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출판, 전자책은 안 되나요?

[컬처]by 인문잡지 글월

안녕하세요, 신인 작가 ‘신도림’입니다. 아직은 소설가라는 말이 어색하네요. 얼마 전 고양이 상상활극 중편소설 <묘진야행>을 ‘독립출판’했습니다. 서점에는 가셔도 없어요. 전자책이니까요. 현재 리디북스와 디지털 교보문고에서 판매하고 있습니다. 제가 왜? 어떻게? 전자책 ‘독립출판’을 하게 되었는지 말씀 드릴게요. 그냥 소개하면 심심하니 제가 묻고 답하는 셀프 인터뷰로 해보겠습니다.

 

Q. 신도림, 설마 본명입니까?

 

아니에요, 필명입니다.

 

Q. 다행이네요. 고양이 상상활극이라… 고양이 키우시나요?

 

아니요.

 

Q. 그럼 길고양이에게 물이나 먹이를 주면서 친분을 쌓기라도?

 

아니요.

 

Q. 참 뻔뻔하시네요.

 

(…) 그래서 차마 본명으로 못 내고 필명을 썼습니다.

 

Q. 어쨌든 축하드립니다. 책 소개를 잠깐 해주세요.

 

<묘진야행>은 밤이 되면 시장에 나타나는 고양이에 관한 소설입니다. 인간에게 버림받고 시장에서 살게 된 검은 고양이 ‘코니’가 풍성하고 하얀 털을 자랑하는 시장의 no.2 ‘비대한 조’에게 시달리며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하룻밤의 이야기죠.

독립출판, 전자책은 안 되나요?

Q. 고양이 소설이면, 고양이의 습성이 자세히 묘사되어 있겠네요?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묘진야행>은 고양이를 소재로 했지만, 일종의 판타지라서요. 일단 시장의 no.1 고양이 베키는 고양이들에게 먹이 상납을 받습니다. 이거부터가 말이 안 되죠. 침목욕과 같은 대표적인 습성이야 있지만 습성을 정밀하게 묘사하는 데 중점을 두진 않았습니다.

 

Q. 고양이 습성을 공부하기 귀찮아서 그랬던 건 아니구요?

 

(…)

 

Q. 일단 알겠습니다. <묘진야행>에는 고양이뿐 아니라 ‘닝겐’도 제법 비중이 있다는데요?

 

네, 3년 차 IT 기업이면서 대기업 계열사의 자회사에 다니는 ‘이 주임’이 인간 파트의 주인공입니다. 3년 차인데 회의 자료만 취합하고, 미팅 스케줄만 잡는 일만 하고 있죠. 그나마도 부장이 회의 자료 피드백을 늦게 줘서 매주 일정 비율로 야근을 하고 있습니다.

 

Q. 빡치겠네요.

 

네, 빡치는 일이죠.

 

Q. 그래서 이 주임은 <묘진야행>과 무슨 상관이죠?

 

코니가 비대한 조 때문에 발바닥에 땀나게 뛰어다니듯, 이 주임도 갑자기 한밤중에 부장의 전화를 받고 열나게 키보드를 두드립니다. 갑자기 다음날 CEO 보고가 생겼거든요. 게다가 밤 12시에 모르는 사람에게까지 전화를 돌려서 필요한 자료를 요청해야 하죠. 당연히 부장은 지시만 하고 일은 하지 않습니다. 닝겐이나 고양이나 힘든 하루를 보내게 되죠.

 

Q. 고양이만의 이야기는 아니네요.

 

그렇죠. 직장을 다니다 보면 왜 여기가 나한테 맞는 곳일까 하는 강력하게 들 때가 있잖아요? 어쩌면 고양이에게도 그럴 때가 있을지도 모르겠고요.

