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마광수 교수가 남긴 마지막 책

[컬처]by 예스24 채널예스

한국의 외로운 에로티카 장인

고 마광수 교수가 남긴 마지막 책

1999년 등단 이후로 한국 문단에서 자유로운 상상력과 에로티시즘으로 큰 화두를 던졌던 작가. 故 마광수 교수의 대표작을 살펴본다.

 

마광수 전 연세대학교 국문학과 교수가 9월 5일, 서울 용산구 동부이촌동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에 따르면, 마광수 전 교수는 시신 처리를 가족에게 맡긴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겼다. 마광수 전 교수는 1992년 소설집 『즐거운 사라』로 필화사건을 겪은 후, 오랫동안 우울증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고 마광수 교수는 1951년 4월 14일 서울 출생. 연세대 국문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한 후, 연세대 국문과 교수를 역임했다. 마광수는 국문과 교수, 소설가로 널리 알려졌지만 시인으로서의 역사가 더 길다. 청록파 시인 박두진의 추천으로 26살에 <현대문학>에 시로 등단했다. 마광수는 일찍이 문학계의 지적 허영과 엄숙주의에 선을 그었다. ‘진짜 좋은 글은 쉽게 읽을 수 있는 글’이라는 게 실제 그의 문학론이다. ‘문학적 허세’나 엄숙주의에서 벗어나 글의 가독성을 매우 중시하고, 복잡한 문장구조와 어려운 어휘들을 피하는 것이 그의 글쓰기 특징이다.

 

마광수는 2017년 1월 출간된 40년 시작(詩作)의 총결산 자선(自選) 시집, 『마광수 시선』 에서 성적 욕망의 자유로운 표현을 넘어선 다양하고 진지한 문학적 탐구를 내비쳤다. 시를 보면 그의 다양한 모습을 비춰진다.

내 자서전에서 독자들은

너무나 고상한 지식인 사회에

섞여 살며 힘들어 했던

자신의 나약한 모습을 슬퍼하는 사람과

으리으리한 교회 앞에서

구걸하는 걸인을 보고

가슴 먹먹해 하는 사람과

사람은 누구나 관능적으로

행복해질 권리가 있다고 믿는 사람을

만나게 될 것이다

- 「내가 쓸 자서전에는」 中

고 마광수 교수는 출간하는 작품마다 문학계는 물론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항상 논란이 됐지만, 해외 언론으로부터 ‘한국의 외로운 에로티카 장인’이라고 불렸다. 보수적인 문학계와 잦은 충돌을 일으켜 왔고, 급기야 1992년에는 ‘외설작가’라는 낙인이 찍혀 세계 최초로 검찰에 의해 긴급 체포되어 구속 기소된 작가로 역사에 기록되기도 했다. 그의 작품에서 항상 문제가 되어 왔던 것은 바로 ‘솔직한 성에 대한 탐구’. 마광수가 1989년에 발표한 시집 『가자, 장미여관으로』 는 저속하다는 이유로 문학계로부터 비판을 받았으나 서점가에서는 베스트셀러로 등극하는 아이러니한 상황들이 연출됐다. 『가자, 장미여관으로』 는 지난 2011년 이파니 주연의 연극으로도 무대에 올려진 바 있고, 2013년에는 신정균 감독이 영화화했다.

마광수, 어떻게 살았나?

1951년 서울에서 태어나 연세대학교 국문학과와 동대학원을 나와 「윤동주연구」로 문학박사학위를 받았다 1975년 25세에 대학강의를 시작으로 28세에 홍익대 국어교육과 교수를 지낸 후 1984년부터 연세대학교 국문학과 교수로 재직하다가 1992년 10월 『즐거운 사라』필화사건으로 전격 구속되어 두 달 동안 수감생활을 한 후 1995년 최종심에서 유죄가 확정되어 연세대에서 해직되고 98년 복직됐으나, 2000년 재임용탈락, 우여곡절 끝에 연세대학교 교수로 복직했고, 2016년 8월에 교수직에서 퇴직했다. 2017년 9월 5일 타계하였다.

 

1977년 박두진 시인의 추천으로 문단에 데뷔한 이후 그는 시, 소설, 에세이, 평론 등 여러 장르를 아우르는 35권이 넘는 저서를 쏟아냈다. 89년 『나는 야한 여자가 좋다』 라는 에세이로 세간의 화제를 불러일으키기도 했던 그는 베스트셀러 작가라는 꼬리표가 채 식기도 전에 소설 『즐거운 사라』가 외설스럽다는 이유로 표현의 자유를 구속당한다.

