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 특별한 기록
시간은 계속해서 흘러간다. 그 물길 속에 우리는 자연스럽게 몸을 맡기고 하루하루 흘러가고 있다.
Peter Doig ,Blotter,Walker Art Gallery,Liverpool,1993 |
이 흐름은 우리들의 힘만으로는 멈출 수도, 그리고 거스를 수도 없는 것이라 우리는 순간순간의 특별함에 대해 어떻게 반응하고 기억해야 할 것이냐를 끊임없이 고민할 것이다. 누구는 짤막한 글귀로, 누구는 사진을 찍어 남기기도 하고 요즘은 영상으로 기록하는 일도 일상이 되었다. 그런데도 아쉬운 것은 그때 그 감정과 나만이 느꼈던 순간의 어떠함에 대한 기록이다.
Peter Doig, Reflection (What Does your Soul Look Like),1996 |
피터 도이그(Peter Doig)의 그림이다.
그는 이러한 고민에 대한 답을 그림으로 남기고 있는데 그의 그림과 마주한 우리는 익숙하면서도 어딘지 모를 낯섦을 느낄 수 있다. 단지 하나의 풍경이 아닌, 순간의 작가가 느꼈을 감정과 그의 기억을 담은 것이다.
Peter Doig,Cobourg 3+1 more,1994 |
이 시각적인 표현은 우리로 하여금 꿈과 같은 몽환적이고도 마치 우리의 기억, 혹은 추억을 들추는 기분을 느끼게 한다. 기억이라는 것은 애매하기도 해서 정확하지 못하다. 해서 그 특별한 기억이라고 할지라도 어떻게 기록하느냐에 따라 우리가 걸어가는 현재에 미치는 영향도 그것이 크든 작든 달라질 것이다. 작게는 바쁘게 돌아가는 일상 속 미소를, 나아가 하루를 대하는 마음가짐에까지 기억과 추억이라는 것은 그렇게 우리와 밀접하게 존재하고 있으므로 더더욱, 우리는 그것들을 대하는 데 있어서 조금 더 특별해질 필요가 있다.
Peter Doig ,Ski Jacket, 1994, dyptich, Tate Modern, London |
그의 그림은 우리에게 시들었을지 모를 감정의 싹을 틔워줄 것이다.
한 그림 안에서의 통일된 색감과 어딘지 모르게 그리움을 담은 그림은 발걸음을 멈추듯 바쁜 머릿속에서 잠시의 쉼을 허락할 것이다. 그 고요함 속에서 우리는 감성의 작은 움직임을 느낀다. 어느 순간 메마른 듯 덤덤한 자신을 발견했을 때의 허탈감은 어쩌면 절망과도 같을 때가 있다. 하지만 그것은 사라진 것이 아니다. 감정에 대한 자극이 줄어들었을 뿐, 한순간의 작은 자극만으로도 우리는 촉촉해질 수 있는 것을 가지고 있다. 중요한 것은 그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이다. 작은 낯섦은 즐겁게, 그리고 그리운 감정은 반갑게.
Peter Doig, Gasthof Zur muldentalsperre, 2000 |
[디아티스트매거진=김여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