 

Q. 그런 생각 많이 하셨나 봐요.

 

네… 조금… 자주…

 

Q. 이직도 자주 하셨을 거 같은데요?

 

뭐… 그럭저럭… 10년간 6번 정도? 10명도 안 되는 작은 회사에서, 2천 명이 넘는 대기업까지, 업종도 컨설팅, 제조업, 게임회사 등등 제법 다양합니다.

 

Q. 적지 않은 숫자네요. 그래서 옮겨보니 어떤가요?

 

이직할 수록 고민이 느는 것 같아요. 저는 제가 원하는 방식으로 일하고 싶은데 회사에서는 본질적으로 제약이 많죠. 큰 회사는 리소스는 넘치지만 절차가 너무 많아 위로 올라갈수록 모든 게 무난해져 버려요. 결국, 가장 무난하게 할 거면서 중간보고 과정이 실무자에겐 너무 소모적입니다. 온갖 요소를 따져서 보고서를 써도 정작 결정은 최종 결정권자의 취향에 따라 고르거나 하면 좀 허탈하죠.

 

반면 작은 회사는 리소스가 부족한데 해야 하는 일은 많기 때문에 사람들 간의 합이 훨씬 더 중요하더라구요. 적은 보수로 더 많은 일을 해야하니 일에 대한 열정과 자긍심도 중요하구요. 그런데 저랑 딱 맞는 회사는 찾기 어렵더라고요. 어쩌면 저라는 닝겐은 회사라는 조직체하고는 맞지 않는 건가 라는 생각을 하게 됐죠.

 

Q. 그래서 아예 출판사를 차리신 건가요?

 

네, 그래서 홀로서기를 해보자는 생각에 출판사를 차려서 ‘독립출판’ 형식으로 전자책 <묘진야행>을 냈습니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제가 글을 쓰고, 편집하고, 표지도 그리고, 전자책 코딩도 하고, 계약 등 행정도 하고, 페북 광고도 하고, 이렇게 소개글도 쓰면서 마케팅까지 혼자 다 하는, 레알 1인 전자 출판사인 셈이죠.

 

Q. 등단이나 투고가 아니라 출판사를 차린 건, 소설을 받아주는 출판사가 없어서 그런 거 아닌가요?

 

물론, 그런 점도 없지 않아 있기는 있습니다. 그런데 그게 전부는 아니에요. <묘진야행>을 내기 전에 전자책 저자로 참여하고, 만화 관련 모 잡지사에서 일도 하고, 작년에는 인문교양서 <예나 지금이나>를 공저로 내기도 했죠. 근데 정말 ‘저자’로만 생존하기에는 이 바닥이 너무 척박합니다. 보통 저자는 책값의 10% 내외를 인세로 받아요. 자본주의 관점에서 단적으로 말하면 책에서 작가의 지분은 10%밖에 안되는 거죠. 책 내용은 거의 다 저자가 쓰는데 말이죠.

독립출판, 전자책은 안 되나요?

Q. 책에서 저자 지분은 10%라고 하니 확실히 너무 적은 것 같네요.

 

출판사가 나머지를 다 가져가는 건 아니에요. 책을 팔면 보통 서점이 적게는 30%에서 많게는 40%까지 가져갑니다. 작가마다 책을 준비하는 과정이나 시간은 다르지만 가령 1년 넘게 공들여 책을 써서 팔았다고 생각해 봅시다. 작가는 10% 가져가는데, 서점은 30-40% 가져가고 나머지 50-60%를 출판사가 가져가는 걸 보면 작가 입장에선 좀 너무한다 싶죠.

 

물론 출판사는 여기에 편집, 디자인, 인쇄, 물류, 정산 등 책 판매에 필요한 일을 추가로 하고, 보통 물류는 총판을 많이 이용하니까 그 비용이 추가됩니다. 책이 상업적으로 실패했을 때 리스크도 출판사가 온전히 떠안아야 하죠. 그래서 작가 몫이 얼마가 적당한가를 일률적으로 말하긴 어렵습니다.

