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3일 = 투표하(라)고 + 쉬는 날

[컬처]by 디아티스트매거진
4월 13일 = 투표하(라)고 + 쉬

스윙보트 포스터

<스윙보트(Swing Vote)>(2008, 조슈아 마이클 스턴)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기사 내 모든 사진의 출처는 ‘NAVER 영화’입니다

 

이른 아침. 역 앞에 우두커니 서서 출근길을 방해하는 한 무리의 사람들이 있다. 같은 모자와 옷을 입고 기호 몇 번이 적힌 띠를 두르고 있다. 그들은 굳이 보지도 않는 명함과 전단지를 건네고 받지도 않는 인사를 한다. 모처럼 주말에 쉬고 있으면 밖에서 개사한 노래와 기호 몇 번이란 시끄러운 소리에 미간을 찌푸린다. 어차피 관심도 없는데 왜 돈과 시간을 저렇게 낭비하는지 모르겠다. 그들이 생각이 없어서 그런 건 아닌 듯하다. 무심코 본 전단지에 그들의 학력은 내가 10살 전후에나 꿈꾸던 대학들의 이름만 적혀있다.

 

그렇다면 무엇이 그들을 그렇게 간절하게 만들었을까? 간단하다. 내가 가지고 있는 투표권, 나의 한 표를 위해서 노력한다. 게다가 선거날은 임시 공휴일로 지정할 정도니 투표와 선거가 중요하긴 한가보다. 여기 투표의 중요성을 다룬 영화 한 편이 있다. <스윙보트>는 투표라는 딱딱하고 자칫 지루할 수 있는 이야기를 재밌게 풀어냈다. 혹시 미국의 선거와 우리나라의 선거 방식이 달라 우려할 수도 있으나 승자독식이니 선거인단이니 몰라도 걱정할 것 없다. 영화는 주인공 버드 존슨(케빈 코스트너)의 표에 의해 대통령이 결정되는 상황을 그렸다. 물론 가능성은 거의 희박지만 우리나라에서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4월 13일 = 투표하(라)고 + 쉬

전 세계적 관심을 받는 버드

영화의 줄거리를 간단히 설명하자면 투표에 관심도 없는 아빠 몰래 딸 몰리 존슨(매들린 캐롤)이 대신 대통령 투표를 한다. 하지만 기계 오류로 인해 버드는 10일 뒤에 다시 투표할 권한이 주어진다. 기가 막히게도 버드의 한 표에 의해 대통령이 당선되는 상황. 각 후보자들은 버드의 한 표를 받기 위해 애쓰고 전 세계의 이목은 이 한량에게 집중된다.

 

영화 제목인 스윙보트(Swing Vote)는 어떤 후보를 투표할지 정하지 않은 상태, 우리말로는 부동표를 의미한다. 투표에 관심도 없는 버드가 지지하는 정당이나 정치적 가치관 따위가 있을 리 만무하다. 자연스럽게 그는 스윙보터가 되고 50%의 가능성을 가진 두 후보 진형은 총공세를 펼친다. 물론 부동표가 나쁜 것은 아니다. 오히려 특정 정당을 무조건적으로 지지하지 않기에 합리적인 선택이 가능하다는 장점도 있다. 하지만 이는 정치적 가치관 혹은 투표의 힘을 아는 사람에 한한 설명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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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에 관해 고민하는 부녀

양 진영은 버드가 아무 생각 없이 한 대답 하나하나까지 귀 담아 들어 각종 공약을 남발한다. 당초 자신의 정치적 가치관과 행보, 당의 이념에 반하면서까지 환심을 사기 위해 혈안이 된다.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공적 가치가 아닌, 당선이라는 사적 가치를 위해 노력할 뿐이었다. 이처럼 실행 가능성과 가치판단은 모두 배제하고 자신의 목적 달성을 위한 사탕발림을 ‘포퓰리즘(Populism)’이라 한다. 이처럼 정치적 포퓰리즘을 구별해 내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포퓰리즘은 곧 정치적 가치 실현보다 개인의 목표 달성을 우선시 한다는 방증이 되기 때문이다.

 

버드는 선거니 투표니 관심도 없고 자신과 상관없는 일로 생각한다. 어차피 뻔한 정치판이고 누가 당선되든 삶은 달라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투표할 시기에도 한가로이 낚시와 맥주나 즐긴다. 투표를 하지 않는 데 타당한 이유란 없으면 모두 변명에 불과하다. 투표를 하지 않는 것은 독재를 포함한 부당한 정치를 암묵적으로 허용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어떤 정책을 펼치든 정치적 행보를 걷든 ‘나는 상관없어요’라고 말하고 방관하는 셈이다. 버드는 투표에 무관심했던 것을 반성하며 미국에 진짜 적이 있다면 그건 바로 자신일 것이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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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의 중요성을 아는 딸 몰리

그렇다면 버드는 무엇이 특별한가? 전혀 특별할 것이 없다. 우리가 똑같은 한 표만을 갖고 있을 뿐이다. 버드가 한 표가 대통령을 결정짓지만 그 전에 다른 누군가의 한 표가 없었다면 버드의 한 표는 영화에서와 같은 결정적 결정권을 갖지 않았을 것이다. 결국 버드나 우리 모두 똑같은 한 표를 갖고 있는 셈이다. 몰리는 말한다. “속박에서 자유로 자유에서 번영으로 번영에서 만족으로 만족에서 무관심으로 무관심에서 다시 속박으로.” 당신은 우리가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는가. 당신의 한 표는 속박이 아닌 자유, 번영, 만족으로 데려다 주는 표가 될 것이다.

 

우린 언제나 몰리와 버드처럼 깨어있는 유권자가 될 수 있고 그 기회는 매번 돌아온다. 흔히 정치인들은 자신의 정치 경력이나 행적을 ‘정치인생’이라 표현한다. 정치에 대한 그들의 표현을 빌려 쓰자면 ‘투표’란 그들의 정치 인생에 ‘삶을 부여하는 행위’이다. 백문이 불여일견. 이렇게 계속 말해봐야 이 영화 한 편 보는 것만 못하다. 본격 투표 장려 영화 <스윙보트>다.

 

[디아티스트매거진=손정호]

2016.04.12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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