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건, 매일매일 사용하는 인테리어 아이템

[라이프]by 예스24 채널예스

수건의 활기는 건조 과정에서 좌우된다

수건, 매일매일 사용하는 인테리어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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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무인양품에서 가장 많이 산 제품은 수건이다. 딱히 엄청나게 좋다기보다 접근성이 좋았다. 단정한 모노톤의 수건을 한 자리에서 사이즈별로 살 수 있는 매장을 딱히 찾기 쉽지 않았고, 제품 라인의 지속성 덕분에 언제든 똑같은 라인의 제품을 구매해 대체할 수 있는 장점이 있었다. 수건의 경우 스테디한 판매 여부가 상당히 중요하다. 옷걸이와 수건은 제식훈련처럼 통일된 맛이 있어야 살림이 돌아가는 공간에서도 안온함이 깃든 인테리어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넓고 매력적인 라이프스타일 매장에서 주로 수건을 사게 된 또 한 가지 이유는 외출의 행복을 완성하기 위해서였다. 시내에 놀러 나온 중학생 친구들이 설렘 가득한 표정으로 다이소나 아트박스에서 행복한 가운데 진지하게 물건을 고르듯, 30대의 나는 번화가에 들리면 무인양품을 찾아갔다. 행복한 나들이의 정점은 대상과 지출의 크기 여부와 상관없이 뭐라도 하나 사서 돌아오는 쇼핑에 있다는 꽤나 굳은 신념을 갖고 있으며, 이를 실천하기에 수건은 지출의 합리화나 경제적인 측면에서 꽤나 적당한 품목이었다. 수건의 권장 사용주기는 대체로 2년이지만 우리 집의 경우 6개월이나 1년 단위로 수건을 교체하다보니 적재하고 살만큼의 과소비는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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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 체크인한 호텔처럼 아늑하고 살림의 흔적이 느껴지지 않은 정돈된 살림을 추구하는 입장에서 관리가 잘된 질 좋은 수건은 성실함과 직결되는 문제다. 살림살이에 잠식된 삶과 가꾸며 살아가는 삶 사이의 가장 치열한 전선이기도 하다. 사람들은 의외로 매일 접하는 것, 늘 그 자리에 있는 것에 소홀한 경향이 있다. 비싼 돈을 들여 리모델링을 하고 세련된 가구를 들여놓고, 이런저런 소품으로 꾸민 식탁 의자 위에 알지도 모르는 이의 몇 년 전 결혼기념 수건이 널려 있는 이유다.

 

수건은 몸에 닿는 제품인 만큼 최소 30수 이상으로 만든 오가닉 제품을 고르길 권장하고, 바스타월, 페이스타월, 핸드타월을 용도별로 구비해 활용하길 추천한다. 우리 집의 경우 핸드타월을 세면대 옆에 배치해 물기를 제거하거나 면도할 때 쓰고, 샤워를 할 때는 바스타월로 물기를 제거한다. 페이스타월로 온몸을 닦는 것보다 흡수력 면에서 뛰어나 세탁의 텀을 늘일 수 있다.

 

여유가 된다면 아예 조선호텔의 수건을 구매하는 방법도 있지만, 앤데이지홈이나 타월가게봄과 같은 고사양의 제품으로 자체 제작하는 몰의 상품을 구매하는 것을 추천한다. 무인양품도 역시나 좋은 옵션이다. 새로 들이는 것만큼 거절하고 헤어지는 방법도 중요하다. 판촉용 타월은 가능한 받아오지 말고, 낡아서 거칠어지고 색이 바랜 타월은 과감하게 버리는 습관을 들여야 정돈된 살림의 톤을 지킬 수 있다. 참고로 수건은 가연성 쓰레기임으로 종량제봉투에 버리면 된다. 괜히 헌옷 수거하는 분들에게 책임을 전가하지 말자.