 

여기다가 올해 초 국내 2위 총판 송인서적 부도 사태로 보듯이 책 유통도 별로 투명하지가 않아요. 제대로 전산화가 이루어지지 않아서 책이 어딜 통해서 얼마나 전달됐는지, 어디서 얼마나 팔렸는지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서점은 또 서점대로 책을 팔기 위해 나름의 수단을 강구하죠. 온라인 서점들은 자체적으로 굿즈를 만들어서 출판사와 연계한 이벤트를 계속 마련하고 있잖아요.

 

Q. 뭔가 복잡하네요.

 

네, 구조적으로 깔끔하지도 않은데 사실 진짜 문제는 책이 안 팔린다는 거예요. 작가 입장에서 출판 시장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잘 몰라도, 책이 잘 팔려서 먹고 살 만큼 들어온다면 골치 썩이지 말고 글쓰기에 전념하면 됩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그렇지가 못해요. 그러니 뭐 혼돈의 카오스 출판 시장을 혁파하자! 이런 게 아니라 혼자서 글도 쓰고, 책도 만들고 파는 ‘독립출판’을 통해 제가 받을 몫을 늘려보자. 그래서 지속가능한 삶을 만들어 보자는 소박한 차원에서 출판사를 차리게 되었습니다.

 

Q. 그래서 결정한 게 전자책 ‘독립출판’인가요? 진짜 무일푼, 그러니까 돈이 하나도 안 들었나요?

 

물론 0원은 아니에요. 하지만 혼자 한 것 치고도 종이책에 비하면 사실상 무일푼에 가까워요.

 

Q. 정말 얼마나 들었나요?

 

잠시만요… 일단 제가 쓰고 편집하고, 표지 그리고, 전자책 제작까지 했으니 노동 비용이 제로구요, 원래 스타트업에서 창업자 노동비용은 제로로 치는 거라고 들었습니다… 다른 비용은 아래와 같아요. 여기서 회사 홈페이지나 이메일등은 필수는 아니죠. 사실 표지도 그림 없이 텍스트로만 하면 그림판으로도 가능은 합니다.

 

  1. 출판사 신고 비용 = 2.2만
  2. 공인인증서 2개 = 0.8만
  3. 포토샵CC 이용료 = 월 1.1만
  4. 타블렛 = 23만
  5. 계약서 등기 비용 등 = 0.7만
  6. 회사 도메인, 홈페이지, 이메일 등 = 연간 유지비 약 20만원
  7. 총합 50만원 내외

 

Q. 계약서 뽑는 비용은 뭔가요?

 

집에 프린터가 없어서요. 출력소가서 장당 100원 내고 계약서를 뽑았어요.

 

Q. (…) 네, 근데 그 정도면 무일푼이라고 하는 건 구라 아닌가요?

 

말 그대로 비용 제로라고 할 순 없지만 적어도 뭔가 사업을 한다면서 이 정도면 제로라고 봐도 될 거 같아요. 더 좋은 건 앞으로는 진짜 거의 제로라는 거죠. 앞으로도 제가 혼자 다 한다면 말이죠.

 

Q. 사무실 임대료도 없나요?

 

출판사는 무점포 창업이 가능해서요. 자기가 사는 집을 점포로 신고하면 됩니다.

 

Q. 집 없으면 꽝 아닌가요?

 

월세 살아도 상관없어요. 임대차 계약서만 내면 돼요.

 

Q. 네, 그럼 거의 제로라고 칩시다. 이제서야 본론에 들어가네요. ‘전자책 독립출판’이라고 하셨는데, 보통 ‘독립출판’이라고 하면 개인 독립서점에서 주로 파는 책을 말하잖아요. 그런데 왜 전자책이죠?

 

크게 세 가지가 있는데요, 하나는 비용과 관리 때문이에요. 종이책을 해도 모든 과정을 제가 할 수는 있지만 반드시 인쇄와 유통 과정을 거쳐야 하고 그만큼 비용이 필요합니다. 둘 다 만만한 일이 아니에요. 인쇄에 필요한 제본이나 종이, 표지 등을 고민하고 제작하기도 어렵고요. 아무리 적게 찍어도 수 백 권을 보관할 장소도 마땅치 않죠.

