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조사만 6개월, 고민 끝에 브랜드 선택했다는 사장님

[비즈]by 더본코리아

13년 다닌 직장을 나왔다. 직장은 유명 대기업이었다. 사직서를 내면서 음식점을 할 거라고 했다. 친하게 지냈던 선배는 커피숍에 불러 말했다. 그 예쁜 손 다치면 어쩌냐 걱정부터 했다.

“장사 시작하기 전 뭘 했냐고요? 별 스펙 없어요... 대기업 계열의 증권사를 다녔어요. 대학 졸업하고 바로 입사했습니다. 청춘을 꼬박 바친 회사였죠. 13년 차가 되던 해에 그만뒀습니다. 출산을 준비하려 하니 인사고과를 주더라고요. 직장은 어쩔 수 없다 생각했어요.”

대기업 퇴사 후 치킨집 창업해 건물주 등극

롤링파스타 시흥은계점 안소민(37) 점주는 스물다섯에 대기업에 입사했다. 그때만 해도 회사에 뼈를 묻을 거라 믿었다. 사회 초년생 시절 결혼도 출산도 관심 없었다. 성실하고 능력 있는 직장인의 표본이었다. 주말엔 영어 공부, 업무 관련 리서치로 시간을 보냈다. 노력한 만큼 보답이 돌아왔다. 매 프로젝트마다 눈에 띄는 성과를 보였다. 10년 차엔 관리·경영 팀에 보내졌다. 같은 해 입사한 동기 중 임원으로 승진할 가능성이 가장 높았다고 한다. 안 점주의 생각대로 일이 흘러가지 않았던 것은 결혼을 준비하면서부터였다.


“관리직 직원이 결혼하고 임신·출산을 하면 손해라 판단했던 것 같아요. 회사에 결혼 소식을 알리자 처음으로 인사고과를 받았어요. 이런저런 설움을 견디고 더 버텼더라면 임원까지 승진했을 수도 있었을지도 모르죠. 하지만 제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어요. 퇴사하고 장사하겠다고 마음먹었죠. 그때부터 남편하고 10년 계획을 세웠어요. 빚 없이 창업자본금을 마련할 것. 충분한 준비 기간을 거쳐 가장 최적의 상권을 알아낼 것. 첫 창업 후 자금을 모아 건물을 사서 다음 가게를 창업할 것 등이었어요.”

롤링파스타 시흥은계점 매장

안 점주는 퇴사 후 목표를 하나하나 이뤄갔다. 2018년 자영업에 뛰어들었다. 장사는 처음이었지만 사람의 마음을 얻는 기본 원리는 하나였다. 친절한 서비스 정신으로 무장해 매장은 늘 만석이었다. 초보 사장이었으나 늘 매출 상위권을 유지했고, 장사를 시작한 지 3년 만에 건물을 샀다.


첫 번째 매장이 좋은 성적을 거두자 다른 종류의 매장을 하나 더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 번째 창업이었기 때문에 그 어느 때보다 신중했다. 기존의 상식과 틀을 깬 색다른 브랜드를 찾기 위해 비교해본 프랜차이즈 브랜드만 셀 수 없을 정도. 최종적으로 안 점주의 마음을 사로잡은 브랜드가 바로 <롤링파스타>였다. 몇 달에 걸쳐 신중하게 선택한 브랜드였고, 운영하는 내내 최고의 선택임을 확신하게 됐다. 두 번째 매장이었던 롤링파스타까지 성공 가도에 올린 그녀는 얼마 전 카페를 오픈했다. 그 역시 더본코리아의 브랜드인 <빽다방>을 선택했다.


안 점주는 성공 비결로 크게 3가지를 꼽는다. 첫째, 대출금 없이 창업자본금을 모았다는 점. 둘째, 창업 전 6개월 정도 철저한 준비 기간을 거쳤다는 점. 셋째, 과거 인사팀에서 근무했던 노하우를 살려 높은 수준의 직원 고용과 복지 시스템을 만들어 직원들의 퇴사율을 낮췄다는 점이다.

창업 전 6개월간 시장 조사에만 몰두

롤링파스타 시흥은계점 내부

“제가 장사에 정말 처음이라는 걸 인정하고 처음부터 배우는 자세로 모든 정보를 접했어요. 장사를 준비하는 6개월 동안은 24시간 내내 식당만 돌아다녔습니다. 창업할 브랜드 3개 정도를 후보로 두고 돌아다녔어요. 잘 되는 가게, 망해가는 가게의 특징들을 관찰했어요. 이 식당의 직원들이 유독 친절한 이유는 무엇일까, 여기는 다른 식당보다 특별히 더 쾌적하게 느껴지는데 비결이 뭘까, 사장이 서비스를 넉넉하게 넣어줄 때 손님이 느끼는 기분이 다르구나 등등을 계속 체크했죠. 꼼꼼히 준비를 한 덕분에 지금까지 올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전문가들은 대한민국 자영업 폐업률이 다른 OECD 국가보다 높은 이유로 ‘짧은 준비 기간’을 지적한다. 실제로 통계청 자료를 보면, 신규 자영업자의 창업 준비 기간은 1~3개월 미만 비율이 가장 높다. 그중 35.1%가 1개월 미만을 투자해 창업을 준비한다.