 

마광수는 분명 화제를 몰고 다니는 저자 중의 하나이다. 그의 긴 약력은 마광수의 글들이 얼마나 큰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으며 동시에 얼마나 많은 관심을 모았는가를 보여준다. '구속', '수감', 항소심' 등이 말이 등장하는 마광수의 이력은, 마치 무슨 민주화 운동가의 이력을 보는 듯할 만큼 극적이다. 그러나 문제는 마광수가 정작 자신은 자신을 '무슨 운동가'로 규정하지 않는다는데 있다. 물론 마광수가 자신을 규정하는 사회적 주류의 말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마광수의 논리는 아주 단순하다. 자신은 자신의 하고싶은 말, 옳다고 생각한 말을 했을 뿐이고 그것이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는 한 자신은 처벌받을 일을 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마광수는 무슨무슨 운동과는 거리가 먼 전형적인 자유주의자로서의 면모를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광수수의 글과 생각은 그것이 발표될 때마다 일종의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그것은 마광수의 생각이 가지는 일종의 '솔직함'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마광수는 자신의 사회적 지위나 체면에 관계없이 과감하게 발언한다. 이것의 그가 대중에게 호소력을 발휘하는 부분이기도 하고, 동시에는 많은 사람들에게서는 지탄을 받는 부분이기도 하다. 많은 작가들이 자신의 글로 인해서 옥고를 겪거나 했지만 마광수는 유난히 많은 문제를 겪었다. 재직하던 학교에서 해직되어서 시간 강사로 일하기도 했으면 재판정에 나가야만 하기도 했다.

 

그러나 마광수는 행복한 저자이기도 하다. 자신이 가르치던 제자들이 마광수의 정당성을 옹호하는 책을 써냈기 때문이다. (『마광수는 옳다』) 사회적 논란을 가져온 많은 저자들이 있었지만 그를 옹호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책을 내기까지 한 일은 없었다. 그런 점에서 마광수는 옹호자를 가진 행복한 저자이다.

 

마광수가 이름을 알린 것은 분명히 성에 대한 자유분방한 상상력과 거침없는 발언들이다. 그러나 그 주제가 중요한 것은 아닐 것이다. 왜냐하면 마광수는 한국 사회가 가지는 '관용의 정신'이 어느정도인가를 시험하는 일종의 잣대이기 때문이다. 보통 음습한 곳에서만 이야기되던 개인의 성적 취향을 사회의 토론장으로 끌어들였다는 것이 마광수에 대한 비판의 주된 근거들이었기 때문이다. 최근에 들어서 마광수는 자신만의 주제와 글쓰기 스타일에 머무르는 경향을 보이고 있지만 그것은 주요한 논제가 아니라고 보여진다. 마광수는 아직도 자신의 생각을 수정할 생각이 없으며, 동시에 한국 사회 또한 마광수에 대한 비판을 멈출 생각이 없기 때문이다.

 

그는 소설을 쓸 때 문장에 가장 신경을 쓴다고 토로한다. 가장 친근감 있고 가벼운 문장이 되도록 애쓴다는 것이다. ‘성해방’과 ‘표현의 자유’를 뺀 ‘진보’란 과연 존재할 수 있을까, 라며 반문하는 그는 작가란 모름지기 ‘꿈을 만들어내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작가는 ‘상상의 자유’를 마음껏 누릴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강조하는 마교수는 소설은 허구이기에 ‘그럴듯한 거짓말’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또한 시나 소설에서만큼은 에세이나 평론과는 구성이나 문체상 거리를 가져야 한다고 설명한다. 교양주의나 교훈주의에서 벗어난 자유로운 창작이 살아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고 마광수 교수가 남긴 마지막 책

마광수의 대표작

『마광수 시선』

마광수 저 / 페이퍼로드

 

도발적이고 대담한 성적 담론을 時에 품어냈다. 성(性) 해방을 통해 인간 해방을 말하는 마광수 교수의 시선(詩選). 『마광수 시선』 은 첫 시집 『광마집』부터 『일평생 연애주의』까지를 망라했다. 『가자, 장미여관으로』 『빨가벗기』 『내가 쓸 자서전에는』 『나는 야한 여자가 좋다』 를 비롯한 마광수의 대표작은 물론, 40여 년간 꾸준히 이어온 그의 시사를 느낄 수 있다.