 

유통도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별로 투명하질 않아요. 총판에 맡겨도 내 책이 어디를 거쳐 어디에 얼마나 전달됐고, 얼마나 팔리는 가를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독립서점하고 직접 거래한다고 해도 독립서점과 일일이 거래를 트고, 책 포장해서 보내고, 정기적으로 정산하고 하는 일은 생각보다 손이 아주 많이 가는 일입니다.

 

고객 입장에서 출판사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재미있는 콘텐츠를 만드는 일인데, 출판사 입장에서 사업이 제대로 돌아가려면 인쇄/유통/정산에 신경을 많이 쓰게 됩니다. 효율성을 위해서는 관리 업무를 전담할 사람이 있어야 하지만 무일푼 창업하는 주제에 누굴 고용할 처지가 못돼요. 그래서 정말 관리를 최소화 할 수 있는 전자책을 생각했습니다.

 

Q. 두 번째 이유는 뭔가요?

 

그건 제가 ‘종이책’에 특별한 애정이 없기 때문입니다. 오해하지 마세요. 종이책을 무시하거나 싫어하는 게 아닙니다. 특히 거대한 판형에 정교하게 인쇄되고 제본된 사진집이나 그래픽 노블을 보면 존경심이 생깁니다. 그게 얼마나 어려운 작업인지 어느 정도 알거든요.

 

제 말은 ‘물성’으로써의 책보다 ’콘텐츠’로써의 책을 생각했을 때 종이책에 대한 미련은 없다는 뜻입니다. 종이책의 형태가 아니더라도 같은 내용을 읽을 수 있으면 된다는 실용적인 입장인 거죠. 텍스트 위주의 책이라면 더더욱이요. 어쩌면 제 경력의 절반은 IT 기업이라 더 그런지도 모르겠습니다.

 

Q. 그럼 마지막은?

 

이건 저뿐만 아니라 독자분들에게도 좋은 요소인데요, 제가 혼자 하고, 관리나 유지비용이 거의 없다 보니 책값이 저렴해진다는 거죠. <묘진야행> 가격은 3천 원이에요. 종이책으로 하면 작은 문고판 한 권 정도가 나올 분량인데, 그러면 대략 8천 원 정도는 받습니다. 인세, 표지, 편집, 디자인, 종이, 인쇄, 제본, 물류, 사무실 유지비 등 여러 비용이 포함되기 때문이죠. 하지만 저는 혼자 하고, 전자책이라 비용을 많이 낮출 수 있습니다. 그래서 독자분들은 볼만한 소설을 싸게 읽을 수 있죠.

 

Q. 정리를 해볼게요. 책을 내 봤는데 출판계 구조가 불투명하고 책도 안 팔려서 글만 써서는 먹고 살기 어렵더라. 그래서 직접 출판사를 내기로 했는데 종이책은 아무래도 비용과 관리 문제가 있어서 전자책으로 ‘독립출판’을 시도했다. 그렇게 비용을 낮춰서 독자에게도 이롭다. 이 말씀이죠?

 

네, 맞습니다. 전자책은 이제 책 낼 준비는 다 마쳤으니 앞으로는 많은 소설을 써서 팔기만 하면 됩니다.

 

Q. 듣고 보면 참 쉬워 보이는데요.

 

네, 제가 예상했던 것보다 좀 삽질이 있긴 했지만 그래도 보통 사업을 시작하는 거에 비하면 정말 쉬운 편일 거에요.

