플 때 빠짐없이 두려움은 존재했다. 이제는 그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기로 했다. 서동욱 작가의 작품 속 미묘한 감정선이 내게는 그런 생각을 품게 했다. 촬영이 금지인 것이 아쉬웠지만 사실 오히려 그것이 더욱 몰입을 이끈 것 같다.


갤러리 소소를 나오고 점점 해가 저물어가는 것을 느꼈다. 저녁 7시쯤 나는 헤이리 예술마을 속 갤러리과 카페, 작업실의 불이 사라지는 것을 바라보며 예술마을 밖으로 나갔다. 예술마을이라는 넓은 공간 속 좋은 작품과 갤러리가 위치한 곳을 내가 계획적으로 찾기보다는 우연히 걸어가서 좋은 작품을 만나는 것이 더 가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혼자만의 여행을 하다 보니 솔직해지는 것을 느꼈다. ‘여긴 좋다, 여긴 아니니까 다른 곳을 찾아볼까, 더욱 험한 길로 가볼까, 새로운 길을 생각해볼까’ 등등. 나홀로 여행을 쭉 이어갈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친구들과의 여행도 좋지만 가끔은 정말 생각만 하던 나홀로 여행을 떠나보는 것이 어떨까. ‘처음’이라는 그 단어 때문에 순간순간마다 신선하고 행복한 여행이 될 것이다. 


[디아티스트매거진=남희정]

2015.12.31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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