 

수건은 구매보다 관리가 중요한 품목이다. 호텔이 비싼 이유는 수건과 침구 때문이라 생각한다. 여간 관리가 귀찮고 까다로운 게 아니다. 우선 쓰던 수건을 욕실에 두는 건 보기에도 안 좋고 위험하다. 습기는 수건 냄새의 주범인 곰팡이와 박테리아를 철썩 같이 끌어당기는 영매라 여기자. 마찬가지 이유로 다 쓴 수건을 바닥에 던져놓거나 빨래통에 곧장 던져 넣는 것도 안 되고, 아침에 머리 말린 수건을 대충 의자에 걸쳐 놓고 나가서도 안 된다. 베란다 같은 곳에 사용 중이거나 사용한 수건을 널어놓을 수 있는 작은 건조대를 마련하자. 그래서 사용 후에나 빨래를 하기 전에도 반드시 널어놓자. 참고로 호텔에 투숙할 때 다 쓴 수건을 바닥에 던져놓고 가는 것도 지양해야 하는 에티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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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Ritz-Carlton Shops

빨래는 성미에 안 차겠지만 조금씩 자주 해야 한다. 바스타월은 2~3장, 페이스타월은 5장 내외로 울 세탁코스로 단독 세탁한다.(수건용 건조대가 따로 필요한 이유다) 온수의 온도는 40도 이하로 지켜주고, 세제는 권장량 혹은 옷 빨 때 쓰던 양의 2/3 수준으로 줄인다. 섬유유연제는 수건의 영혼을 황폐하게 만드니 절대로 사용하면 안 된다. 냄새가 날 경우, 식초를 한 컵 같이 넣거나, 과탄산소다를 희석한 물에 2시간 이상 담가 놓거나, 헹굴 때 소금을 추가하거나, 베이킹소다와 구연산 콤비를 활용하는 등 많은 살림의 지혜와 대증요법이 있지만 내 경우 새로 산다.

 

수건 냄새의 원인은 곰팡이, 박테리아다. 이 두 원흉에게는 뜨거운 맛을 보여주는 게 가장 처절한 응징이긴 하나 이는 폐허 위에 쌓은 승리일 뿐이다. 테리 면 조직은 뜨거운 온도에 가장 취약하다. 두툼하고 뽀송한 피부와 수분 흡수 기능을 상실하는 지름길이다. 따라서 삶거나 직광에서의 햇볕 소독은 뽀송뽀송한 수건의 감촉을 즐기고 싶다면 지양해야 한다.

 

수건의 활기는 건조 과정에서 좌우된다. 공기를 머금은 뽀송한 수건을 쓰고 싶다면 통풍이 잘 되는 건조하고 밝은 실내 공간(직광이 아닌)에서 바싹 말려야 한다. 포인트는 널기 전에 10회 이상 털어주는 거다. 이는 원사가 한 올 한 올 고리 모양을 하고 있는 테리 직물의 특성 때문인데, 빨래를 하고 나면 이 고리들이 뭉치고 엉키기 마련이라 풀어주는 작업이 필요하다. 10회 이상(마음 같아서는 20회 이상) 털어서 말리면 이 엉킨 올들이 풀리면서 두툼하고 뽀송뽀송한 호텔 수건처럼 되살아난다. 물론, 건조기가 있다면 이 수고로움은 생략해도 좋다. 건조기가 생활가전인 이유다. 수건을 보관할 때는 가로로 겹쳐놓는 것보다 책꽂이에 책을 꽂듯 세로로 쌓아놓는 것이 낫다. 눌림이 적어 공기층 확보가 더 용이하기 때문이다. 오래된 수건에서 퀴퀴한 냄새가 나는 건 습기가 눌러앉은 탓이다.

 

공간이 주는 안온함은 사실 인테리어가 아니라 생활 습관 속에서 피어난다. 인스타그램에 올리기 좋은 멋진 공간보다 두툼하게 부풀어 오른 부드러운 테리면의 촉감을 눈으로 즐기는 데서 일상에 대한 애정과 열정과 위로가 더 크게 다가온다. 우린 집에 들어서면서 스트레스를 감압하고, 방전된 심신을 충전한다. 집을 가꾸고 꾸미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공간에 애정을 쏟을수록 효율이 높아진다. 신선한 공기를 머금은 부드러운 감촉의 뽀송한 수건으로 하루의 시작과 끝을 마무리해보길 권한다. 아마도 세안을 하거나 샤워를 한 다음 수납장에서 수건을 꺼낼 때, 그전까지 느껴보지 못한 여유가 삶에 깃들 것이다. 비록 수건을 바닐라색 플라스틱 장에서 꺼낸다고 해도 말이다.

 

글 | 김교석(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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