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슴도치섬에서 즐긴, 부안 위도 ‘전세캠핑’ 이야기.

[여행]by 트래비 매거진
고슴도치섬에서 즐긴

얼큰한 꽃게라면 한 입,

전라북도 부안 위도의 기억이다.

정금도와 딴정금도의 육계사주 위로 지나는 배는 식도로 가는 중이다

전설보다 똘똘한 시그니처

10여 년 전, 위도로 향하는 여객선 객실의 내부는 온통 홍길동과 율도국 그리고 심청의 이야기가 그림으로 도배되어 있었다. 하지만 막상 섬에 들어가서는 그것과 관련한 어떠한 장소나 흔적도 찾아볼 수 없어 아쉬워했던 기억이 있다. 전설이나 이야깃거리는 늘 사실보다는 추측에 근거하기 마련이다. 여행을 풍요롭게 만드는 데는 적잖이 도움이 되지만 그것에 마케팅을 집중하다 보면 자가당착에 빠지기 십상이다.

무형문화재 띠뱃놀이의 전통을 이어오는 대리마을

대리마을

전라북도 부안군 위도면 대리

특히, 전설은 독창적이며 유일할 때 의미가 존중된다. 참고로 홍길동의 율도국은 오키나와의 미야코지마(宮古島), 심청전과 인당수의 이야기는 백령도에서도 전해진다. 위도의 위(蝟)는 고슴도치를 의미한다. 몇 년 전부터 고슴도치는 섬의 확고한 상징이 되었다. 스폿마다 세워진 조형물과 안내판 그리고 5코스로 조성된 걷기 길의 이름도 고슴도치다. 쉽고 단순하니 좋다. 선착장에서 여행객을 반기는 고슴도치 모자상도 정겹다.

위도 사람들은 정월 초하루면 띠배를 바다에 띄워 풍어와 마을의 안녕을 빌었다

알고 가면 유익한 위도 여행

위도까지는 변산반도 격포항에서 여객선으로 50분 거리, 배편도 넉넉하다. 섬의 일주도로는 해안을 따라 순환된다. 그러다 보니 선착장을 벗어나는 순간 ‘자전거’가 떠오른다. 22km쯤 되는 거리도 적당하고 무엇보다 달려가는 내내 시야에서 바다가 벗어나지를 않으니 신이 날 만도 하다.

주어진 시간이 넉넉하다면 고슴도치길을 따라 마냥 걸어도 좋고 등산로를 타고 종주도 권할 만하다. 위도를 여행하다 보면 파장금, 미영금, 벌금, 살막금, 도장금 등 금(金)이라는 끝말이 붙은 지명을 자주 만나게 된다. 금(金)이라는 것은 일반적으로 만입된 해안의 형태로 ‘곶’과는 반대되는 지형을 뜻한다. 

위도는 칠산바다에서 가장 큰 조기 파시가 열렸던 섬이다

위도는 칠산바다에 속해 있어서 예로부터 조기가 많이 잡히던 섬이다. 위도 파시는 서해안에서 가장 큰 규모였으며 조기의 품질이 좋아 나라에 진상되기까지 하였다. 당시 칠산바다에 사는 용왕에게 만선과 행복을 빌었다는 띠뱃놀이(중요무형문화재 82-3호)는 여전히 섬의 주요 행사로 계승되고 있다. 칠산바다는 법성포 앞의 7개 섬과 군산 앞바다의 고군산도 그리고 부안의 위도로 둘러싸인 해역으로 흑산도, 연평도와 함께 3대 조기 어장으로 꼽힌다.

겨울이 되자 섬 동백이 활짝 꽃봉오리를 열었다

겨울에는 볼 수 없지만, 위도는 상사화로도 유명하다. 그런데 이 섬에는 하얀 상사화가 자란다. 하얀색의 꽃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위도에서만 피기 때문에 위도상사화라 불린다. 초가을은 온 섬에 상사화가 만발하는 시기며 ‘고슴도치섬 달빛 보고 밤새 걷기 축제’가 그 즈음에 열린다. 