 

Q. 어떤 삽질이 있었죠?

 

일단 표지가 있는데요, 사실 표지는 전문 디자이너에게 부탁하려고 했어요. 그런데 디자이너가 제시하신 비용이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는 높았어요. 당연히 그분의 최소 기준에 맞춰드려야 하는데 솔직히 그만큼 팔 자신이 없었습니다. 게다가 앞으로도 계속 책을 내야 하는데 고정적으로 표지에 비용이 들어갈 테니 직접 해보자는 생각이 들었죠. 그래서 한 달간의 삽질이 시작되었죠.

 

Q. 원래 그림을 좀 그리시나요?

 

취미로 드로잉 수업을 몇 번 듣고 가끔 그려보는 정도였어요. 대충 봐줄 만은 하다고 생각해서 도전했는데… 이게 연필로 드로잉만 하는 것과 표지를 그리는 것과는 천지 차이더라구요. 그림뿐 아니라 디자인도 생각해야 하고, 표지 컨셉 스케치에서부터 완성본까지 별 웃기는 그림이 다 나왔죠.

 

그러다 어느 순간 이러다가는 표지만 그리다가 끝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래서 이 정도면 너무 무성의하다거나, 너무 어설프다는 느낌은 주지 않겠다는 선에서 스스로 타협을 했습니다. 그래서 지금의 표지가 나오게 됐죠.

독립출판, 전자책은 안 되나요?

[ 묘진야행 테스트 표지들 ]

Q. 만족하시나요?

 

저는 처음치고는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는데… 사실 제 생각은 별로 중요하지 않아요. 보시는 분들이 이 표지를 보고 작품의 분위기를 짐작하고 살만하다고 느끼는 게 중요하죠.

 

Q. 그래서 책은 잘 팔려요?

 

……

 

Q. 잘 안 팔려요?

 

표지 때문이라기보다는 가뜩이나 이름 없는 신인 작가인 데다, 익숙한 종이책도 아니고, 판매 경로도 리디북스와 교보문고 두 군데밖에 없는데 처음부터 책이 많이 팔리길 바라면 그거야말로 판타지죠. 일단 인지도가 너무너무 없으니 많이 알려야죠. 꾸준하게 또 빨리 소설과 에세이를 쓰면서 반응이 있을 때까지 버티면서 가야죠.

 

Q. 또 다른 삽질도 있나요?

 

전자책 제작할 때 맥에서 iBooks author라는 프로그램으로 전자책을 만들 생각이었어요. 그러면 코딩 없이 만들 수 있거든요. 그런데 제작한 전자책을 리디북스에서 읽어보니 양끝정렬이 안 되는 거에요. 아무리해도 왼쪽 정렬밖에 안 되길래 결국 포기하고 Sigil이라는 프로그램으로 처음부터 다시 만들었어요. 코딩은 필요한 기능만 웹에서 찾아가면서 겨우 만들었죠. 99.9% 텍스트로 이루어진 책이라 가능했죠.

 

그리고 이제 전자책을 팔 리디북스와 계약을 하려고 하는데 계약을 우편을 통해서만 하더라구요. 보내고 날인하고 다시 보내서 처리되는데 2주가 걸렸어요. 교보문고에서는 ePub 파일을 업로드하려고 했더니 익스플로러에서만 된다고 하더라구요. 하다못해 크롬이라도 지원하면 좋을 텐데.

 

Q. 뭐, 그렇게 큰일은 아니네요.

 

네, 뭐, 준비하는 입장에서는 벙찐 상황이었지만 뭐 돈을 날리고 그런 건 아니었으니까요.

 

Q. 만약 전자책이 계속해서 안 팔리면요?

 

제 소설이 영 안 먹힌다면, 잘 팔리는 소설 스타일도 한 번 따라서 써봐야겠죠. 저는 소설가이면서 동시에 경영자이기도 하니까 일단은 운영이 가능하게 궤도에 올려놓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소설 말고도 에세이나 다른 글쓰기 일감으로 돈을 벌 수 있는 수단을 강구해봐야겠죠. 그래도 하는 데까지 제 본연의 콘텐츠, 제 본연의 소설로 살아남을 수 있도록 해볼 거에요. 그러기 위해서 시작한 전자책 출판사니까요.

