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차장을 보면 와이퍼가 세워져 있는 자동차를 종종 발견할 수 있습니다. 누가 어떤 이유로 와이퍼를 세워두는 것일까요? 겨울철 실외에 있는 주차장에서 이런 광경을 본 사람이라면 와이퍼를 세워두는 것이 날씨 혹은 눈과 관련해 좋은 점이 있어서 그랬으리라고 예상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정확히 어떤 장점이 있을까요? 눈이 내린 날 기온이 내려가면 승용차 앞 창문에 쌓인 눈이 얼게 됩니다. 그럼 몇 가지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와이퍼 위에 쌓인 눈의 하중이 와이퍼의 형태에 변형을 줄 수 있습니다. 와이퍼를 세워둠으로써 와이퍼의 손상을
“두루마리 휴지를 거는 방향이라니, 이런 것을 고려하는 사람도 있나?”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 방향을 인지하고 취향을 가진 사람에게는 매우 중요한 문제이기도 합니다. 각자 오랜 세월 수천 번 반복한 것이기에, 굉장히 사소한 차이임에도 쉽게 불편함을 느끼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내가 사용하는 것과 다른 방향이면 어색해서 왜 반대 방향이 편하다고 하는지 이해하기 어렵지요. 중간이 없으므로 타협하기 어려운 문제이기도 하지요. 사실 타협할 필요도 없습니다. 불편한 환경에 맞닥뜨려도 바로 반대 방향으로 돌려서
자녀를 둔 부모들 사이의 대표적인 화제의 하나는 자기 아이가 몇 살 때부터 글을 읽었느냐 하는 것입니다. 내 아이가 글을 빨리 깨우치면 뿌듯한 자랑거리가 됩니다. 글을 깨치는 것은 세상 지식을 혼자 힘으로 얻을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것이니 굉장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먹여 주던 밥을 아이가 스스로 먹게 되는 일에 비유할 수 있을까요. 그래서 부모들은 자기 아이가 하루라도 빨리 글을 읽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하루라도 빨리 글을 읽을 수 있으면 그만큼 더 똑똑한 것이고 그만큼 세상일에 앞설 수 있다고 여겨지니까요. 그래서 말을
“4월은 잔인한 달”이라는 말은 누구나 한 번쯤 들어보았을 것입니다. 뭔가 사연을 가진 표현으로 보입니다. 어디에서 유래한 말일까요? 왜 신록의 4월이 잔인하다는 거죠? 4월에 끔찍하게 나쁜 일이 많이 일어났던 것일까요? 사람들은 이 말을 한국의 역사적 사건과 관련하여 사용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젊은 학생들이 많이 죽고 다쳤던 4·19 혁명. 수만 명이 희생당했던 제주 4·3 사건. 세월호의 참사도 4월에 일어났습니다…. 정말 4월에 특별히 나쁜 일이 많이 일어났던 것일까요? 반드시 그렇지는 않을 것입니다. 나쁜 일이 때를 가
연인과의 약속 시각이 다가오는데 도저히 그 안에 도착하지 못할 것 같으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금방’ 가겠다고 연락을 하는 사람도 있고, 늦겠다는 얘기를 하는 것이 미안해서 일단 도착해서 얼굴을 보고 기분을 풀어주려는 사람도 있습니다. 2~30분 정도면 애인이 기다려줄 수도 있는 시간이라 생각해서 별생각이 없는 사람도 있을지 모르지요. 그런데 이렇게 하는 것이 좋은 방법일까요? 어차피 약속한 시각에 도착할 수 없다면 상대를 위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무엇일까요? 그것은 약속한 시각이 되기 전에 약속 시각을 재설정하는 것입니다. 1
네모난 상자에 담긴 화장지를 뭐라고 부르시나요? 두루마리 휴지와 구분하기 위해 ‘화장지’라고 부르기도 하고, 대표적인 상품명으로 ‘클리넥스’라고 부르는 사람도 있습니다. (영어에서도 마찬가지로 facial tissue 내지는 Kleenex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 상자 안에 든 화장지를 정확하게 지칭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면 보통 ‘각티슈’나 ‘곽티슈’라고 하지요. 사전에는 없는 말이지만 상품 카테고리로서 어느 정도 한국인의 일상에 정착된 표현이 되었습니다. 그중 가장 널리 쓰이는 말은 ‘각티슈’인 것 같습니다. 온라인 쇼핑몰의 상품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L’Insoutenable légèreté de l’être)](1984)은 체코 작가 밀란 쿤데라(Milan Kundera)의 소설입니다. 체코어로 먼저 쓰였지만 프랑스어로 먼저 출간된 작품으로 20세기에 나온 가장 중요한 작품 가운데 하나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이 작품은 무엇보다 제목이 인상적이어서 이 소설을 읽지 않은 사람들도 이 제목만은 잘 기억하고 즐겨 인용합니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란 이 소설의 주인공 토마시가 가진 존재와 삶에 대한 통찰을 표현한 말입니다. 그런데 책을 읽지
흔히 “프라이드를 가지라”는 말을 듣습니다. 자신의 가치나 능력을 믿고 당당하게 생각하라는 말입니다. pride는 보통 ‘자부심’이라고 번역하고 ‘자긍심’ 또는 ‘긍지’라고도 합니다. 자부심이나 긍지는 긍정적인 태도로 인식되기 때문에 사람들에게 권장되는 미덕의 하나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영어 ‘프라이드’의 경우는 좀 복잡합니다. 프라이드는 때로 악덕이 될 수 있습니다. pride에는 좋고 나쁜 뜻이 섞여 있습니다. “프라이드를 가져라”라는 말을 우리말로 “자신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라”고도 옮길 수 있는데 이때 우리말 ‘자랑’의
우리나라에서는 맥주집을 흔히 ‘호프집’이라 부릅니다. 원래는 생맥주를 파는 술집을 말했는데 언제부터인지 생맥주건 병맥주건 맥주를 파는 집에는 가리지 않고 호프집이라는 이름이 붙기 시작하였습니다. 다만 호프집은 누구나 가벼운 주머니로도 들를 수 있는 술집이라는 이미지가 강합니다. 어떤 호프집에서는 소주를 함께 팔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 ‘호프집’이라는 말은 어디에서 온 것일까요. ‘호프’라는 말은 독일어 hof에서 유래했습니다. 이 말이 맥주 원료인 hop에서 유래했으리라고 잘못 생각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맥주 원료를 가리키는
“롤리타, 내 삶의 빛이요, 내 허리의 불꽃, 나의 죄, 나의 영혼. 롤- 리- 타. 세 번 입천장에서 이빨을 톡톡 치며 세 단계의 여행을 하는 혀끝. 롤. 리. 타.” 미국 작가 블라디미르 나보코프(Vlamidir Nabokov)의 소설 [롤리타(Lolita)]는 이렇게 시작합니다. 이 첫 문장들은 작품의 화자가 롤리타라는 소녀의 존재에 대해 갖는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롤리타’라는 이름이 가진 소리의 아름다움을 말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나보코프는 마흔이 넘어 미국으로 귀화한 러시아계 작가인데 영어로 소설을 써서 영어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