위도

전라북도 부안군 위도면 위도

위도항

전라북도 부안군 위도면 진리

겨울 섬을 여행하세요

거륜도 앞까지 뻗어 난 낚시잔교는 위도의 새로운 낙조 스폿이다

오랫동안 섬을 지배했던 정서는 고립과 외로움이다. 때문에 북적거리던 계절을 보내고 다시금 쓸쓸해져도 섬은 전혀 어색하지 않다. 위도는 겨울 여행지로도 좋은 섬이다. 환경이 불편하면 차량을 가지고 입도하면 된다. 당일로 둘러봐도 좋고 숙소를 잡거나 캠핑을 하면서 머무는 시간을 늘려 갈 수도 있다. 겨울 섬은 눈으로 행복해지고 입으로 감동한다. 변함없는 산, 바다, 노을 그리고 습관처럼 되살아나는 인심까지.

캠핑과 노을과 꽃게라면이라니

1년 반 만에 위도를 다시 찾았다. 위도해수욕장 뒤편 야영장엔 아무도 없었다. 펼쳐진 풍광은 모두 내 차지, 이런 경우를 전문용어(?)로 ‘전세캠핑’이라 한다. 화장실도 개방돼 있고 개수대 수도 역시 물을 콸콸 쏟아 낸다. 

텐트를 치고 나니 벌써 서쪽 하늘이 노르스름해졌다. 늦게 입도한 탓도 있지만 분명 낮의 길이는 짜낼 수 없을 만큼 줄었다. 해가 지는 위치는 계절에 따라 조금씩 변화한다. 해는 23.5도의 범위에서 6월에 가장 오른쪽, 12월에는 가장 왼쪽으로 떨어진다. 그러다 보니 낙조 스폿도 달라진다. 겨울에는 전막리 위쪽 고갯마루 정자 부근이나 거륜도 앞 낚시잔교에서 조망되는 낙조가 가장 또렷하고 아름답다. 
지나는 길에 꽃게라면이라 쓴 간판을 발견, 기억하고 있다가 이튿날 점심 무렵에 찾아갔다. 그런데 마침 김장 날이란다. 무려 300포기의 배추, 동네 아주머니들까지 모여 열일 중이었다. 다소 어수선한 분위기였지만 꽃게라면에 대한 궁금증을 포기할 수는 없었다. 이윽고 우량한 꽃게 한 마리가 턱 하니 올라간 라면이 즉석 김장김치 반 포기와 함께 등장했다. “원래, 오늘은 장사 안 하려고 했는디 멀리서 찾아온 손님인께, 맛있게 들더라고. 그라고 김치 남기면 혼날 줄 알어!”

꽃게잡이 배가 있는 섬에서만 먹을 수 있는 특별식 꽃게 라면

상상만큼이나 얼칼(얼큰+칼칼)한 국물에 집게발까지 살로 꽉꽉 채워진 꽃게의 조합은 7,000원, 게눈 감추듯 입속으로 사라져 버린 면과 덩그러니 남은 국물이 아쉽고 아까울 때 공깃밥이 서비스로 나왔다(메뉴에 포함). 라면 맛의 비밀은 꽃게를 갈아서 만든 다진 양념이다. 그것을 스프와 함께 풀어 넣어 풍미를 더했다는 것. 그런데도 전혀 짜지 않은 것은 미스테리다. 

섬 배추는 바닷물에 절이고 잡어액젓을 넣어 버무린다

바닷물로 절인 배추에 위도 해역에서 잡은 잡어들로 액젓을 만들어 넣었다는 김치 또한, 맛이 그만이다. 비닐장갑을 낀 손으로 쭉쭉 찢어 먹으니 아삭거리는 식감에 매운맛, 단맛의 조화에 감칠맛이 결정타 한 방을 날렸다. 결국, 라면 그릇을 깨끗하게 비운 후, 비닐봉지를 얻어 남은 김치를 모두 싸 담았다. Clear!  


그곳에가면 

주소: 전북 부안군 위도면 깊은금안길 2-4  

영업시간: 매일 10:00~20:00

전화: 063 582 2630

그곳에가면

전라북도 부안군 위도면 깊은금안길 2-4

▶PLACE TO VISIT

여객선 |  격포여객선터미널 ↔ 위도파장금항 (1일 6회, 50분 소요)  

섬 내 교통 |  공영버스 010 3658 3875, 택시 010 3659 3977

정금도

정금도는 벌금마을 앞에 있는 또 하나의 섬이다. 위도 8경 중 ‘정금취향’이 바로 이곳의 정취를 찬양한 말이다. 본 섬과는 오래전 다리로 연도되어 차량이나 도보로 건너갈 수 있다. 갯벌과 백사장 그리고 작은 동산과 초지를 모두 갖추고 있어 둘러보는 재미가 있다. 마을 내 몇 안 되는 가옥들은 민박이나 펜션을 업으로 한다.