 

Q. 본연의 소설이라면 뭘까요?

 

이게 가장 핵심적이면서 사실 애매한 건데요, 저는 재미있는 이야기 중심이면서 품격있는 소설을 쓰고 싶어요. 요즘은 좀 벗어나고 있지만 문단 중심 한국 소설은 이야기보다는 인간의 내면이나 아름다운 문체에 치중하잖아요. 반면 장르 소설은 이영도 같은 작가가 20년 전에 화려하게 문을 열었지만 여전히 그 뒤를 이을 작가가 나오지 않고 있고, 제대로 꽃피지 못한 채 웹소설로 급격하게 무게중심이 이동하고 있죠.

 

웹소설이 인기를 끄는 건 전혀 문제가 아니에요. 다만 웹소설은 장르나 표현 등이 많이 치우쳐져 있죠. 중요한 웹소설 플랫폼을 가보면 작품 표지 스타일이 하나같이 다 똑같아요. 같은 일러스트레이터가 수백 편의 표지를 그린 것처럼 보일 정도죠. 그만큼 벌써 스타일이 정형화되어 있다는 증거라고 봅니다.

 

저는 이 사이에 채워지지 않은 간극이 있다고 생각해요. 웹소설처럼 이야기나 혹은 캐릭터, 상황 중심으로 재미있게 전개가 되지만 너무 가볍지 않은 문체로, 진지하게 고민할만한 주제를 다루는 소설이요. 가령 황금가지 출판사에서 내는 밀리언셀러 클럽 같은 소설들이 대표적이죠.

 

Q. 그런 작품을 쓸 역량이 되신다고 봅니까?

 

솔직히 지금은 아니죠. 아직 한참 멀었다는 걸 인정합니다. 하지만 글은 쓸수록 늘어요. <묘진야행>만 해도 처음에는 밤에 시장길을 지나면서 마주치던 고양이를 보고 단편으로 쓴 건데, 중편으로 개작을 한 거에요. 그 사이에 소설을 보는 시각도, 글을 쓰면서 고려할 요소나 기술도 늘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계속 발전할 거라고 생각해요. 만약 그렇지 못하다면 솔직히 망해도 할 수 없죠. 제 역량이 독자를 만족시킬 정도가 안된다는 게 확실해지면 다른 길을 찾아야지요.

 

Q. 긴 인터뷰 수고하셨습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 있나요?

 

네, 제가 질문하고 제가 답하는 거라 두 배로 힘드네요. 과연 이걸 다 읽으신 분이 있으실까 염려가 되네요. 아무튼 저는 이제 ‘독립출판’으로 시작을 했고, 앞으로도 꾸준히 할 수 있는데 까지 할 생각입니다. 무엇보다도 제가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소설을 쓰게 되길 바랍니다. 그런 환경을 만들기 위해 출판사도 차린 거니까요. 제 나름의 길을 만들어서 가고 싶은데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

 

고(故) 신해철 노래 중에 “너에게 내 불안한 미래를 함께하자고 말하긴 미안했기에”라는 가사가 있어요. 전에는 이걸 이해를 못 했어요. 회사 다닐 때는 체감을 못 했죠. 그런데 이제는 이해합니다. 사실 예전부터 생각하던 걸 미루고 미루어 이제야 시작하는 건데요, 정말 어떻게 될지 모르겠어요.

 

사실 대단한 야망은 없어요. 저만의 글을 써서 먹고 살고 싶습니다. 그런데 현실은 그게 어마어마한 야망이에요. 그래도 꼭 하고 싶은 일이니 어쩌겠어요. 해볼 수밖에요. 지금까지 읽어 주신 분들 고맙습니다. 여기까지 보셨다면 ‘묘진야행’이 궁금하시겠죠? 바로 아래 링크에서 구매하실 수 있습니다! 굽신굽신

2018.04.06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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