 

『가자, 장미여관으로』

마광수 저 | 책읽는귀족

 

마광수 교수의 대표적 시집이다. 이 시집은 제목에서 풍기는 이미지 때문에 ‘야한’ 그러니까 세상에서 말하는 그런 통속적인 의미의 ‘야한’ 시들만 가득찬 시집이라고 세간에서는 오해를 하고 있다. 하지만 『가자, 장미여관으로』를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본 독자라면 이 생각이 크나큰 오해와 편견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물론 이 시집과 동명의 연극도 있고, 최근에 영화도 개봉했지만 오리지널인 이 시집을 정독하게 된다면 의외로 인생과 세상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력이 가득 차 있는 철학적인 세계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인간에 대하여』

마광수 저 | 어문학사

 

마광수 에세이. 이 책은 '인간'이라는 추상성과 허구성, 위선적 통념에 대한 신랄한 비판으로부터 출발한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 아니다. 인간은 동물과 다르지 않다. 인간의 역사는 발전하지 않았다. 마광수 교수의 이와 같은 주장은 인간에 대한 일반적인 평가를 완전히 뒤집어 놓는다. 이 새로운 '인간 읽기'를 위해 저자는 동서양의 역사서와 철학서를 두루 섭렵했으며, 원론적 고찰을 통해 자신의 논리의 벽돌을 한 장 한 장 쌓아 올렸다.

 

『마광수의 인문학 비틀기』

마광수 저 | 책읽는귀족

 

『마광수의 인문학 비틀기』를 통해 우리는 보다 쉽고 재미있게 인문학에 다가갈 수 있다. 교과서에서만 만났을 때에는 너무나 멀어 보이고 성인군자 같은 사상가들도 결국 허점이 있고 우리와 다를 바가 없는 인간이라는 사실에 보다 친근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또 씹기 힘든 질긴 고기 같은 인문학이 사실은 아주 말랑말랑하고 부드럽고 달콤할 수도 있다는 걸 알게 된다. 『마광수의 인문학 비틀기』 를 읽으면서 인문학의 권위적인 표정을 벗기고 만만하고 친근한 얼굴을 대면해 보자.

 

『나는 야한 여자가 좋다』

마광수 저 | 북리뷰

 

1989년 1월에 나온 동명 에세이집의 개정판이다. 초판에 비해 문장이 요즘 문체로 다듬어졌고, 저자의 단편소설집에 들어간 소설을 빼는 등의 변화가 있다. 저자의 20대 초반부터 30대 후반에 이르기까지 가장 왕성한 활동을 하던 때 집필되어서 저자 자신의 인문교양이 잘 드러나 있다. '금지된 것' 에 대해 끊임없이 도전하는 저자의 솔직한 마음을 다시 만날 수 있다. 1989년 출간되었을 당시, 여러 독자들에게 다양한 평판을 받은 바 있다. 일반인이나 대학생들에게는 신선한 충격이었다는 평가가 있었던 반면 문인, 교수, 종교인에게는 호된 비난을 받았다. 또한 지나친 쾌락주의와 여성을 상품화 한다는 이유로 따가운 비판을 받기도 했다. 결국엔 저자의 다음 학기 강좌가 패쇄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 문제의 에세이가 21년이 지난 지금, 세상에서 어떻게 읽히는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운 요소다.

 

글 | 채널예스

 


 

고 마광수 교수가 남긴 마지막 책
가자, 장미여관으로

마광수 저 | 책읽는귀족

 

『가자, 장미여관으로』에 실려 있는 작품들은 마광수 교수의 정신세계의 응축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시집에 마광수 교수의 모든 문학적 상상력의 씨앗이 응집되어 있다. [도서 상세정보]


 

고 마광수 교수가 남긴 마지막 책
인간에 대하여

마광수 저 | 어문학사

 

마광수 에세이. 이 책은 '인간'이라는 추상성과 허구성, 위선적 통념에 대한 신랄한 비판으로부터 출발한다. [도서 상세정보]


 

고 마광수 교수가 남긴 마지막 책
마광수의 인문학 비틀기

마광수 저 | 책읽는귀족

 

『마광수의 인문학 비틀기』를 통해 우리는 보다 쉽고 재미있게 인문학에 다가갈 수 있다. [도서 상세정보]


 

고 마광수 교수가 남긴 마지막 책
나는 야한 여자가 좋다

마광수 저 | 북리뷰

 

저자의 20대 초반부터 30대 후반에 이르기까지 가장 왕성한 활동을 하던 때 집필되어서 저자 자신의 인문교양이 잘 드러나 있다. [도서 상세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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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9.29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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