정금도

전라북도 부안군 위도면 정금리

벌금 용머리해안

벌금마을 북쪽 끝에 있다. 퇴적암이 층층이 쌓여 시루떡 같은 모습을 하고 있는데 마치 부안 격포의 채석강을 보는 듯하다. 한편으로 용머리 해안은 단출한 낚싯대로 저녁 찬거리를 잡아가는 주민들의 생활 낚시터다. 부안군은 향후 대형습곡과 공룡알화석지를 연계해 지질공원 탐방로를 구축할 계획이다. 

벌금리마을회관

전라북도 부안군 위도면 벌금안길 16

위도해수욕장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낙조 캠핑장으로 주차장과 숙박시설 등 편의시설을 잘 갖추고 있어 정부에서 권장하는 해수욕장 25곳 중 하나다. 해변의 풍광이 뛰어나고 1km에 달하는 백사장의 모래질이 곱고 깨끗해 물놀이에도 그만이다. 하지만 한여름 북적이던 피서객들을 걷어내면 오붓하고 더욱 낭만적인 해변으로 변신한다.

위도해수욕장

전라북도 부안군 위도면 진리

내원암 배롱나무

내원암은 고창 선운사의 말사로 지금부터 800여 년 전 창건된 암자다. 하지만 현재 암자에서 가장 오래된 것은 수령이 300년 되었다는 배롱나무다. 꽃이 피면 100일 동안 피고 진다는 백일홍의 아름다운 모습을 겨울에는 볼 수 없다. 하지만 꽃과 잎을 떨군 배롱나무의 자태만으로도 수많을 계절을 묵묵히 견뎌 온 의연함을 읽을 수 있다.

내원암

전라북도 부안군 위도면 내원암길 42

큰딴치도

외치도라고도 한다. 소나무, 감탕나무 등이 군락을 이루고 ‘닭의난초’ 등이 자라는 등 식생이 우수하고 자연환경이 아름다워 특정 도서(도서지역의 생태계 보전에 관한 특별법)로 지정되어 있다. 바닷물이 들고 남에 따라 위도 치도리와 이어지고 때론 다른 섬이 되기도 한다. 

큰딴치도

전라북도 부안군 위도면 치도리

▶PHOTO SPOTS

위도전망대

위도 전망대는 위도팔경 중 하나인 왕등낙조를 조망하기 위한 시설이다. 전망대에서 바라보면 서쪽 바다의 수평선 위로 두 개의 섬이 보이는데 상왕등도와 하왕등도다. 해가 떨어지는 지점이 계절별로 일치하지 않는다. 먼 섬의 낙조는 화려함보다 쓸쓸함이 느껴진다. 조형물은 돛배를 상징하며 벤치에 앉아 편안하게 낙조를 기다릴 수 있다.

딴정금 육계사주

정금도 북쪽 끝에는 딴정금이라는 아주 작은 무인도가 있다. 마을 내 펜션 ‘언덕 위의 하얀집’을 들머리로 숲을 따라 10여 분 걸어가야 한다. 밀물 때 잠기고 썰물이 되면 이어지는 육계사주는 고운 몽돌로 이뤄져 있다. 위도에 기항했던 여객선이 이웃 섬 식도를 오갈 때 카메라에 담으면 이어진 몽돌 위로 배가 떠 있는 듯한 낭만적인 사진을 얻을 수 있다. 

딴정금

전라북도 부안군 위도면 정금리

치도리 날마통

깊은금과 미영금 사이의 해안도로 구간에서 북쪽을 바라보면 서쪽 바다를 향해 길게 돌출된 곶이 목격된다. 파란 바다 한가운데서 두 개의 섬을 잇는 듯한 해변의 모습은 해외의 유명 휴양지를 연상시킨다. 해변의 위쪽에 보이는 풍차와 예쁜 건물들은 펜션과 그에 따른 시설물이다(가까이 가서 보는 것보다 멀리서 보는 것이 훨씬 더 아름답다).

치도

전라북도 부안군 위도면 치도리

*김민수 작가의 섬여행기는 대한민국 100개섬을 여행하는 여정입니다. 그의 여행기는 육지와 섬 사이에 그 어떤 다리보다 튼튼하고 자유로운 길을 놓아 줍니다. 인스타그램 avoltath

 

글·사진 김민수(아볼타)  에디터 강화송 기자​
2022.01.19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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