롤링파스타 시흥은계점 내부

더본코리아 백종원 대표 역시 예비 자영업자들의 짧은 준비 기간을 여러 번 지적했다. 2018년 6월 15일 방송된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에서 백 대표는 “장사라는 전쟁터에 뛰어들면서 준비를 안 하고 들어오는 건 큰 문제”라고 했다. 기본기를 갖추지 않은 상태에서 무작정 가게부터 여는 것은 외식업에 대한 모욕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안소민 점주가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도 같은 맥락이다. 창업 브랜드에 대한 분석은 물론 상권과 소비자에 대한 이해가 충분하다는 확신이 들었을 때 창업에 뛰어들었다고 한다.

매장 말고 직원 관리해야 매출 올라

초보 점주들이 자주 실패하는 것 하나가 직원 교육이다. 안소민 점주는 직원들을 ‘함께 성장해나갈 파트너’라고 여겨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직원들에게 지금 이 일을 해야 하는 동기를 준다. 돈이 아니라 꿈을 위해 일하는 직원들은 손님을 대하는 태도가 다르다고 한다.


“매장 운영에서 가장 중요한 게 뭐냐고 묻는다면 직원 관리입니다. 제가 주로 하는 일도 직원 관리하는 겁니다. 우수한 인재를 뽑아 최고의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도와주죠. 우수한 인재를 어떻게 뽑냐고요? 면접 보러 오는 분들께 공식적으로 하는 질문이 있습니다. 꿈이 뭐냐고 물어요. ‘열심히 일해서 저도 이런 가게를 하나 차려보고 싶다’고 말하면 합격입니다. 이런 분들이 자기 가게를 운영한다는 생각으로 성실하게 일해요.


저희 가게에서 일하는 분들은 웬만해선 잘 그만두지 않아요. 그만큼 잘 대우해 주고 앞으로 더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거든요. 매일 아침이면 우선 빽다방 커피를 돌립니다. 간식 먹으면서 회의하고 냉장고 점검하는 시간이죠. 매일 이렇게 점검해서인지 물류 관리는 최고 수준이라 자부합니다. 에너지 북돋아줄 수 있도록 웃으면서 즐겁게 보내려고 해요. 직원분들이 똘똘 뭉쳐서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게 식사비와 회식비를 지원합니다. 또 다른 지점보다 5~10만 원 월급을 더 얹어주죠. 사장인 나부터가 직원들에게 좋은 대우를 해줘야 일하고 싶지 않겠어요?

문제를 일으키는 직원이 간혹 있을 수 있죠. 예를 들어 손님에게 화법이 계속 좋지 않다면, 직접적으로 ‘그렇게 하지 마’라고 명령조로 말하지 않아요. 스스로 이해하고 느낄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매뉴얼 자료를 보여주고, 자체적으로 만든 교육자료를 읽게 합니다. 유튜브도 보여줄 때도 있어요. 또 계속 그렇게 한다 해도 지칠 수 있으니 휴게시간을 줘서 여유를 갖게 하거나 커피를 쏠 때도 있습니다. 진심은 결국 통합니다. 인간적으로 대하는데 좋아지지 않을 직원은 없어요.”

계속 변하는 유행···끊임없이 관찰해야 생존

30대 나이에 건물주가 된 안소민 점주. 다음 목표는 점포를 2개 더 창업하는 것이다. 안정적인 직장에 다니면서 월급을 받을 때보다 훨씬 바쁘고 긴박하게 돌아가지만 활력은 넘친다. 회사에 다닐 땐 허리 디스크를 앓았는데 지금은 완쾌했다고 한다. 매장에서 가게 일을 보지 않을 때도 늘 인스타그램, 블로그, 유튜브 등에서 배운다고 한다. 가게 3곳 모두 안정적인 매출을 내고 있는데도 틈만 나면 유명 맛집을 직접 찾아가 관찰한다.

