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오사카 여행

[여행]by 인문잡지 글월

짧은 교토 일정 후 오사카(大阪)로 향했다. 절만 88개가 있다는 교토를 좀 더 다녀보고, 골목골목을 걸어보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멀지 않으니 다음 번에 또 기회가 있기를 바라며 오사카로 이동했다.

히메지성(姫路城)

히메지성은 말 그대로 히메지 지방에 있는 성이다. 성벽이 불에 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백색의 회백으로 되어 있어 외관이 매우 인상적이다. 성 전체가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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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에서 내려서 10분 쯤 걸으면 멀리 히메지성이 보인다. 흰 구름 아래 있어도 새햐안 성의 모습이 뚜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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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벽에 뚫린 구멍을 보면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이 버튼 모양을 어디서 영감을 얻었는지 알 수 있다. (당연히 농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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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곳곳에서 볼 수 있는 물고기 문양. 시대마다 이 문양의 모습도 조금씩 달라졌다. 지느러미 부분을 보면 최근에 복구한 티가 난다. 사실 히메지성은 중심 누각인 천수각을 비롯해 여러차례 대수리를 거쳤다. 사실 히메지성은 1346년 아카마쓰 사다노리가 그의 아버지가 세운 사찰을 토대로 성을 축성(추정)한 이래로 계속해서 증축과 보수를 반복했다고 보는 편이 맞다.


특히 최근 전면 보수를 끝내고 관람객에게 전면 개방한 천수각 내부는 총 7층 인데 겉으로 보기보다 내부가 넓고 계단을 타고 계속해서 돌고 돌며 올라간다. 서양처럼 돌이 아니라, 어떻게 나무를 가지고 이렇게 큰 성을 설계하고 쌓을 수 있었는지 놀랍기만 하다. 하지만 나무로 만든 부작용(?)도 심해서 천수각을 받치는 두 개의 큰 기둥은 시간이 지나면서 계속해서 썩거나 비틀렸다고 한다.


이제 히메지성의 위용을 감상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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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멀어지는 히메지성. 사실 이번 여행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곳도 히메지성이었다. 우리나라처럼 산성을 쌓고, 유사시에 군대가 들어가 방어하는 문화와 달리, 지방분권으로 곳곳에서 지방 영주들이 성을 쌓고 군대를 주둔시켰던 일본은 확실히 우리와 다른 성 문화와 축재 기술을 가졌다. 단단해 보이면서도 하얀 성의 외모는 나에겐 또 어딘가 유머러스해 보이기도 한다. 어딘가 콧수염을 자랑하는, 하얀 투구를 쓴 일본 무사 같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히메지성이 오늘날까지 살아남은 것은 거의 하늘의 보살핌 덕분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막부말에는 히메지성에 대한 총공격을 감행하려던 찰라 겨우 수습되었고, 태평양 전쟁 때는 육군 부대가 주둔하고 있어서 미군의 폭격 대상이었다. 히메지성에도 몇 발의 폭탄이 떨어졌지만 다행이도 불발에 그쳤다. 지금 천조국의 위상을 생각하면 의아한 일이지만, 무슨 이유인지 불량 폭탄이 제조된 것은 정말 하늘이 도왔다고 밖에 할 말이 없다.


히메지성을 보며 또 하나 놀랍고 부러웠던 점은 일본의 문화유산을 대하는 태도다. 물론 일본에서도 근세를 넘어가며 수 많은 성들이 해체되고, 건축자재로 팔려가는 운명을 겪기도 했지만, 남은 문화 유적에 대해서는 철저하고 구조적으로 수리했다. 히메지성은 1956년 지붕에서부터 주출돌까지 천수각을 완전히 해체한 후 토대부터 다시 세우는 대작업을 벌여 8년 만에야 완성한다. 그때 천수각의 구조를 연구하여 만든 모형이 천수각에도 전시되어 있다.


민족의 자긍심을 세운다면서, 제대로 고증도 하지 않은 채 심지어는 콘크리트로 광화문을 비롯해 많은 문화 유적을 다시 만든 우리나라와 사뭇 비교 되는 부분이다. 광화문은 다시 전통방식으로 재건립한 이후에 몇 달도 되지 않아 현판이 갈라지기도 했다. 어처구니 없는 방화로 남대문을 잃은 다음, 5년 만에 재건했지만 이 마져도 중간에 부실과 부정 부패로 얼룩졌다. 참 안타까운 노릇이다.

나카자키쵸(中崎町)

마지막은 오사카의 골목길을 탐방해 볼 수 있는 나카자키쵸에 들렀다. 2-3시간 짧은 나들이에 길을 잘 못 들었는지 카페거리를 걷진 못했지만 개성있는 주택들과 상점들이 들어서있고, 상업화된 관광지가 아닌 일본인들의 삶과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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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도 있음직한 이발소, Hair Salon 은좌. 저 돌아가는 이발소 마크는 세계 공용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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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에서 마주한 쇠파이프 구조물. 아마 예전에 어떤 공장이었던 것을 철거하고 일부를 남겨놓은 것 같은 인상이었다. 가족들이 놀러나오고 아이들이 뛰어 노는 모습은 우리나라와 정말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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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물쇠가 채워져 달리지 못하는 오토바이가 달려가는 오토바이를 곁눈질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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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아아~짱(할머니)”


나카자키초를 돌며 사진을 찍고 그림을 그리다가 이 골목을 찍으려고 하고 있었다. 이 때 길에 저 펭귄 인형을 들고 멋쟁이 모자를 쓰고 있던 아이가 골목 끝에 서 있는 할머니를 발견하자 할머니를 외치며 달려나갔고 나는 놓치지 않고 그 장면을 찍었다. 뒤에서 아이의 어머니는 저기 사진 찍잖니 ~ 하면서 아이를 만류하는 듯 하는 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아이가 할머니를 향해 달려가는 그 모습이 그저 소박한 골목길을 진짜 살아있는 골목길로 만든다.


할머니의 모습이 거의 분간이 되지 않아 아쉽지만, 연사로 찍지 않아 베스트컷을 골라낼 수 없어 아쉽지만, 우연찮게 담긴 달려가는 아이의 뒷모습만으로도 충분했다. 어느 집에서는 할아버지가 집 앞에서 펌프로 바람을 넣어 만드는 조그만 수영장을 만들어 손자, 손녀들이 물장구를 치며 놀다가, 잠시 수박을 먹으며 쉬는 귀엽고도 사랑스러운 모습이 보였다. 하지만 그 가족의 평화를 깨는 것 같아 카메라를 들지 못했다. 사진을 찍어도 되겠냐고 물어볼 수 없을 만큼 일본어가 짧기도 했지만, 커다란 카메라를 들고 할아버지에게 그런 질문을 하는 것 조차 실례일 것 같았기 때문이다.


지쇼지와 히메지성에서 일본의 전통 문화를 만났다면, 나카자키초에서는 비로소 일본인들의 삶과 아주 잠깐 눈을 맞춘 듯한 느낌이었다. 이 지구상의 어느 곳을 찾아가든, 설사 그곳이 초대형 관광지라 할 지라도 분명 그 곳은 누군가에게는 삶의 터전이다. 한 세대에서 다음 세대로 이어지고, 자신의 문화를 아끼고 사랑하는 모습은 시대와 국경을 초월해서 아름답다.


아주 짧고 불성실한 일본 교토와 오사카 여행기를 이만 줄인다.


글/사진 박성표

2015.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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