롤링파스타의 파스타와 피자

“장사가 체질인가 봅니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전 세계를 강타했던 올해 매장 2곳을 여는 과감한 시도를 했는데요, 다행히 무리 없이 운영하고 있습니다. 만약 창업할 때 대출이 있었다면 지금까지 버티지 못했을 겁니다. 차곡차곡 월급을 받아 창업자본금을 모았고, 퇴사 후 계획을 세워 장사를 준비했습니다. 가게를 연 뒤로는 직장 다니며 익혔던 인사노무, 계약 관련 지식을 적극 활용했어요. 이렇듯 장사를 하려면 최대한 많은 경험을 쌓기를 바랍니다. 저는 대학생 시절부터 취업 전까지 영화관·식당·카페·호프집 등 여러 곳에서 아르바이트를 했어요. 그 경험들이 모두 지금 장사하는데 전부 쓰입니다. 자영업이 어렵다고들 말하지만, 조급하게 마음먹지 않으면 됩니다. 기본기를 차근차근 익혀 준비해나가면 경쟁력을 갖출 수 있어요. 우리 모두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지만 좌절하지 말고 힘냈으면 합니다.”

예비 창업주 분들을 위한 안소민 점주의 조언

1. 손님일 때와 점주일 때, 가게를 대하는 심정은 변합니다


“손님일 땐 마음 편히 음식을 즐기러 갔다면 이제는 생업이 걸린 문제니까 다른 눈으로 보게 되죠. 어떤 식당에 가건 인테리어부터 눈에 띄어요. 인테리어 마감이 어설픈 것 같다, 식탁이 흔들거린다, 벽지 색이 촌스럽다 등등 여러 가지를 읽죠. 이번에 롤링파스타와 빽다방을 내면서 같은 업체에서 인테리어를 해주셨는데, 사장님이 제 전화받기 꺼려 하세요. 너무 꼼꼼하게 이것저것 요구를 많이 했기 때문에요. 나중엔 사장님께서 ‘알아서 서비스 넣어줄게요’라는 말씀까지 해주셨습니다. 인테리어에 있어 사소한 것 하나 놓치고 싶지 않아 그만큼 집요하게 사장님께 부탁드렸죠.


또 틈만 나면 번화가를 돌아다닙니다. 임신했을 때도 그랬어요. 강남, 신사동, 이태원, 성수동, 익선동 등 ‘핫플레이스’가 계속 변합니다. 젊은 분들이 뭘 좋아하는지 어떤 분위기에 끌리는지 계속 생각합니다. 요즘 떠오르는 브랜드가 있으면 유튜브, 인스타그램, 블로그, 리뷰 등을 다 뒤져보죠. 소비자 후기를 보면서 얼마나 일정하게 음식이 나오는지 관찰합니다. 식당의 성공 여부는 얼마나 일정하게 높은 퀄리티와 양이 유지되는가가 중요하거든요.”


2. 창업 전 ‘이것’ 미리 꼭 챙기세요


얼마나 많은 기본을 익히고 창업에 뛰어들건, 실제로 해보면 부족함을 많이 느낄 겁니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자영업에 딱 들어맞죠. 직원 중 케이크 창업을 준비하는 친구가 있는데 인테리어 도면만 봐도 뭔지 바로 알아보더라고요. 스스로 장사를 공부해 지식을 쌓고, 어디까지 깊이 파고들 것인가를 결정해야 하는데, 그 깊이가 크고 넓을수록 유리하다는 점은 분명합니다. 그렇다면 한정된 시간 속에서 어떻게 많은 지식을 쌓을 수 있을까 하는 문제가 남는데요, 이 역시 매 순간 고민하고 관찰하고 배우라는 조언을 드릴 수밖에 없겠습니다.”


3. 창업 시 마음가짐은 이렇게


“평생 할 업이라고 생각하셨으면 좋겠어요. 그렇다면 왜 이 일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이유가 명확해야 합니다 저는 장사를 하는 이유가 꿈꾸는 예비 창업자들을 직원들로 고용하기 위해서예요. 이들에게 장사하는 방법을 알려주고, 성공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어요. 물론 저희도 아직 갈 길이 한참 멀었지만 불가능해 보였던 목표들을 하나하나 이뤄가고 있어요. 자영업으로 성공하기란 너무 어렵지만 그 방법들이 분명히 있다는 걸 알려주고 싶습니다. 이렇듯 창업하는 이유, 창업으로 성공해야 하는 이유, 창업 성공 후 도전해야 할 다음 단계 등을 떠올려보시길 바랍니다. 물론 모두가 먹고살기 위해 장사를 해요. 하지만 먹고사는 것 이상의 장사를 해야만 하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면 그 어떤 어려움이 닥쳐도 이겨낼 수 있어요. 나만의 이유는 험난한 길을 걷기 위한 나침반이라고 생각해요. 매일 생각해보면서 목표를 다져보길 바랍니다.”


문의 : theborn_official@naver.com

2020.10.14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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